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 배우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박상아씨와 현대 그룹의 며느리가 된 전 아나운서 노현정씨가 외국인 학교에 자녀를 부정 입학시켜 경찰에 소환된다는 기사가 떴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인 삼성가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는 이재용씨의 아들이 명망높은 사립고에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합격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실 휴지로도 쓸래야 찾기 힘든)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밥말아먹은 지배층의 '도덕적 아노미'의 전형적인 예로도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아홉을 가지고도 열을 탐하는 것이 우리나라 가진 사람들이라지만, '자식이 뭐길래? 교육이 뭐길래?' 저렇게 까지 '추접한' 행태를 보이나 싶은 생각도 든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란 캐캐묵은 슬로건은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더 절박한 소망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 예전 줄줄이 알사탕으로 낳아 하나가 죽어도 그를 대신할 수 있는 또 다른 많은 아이들이 있던 그래서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던 무사태평의 시대에도 우리나라 부모들은 오로지 입신양명의 기회를 교육을 통해 찾았는데, 하나 아니면 둘을 겨우인 이 시대에 자식은 부모의 체면과, 성공과, 부의 '재생산'의 관건이 되었다. 그러기에 사회 지도층이던, 그보다 못한 사람들이던 자식의 교육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드라마 스페셜-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는 그런 학부모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드라마 스페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는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을 상회한다는 강남의 유명 유치원을 배경으로 네 명의 엄마들의 씁쓸한 '고군분투'를 4주에 걸쳐 '옵니버스식'으로 담았다.

4회에 걸쳐 주인공으로 등장한 엄마들은 유치원 같은 반의 학부모들이며, 학기초 개원에서 부터 크리스마스 발표회까지의 기간을 각 엄마의 시점에서 서로 다르게 조명해 나간다.

처음 시작은 대기업 마케팅 팀장까지 했던 일에 있어서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 자신의 딸을 하나 유치원에 보내면서 유치원 엄마 들 중 '루저'가 되어 겪는 그리고 거기서 벋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에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그녀가 보기에 그녀가 어울리고 싶은 나머지 엄마들이 사는 모습은 '캐슬'이라는 강남 모 아파트의 명칭에 걸맞은 다가가기 힘든 스트레스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가 흥미롭게 전개되는 건 바로 그 성과도 같이 견고한 강남 '진골'들의 삶의 균열을 다루면서 부터이다. 거기다, 유치원에서 사라진 예지와 그 엄마의 미스터리한 스토리에, 크리스마스 발표회에서 사라진 도훈이까지, '스릴러'적 요소를 갖추면서 다시 매회 한 엄마 별 에피소드를 색다르게 변주해가며 구성의 묘미를 살려낸다.

그토록 공고해 보였던 잘난 엄마들의 '카르텔'이란 것도 서로의 이해가 엇갈린 순간, 그리고 자신의 아이에게 눈꼽만치라도 해가 돌아올 것 같은 순간, 예지와 예지 엄마를 내치듯, 가차없이 밀어내 버리는 주먹 세계보다도 냉혹한 이해 관계였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엄마들은 그녀들이 자신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는 반추없이, 내 아이를 내 뒤로 감추듯 '나만 아니면 돼'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는 빈번히 강남 최고의 유치원에서, 그리고 최고의 교육 환경에서 결코 행복해 하지 않는 아이와, 그런 환경에 끝없이 아이를 내몰며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를 비춰준다. 마치 '그게 최선입니까?'라고 질문하듯이.

제목이 역설적으로 말해주듯, 그리고 예지 엄마가 마지막에 결론을 내렸듯, 그 누군가가 그들의 잘못을 단죄하기 전에 엄마들은 자신이 쌓아놓은 '허영'과, '위선'의 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만다. 그리고 하나 유치원을 가야만 이 사회의 1%의 카르텔에 선착할 수 있는 그 허상을 낱낱이 드러내고야 만다. 그리고 네 명의 엄마들은 결국 모두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로 밀려나든 유치원을 떠나게 된다.

 

 

 

청년층의 우울증이 놀라운 속도로 증가 추세에 있고, 평균을 훨씬 상회한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어려서 부터 그저 공부, 공부만 하고 자라났던 세대이다.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부모에게 교육 받은 세대이다. 종일반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세대이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그러니 우울증이 안오겠는가? 그러니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세대들은 더 죽자사자고 달려든다. 내 아이는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되겠다고. 드라마는 네 엄마들의 참회의 눈물로 끝이 났다. 어쩌면 그녀들의 삶은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역으로 그녀들과 그녀의 자녀들은 행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기사에서 만난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한 교육 비리를 보면서 침을 튀기며 욕을 한다. 하지만 가만 뒤돌아 서 생각해 보면, 과연 나는 다를까 싶다. 모두가 내 아이 하나 잘 살게 만들면 땡! 이라며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세상에서.

by meditator 2013. 3. 11. 0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