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썰전>에서는 각종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구설을 다뤘다. 대통령이 선거 후에 선거 과저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인물에게 왜 공기업이라는 낙하산을 하사(?) 하는가의 이유가 밝혀졌다. 그건 바로 돈! 은행 관련 공기업의 경우 한 달 월급과 기타 경비를 합하니 받는 돈이 거의 1억에 가까웠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고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감투를 받았던 인사들이 버티고 물러나지 않는 이유가 단 몇 달을 버티더라도 몇 억을 더 손에 쥐니 그럴 만도 하다는 우스꽝스럽지만 웃을 수도 없는 결론을 내렸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을 다 어디다 쓰려고? 하지만 날마다 뉴스에 올라오는 낙마하는 관가의 후보자들을 보면 그들에게 돈이란 진짜 '다다익선'이 딱인 듯하다. 돈을 위해서는 국익이고 나발이고 영혼 정도는 가볍게 팔아넘길 기세다. 그리고 그런 나으리들의 실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돈의 화신>의 나으리들도 돈 앞에선 의리고 동지고가 없다.

 

<돈의 화신> 속 검사 지세광(박상민 분)을 비롯한 5인의 제휴의 근간은 이중만 회장의 죽음과 그 일가의 몰락을 눈 감아주는 댓가로 이중만의 돈을 나눠가진데서 비롯된 공범 의식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돈을 근간으로 이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지도층으로 성장했다.

 

 

이차돈, 아니 이강성과 조우한 지세광 검사는 그가 여전히 자신의 눈에는 '슈달'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슈달은 초보 검사시절 여러 기업체에서 떡밥을 받아챙겨 검사직을 물러나게 된 이차돈의 별명이다. 뿐만 아니라 지세광은 이차돈이 이강석일 거라는 의심의 끈을 늦추지 않고 그를 추적한다. 그런 지세광의 기억을 사로잡는 것은 감방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아들이 사가지고 간 호두도 먹어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아비이다.

지세광의 뇌는 편리하게 재구성되어 있거나, 일종의 정신 분열이다. 그 자신이 안젤리나와 함께 저지른 저축 은행 인수와 관련된 자신의 비리는 안중에 없고 후배 검사가 떡값을 받은 것에는 분노하거나, 한 가족을 죽음과 불행으로 몰아넣은 자신의 행동에는 눈꼽만치의 반성도 없으면서, 이미 복수로 되갚고도 남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한 분노를 삼킨다. 자신의 이익, 자신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맹수보다도 더한 포효를 하면서,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비리엔 무감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돈의 화신>이 재미를 주는 것은 이강석의 허를 찌르는 복수극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사회지도층으로 성장한 5인방의 자기 합리화를 넘어선 안위의 철학,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신 분열 과정을 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그 재미를 더하는 것은 엄청난 재산을 눈 가리고 아웅하고도 그동안 바뻐서 몰랐다거나, 이 정도쯤이야 괜찮겠지 하면서 공인의 자리에 눈도 깜짝 안하고 오르려는 화제의 인물들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그들의 심리를 복습하기엔 <돈의 화신>만큼 적절한 드라마도 없는 것이다.

모 장관 후보자가 외국 국적을 포기하자니 수많은 재산이 날라갈 걸 우려해 장관직을 포기하는 해프닝처럼, <돈의 화신> 속 악인들이 귀결되는 곳은 결국 또 돈이다. 이미 이중만의 죽음을 통해 많은 돈을 치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하기 위해, 아니 무조건 더 많은 돈이 필요해 검찰 총장 정도의 인물 등이 한때는 동지라 여겨지던 인물을 배신하거나, 혹은 다른 인물의 불이익을 통해 자신의 지분을 더 챙기려고 한다. 돈 앞에 장사없다는 옛말 하나도 그른 거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리고 오직 눈 앞의 돈에만 혈안이 된 그 인물들은 이강석이 채팅 창에서 예언하듯, 칼로 흥하는 자 칼로 망하듯, 돈으로 얽힌 이 카르텔은 돈으로 인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시청자들은 뉴스 속의 장관 후보자 낙마 소식을 <돈의 화신>으로 복기하며 이 시대의 가치관을 헤아려 본다.

by meditator 2013. 3. 25.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