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마지막 다짜고짜 입은 옷 그대로 김치찌게를 먹다 비행기에 실려 페루에 떨어졌던 중년의 청춘 일행은, 하지만 제작진의 도발을 무난히 넘기며 페루에서 첫 날 밤을 보낸다. 하지만 그저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한 '다모토리'에 대해 유희열이나, 이적은 별 이의가 없거나, 만족인 반면, 예민한 큰 형 윤상은 화장실을 함께 쓰는 그곳에 하루 더 머무르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다. 그리고 그런 형을 배려하기 위해, 동생들은 화장실이 딸린 방을 구하기 위해, 이십 여분 거리에 있는 '날으는 개' 1호점과 2호점을 '똥개 훈련하듯' 오갈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윤상이 원하던 방을 우여곡절 끝에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동생들의 마음 깊은 배려에 눈치없는 윤상은 자신을 위해 동생들이 발품을 판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먼 거리를 오가게 만들었던 그 사실에 퉁바리를 주고, 심지어, 지난 밤 잠자리 선택에 대해서까지 뼈있는 농담을 던진다. 당연히 나이든 형을 배려하려던 동생 이적은 울컥하고. 그런 <꽃보다 청춘>을 보고 난 여러 게시판은 윤상에 대한 온갖 험담이 쏟아졌고, 윤상은 본의 아니게(?) 며칠 동안 검색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건 제작진의 계략(?)이었다. 
첫 회가 리더로서의 유희열, 유희견으로서의 유희열이라는 캐릭터와 그에 못지 않는 다재다능한 총무로서의 이적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회차였다면, 그 다음 회차에서, 그들과 다른 윤상의 인간적인 매력을 그려내기 위한 일종의 '떡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역시나 언제나 그래왔듯이, 변함없이 그 떡밥을 덥석 물고, 일주일 동안, 멋진 리더 유희열을 칭송하고, 다정다감한 이적에 감타하며, 그에 못지않게, '찌질한' 큰 형 윤상을 물고 뜯었다.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쇼미더 머니>를 비롯한 대다수의 케이블 방송들이 번번히 '악마의 편집'을 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난 한 주 동안, <꽃보다 청춘>에서 제작진의 입맛대로 '중년의 청춘 3인방을 재단하고, 잘근잘근 씹어대는 대중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한번, 회심의 미소를 띤, '편집의 승자' 악마를 떠올 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8월 8일 방영된 <꽃보다 청춘>은 비록 유희열과 이적만큼 '유능'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윤상을 그려내는데 몰두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시청자들조차 윤상을 보면, '밥은 먹고 다니니?'가 아니라, '똥은 제대로 눟고 다니니?'라는 질문이 떠오를 거 같은, 윤상의 배변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풀어진다. 

(사진; 뉴스 원)

그렇게 숙소를 잡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드러나버린 세 사람, 다음 날이 돼도 여전히 그 어색함은 쉬이 풀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간의 간격을 조심하며, 그래서 더 서로가 조심스럽고 어색했던 하루가 지나고, 저녁 무렵 함께 간 식당에서 윤상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예민한 예술가이지만, 연예인으로서 살아내야 했던 시간이 힘들어서 잠이 오지 않아 입에 대기 시작한 술이, 이십 여년을 넘어, 자기 자신을 취하게 만들 즈음, 윤상은 술을 끊겠다는 어려운 결단을 한다. 그리고 술을  끊는 대신, 잠을 편하게 자기 위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불행히도 그 약은 배변 활동 등에 무딘 감각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그런 윤상의 사연에 유희열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지만, 미처 그걸 몰랐던 이적은 당황한다. 그저, 예민하다고만, 불평 불만이 많다고만 생각했던 큰 형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의 근원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결국 혼자 남은 시간 눈물을 보이고 만다. 그리고 윤상이 그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번 여행에 합류한 이유가, 바로 술을 끊고, 이제는 약물에 조차도 의존하지 않는 정상적인 삶을 구축해 보고자 했던 의지에서 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아마 그런 윤상의 사연을 마주한 이적의 당황함은 지난 주 내내 윤상을 저리 밀쳐 버렸던 시청자들의 당황함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매번 누군가를 그저 보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하면서도,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만으로 그를 예단하고 평가했던 그 시간들에 많은 사람들은 이적처럼, 눈물은 아닐지라도 마음을 돌리며 미안해 했을까?

윤상에 대한 이해 넓히기는 계속 된다. 오랫동안 마음대로 되지 않는 창작 활동으로 인해, 의기소침했던 가장, 그래서 여행을 가도, 늘 아내가 세운 계획에 따라 가거나, 때로는 가족들을 여행 보낸 채 홀로 집안에 머무르기를 선택했던 아빠는, 처음 가본 페루의 사막과, 거기서 만끽했던 각종 익사이팅한 경험들을 즐기며, 가족을 떠올린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며, '아이들 앞에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게 생겨 좋다'고 기뻐한다. 그리고, 늘 모든 것이 귀찮기만 했던 그래서 늘 무언가 하는 것을 우선은 '싫다'고 말하던 윤상은,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즐거울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단순한, 하지만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던 진리에 도달한다. 

제작진이 캐낸 것은 여행을 통해 드러난 윤상의 사연과 변화만이 아니다. 즐거운 고된 사막 여행을 마친 저녁 식사 시간, 말끝마다 오십이라며 씁쓸해 하던 윤상은 온데 간데 없다. 동생들이 자기 보다 한참 어리다며 옛날을 회고하던 선배 뮤지션은, 여전히 음악 이야기만 하면 눈을 빛낸다. 동생들도 미처 찾아보지 못한 각종 음악 관련 정보들을 줄줄이 읊어댄다. 그리하여, 시청자들도 이해하게 된다. 뮤지션인 동생들이, 나이 오십에, 함께 여행을 해도 당연히 세번 째라며 제껴두는 형이지만, 그런 형을 여전히 존경하는 이유를. 예민함과, 불면증과 맞바꾼 뮤지션으로서 윤상의 열정을. 그렇게, <꽃보다 청춘>은 또 한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8월8일 방송분을 보면서,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 윤상은 과연, 지난 한주간의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제작진이 다음 주면, 당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느긋하게 방송을 즐길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이 까발려지고, 그것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재단되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들었을까?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 혹은 판단과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질 때,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 사실은 저랬구나 하면서, 자신의 오해를 거두어 들이고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되는가 하면, 이미 자신이 내린 판단을 돌이키기 싫어, 그래도 여전히 그래! 하면서, 그 사람을 '찌질'의 영역 속을 뻥 차버리거나, 과연, 8월 8일의 방송분을 본 시청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윤상에게나, 시청자들에게나, 롤러코스터 같은 방송, <꽃보다 청춘>1,2회였다. 웃자고 본, 예능의 그 롤러코스터가 상처나, 편견으로 남지 않길. 


by meditator 2014. 8. 9.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