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라디오 스타>의 칼은 녹슬지 않았다. 

12월 18일 회차의 방송을 본 소감이다. 장진 감독이 그 특유의 입담으로 자신과 함께 나온, 자신이 연출한 뮤지컬의 출연자 박건형과 김슬기를 들었다 놨다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을, 그저 네 명의 mc는 추임새를 넣으며, 국수 배우라 일컬어지던 박건형을 멋진 남자로, 욕쟁이로만 각인되었던 김슬기를 이제는 욕이 지겨운, 하지만 욕이 아니고도 매력이 충분한 여배우로 살려냈다. 특히나 많은 말을 하지 않아서, 자신을 속내를 밝히기에 수줍어 하는 김슬기를 말 한 마디 못한다고 답답해 하는 장진과 달리, 어떻게든 그녀의 말 한 마디를 얻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네 mc의 모습은 그래서 더더욱 거침없이 욕이나 즐길 거 같은 김슬기란 사람의 색다른 모습을 인식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한 회차였다.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는, 김연우까지 합친 네 명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어거지로 붙인 주제와 상관없이, 방송 초반, <디셈버>라는 뮤지컬을 하는 세 명은 장진 감독이 대놓고 '디스'하듯 박건형 편의 티켓이 남아돌고, 김연우 역시 관록있는 단독 공연의 티켓이 역시나 남아있어 나왔다 해도, 장진, 박건형, 김슬기 세 사람에게 드리운 또 다른 한 사람의 그림자는 <디셈버>라는 뮤지컬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18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뮤지컬 디셈버의 연출자인 장진 감독과 배우 박건형, 김슬기, 가수 김연우(왼쪽부터)가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말 그대로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뮤지컬<디셈버>에서 언제나 아이돌 뮤지컬 배우로써 티켓 오프닝과 더불어 수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는 김준수와 달리, 박건형 편의 티켓이 남아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JYJ의 김준수라는 특수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그것만으로 18일의 방송을 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뮤지컬을 홍보하러 나온 대부분의 팀은 대부분 A팀에 해당되는 출연자들이 <라디오 스타>를 찾아왔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셈버>라고 하면 김준수가 출연한다고 라고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디셈버>는 30여회를 출연하는 김준수보다 적은 19회차의 박건형을 내세웠다. 이미 김준수의 표는 매진되었기에? 아니 김준수는 홍보를 할 필요도 없이 매진될 테니까?

김연우의 방송 출연 결정은 불과 며칠 전에 이루어 졌다고 한다. 분명 <디셈버> 팀에 낀 김연우는 말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대화에 섣부르게 끼어들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연우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박건형의 말처럼, 김연우는 자신이 준비해온 모든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심지어 실패한 농구 점프까지. 그리고 그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네 명의  MC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말 한 마디라도 더해서 김연우를 살려보고자 노심초사하는 윤종신이 눈에 띤다. 김연우 소속사 사장이다. 과연, 윤종신 소속사의 김연우가 아니었다면, 불과 방송 며칠 전에 출연하고 싶다고 출연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또 다른 MC인 규현의 소속사 SM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 한 해 <라디오 스타>는 규현의 소속사 SM과, SMC&C소속의 연예인들,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윤종신 소속사인 미스틱89의 소속 연예인들이 내집 드나들듯 출연했었다. 장진 감독이 그 역시 홍보를 위해 나왔음에도 민망해 했듯, SMC&C 소속의 김수로는 자신이 연출한 연극의 배우들을 데리고 나와 장진 감독 표현대로 '노골적인 앵벌이'를 하기도 했었다. 물론 출연과 그것이 곧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홍보'가 만능인 세상에서 마음놓고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는, 첫 출연에 감격해 마지 않던 슬리피의 모습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세련된 장진 감독은 김수로처럼 노골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도, 오히려 자신과 함께 출연한 박건형과 김슬기를 '셀프 디스'하는 식으로 이들의 장점을 충분히 발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쉽다. 아니, 오히려 한 해가 저무는 마당에, 2013년이 다가도록, 심지어 올해에는 법원의 판결조차 명확하게 난 마당에도 출연은 커녕,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 조차 조심스러운 김준수, 그리고 그가 멤버로 되어있는 JYJ의 방송 출연이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들의 방송 출연이 용이치 않다. 그리고 이제 문제는, 어쩌면 그런 것이 당연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함께 뮤지컬을 만든 멤버임에도, 감독도, 그와 함께 한 출연진조차도, 그의 이름조차 언급하기가 힘든 방송이 여전하고, 그것이 당연시되어가는 건 정상이 아니다. <라디오 스타>가 제 아무리 공평부당함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이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한, 규현과 윤종신 소속의 연예인들의 출연 역시 편협한 사시로 재단될 수 밖에 없는 요소 역시 항존하게 되는 것이니까. 


by meditator 2013. 12. 19.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