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음 두 드라마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쓰리데이즈> 1회,  시장 순시를 나간 대통령(손현주 분)은 한 시민으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곧 그 밀가루 세례는 대통령을 음해하려하던 시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측근 양대호 대령이 그 소란스런 과정을 통해 비밀리에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과정이었음이 밝혀진다. 단 한 회만에 사건과 사건의 결과가 드러난다. 1회만이 아니다. 1회 말 세 발의 총성과 함께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음모는, 곧 경호관 한태경에 의해 범인이 경호실장 함봉수였음이 밝혀진다. 어디 그뿐인가. 3회,4회에 걸쳐서 98년 양진리에서 모종의 사건이 벌어졌음이 알려지게 되고, 그 배후로 특검은 대통령을 지목한다. 하지만, 4회 말, 병실에서 혼수상태에서 가까스로 깨어나기 시작한 대통령의 입에선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말이 힘들게 흘러나온다. 


<신의 선물> 1회 말미, 부녀자 연쇄 살인범에게 납치당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 샛별을 따라 자살을 시도했던 혜원은 딸이 죽기 2주 전으로 돌아와, 딸을 살리기 위해 부녀자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기에 몰두하고, 곧 범인이 밝혀진다. 바로 그 자신이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고자신처럼 버려진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의 엄마를 찾아다니며 죽인 차봉섭(강성진 분)이었다. 혜원의 남편이 증거 불충분으로 차봉섭을 풀어주었음에도 집요한 혜원과 기동찬의 합동 작전으로 연쇄 살인범 차봉섭은 검거되기에 이르지만, 범행 현장을 보고 오는 도중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차봉섭이 죽었음에도 사진 속의 딸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혜원과 기동찬은 다시 혹시나 있을 지 모를 공범을 찾는데 주력하고, 10년 전 검사였던 혜원의 남편에 의해 사형을 당했던 사형수의 아들 장문수(오태경 분)를 쫓는다. 드디어 그의 방 안에서 샛별의 사진과, 즐비한 납치에 사용되었던 물품을 발견한 혜원, 이렇게 6회는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신의 선물> 6회에서 등장한 장문수는 샛별을 죽인 범인일까? 물론 다음 주를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건대, 이렇게 일찌기 범인의 면모를 드러낸 장문수는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신의 선물>도, <쓰리데이즈>도 드라마의 초반부터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범인들이 밝혀지지만, 정작 그 등장한 범인들은 진짜 범인들이 아니다. 

<신의 선물>의 경우, 결정적 사건은 하나다. 주인공 혜원의 딸인 샛별이 납치당해 죽은 사건이 그것이다. 하지만, 샛별의 엄마 혜원이 샛별의 사건을 해결하여 가면 갈수록, 혜원은 정작 엉뚱한 사건의 범인을 진짜 범인이라 착각한 것이 되고, 샛별이 납치 사건은 전혀 다른 파장으로 번져나간다. 
<쓰리데이즈>의 경우는 결정적 사건인가 했는데, 보다 더 결정적인 사건이 계속 등장하는 반전에, 반전의 연속이다. 대통령이 밀가루 세례도 센세이널한 이슈인데, 한 술 더 떠 암살에, 이제 탄핵감인 양진리 사건 은폐까지 등장한다. 게다가 대통령은 죽어갈 측근들에게 말한다. 한 나라의 수장인 자기 자신보다더 더 거대한 암흑의 세력이 존재한다고.

비록 사건의 양상은 달라도 <신의 선물>이나, <쓰리데이즈>의 사건들이 진행되는 방식은 보다 본질적이고, 본원적인 문제 제기를 향해 나아간다. 그저 한 어린 소녀의 납치 사건인 줄 알았던 사건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사이코패스의 범죄 행각을 거쳐, 이제 툭 튀어난 범행 공모자를 통해 10년 전 누군가의 원죄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현듯 등장한 대통령과 측근들의 대사들로, 이것이 혜원 가족의 문제 그 이상임을 암시한다. 
<쓰리데이즈>도 마찬가지다. 젊은 경호관 아버지의 죽음에서 촉발되어, 경호실장의 해원에서 시작된 암살 시도는 16년 전 동안 묵혀왔던 대통령의 치부를 꺼내들었고, 그건 다시 대통령조차 없애 버릴 수 있는 거대한 어둠의 존재를 드러낸다. 

벌써 범인이 밝혀지면 어쩌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그건 빙상의 일각이라는 제작진의 큰소리처럼, 시청자들의 추리를 뛰어넘는 반전의 연속은, 결국 이 두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18일 중간 제작보고회에서, <쓰리데이즈> 출연진들이 5회에서 부터 '이제 시작'이라며, '맛없는 밥상은 권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마치 얕은 수를 가진 노름판의 초짜처럼 자신이 알아낸 패에 희희낙락하다, 다음 주 제작진이 던진 또 다른 떡밥에 농락당하기를 반복한다. 분명, 케이블의 수사 드라마들처럼 에피소드식이 아님에도,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는 긴 호흡의 스토리에 지치지 않도록, 매회 이 드라마에 빠진 시청자들과 즐거운 힘겨루기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 힘겨루기는, 회를 거듭하면서 이 두 드라마에 감탄하는 시청자층의 증가로 보건대 제작진의 승리고 판가름나고 있다. 하지만, 분명 겨우 저 멀리 가물가물한 불빛 하나에 의지하고 가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의 시청자들은, 그 가물가물한 불빛만으로도, 환호작약하고, 다가가 그것이 원래 자신이 찾던 곳이 아니었음을 알고도  기꺼이 농락을 당해준다

그간 시청자들은 뻔히 아는데도, 주인공만 모른채, 마치 환한 방안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듯한 스토리에 지친 시청자들은 자신들을 매회 기만하며, 또 매회 새로운 떡밥을 던지며 유혹하는 이 두 드라마에 그간 참았던 갈증들을 마음껏 해갈하고 있는 중이다. 비단 그것은 우리나라 시청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된 드라마의 댓글 중한국 드라마가 뻔한 로코나, 막장이 아닌 이런 드라마도 있었냐는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드라마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새 장을 열고 있는 중인 것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시청률 따위'라며 이른바 '부심'를 내세우며 드라마를 옹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by meditator 2014. 3. 19.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