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여전 4.11 총선에 나선 김용민을 지지한 동영상을 계기로, 10여년 전 두 사람이 함께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로 인해 김구라는 당시 모든 방송 활동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물러남에 대해 세간에서는 김용민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둥, 10년 전 19금 인터넷 방송 아니냐, 그래도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등 갑론을박 많은 시시비비가 오고 갔지만, 김구라는 마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기라도 한듯 모든 활동을 중단했지요.

그리고, 자숙과 소리없는 봉사로 참회의 시간을 보내던 김구라가 슬슬 케이블을 통해 복귀의 시동을 걸 무렵,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공중파에서 그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자, 김구라란 mc의 캐릭터가 두드러진 <라디오 스타>에 언제 복귀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었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mbc의 김재철 사장은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고 했고, 여저히 그의 원죄로 인해, 김구라의 공중파 복귀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부터 불과 반년이 지난 지금, 김구라는 그가 나올 일은 없을 거라던 <라디오 스타> 대신 <화신>의 mc자리를 꿰어찼습니다. 그뿐이 아니죠, kbs2의 힐링 프로그램<이야기쇼 두드림>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mc도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원래 그가 했던 <화성인 바이러스>는 물론, tvn의 <현장토크쇼 택시>에서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썰전>에서 정치, 연예 비평의 양대 코너를 유유히 이끌어 가는가 하면, 금요일 밤 tvn의 <더 지니어스>에서는 들었다 놨다하는 두뇌 플레이로 여러 사람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현장 토크쇼 택시>, 화요일에 <화신>에 이어, <화성인 바이러스>, 수요일에 <이야기쇼 두드림>목요일에 <썰전> , 금요일에 <더 지니어스>까지, 아버지로 인해 방송 활동을 하는 어린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던 김구라가 맞나 싶게, 케이블과 공중파를 1주일 내내 종횡무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구라가 복귀와 함께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는 오랫동안 <라디오 스타>가 그를 목놓아 기다렸듯이, 그리고 그가 없는 <라디오 스타>가 웃기기는 하지만, 어딘가 각본에 의해 잘 짜여진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바로 그 지점에 있을 듯합니다.

그 스스로 '변칙 파이터'라고 평한 것이 어울리게 김구라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메뉴얼이 아니라, 그 상황을 치고나가는 임기응변으로 예외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mc입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오늘에 충실한다'는 그의 좌우명은 그가 자신이 속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것을 뽑기 위해 좌충우돌 돌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심지어 이경규조차 김구라에게는 그가 언제 자신의 말을 방송에서 이용해 먹을 지 몰라 함부로 말을 못한다고 할 정도로, 방송의 재미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꼭 몸을 던지지 않더라도, 방송의 재미를 위해 저런 거 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은, 새롭게 단장한 <화신>의 출연자 봉태규의 '이런 것도 해요!'라는 놀라움에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돌직구'가 인기를 끄는 세태에서, 호불호가 분명한 김구라의 스타일은 보는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시원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주는 스타일이지요.

 

돌아온 김구라가 전과 다른 지점은,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하 것이든, 이전에는 <세바퀴>나 <붕어빵>등을 통해 보편적인 mc로서의 색깔을 유지해 갔었다면, 복귀 이후에는 <현장 토크쇼 택시>, <썰전>, 그리고 <더 지니어스>, <화신>에 이르기까지 그의 색깔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해 간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현장 토크쇼 택시>나 <화신>은 <라디오 스타>의 변형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현무나, 신동엽, 혹은 김희선 등은 워낙 자신들의 색깔이 두드러져 누군가와 어우러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화신> 첫 회에서 쉽게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도 벌써 김구라는 마치 현대 음악처럼 불협화음 속에서 묘한 시너지를 발휘하듯, 그 누구와도 자신의 색깔을 놓지 않은 채 새로운 재미를 뽑아 내고 있습니다. 그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조용남과의 어울림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이유도, <더 지니어스>의 모래알 같은 출연자들 사이에 묘하게 이합집산을 만들어 내는 능력도 알고보면 김구라의 숨겨진 '친화력(?)'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귀 이후 김구라의 영역에서 가장 큰 발전(?)을 보인 것은 바로 정치, 연예 비평 프로그램 <썰전>입니다. 과연 김구라가 아닌 그 어떤 mc가 이 양자의 영역에 걸친, 비평 프로그램을, 예능적 성격을 살려가며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 강용석이란 대한민국 대표 나쁜 놈이었던 사람에게 캐릭터를 만들어 주고 그의 색다른 면을 발견해 주었으며, 밋밋한 이철희 소장조차 강용석의 대항마로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은, 그저 제작진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통일 등 가장 심각한 정치적 사안에서부터, 정치인 개개인의 뒷담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자유자재로 끌어낼 수 있는 mc가 김구라 말고 누가 있을까요? 이 독보적 영역에서 김구라의 활동은 능력만 있다면 때는 다시 온다는 <화신>에서의 멘트처럼, 그 이전의 김구라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김구라의 재발견이 되었습니다.

 

그 예전 중국의 '와신상담('거북한 섶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 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이란 고사처럼, 칩거 기간 동안 자신이란 칼을 다듬고, 한껏 벼려진 칼로 이전 보다 더 다양한 김구라란 mc의 아우라를 펼쳐내고 있는 중입니다. 단지 우려가 되는 것은, 그 예전에도 과하다 싶은 활동으로 세간의 싫증을 불러와 미움을 더 사지 않았나 싶었듯이, 이번에도 복귀다 싶으니까, 월화수목금토일을 채우는 활발한 활동이 또 한번 김구라란 메이커를 평범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by meditator 2013. 5. 15.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