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영당 일기>는 2006년 극본 공모전 단막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하지만 2006년에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이 무려 8년의 세월이 흐른 2014년 11월 MBC <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방영되기까지 우역곡절이 많았다. 

'형영당일기' 스틸


<형영당 일기>가 방영된다는 발표가 있자, 동성애문제 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30일 MBC 사옥 앞에서 시위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이 드라마가 '비정상적인 근친애와 동성애'를 조장하는 '막장' 드라마라며 비난을 퍼부은 후, MBC에 대해 '시청 거부 및 형사고발, 손해 배상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2006년 극본 공모전 대상을 받은 <형영당 일기>는 이듬해 옐로우 필름과 < 매거진 t >가 공동 주최하는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숨은 드라마 찾기에서 대상을 받았다. <괜찮아 사랑이야> 노희경 작가와 <연애시대> 한지승 감독, <다모>의 이재규 감독 등이 심사를 맡은 이 과정에서 800여 편의 작품을 제치고, <형영당 일기>는 당당하게 단편부문 대상을 차지하였다. 

노희경 작가는 <형영당 일기>에 대해 '대사가 안정적이고, 구성, 신 전개가 좋다. 동성애라는 자칫 민감한 부분을 푸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그 안에서 감정 절제를 잘 했다는 느낌이다. 멜로와 살인 사건을 둘러싼 전체적인 전개에서 밸런스가 잘 맞은 작품'이라 평가했다. 

또한 이재규 감독은 '사극이면서, 동성애, 멜로라는 점을 잘 결합시켰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며 '만약 당선작 중 한 작품을 연출을 하라면, <형영당 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지승 감독은 '전체적으로 극을 입체적으로 구성할 줄 아는 재주가 돋보이고, 작가로서의 역량에 기대가 간다'고 선정의 변을 밝혔다. 

이토록 장황하게 <형영당 일기>를 선정한 심사위원의 평가를 밝힌 이유는, 이들 심사위원의 말 그 어디에도 이 작품이 동성애문제 대책위원회가 주장하듯 동성애가 에이즈를 확산 시키며, 드라마 한 편이 성정체성을 바꿀 위험을 가지고 있다거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평은 없었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반대를 물리치고 우여곡절 끝에 2일 밤 12시 5분에 방영된 <형영당 일기>는 '사랑을 잃은 삶은 죽음보다 고통스럽다'는 김상연(임주환 분)의 한 마디로 축약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의붓형제로 맺어진 김상연, 김홍연(이원근 분)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와 이 두 사람 사이에 얽힌 한 여인 민회정(손은서 분)의 엇갈린 사랑이 낳은 살인을 둘러싼 미스터리 추리극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조선시대 퀴어물이라는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드라마는 형제간의 사랑을 직접적이기보다는 그들이 맞잡은 손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그들이 사랑으로 도달하게 되는 사연에 집중했다. 또한 꽃까지 뿌려 만든 아름다운 화면으로 퀴어물에 대한 불쾌감을 상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단지 애초에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논란의 과정에서 비롯된 편집의 미학(?)인지, 범인을 쫓는 수사물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두 주인공의 감정과 고뇌는 덜 충실하게 전달된 느낌이다. 극본 공모 대상작이라기엔 결과가 예측되는 플롯에, 아쉬운 감정선이 범작처럼 다가왔다. 애초에 이 작품이 그런 것인지, 논란을 의식해 위축된 결과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기점으로, <후회하지 않아> <소년, 소년을 만나다> 등 퀴어물이 낯설지 않은 문화적 장르로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 부쩍 빈번해진 동성애에 대한 반발은 문화적 창작 의식 자체에 대한 제약으로 다가온다. 

<형영당 일기>를 놓고 역사 왜곡을 운운하지만 이미 조선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동성애는 인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던 인간의 문화적 형태였다. 때문에 이런 논란 자체가, <형영당 일기>가 작품 자체로서 평가 받을 기회를 놓치고, 퀴어물을 방영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논의로 입지를 좁혀 제작진의 창작 의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아 버린 것이 아닌지 아쉽다. 

by meditator 2014. 11. 3.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