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겨울)>는 노희경 작가들의 전작과 달리 원작이 있는 드라마이다. 그러기에 이른바 그 누구보다도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을 그려내 왔던 노희경 작가가 왜 굳이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각색해야 했는가란 질문에 우선적으로 대답을 해야만 하는 드라마이다.

 

 

우리 정서에 맞춘 <사랑따윈 필요없어>

<그 겨울>은 왜 굳이 일본판 원작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여자란 그저 돈을 버는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시라토라 레이지(와타베 아츠로 분)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겜블러'라는 직업으로 변형시켰다. 또한 호스트라는 직업 때문에 여자를 대상화시켰던 남자의 캐릭터적 특성을 어릴 적 나무 밑에서 버려졌기에 여자를 믿지않고 깔아뭉개려고 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변형시켰다. 이런 변화 덕분에 호스트라는 직업으로 하루하루를 그저 때우듯 살아가던 인물의 허무함은 좀 옅어진 반면, 그의 트라우마가 엄마로 인한 것으로 바뀜으로써 인물이 가지는 슬픔의 깊이는 깊어졌다.

그리고 2회, 상실에 대한 상처를 가진 하지만 언제나 여자를 깔아뭉개는 겉모습으로 드러난 그의 깊은 외로움이, 오빠를 만났지만 그 오빠가 자신의 장애를 알아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서러움으로 오열하는 오영의 외로움으로 인해 흔들리는 순간, 왜 이것이 '노희경'의 드라마인가를 확인시켜준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02話[(079496)20-16-15].JPG

 

 

노희경의 드라마의 시작은 언제나 '충돌이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언제나 시끌벅적하게 시작한다. 그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사는 이유>에서도 질펀한 서울 변두리 서민층의 삶의 왁자지껄한 비루한 삶서 시작이 되었었고,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도저히 가까이할 수 없는 가족간의 반목에서부터 시작했었다. 사랑 얘기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든, <바보같은 사랑>이든 노희경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다른 세계를 지닌 인물들로 조우, 아니 충돌하며 만남을 시작한다.

아마도 노희경 작품 주인공들 중 가장 <그 겨울>의 남자 주이공과 비슷한 사람을 고르라면, 그건 아마도 <우리가 사랑했을까>의 재호일 것이다. 재호도 그랬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부잣집 여자에게 접근을 했다. 단지 <그 겨울>의 오수는 절박하다. 100일 안에 마련해야 할 돈에 그의 목숨이 달려있다.

노희경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세속적인 척, 세파에 찌들어 양심 따위는 개나 물어가라는 식으로 시작한다. 그러기에,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물린 두 주인공들은 으르렁거리며 서로에게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상처를 주려고 달려 들다,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연민을 느끼고, 궁극에 가서는 운명적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오영은 십 여년 만에 만났지만 자신에게 무관심한 오빠의 목적을 오해하고, 그런 그녀를 이용하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오수는 당연히 부딪치게 된다. 하지만 벌써 오수는 얼음 궁전 속에 볼모로 잡힌 듯한 오영의 삶에 냄새를 맡고 한 발 들여놓게 되고, 그리고 자신의 주제를 넘는 오수의 행동이 결국 오수의 사랑을 치명적으로 만들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노희경의 드라마에는 삶보다 사랑이 앞서기 시작했다.

치매가 걸린 엄마가 자기 가슴에 빨간 약을 바르며 절규하며 시청자들조차 가슴을 쥐어 뜯게 하던 노희경의 드라마 속 서민들의 삶은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멋진 도회의 남녀들의 사랑 이야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노희경의 드라마가 시청자들과 가장 밀접하게 호흡했던 때는 시끌벅적 우리네 삶의 속사정을 꿰뚫어 간파했을 때였는데. 하지만 여전히 노희경의 드라마에서는 여느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정과 고뇌의 결을 따라가는 스토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기에 여전히 멜로를 원하는 사람들은 노희경의 드라마를 선택한다.

<그 겨울>의 1,2회를 보다보면, 과연 이 드라마가 조인성의 멋들어진 모습과 송혜교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그림같은 영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PL그룹의 얽힌 후계 구도와 오수를 둘러싼 배신의 그림자조차도, 두 배우의 슬픈 연기를 위한 클리셰로 보일 만큼.

<그 겨울>이 두 배우의 아름다움을 넘어 두 배우의 좋은 연기와 슬픈 이야기로 기억될 만큼 사연있는 스토리가 될 지는 앞으로 작가 노희경의 몫이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진짜 가슴 시리게 대리 사랑을 하게 될 지,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3. 2. 14. 01:58
  • 익명 2013.02.14 08:1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meditator 2013.02.14 11:42 신고 EDIT/DEL

      신선하진 않아요 ㅎ 온갖 극단적 상황과 격렬한 대사들이 던져지는 가운데 지루한 느낌은?? 좀 더 보고 판단하렵니다. 아마도 현실에 천착하지 않은 스토리가 가져오는 붕뜬 느낌때문일까요....암만해도 보고싶다를 넘 재밌게 본 모양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