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수목 드라마 <미스터 백>이 끝나갈 무렵이면 늘 등장하는 ost가 있다. xia(준수)가 부르는 '널 사랑한 시간에'가 그것이다. '하루 지나도 어제만 남아서 나는 그댈 보고 싶어 눈을 감아요. ....널 사랑한 시간에 머물수는 없는지, 너의 향기가 지워지지가 않아'라며 애절한 김준수의 목소리가 최신형(신하균 분)과 은하수(장나라 분)의 안타까운 사랑을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가사인 즉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최신형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최신형과 은하수가 데이트 같은 걸 하는 장면에게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청춘을 돌려다오'라며 거의 비명처럼 지르는 ost가 <미스터 백>에는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널 사랑한 시간에'는 가사는 맞지는 어쩐지 겉돌고, '청춘을 돌려다오'가 맞춤 옷같은 상황, 바로 <미스터백>이란 드라마가 처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점쟁이를 찾아가 물어보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최고봉(신하균 분)이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조각을 삼킨 덕분에 젊은 최신형으로 거듭나, 젊은 인생을 다시 살아보게 되는 이야기가 <미스터 백>의 주된 줄거리이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 신하균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에도 불구하고, 사실 매회 그다지 별다른 스토리의 전개가 없음에도 동시간대 미니 시리즈 1위를 수성해 왔던 건, 아마도 바로 그 되찾은 젊음이 펼쳐가는 환타지에 대한 관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젊어진 최신형의 가슴을 우선 채운 건, 되찾은 젊음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자식도 나 몰라라라 하며 사업에만 매진해왔던 허무한 70평생에 대한 회한이었다.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거의 사기꾼급으로 자신의 회사를 농단할 생각이나 하고, 피붙이라고는 한 술 더 뜨면 더 떴지, 그에 밀리지 않는 상황,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어머니와 자신을 외면한 채 돈 버는 일에만 몰두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삶을 내던져 버리니, 젊음을 되찾고 본 자신의 인생은 한심하다. 심지어 그가 자부했던 자신의 사업조차 이제 동생댁의 음모로 비리 사업가로 남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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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젊어졌다 좋아했던 것도 잠시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으로 고통받던 최고봉, 아니 최신형 앞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니, 그건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로 똘똘 뭉친 은하수의 등장이다. 이미 젊어지기 직전부터, 그녀가 자꾸 마음에 쓰이기 시작한 최신형은 젊은 몸으로 은하수 앞에 등장,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얻기에 이른다. 
그런데 웬걸, 그녀를 마음에 둔 사람은 최신형만이 아니다. 그처럼, 아니 아버지인 그로 인해 상처받고 비틀려 살아왔던 아들 최대한(이준 분) 역시 은하수를 마음에 들어 한 것이다. 
돈을 버느라 사람의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살아왔던 최고봉과, 아버지로 인해 마음을 닫고 살았던 아들 최대한이 누군가의 아픔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 은하수를 통해 위로받고 끌리게 되는 건 어찌보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인지상정'을 넘어, 최신형과 은하수가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키스'까지 하는가 싶더니,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 최대한이 은하수에 대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선다. 결국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들 최대한과 아버지 최신형이 한 여자를 두고 갈등을 드러내고, 은하수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뛰쳐 나오려는, '멜로드라마'의 정석까지 보이고 만다.

은하수가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첫 번째로 아버지와 함께 갔던 낚시를 하자고 하고, 함께 낚시를 간 곳에 방해하러 아들 최대한이 등장해서 아버지 최신형과 아웅다웅하는 상황이, 삼각관계로 시작하여, 결국 아버지와 아들의 미처 다하지 못한 '추억 만들기'로 이어지듯이, <미스터 백>의 애정 전선의 노림수가 그저 '막장'의 코드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상, 한 여자를 두고 멱살잡이 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보니, 어쩐지 껄쩍지근한 것이다. 사람구실 못하는 아들에 대한 불철주야 걱정과, 젊어진 선물과도 같은 사랑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최신형의 최대의 딜레마가, 어쩐지 <미스터 백> 자체의 딜레마가 된 듯하다. 

최신형과 은하수의 애정 행각은 참 달달하다. 마치 은하수가 삶의 유예 기간이 얼마 안남은 사람처럼 느꺼지듯이, 은하수는 최신형과 함께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함께 누리고 싶어하고, 그런 은하수를 사랑하는 최신형은,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간 자신이 미처 되돌아 보지 못한 삶의 행복과 함께, 유한한 시간에 대한 회한에 젖어든다. 
그렇게 젊어졌지만, 늘 노년이 함께 공존하는 최신형과 은하수의 관계는 그래서 그저 젊은 연인들의 관계로만 보이지 않고, 항상 70 노인 최고봉이 공존한다. 그래서 어쩐지, 은하수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키스까지 나누는 순간이 그가 누려보지 못한 행복이어서 안타깝고, 또 그러면서도, 70 노인과 이십대 아가씨인데 라는 불편함이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미스터 백>에서 최신형이 배려넘치는 은하수에게 마음이 끌리는 건 이해가 가지만, 11회에 이르른 지금에 이르기까지, 은하수라는 젊은 여성이 왜 시대 착오적인 행동을 보이는 할아버지 같은 최신형을 먼저 키스를 할 정도로 사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치 그녀는, 젊어진 최신형을 위해 준비된 선물처럼 최신형 옆에 머물다, 그를 사랑해준다. 

<미스터 백>이란 드라마는 그래서 늘 이런 딜레마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고 해왔다. 행복의 만끽을 넘어서 70 평생에 대한 회한을 놓치지 않았고, 은하수에 대한 사랑 앞에서도 아들 최대한에 대한 우려를 덮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젊어져서도, 노인 최고봉의 포지션을 놓치지 않은 듯하던 드라마는, 11회 결국 사랑에 굴복하고 만다. 
11회는 <미스터 백>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회차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은하수에 대한 감정은 극에 달해, 두 사람을 갈등으로 이끌어 가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들 최대한을 바라보던 홍지윤(박예진 분)의 감정이 드러난다. 서로가 주저하고 조심하던 감정들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시청률만으로 다할 것은 아니지만, 시청률에서 보여지듯이(전회 평균 10.1%에서 이번 주 평균 9,4%로 하락) 시청자들은, 그런 최신형과 최대한의 갈등이 어쩐지 불편한 듯 싶다. 

사실 <미스터 백>은 젊어진 최신형의 일과 사랑을 다루지만, 최고봉 회장의 사업을 둘러싼 음모와 갈등은 늘 해프닝 수준이고, 사랑은 썸인 듯 사랑인 듯 미적이면서 별 다른 스토리의 기복이 없다. 이렇게 별 다른 스토리가 없음에도 동시간대 1위를 해온 것은, 젊음에 대한 '환타지'가 컸던 탓이요, 그런 돌아온 젊음과 공존하는 노인을 연기하는 배우 신하균의 실감나는 연기에 의존한 바가 크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환타지와 '회한'의 균형점을 아슬아슬하게 지켜왔던 균형감이랄까. 

하지만 11회에 이른 <미스터 백>, 여전히 극적 갈등은 해프닝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아버지의 사랑은, 아들의 멱살잡이까지 하며 '막장'을 넘보는 중이다. 과연, 지금까지 놓치지 않던 삶에 대한 회고와, 돌아온 젊음이 준 선물이 낸 파열음을 어떻게, 선물처럼 주어진 십여일 동안 잘 수습해 낼 것인지가 사랑놀음 '막장'이 아닌 훈훈한 드라마<미스터 백>의 관건이 될 것이다. 

'회고'와 돌아온 젊음에 대한 이야기로는 '회춘'한 판타지 <미스터 백>처럼 젊음을 다시 되찾지는 않지만, 최근 베스트 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있다. '이젠 죽어야지' 하다가 창문 밖 세상으로 떠나 경찰의 추적을 받으며 모험을 즐기는 노인, 그리고 그런 노인의 모험의 행간에서 드러난, 지난 100년간 역사에 본의 아니게 개입하여 온 노인의 삶, 그것을 통해, 어떤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삶의 여유와 낙관을 놓치지 않은 알란이란 인물을 읽어 낼 수 있다. 
<미스터 백>도 비록 짠돌이 회장님 최고봉이지만, 그 자신이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했던 그의 삶에 대한 애착이, 그저 돌아온 젊음을 기회로 삼은 한 여자와의 사랑 놀음만이 아닌, 몸만 젊어진 회장님의 '회춘' 프로젝트 로코가 아닌, 그래도 '책'도 좀 남겼던 열심히 살아왔던 한 인물에 대한 회고이자, 유종의 미가 되길 바란다. 그저 젊어졌다고 사랑 놀음이나 하다 가는 아버지는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2. 11.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