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다고 홍보를 하는 <몬스타>의 시청률은 좀 낯부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cj 계열사 중 가장 대중적 접근도가 높은 m.net과 tvn이 동시 방영을 하는데다, 거의 채널을 틀 때마다 재방송에, m.net의 여러가지 음악 방송에서 꼭 등장하는 음악이 <몬스타>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자랑하고픈 신드롬급쯤이 되고프면, 지난 해 단 하나의 채널에서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97>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하여튼, 만들어지는 신드롬이라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특히 고등학생이라면<몬스타> 한번 정도는 보아 주어야 화제에 낄 정도는 되고 있다면 나름 성공한 것이리라.

 

(칼라바의 공연)

 

 

10회, 체육 시간 커플 축구를 하는데, 첫 키스를 하고 이제 막 연인 모드에 들어간 세이(하연수 분)와 설찬(용준형 분)의 파트너가 다르다. 공교롭게도 세이의 파트너는 역시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 선우(강하늘 분)요, 설찬의 파트너는 선우를 좋아하는 나나(다희 분)이다. 누군가는 버겁게, 누군가는 신이 나서 달리던 축구 경기 도중, 늘 세이를 못마땅해 하던 재록(윤산호 분)이 모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세이에게 공을 날린다.

 

감독의 전작 <성균관 스캔들>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등장하게 될 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공이 날라오는 걸 발견한 선우가 몸을 날렸지만, 그보다 먼저 몸을 날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윤설찬, 당연히 마루에 몸과 머리를 쳐박은 윤설찬은 정신을 잃는다.

<성균관 스캔들>의 애청자였던 엄마는 거품을 물고, 저건 '자기 복제'야, 말도 안돼! 라고 흥분을 하는데, 옆에서 함께 열시청하던 아들이 지그시 한 마디 던진다. 엄마, 그건, 자기 복제가 아니라, 순정 만화의 클리셰야, 라고.

그렇다. 순정만화를 많이 보지 못한 엄마도,(어라, 그러는 이 녀석은 어디서 순정만화를 그렇게 많이 봤다고 ?)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하여튼, <몬스타>의 기본 줄거리는, 순정 만화에서 많이 보던 그 이야기이다. 외계에서 온듯이, 호주에서 양을 키우다 전학 온 엉뚱한 아이 세이, 그녀를 오래 전부터 짝사랑 해온 모범생 선우,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그녀 앞에서 툭 던져진 스타 윤설찬, 그리고 언제나 모든 순정 만화가 그러하듯, 두 남자 아이들은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고군분투하고, 사랑을 얻는 것은 정석같은 남자가 아니라, 찌질하지만 언뜻언뜻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석.

 

 

그런데, <몬스타>를 보는 재미는 이런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에 기사로 썼듯이, <몬스타>의 또 다른 구성 요소, 음악이 주는 재미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쏠쏠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음악의 변주가 이루어질까?가 스토리의 진전보다 더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 또 <몬스타>를 들여다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아니 이제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옥상에 선 규동)

 

 

설찬, 선우, 세이가 어쩌다 보니 엮여서 함께 음악 협연을 하게 된 그룹 이름이 '칼라바'였다. 이름처럼 거기에 속한 아이들의 면면이 아롱이 다롱이이다.

지난 회차, 어린 시절 함께 나갔던 슈퍼스타k 오디션에서 친구 도남(박규선 분)을 배신하고, 그로 인한 사고로 도남이가 평생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죄책감에 시달리는 규동(강의식 분)의 사연이 등장했었다. 또 그 이전 회차에는 조폭의 애인이라 소문이 났던, 친구들조차 강제로 룸싸롱에서 일한다고 오해를 했지만 사실은 조폭 두목과 룸싸롱 마담의 딸인 나나의 속사정도 드러났었다. 그리고 10회, 드디어 '칼라바'의 마지막 멤버, 심은하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설찬에게 하늘의 별이 되라고 당부했던, 하지만 설찬의 팬픽을 쓸만큼 그에게 빠져있어, 그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도 일찌기 감지했던, 심은하가 설찬과 세이의 사랑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님도 알고, 저도 알고 있었던 그 이유 때문이예요.'

규동이 며칠간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은 그 이유를 알아오라고 반장 선우에게 다그친다. 그러자, 이제는 그저 범생이에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선우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존재를 알지만 모른다.

'규동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항상 생각해, 나랑 규동이 둘 중 누가 더 보이지 않을까'라고 심은하는 말한다. 이름은 가장 이쁜 심은하지만, 누구보다 신이 나서 준비했던 칼라바의 공연에서 은하를 알아봐 주는 아이들은 없다. 심지어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하고 다닌다고 은하를 때렸다.

팬이 변하면 안티가 된다고, 그간 세이와 설찬의 만남을 팬픽으로 썼던 은하는 그걸 누군가가 볼 수 있도록 벤치에 던져 버리는 복수(?)를 감행하려고 한다. 설찬에게 냉랭해지고, 세이에게 화를 내는 은하의 행동은 얼토당토 않지만,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그래서 자기 만의 환타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행복했던 은하에겐 그 세계가 깨져나가는 아픔인 것이다.

 

(은하)

 

 

<몬스타>는 정석처럼,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아이들의 아픔을, 누군가 보아줌으로써 치유해준다. 옥상 위에 섰던 규동을 구해주는 나나, 그런 규동을 눈빛으로 응원하는 세이, 그리고 비록 나나가 원하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나나를 알아봐 주기 시작한 선우, 미워하고 싶은데 자꾸만 은하에게 다가오는 세이.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좌절하던 아이들은 무언가를 시작한다. 규동이는 어릴 적에 그마 둔 피아노를 배우고, 은하는 글을 잘 쓴다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설찬의 피처링을 하고, 나나는 옷을 만든다.

 

 

'사람들은 꿈이 없다면 루저 취급을 하지.'

디자이너가 될 꺼냐는 선우의 질문에 나나는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꼭 꿈이 있어야 하는 거냐고. 하다가 잘 하면 그걸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일찌기 무언가를 결정하고 매진해야만 대접받는 요즘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냉혹한 정의이자, <몬스타>가 제대로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순정만화 환타지를 걷어내고 들여다본 <몬스타>의 또 다른 이야기는 꿈이 없는 요즘 아이들의 리얼리티이자, 환타지이다. 그리고 그 환타지는 묘한 울림이 있다. 팬의 자리에서 내려와, 설찬이와, 세이와 친구가 되는, 설찬의 노래에 피처링을 하며, 지금의 나라도 괜찮다는 가사에 눈물을 흘리는 은하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좋다. 이것이 <몬스타>의 숨겨진 매력이다.

by meditator 2013. 7. 20.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