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 jtbc의 새 예능이 발진했다.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

방송이 시작되자 선보인 mc진, 의장 전형무, 성시경, 사무총장 유세윤은 말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그런 그들의 언급이 무색하지 않게, 이어 가나의 샘 오취리, 캐나다의 기욤 패트리, 영국의 제임스 후퍼, 터키의 기네스 카야, 벨기에 줄리안 퀸타르트, 이탈리아 알베르트 몬티, 중국 장위안, 미국 타일러 라쉬, 프랑스 로빈 데이아나, 일본 데리다 타쿠야, 호주 다니엘 스눅스 등 11명의 이방의 청년들이 등장하여, 난상토론을 벌인다. 

그들의 등장 면면 부터 심상치 않다. 그 예전 남희석이 진행하던 '미녀들의 수다'가 이방의 미녀들을 보는 재미로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듯, 세월이 흘러 그 대상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귄 미디어의 환경을 대변이라도 해주듯, 등장하기 이전부터 보여지는 '꽃미남'류의 사진에서도 이미 11명의 잘 생긴 이방의 청년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아낼 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다른 국가의 미녀들이 각자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사고를 대변했듯, 11명의 남자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래서 때로는 불꽃이 튀길 정도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밝힌다. '미녀들의 수다' 저리가라, '미남들의 수다'가 딱이다. 

첫 회, 게스트로 등장한 장동민은 보기와 다르게, 혹은 그가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서 보여진 이미지와 다르게, 서른 여섯의 나이에도 아직도 부모님은 물론 누나와 매형, 조카 등 10 명의 식구들과 함께 사는 자신의 사례를 첫 토론의 주제로 제시한다. 즉, 서른 여섯이 되어도 독립하지 않는 장동민 정상인가? 비정상인가?이다. 


서른 여섯 청년의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문제를 첫 번째로 내세움으로써, <비정상 회담>은 상대적으로 아직도 가족 의존적인 한국의 문화와, 외국의 문화를 비교하여 토크를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첫 판결에서 상대적으로 '비정상'이란 결론이 다수인 것과 달리, 실제 토론에 들어가자,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 된다. 서른 여섯 살의 장동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토크는, 열 한 명의 이방인들이 언제 독립했는가로 넘어가고, 그 중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가 열 다섯의 나이에 일찌기 독립한 것으로 화두가 넘어가면서, 오히려 서른 여섯 장동민이 무색하게, 어린 나이의 독립에 대한 세계 각국 젊은이들의 '피튀기는' 난상 토론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알수 있는 건,  실제 출연했던 다수의 이방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이미 이십대 초반에 독립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우리가 그러려니 하는 것과 달리,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십 대 이후에도 부모들의 도움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사실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도 토크 과정에서 드러난다. 
더구나,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의 다양한 나라 출신의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만큼,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외국인의 개방성보다는, 각 나라의 특징에 걸맞은, 다양한 사고들이 등장하였다. mc진들이 유생이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로 오히려 지금의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도 더 보수적인 터키의 에네스 카야가 토론의 기세를 잡은 가운데, 보수적인 그의 생각에 벨기에의 줄리안 퀸타르트와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 등 서방의 젊은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다. 

첫 회를 선보인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은 모양새는 '미녀들의 수다'였지만, 오히려 내용적인 면에서는 솔직한 19금 토크를 진행하는 '마녀사냥'의 성격을 띤다. 대놓고 19금은 아니었지만, 19금의 수위도 마다하지 않는, 15세 관람가를 지키면서도 할 이야기는 솔직하게 하려는, '마녀 사냥'의 자유분방한 솔직함이 프로그램을 관통한다.
'수다'가 아니라, 때로는 불꽃이 튀길 만큼, 각자 자신들의 생각이, 관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마녀 사냥'이 그저 성에 대한 수다가 아니라, 때로는 이 시대의 자유로운 성담론을 지향하듯, 세계 각국 청년들의 한 바탕 수다가 아니라, 때로는 진지한 인생관이 드러나는 '회담'이란 제목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웃자고 시작한 장동민의 독립 문제가,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장동민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권을 가진 장동민에게 의존하는 가족이 문제가 아닌가라는 촌철 살인의 지적이 등장했고, 어린 나이의 독립을 단지 터키나 유럽 혹은 서방의 관점 차이가 아니라, 삼십대와 이십대의 세대간 의식 차이로 분석하는 혜안의 분석이 등장하여,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각 나라에 계신 부모님께 전하는 훈훈한, 때로는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영상 메시지로 마무리된 <국경 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은 프로그램이 내세운 바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의 생각을 잘 드러내 준 프로그램의 첫 방송으로 손색이 없었다. 

단지 첫 회를 보며 아쉬운 점은,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에 '마녀 사냥'이 신동엽'이나, '미녀들의 수다'의 남희석이 없었다는 점이다. 
'마녀 사냥'의 성시경, 유세윤이 함께 했지만, 걸출한 입담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설전을 벌이는, 열 한 명의 다양한 국적의 패널들을 조율해 가며 프로그램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성시경이나, 유세윤은 역시나, 신동엽이란 mc가 판을 깔아주는 <마녀 사냥>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주는 패널로써 더 어울렸다. 그나마 그래도 성시경이나, 유세윤은 그래도 적극적으로 토론의 맥을 짚고 나가거나, 흐름을 이끌어 가거나, 전환하려 애를 쓰는 노력이 보였다. 그에 반해, 또 한 사람의 mc 전현무는 유세윤이 우스개로 <히든 싱어>나 가라는 말처럼, 이런 토론 프로그램에 과연 적절한 mc인가 재고해볼 여지가 보인다. 오히려 시종일관 우스개 소리나 하거나, 토론의 맥을 짚어 들어가지도 못한 전현무보다, 웃기자고 등장한 게스트 장동민이 토론의 과정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인다. 그저 소리나 빡빡 지르는 단발성의 게스트라기엔, 첫 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던 mc 그 누구보다도, 토론의 맥을 짚어, 화제를 이끌어 가거나 정리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등장하는 순간에는 진부한 게스트였지만, 첫 회 과정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어쩌면 그보다도 이젠 진부한 전현무의 개그성 진행보다, 한결 참신하고, 맥락있는 모습이었다. 첫 회의 가장 큰 숙제라면 11명의 진주를 맛깔나게 꿰어줄 mc의 조율 능력이 될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예능이 없다고, <국경 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에서는, <미녀들의 수다>의 흔적도, <마녀 사냥>의 자유분방한 토크의 향기도 난다. 하지만, 회수를 넘어 새로운 과일이 등장하듯,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은 이 시대 세계 각국 청년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시간으로 기대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건, <미녀들의 수다>나, <마녀 사냥>을 뛰어넘는 새로움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의 탄생이다. 


by meditator 2014. 7. 8.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