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밖으로 옮겨지고, 스튜디오와 거리가 연결된다. 스튜디오의 네 명의 mc들이 화면에 비춰지면, 젊은이들은 환호작약하며 달려간다. 그리고 서로서로 앞다투어 자신의 연애사를 털어놓고, 고민을 나눈다. 


<마녀 사냥>의 이원생중계 현장에서 보이는 젊은이들의 반응을 보면, <마녀 사냥>이라는 프로가 얼마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공신력있고'(?), 인기있는 프로그램인가를 알 수 있다. 분명이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젊은이들은 전혀 꺼리낌없이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고,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물론 이는 다른 각도에서의 해석도 가능하다. 얼마나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의 연애사를 의논할 곳이 없으면, 저렇게 예능 프로그램에다가 자신의 속사정을 의논할까 싶은 것이기도 하다. 가장 사적인 삶에 대해 기존의 사고는 무너지고, 그 어떤 가르침이나, 지침도 주지 않는 사회에서, <마녀 사냥>의 19금토크는, 젊은이들에게 갈증을 달래주는 샘물과도 같다는 느낌을, 스튜디오와 현장이 연결된 이원생중계 코너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마녀 사냥>은 자신들은 전혀 연애 코칭 프로그램이 아니며, 연애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프로라고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틈에 젊은이들 연애사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 <마녀사냥>에서 출연자들이 언제나 거쳐가야 하는 통과 의례가 있다. 바로, '당신의 낮과 밤은 어떠십니까?'라는 취지의 질문이다. 물론 질문은 이런 식이 아니다. 신동엽은 장황하게 묻는다. 낮저밤이, 낮이밤이, 낮저밤저, 낮이밤저 냐는 식으로 노골적인 질문을 던지고, 출연자는 이걸 피해갈 수 없다. 심지어, 이 낮 어쩌고, 밤 어쩌고가 다른 프로그램까지 침입하고 있는 중이다. 

마녀사냥 은정 낮이밤져
(사진; tv데일리)

19금 토크를 하는 <마녀 사냥>에서 일단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까놓고 시작하겠다는 이 낮과 밤의 연애 방식에 대한 통과 의례는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은, 낮과 밤의 연애를 구분함으로써, 거기에, 이미 19금의 연애사의 전제를 깐다. 출연자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이미 당신은 그 정도 단계의 연애는 해보았겠지요 라는 것이다. 초창기 그 질문에 대해 출연자가 말을 돌리면, mc들은 무슨 내숭이냐는 듯이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이제 <마녀 사냥>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하며 당당하게 응수하기 시작하고, 그 다음엔, 그들이 선택하는 연애 스타일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성 출연자가, 낮이밤이를 선택한다면, mc를 비롯한 패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남자가, 낮저밤저를 택한다면, 아니~ 하는 식의 반응이 우선적으로 튀어나온다. 가장 정석적인 답이라면, 20일 방송에서, 티아라의 은정처럼, 밤에는 남자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 남자가 리드하는 밤을 원한다면, 반응이, 상당히 그럴싸하다는 수긍으로 귀결된다. 여성이 지면 어쩐지 당연하고, 이기면 어딘가 드세게 보는 그 분위기를 숨길 수 없다. 물론, 이민기처럼, 낮에 하는 연애의 정체성에 대해 반문하여, 오히려 mc진을 당혹스럽게 만들며 한 수 더 나아갈 수도 있지만, 남자가 지면 시선은 애매해 진다. 보기에 질 것 같은 남자가 자기는 아니라면, 은근히 예상 외라며 대단하게 취급하는 식이다. 

누군가의 연애사의 스타일을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밝히는 것은 무어라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걸, 이기고 지는 연애의 권력 관계로 귀결시켜야 하는가 라는 점, 그것이 <마녀 사냥>의 통과 의례가 되어야 하는가는 이즈음에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이기고, 지는 것인지 그것의 정의조차 애초에 미묘한 것이 아닐까. 아니,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우선은 까발려야 한다는 그 지점부터,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애초에 이런 문제 제기 자체가, 사적 연애를 공론화 시켜야 하는 마녀 사냥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당당한 성인으로서의 평등한 연애를 추구한다면서, 애초에 당신의 연애 권력 관계는 어떠십니까 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 '딜레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마녀 사냥>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자유롭고 당당한 성인의 성숙한 연애라는 목적은 있으되, 매번 등장하는 사연에 대한 반응은 지극히 1차원적이거나, 성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여성이 글래머라면 일단 접고 들어가고, 남성이 키가 180 이상이라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프로그램 자체가, 사안에 따라, 지극히 쿨한 연애의 중계자가 되기도, 혹은, 지극히 속물적인 성적 시야에 한정되어 있는 줄타기를 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쿨한 시각을 견지하던 허지웅이나, 성시경이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그램에 동화되어, 그 '솔직함'을 넘어선 '성적 편견'에 사로잡힌 모습을 빈번하게 내보이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마녀 사냥>의 딜레마인 것이다.  20일 방송에서, 자신의 조카가 등장하자, 난색을 표하는 성시경의 모습은, 누군가의 연애가 어쩌면 흥미꺼리 이상이 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솔직함이, 걸러지지 않는 편견의 노출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젊은 층의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마녀 사냥>, 지금의 솔직함에 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4. 6. 21. 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