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황하게  갑동이의 카피 캣 류태오가 8차에 이르기까지 연쇄 살인을 하는 과정을 쫓아오며 연쇄 살인 사건으로서의 갑동이 사건과 그에 얽매인 인간 군상들을 세밀화로 그려내던 드라마<갑동이>는 지난 주 12회 마지막 드디어 갑동이(정인기 분)의 얼굴을 밝힘으로써 본 게임에 돌입했다. 


갑동이를 쫓는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며 갑동이 카피캣으로서 살인을 즐기던 류태오(이준 분)는 7차를 경과하며 사이코패스로서의 자신의 삶에 권태를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류태오가 철썩같이 믿었던 보호감호소의 갑동이가 사실은 갑동이 사건의 피해자로 그 트라우마로 인해 갑동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류태오는 그런 사람을 갑동이라 따르던 자기 자신에 환멸까지 느끼는 듯하다. 결국 갑동이처럼, 자신도 스스로 살인을 끊고 외국으로 떠나려던 류태오는 결국 비행기 안에서 살인 충동을 견디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되풀이 하고 송환되어 철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그런 그를 면담하는 오마리아(김민정 분)는 류태오가 갑동이 사건의 카피 캣이 된 이유가, 사이코패스로서 자신의 살인 충동을 스스로 조절한 갑동이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류태오가 결국은 자신의 살인 충동을 어찌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되풀이했던 것처럼, 그런 류태오를 보면서, 하무염(윤상현 분)은 깨달음에 도달한다. 어쩌면 갑동이도 류태오처럼 살인 충동을 어쩌지 못하고 여전히 어디선가 살인을 되풀이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결국 에돌아 왔던 <갑동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드러나지 않을 뿐, 하무염이 경찰서 게시판에 빼곡히 붙인 실종된 여자들의 사진들처럼, 잡히지 않은 연쇄 살인범음 여전히 음지에서 암약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범행의 반복이 아니라, 류태오를 두고 그가 사람이기를 바라며 혼란을 느낀 마지율(김지원 분)처럼, 범행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구절절 사이코패스로서 류태오를 설명하고 그의 권태와 환멸을 통해, 역으로 차근차근 갑동이를 설명해 왔다. 

(사진; 뉴스엔)

그리고 이제, 하무염과, 오마리아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형사가 되어 그걸 즐겨왔던 갑동이는 어떻게 니들이 나를 잡겠어 하는 자만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내적 갈등의 회오리에 빠져든다. 더구나, 계획적으로 저질렀던 여타 범죄와 달리, 여경 살인 사건이 자신의 오해, 오판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 갑동이는, 자신이 마음대로 주무르던 세상이 뒤흔들리는 혼란과 더불어, 그렇게 자기를 흔들어 놓은 자들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류태오가 갑동이의 카피캣으로 연쇄 살인을 저리르며 하무염을 비롯한 경찰을 주무르고 조롱하며 쾌감을 느끼듯, 형사가 된 갑동이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잡지 못해 피폐해져 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만든 세계 속의 꼭두각시들을 바라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껴왔던 것이다.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이코패스, 그에게서 권력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렇게 피의자의 신분에서 역전하여, 형사라는 '갑'의 신분이 되어 자신을 쫓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권위를 즐기는 차도혁 형사 반장, 그리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매번 재벌가의 돈의 힘을 통해 범죄자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류태오를 통해, <갑동이>는 우리 사회, 권위와 돈의 힘으로 자행되는 사이코패스적 범죄를 짚어본다. 
드라마는 연쇄 살인범 갑동이를 권위를 가진 형사 반장이라는 직업적 신분으로 전환함으로써, 또한 이제는 하다하다 '부자병'이라는 신종 정신병까지 만들어 내며 법망을 피해가는 류태오를 설정함으로써, 법과 돈의 힘으로 얼마든지 '커버'될 수 있는 사이코패스적 행각을 말하고자 한다. 연쇄 살인범을 쫓는 수사극으로 시작하여  결국 에둘러 제작진이 도달하고자 했던 고지는, 바로 법과 돈의 우산 속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추악한 이면이다.


by meditator 2014. 6. 1. 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