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아이언맨> 아들 주홍빈(이동욱 분)은 자신이 장관을 만나며 아버지를 도운 일이 다름아니라, 바로 자신의 첫사랑 태희(한은정 분)의 부모님을 그분들이 사시는 섬진강변에서 내쫓게 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분노를 터트린다. 그런 아들의 태도에, 아버지는 뜻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아들을 생각해서, 그래도 그 부모님에게, 시세의 두배에 달하는 보상을 해드렸는데, 왜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르 하냐는 것이다. 그렇게 '돈'으로 모든 것을 셈하는 아버지 앞에, 아들은 말을 잃는다.

드라마의 이 장면이, 몹시도 가슴아팠던 것은, 그 소통할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이, 지금, 바로,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현실태이기 때문이다. 분쟁이 일어나는 곳곳에서, 그렇게 주장원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과, 주홍빈 아들같은 사람들이 평행선을 달리며 싸운다. 한쪽에선 개발을 해서 잘 살게 해주고 돈도 주겠다는게 무슨 불평이냐고 하고, 그에 반대하는 쪽에선 겨우 깃들어 사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데, 돈이 다 무슨 소요이냐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 끝까지 가도 만날 수 없는 양자의 가운데에 서서, 그것을 정책으로 이끌어 내는 일을 하는 것이, 정치이다. 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알다시피, 우리의 정치는, 만날 수 없는 입장의 중재는 커녕, 불난 곳에 부채질을 하거나, 변죽만 울리다 지 밥그릇  싸움에 날이 샐 지경이다. 그렇게, 정치판에서 날이 샌 정치를 보다 못해, tv가 나선다. 

본격 정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치열한 갈등의 현장으로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정치의 두 고수가 찾아가, 갈등의 양쪽 입장을 듣고, 조율을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첫 회를 연 프로그램에서 현장으로 찾아든 두 고수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주호영 의원과,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과 함께 변호사 임방글이 함께 한다. 두 사람은, 원전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된 삼척을 방문한다. 


배를 타고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원전 건설 예정 부지인 대진리이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주호영 의원은 원전이 건설되면 어업권이 보상되지 않느냐고, 어부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 주호영 의원의 말에, 어부는 고개를 젓는다. 땅 가진 사람들이야 보상을 받고 부자가 될 지 몰라도, 바다만 파먹고 사는 사람들은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자미 밭인 이곳 대진리 앞바다에 원전이 들어오면, 가자미에 기대어 사는 자신들의 생계는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대진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원전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주민들이다. 이미 정치인들의 행태에 배신감을 느낀 주민들은,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의 방문에도 불만이 거세다. 오면 뭐하느냐는 거다. 그런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호영 의원과, 노회찬 의원은 그렇게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온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며 차분히 설득해 마주 않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한 밤의 만찬에 주민 대표를 초대하기에 이른다. 

해가 진 삼척 장근항 소통을 위한 공간인 포장 마차가 마련된다. 그리고, 주호영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직접 찾아가 설득하여 초대한 변형철 원전 반대 투쟁 위원장과, 김양호 삼척 시장이 원전 반대측 대표로, 문재도 산업 통상부 차관과 이상현 마을 이장이 찬성 측 대표로 자리하게 된다. 

삼척 주민 들은 원전 건설을 놓고 주민 투표를 거쳐 참여 68%, 반대 85%로 원전 건설 반대의 의견을 분명해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방자치법 7조를 들어 국가적 목적을 위해 이미 결정된 사항은 주민 투표의 대상이 아니라며 주민 투표 결정 사항을 부정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이전 시장이 작성한 엉터리 주민 동의서에 근거한 핵발전소 건립은 애초에 적절한 의사 결정 과정이 아니었다고 반발한다. 
이런 주민들의 의견에, 노회찬 의원은 주민자치법 8조를 들어, 국가 정책이라도 해당 자치 단체장이 주민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을 보탠다. 
하지만 그런 반대에 대해, 삼척 울진 지역은 발전이 낙후되어 있으며, 경제를 살리고, 일거리를 살리기 위해서도 원전 유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선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서 어디든 원전을 건설해야 우리나라의 전기 자급률이 가능한 현실에서 정부측의 입장도 이해해 달라는 읍소도 이어진다. 

중간에 원전 반대 주민들이 난입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던 토론은, 결국 진정 과정을 거쳐, 원전 안정성이라는 원론적 질문으로 들어간다. 
원전 안전성에 대해 문재도 산업통상부 차관은 과학의 시대에, 원전의 안전성은 당연히 과학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원론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로 들은 삼척 주민 의견에, 우리 나라의 원전은 일본의 그것과 다르다는 의견으로 불안을 잠재우려고 한다. 
그런 정부측 의견에 대해 반대측 의견은 예리하다. 삼척 시장은, 그렇다면, 여의도에 원전을 하나 지으면, 앞장 서서 삼척에 유치하겠다고 뼈있는 우스개로 응답한다. 
노희찬 의견은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문재도 차관 의견에, 오히려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현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가동 중단된 원전은 어쩔 것이며, 평균 3,40년, 길어야 60년을 사용하는 원전을 우리가 편하고자 사용하고서, 저준위 폐기물 300년, 고준위 폐기물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비효율, 비과학적인 원전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첫 회를 연 <거리의 만찬>에 대해 임방글 변호사는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한 하루였다고 자평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 삼척의 원전 건설 갈등은, 쉽게 만나질 수 없는 평행선이라는 것을 확인케 해준 시간이었다. 프로그램 중반에 나온 이야기지만, 발전과, 개발이라는 산업 시대의 화두와, 복지와 안녕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만날 접점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몰랐을, 내 문제가 아니라 제껴 두었던 삼척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거리의 만찬>이 이룬 성과였다. 일부 특정 방송을 통해 어느 한 편의 입장이나, 정부측 결정 사항만, 혹은 시위대의 모습만 보여지던 것들이, 허심타회하지는 않더라도, 속시원하게 가감없이 개진되었다는 것,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거리의 만찬>이 이룬 성취는 크다.

굳이 소통의 가능성이 아니더라도,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외된 지방 자치의 현실과, 주민들의 원맘ㅇ, 그리고, 그속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원전이라는 현실이 읽혀질 수 있다. 판단은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거리의 만찬>은 가감없이 삼척의 현실을 짚어주는데 성공했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하는 현실은 비감하다. 주호영 의원은 정부는 안전하지 않다하고, 국민은 안전하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앞장서서 괜찮다 하다가, 이곳저곳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고,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서 투표도 하고, 시위도 해야 될까말까 한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없는 것, 정치를 tv가 찾겠다고 나선 현실은 안슬프다. 

하지만, 정치의 외면, 혹은 정치의 스캔들화, 정치의 무용론이 그것을 노린 누군가의 목적이 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정치판에서 배제된 정치를 나서서 해주겠다는 시도가 갸륵하다. 더구나, 하루 종일 정치로 판을 벌리는 종편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양자의 입장을 공평하게 전해줄 공중파의 정치 버라이어티의 시도는, 정치의 왜곡의 펴줄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모처럼 뻔한 연예인들의 예능을 넘어선 버라이어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부디, 첫 방송에, 보여준 진솔한 태도들이 앞으로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10. 26.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