다큐멘터리는 다양한 모색의 와중에 있다. 시각적 매체 환경의 변화로 사람들은 이제 tv를 통해 제공된 프로그램을 떠난 유투브 등 스스로 찾아가는 매체 환경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tv다큐멘터리는 안그래도 저조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탈피하고자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성들은 ebs의 <다큐 it>이나 sbs스페셜이 시도했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다큐의 연성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다큐와 토크 프로그램의 콜라보, 혹은 보다 대중적인 주제와 접근 방식으로의 모색이 올 한 해 다큐 프로그램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 그런 가운데 또 한 편의 새로운 다큐 한 편이 시작되었다. kbs1tv가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영하는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이다. 


 
내가 아들 엄마라니 ! 
지난 11월 8일 <김나영의 아들 연구소> 3부작의 1부 <내가 아들 엄마라니>로 첫 선을 보인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는 단정짓지 않고, 정의내리지 않고, 과도하게 요약하지 않고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는 편안한 다큐를 지향한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내세웠다.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고만고만한 아들 둘 신우와 이준을 키우는 패션 인플루언서 김나영, 멋들어진 그녀의 패션과 달리 '하지마!, 하지마! 위험해!'라는 짜증과 호통으로 연이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말을 안듣는게 아들의 정체성일까 고민하는 그녀, 요즘 핫한 오은영 정신과 의사를 만나 '아들 키우기'의 고충을 토로한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와의 아들 키우기 상담은 아들과 딸의 언어가 다르다로 시작하여 아들들은 듣는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가로 두 엄마가 공감하더니,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어리숙하다로 여자 아이들보다 늦은 성장에 방점이 찍힌다. 

그렇게 교감이 안되는 남성을 아들로 키우기의 난감함에 공감을 하던 다큐는 훌쩍 건너뛰어 어느덧 열등 종족이 되어가는 아들의 세상 이야기로 흐른다. 대학 진학율에서도 어느덧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지른 세상, 예전에는 그래도 수학은 남학생이 잘한다고 했지만 이젠 그 마저도 여학생이 평균 점수가 더 높은 세상, 이제 아이를 낳을 가임기의 부모들은 한 명만 출산한다면 딸을 원한다는 통계가 66%나 되는 세상이 되었단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여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봐 남녀공학을 안보내는 시절, 회장 선거에서부터 학교 내 모든 일들을 여학생들이 리더쉽있게 처리하는 세상 , 과에서 남학생이 우등생이 되면 뉴스 거리가 되는 세상, 다큐는 그렇게 여성들이 주도하는 세상, 그리고 이제 더는 예전과 같은 습성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남자로 살아가기에 고민되는 세상 
더 이상 여성에게 '예쁘다'라는 단어를 쓰면 안되는 세상, 남학생들끼리만 MT를 가는게 편한게 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남학생들은 자신들의 고충을 하소연한다. 젠더 이슈가 민감한 시절, 4~50대 남성들에 대해 문제 제기에 자신들이 방패가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남학생들의 상실감과 불만에 대해  노명우 교수는 같은 시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라 정의내린다. 현실 인식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 간의 서로 다른 시각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지배관이 더 많이,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남자라서 부당하거나 위협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상황을 맞부딪치지는 않는다며 세상이 더 여성에게 편해질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의견에 대해 남성들은 이미 자신들은 변할 만큼 변했으며 더 이상의 변화에 대해 절실하지 않다는데 딜레마가 있다고 다큐는 짚는다. 그리고 이런 남성들의 의식을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과 엘리스가 아무리 달려도 주변이 바뀌지 않았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레드퀸' 효과'라 정의내린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을 쓴 오찬호 교수는 이런 상황을 우리 사회의 딜레마로 본다. 그간 아버지는 가장으로 희생의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그런 희생의 보상으로 가정에서는 군림해왔었다.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지만 왜 내가 주범처럼 취급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교수는 강조한다. 문화의 힘을 말한다. 아들들이 말하듯 스스로 변화했다고 하지만 아직 아들들의 의식적 변화는 느리다는 것이다. 아들들은 여성들도 군대를 가야한다며 역차별을 주장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취업에서 남성 선호는 여전한 만큼, 이십대 남자들의 역차별 주장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십대 남자들을 중심으로 역차별이 주장되며, 젠더 갈등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그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귀결된다. 어른들이 물려준 경쟁 중심의 세상에서 버텨내야 하는 아이들의 아우성이, 그리고 이제 어른들의 세대보다 더 좁아진 경쟁의 문에서 보다 더 냉정해지고 예민해지는 아이들의 자기 보호가 '역차별'로 등장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큐는  이른바 요즘 아이들이 주장하는 바 '억울하면 시험치고 합격'하라는 '공정'은 납작한 공정이라고. 약자를 도와주는 정책이 역차별 처럼 느껴져서는 안될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와 함께 앞으로 20년 변화는 더 가속될 것이며 남녀와 지위와 역할에 있어서도 빠른 변화가 예상될 것이며, 지나간 세대의 관성에 기대어서는 '도태'될 것이라 경고한다. 


지성과 지성을 연결하겠다는 다큐의 취지답게 싱글맘 김나영의 아들 키우기 고민으로 시작한 다큐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현실을 비교하는가 싶더니, 결국 우리 사회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이남자'를 중심으로 한 역차별 논쟁으로 귀결된다. 그러기에 다큐의 예고에서 김나영의 아들 키우기 고민 프로그램인 줄 알고 시청하려 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도 있는 결과이다. 최근 다큐들이 장르와 주제의 결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모색을 하는 가운데,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역시 육아 고민을 현실에 있어서의 젠더 갈등까지 끌어가며 주제의 확장을 시도했다. 

그런데 다큐가 내세운 바 단정짓지 않고, 정의내리지 않고, 요약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런 취지에 걸맞았을까, 이십대 남자들의 의견도 내세우고, 여러 학자들의 입장을 들어보았지만, 결국 다큐가 '설득'하고자 했던 것은 이 시대 이십대 남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역차별 주장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역차별 주장에 대한 설득이 설득력을 가질까?

과연 다큐가 내세우고 있는 '도태'되지 않기 위한 관성의 변화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어느덧 상실감을 느끼는 이십대 남자들에 대한 충분한 천착이 이루어졌는가, 혹은 여태까지 되풀이 되고 있는 젠더적 갈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거에 불과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색되고 있는 새로운 다큐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결국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 브이로그처럼 새로운 형식을 덧붙인 것일까? 새로운 담론일까? 과연 이 시대 다큐가 당면한 과제는 새로운 형식일까, 새로운 담론일까? 첫 방송을 마친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의 과제이다. 

by meditator 2020. 11. 10.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