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 드라마로 찾아온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프랑스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프랑스 시청률 1위 작품으로 시즌 4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작품은 매회 실제 유명 배우인 줄리엣 비노쉬, 모니카 벨루치 등이 극 중 배우로 등장하여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snl 코리아 시즌 4>와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백승룡 피디와 <회사 가기 싫어>의 박소영 작가 등이 함께 리메이크했다. 

 

 

조여정, 이희준, 진선규가 '고객'
메쏘드 엔터를 이끌던 황태자의 발인 날, 그의 무덤 앞에서 그가 일찌기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진선규가 추모사를 한다. 여전히 대표를 '형'이라 부르며 눈물짓는 진선규, 그런 그에게 맞은 편의 이희준이 '분위기 이렇게 만들고 어쩔 거야'라며 일갈한다. 그러자 진선규 배우는 고인이 즐겨부르던 노래로 추도사를 마무리하겠다며 노래를 시작한다.

마이크를 들고 눈물 머금은 목소리로 진심을 다하는 진선규의 열창, 그런데 진선규의 노래 한 소절이 끝나자 이희준이 나선다. 진선규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뺏으려 하고, 진선규는 뺏기지 않으려 하고,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이 마이크를 뺏고 뺏기며 노래를 이어가고, 결국 클라이막스에서 절묘한 이중창의 화음을 만들어 낸다. 그러다 부등켜 안는 두 사람,  배우로써 데뷔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을 몰아갔던 애증의 시간이 풀어지는 순간이다. 

진선규, 이희준,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그들의 연기가 보장되는 두 배우가, 이렇게 아웅다웅하며 이중창을 불러제끼는 이 장면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배우의 수상 소감에서도 등장했던 '코를 높였어야 했어'라는 진선규 배우의 이야기가 에드립인지, 대사인지 모르게 등장하는 이희준 배우와의 애증의 해프닝,  그리고 그 해프닝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오래전 대학로에서 했던 사자 분장으로 등장한 두 배우의 '살신성인'의 카메오를 넘어선 '열연'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이 연기 잘하는 두 배우와 매니저로 등장한 서현우, 곽선영이 어우러진 한바탕 난장의 현장, 모처럼 배우들의 펄떡거리는 연기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드라마는 엔터업계 1세대 매니저인 왕태자가 이끄는 메쏘드 엔터를 배경으로 이곳을 직장으로 삼은 연예인 매니저들과 그들의 '생업 전선'인 메쏘드 엔터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내용으로 한다. 프랑스 원작에서도 그랬듯이, 첫 화 우아한 한복 차림의 조여정이 그녀의 이름 그대로  김중돈 매니저(서현우 분)의 '고객'으로 등장한다. 

이제는 20대가 아닌 여정,  그래서 그녀와 작품을 하기로 했던 '타란티노 감독'은 그녀와 하기로 했던 영화에서 20대 회상 씬을 그녀가 소화하기 힘들겠다는 이유로 진캐스팅을 취소하려 한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김중돈, 배우와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지만 차마 그녀에게 나이가 많아서 캐스팅에서 '물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전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현실에서도 이제는 젊지 않은 조여정이란 배우가 그녀가 배우로서 가진 핸디캡을 그대로 극중 캐릭터로 이입한 1화, 저절로 보는 이들이 극중 매니저 김중돈의 마음이 되고 만다. 중돈이를 찾아다니는 여정, 그런 여정에게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도망다니는 중돈, 눈치없는 신참 소현주(주현영 분)으로 인해 사실을 알게 된 여정은 중돈을 찾아내 자신을 믿지 않는 중돈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수습에 나선 마태오(이서진 분)는 타란티노 감독의 서울 로케에서의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여정의 캐스팅을 살려낸다. 그리고 여정에게도 20대의 캐릭터를 위해 '시술'을 강권하는데, 캐릭터를 위해 시술을 하려는 여정과 그런 여정이 안쓰러운 중돈의 동행, 결국 드라마는 두 사람의 신뢰와 의리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결말을 맺는다. 

여전히 스타인 조여정이 목제 말에 올라타서 말타기를 배운다는 웃픈 현장, 그리고 선그라스로 가린 채 성형외과 대기실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 배우의 현실적 모습과 극중 캐릭터를 오가는 이 날 것과 가공의 경계선에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묘미가 생겨난다. 

이희준과 진선규 역시 마찬가지다. 연기파인 두 사람이 해묵은 애증으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황태자의 장례식장에서 두 사람의 오랜 속내를 다 내뱉으며 육박전에 돌입하는 해프닝은 이 드라마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배우가 자신의 이름으로 실제와 가공의 캐릭터 사이를 오가며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극중 매니저로 등장하는 서현우, 곽선영, 이서진이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진 매니저로 등장하여 이들의 연기를 유연하게 받쳐준다.

스타라는 존재,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도록 뒤에서 고군분투하는 매니저들, 그들의 직장 매쏘드 엔터, 이런 '밥벌이'의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욕망과 열정이 생생하게 맞부딪치며 그들이 불협화음이 한 편의 진솔한 화음으로 보는 이들에게 전달된다. 프랑스에서 시청률 1위를 했던 원작답게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스토리에 날개를 달아준 건 줄리엣 비노쉬, 모니카 벨루치가 부럽지 않을 까메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진솔한 연기를 보여준 조여정, 이희준, 진선규의 열연이다. 그리고 그 못지 않은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이서진, 곽선영, 서형우의 발군의 연기가 정의와 불의가 아니면 드라마가 안되는 듯한 요즘 드라마계에서 모처럼 진솔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드라마볼 재미를 찾아준다. 그래서 궁금해 진다. 다음엔 또 누가 나올까? 또 어떤 배우의 진솔한 모습과 캐릭터의 이중주가 흥미롭게 펼쳐질까. 

by meditator 2022. 11. 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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