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은 7월14일에서 7월 16일까지 3부작 '당신이 화내는 이유'를 통해 '화'를 다스려 보고자 한다. 


7월 14일 방영된 1부는, '원초적 본능, 화의 비밀'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화'라고 통칭하여 부르는 이 감정을 분석한다. 즉, 우리는 일반적으로 '화'가 난다고 하고, '화'를 낸다고 하지만, 사실, 이 '화'라는 감정 안에는 분노에서 부터, 모멸감, 자기 비하, 그리고 좌절감까지 다양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감정들이 그저 '화'라고 눙쳐지면서, 그 섬세한 감정의 파고는 제대로 소통될 여지가 막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다양한 감정의 발로, '화',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이런 감정의 발로가, 상대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라는 잠정적 믿음 때문이다. 혹은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거나, 참다 그걸 견디지 못하고 그만 '화'를 통해 분출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화'는 당장은 자신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는데 효과적일 듯 보일 뿐, 결국 대부분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화'를 참지 못하고, '화'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 왜곡된 감정의 분출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를 위해 2부, '분노의 조종자 내면 아이'는, 화의 근원을 추적한다. 즉, 대부분 화를 습관적으로 심하게 내는 사람들의 경우, 그런 감정의 분출의 근원이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자기 내면의 어린 아이는 '구멍 뚫린 컵'처럼 긍정적 모든 것을 흘러버리고 오직 어린 시절의 상처만으로 자신을 꽁꽁 싸맨다는 것이다. 


(사진; 연합 뉴스)

그래서, 다큐는 화를 내는 사람들의 감정 밑바닥에 숨겨져 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들춰낸다. 최면도 아니고,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기 마음 밑바닥에서 분노에 찬 어린 시절의 자신을 조우한다. 의붓 아들에게 폭언을 서슴치않다 자기 분에 못견뎌 자기 가슴을 텅텅 두드리는 오십대 주부는, 그런 '화'의 근원에 어린 시절 자기만을 사랑해 주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편애와 달리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오빠들에게 고통을 당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난다.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하지만,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때문에 꿈을 접고 사랑조차 잃었던 힘들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소녀로 돌아가 서러움을 토해 낸다. 역시나 어린 아들에게 화를 참지 못하던 주부도, 아들만 편애하던 부모님 사이에서 외로웠던 어린 소녀를 끄집어 낸다. 
이렇게, 현재의 '화'의 근원에, 어린 시절 제대로 사랑받지 못해 상처받은 어린 아이가 숨겨져 있음을, 그 아이가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떼를 쓰며 사랑을 받고 싶다며 조종을 하고 있다는 것을 2부 '분노 조종자 내면 아이'를 통해 밝힌다. 그리고 그런 내면 아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연민을 가지고 말을 거는 것으로, 현재 자신의 '화'를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바꾼다. 분노 디자인'를 통해, 분노에 대한 적극적인 컨트롤을 시도한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분노 지수를 조사한 결과, 상대 분노와 특정 분노가 높은 한 그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분노 디자인' 훈련을 한다. 즉, '화'에도 연습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상을 초등 연령차로 한 것은 '화'를 내는 즉,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전두엽'으로 이는 5세에서 14세에 걸쳐 성장하기에, 학령기의 감정 학습이 성인의 감정 컨트롤까지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에 따라 열명의 아이들은 화를 다스리는 수업을 한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일반적을 '화'라고 통칭되는 감정 안에 얼마나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 있는지 알아보고, '화'가 아닌, 정확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은, 몸에서 부터 시작하여 감정까지, 'calm down(진정하다)'하는 이완 훈련을 한다. 우리 뇌의 전두엽은 '화'를 낼 경우, 후퇴, 심지어는 퇴행을 하게 되지만, 'calm down'을 하면, 그 퇴행에서 급격하게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마음의 안정을 찾는 훈련을 한다. 
안정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시킬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아이들은 마치 '탐정'처럼 자신의 감정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보는 훈련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짜증이나 화를 긍정적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는 훈련을 한다. 감정을 그저 넘기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아가, 화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훈련도 중요하다. 

화를 다스리는 훈련과 학습을 한 아이들은, 처음 트레이닝에 참석하던 당시에 비해 분노 지수가 한결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지능, 언어 이해력 등 학습 능력조차 한결 좋아지게 되었다. 즉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이 학습의 집중력을 가져온 결과이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1부에서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던 출연자들은 몇몇 감정적 기제를 다스리는 훈련만으로도, 단지 '화'를 덜 내는 것만이 아니라, 얼굴색이 달라질 정도로 그의 삶 자체가 한결 밝아진 것을 증명해 낸다. 

현대 사회의,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더더욱 대표적 감정 코드인 '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디자인'하려 시도한 3부작 '당신이 화내는 진짜 이유'는 섬세한 시도이다. 
특히나, 어른의 '화'가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에게서 시작되었다는 분석은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쇼킹한 분석이었다. 단지 숨겨진 내면 아이를 이해해 준 것만으로도 한결 '화'를 덜 내는 출연자들을 보면 마치 '마술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신기하다.
그렇게 화의 근원을 밝히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학령기의 아이들과, 사례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분노 디자인'은 우리의 '화'가 얼마든지 컨트롤 될 수 있는, 그리고 컨트롤하기에 따라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현대 사회, 특히나 한국 사회의 '화'는 단지 감정적 기제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적 기제로 전환된 사회경제적 압박의 결과물이다. 
1부에서 부터 3부까지, 등장한 '화'를 참지 못하는 출연자들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화'의 근원 중 상당 부분이 경제적인 부담감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그 갈등 요인이 주로 '학습'이었다. 
결국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화로 분출되는 감정 이면에,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담, 그리고 그 경제적 부담을 가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성공 신화가 있다는 것을 다큐는 간과한다. 아니 간과한다기 보다는, 분노 디자인에 집중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실질적인 압박이 간과된 '분노 디자인'이라, 그것은 곧, 청년들의 사회 경제적 조건은 간과한 채, 미치고, 도전하고, 열정을 불사르라고 다그치는 이 시대의 멘토링처럼 효율적이면서도, 어쩐지 허전한 느낌을 숨길 수 없다. 


by meditator 2014. 7. 17.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