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10회 시청률은 5.4%(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그 전회 4%대로 내려앉았던 시청률이 회복을 한 것이다. 하지만, 평균 5%대를 오르내리는 시청률,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결국 실패(?)한 드라마가 된 것일까? 시청률, 즉 대중들이 원하는 재미만을 놓고 보면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성공적이지 않은 드라마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그렇다면 과연 성공적인 드라마란 무엇일까 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라마가 추구해야 하는 재미란 무엇인가란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시청률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프로그램들은 수목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예뻤다>와 같은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이다. 그게 아니면 '막장'이라도 좋으니 사건의 전개와 선악의 대비와 권선징악의 코드가 분명한 주말, 아침, 거기에 이제는 저녁 시간 드라마들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조명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나, 다큐 프로그램들은 절대 시청률표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시청률이 높지 않아서 좋은 드라마, 혹은 성공하지 못한 드라마라면,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봐야하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라면, 결국 우리 tv에서 저런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나, 다큐들의 설 자리는 없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의 존재론에 대한 질문은 그렇게 사람들이 보기 편한 것, 즐기는 것과, 다수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이야기의 존재론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시사 고발이나, 다큐와 드라마 라는 장르의 다름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하게 소비하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공기(公器)'로서의 방송의 존재론까지 그 질문은 이어진다. 



불가지론(不可知論)의 아치아라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이 10회를 마쳤다. 16부작의 장정 중 반을 넘어 온 셈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점점 오리무중이다. 아니, 김혜진의 죽음으로 시작된, 아니 김혜진으로 추정된 백골의 출현으로 시작된 마을 내 사건은 오히려 회를 거듭할 수록 김혜진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용의자로 만들어 간다. 내연 관계로 시작된 사건은 불법 입양으로, 이제 '더러운 피'가 연상케하는 마을 내 유전병의 돌림으로 파문을 확산시켜 간다. 

서창권(정성모 분) 회장과 내연 관계로 추정된 김혜진, 그녀와 머리 끄댕이를 붙잡고 육박전까지 벌인 서창권의 아내 윤지숙(신은경 분)으로 인해 최초의 사건은 이 삼각 관계의 관련자인 서창권과 윤지숙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제 10를 마친 <마을>에서 그 용의선상의 인물을 동심원처럼 퍼져간다. 굳이 천도제를 지내며 젊은 영을 위로하는 서창권의 모 옥여사(김용림 분)의 눈빛도 의미심장하고, 그런가 하면 김혜진을 도와주는가 싶은데, 그녀를 이용해 어떻게든 마을을 떠날 한 밑천을 잡는데 혈안이 된 윤지숙의 동생 강주희(장소연 분)는 도무지 정체를 알 길이 없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건의 실체를 알고 싶다는 서기현(온주완 분)도 석연치 않고, 이제 서창권 뒤의 실세 노회장 등 새로운 배후 인물까지 등장할 참이다.  오히려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연일 발생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김혜진 실종 사건에 저만치 밀려버릴 정도다. 심지어 사건을 애써 수사하려는 박우재(육성재 분)와 한경사(김민재 분)까지 한번쯤은 의심하게 된다. 아니 왜 소윤은 그렇게 애써 언니를, 언니의 실종을 캐어내려고 할까?

웬만한 시리즈를 꿰어 놓을 수 있는 연쇄 살인 사건조차 시시하게 만들어 버린 김혜진 실종 사건이 이토록 회를 거듭할 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만드는, 거기에 마을의 관련 인물들을 모두 용의 선상에 올리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그 누구도 쉽게 선악의 잣대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쉽게 그 누구도 '선'이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10회, 소윤(문근영 분)은 늦은 밤 자신을 찾아와 미술쌤 남건우(박은석 분)의 추행을 호소한 가영(이열음 분)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 신고를 한다. 하지만 신고 과정에서 득의양양한 가영의 태도를 수상히 여긴 소윤이 가영의 핸드폰을 빼앗아 그 내용을 보고, 자신이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다. 남건우에게 사랑을 호소하다, 그와 강주희의 관계를 알고 난 후 배신감에 사로잡힌 가영이, 자신의 허벅지 상처를 확인하려 했던 남건우의 행동을 빌미로 삼아, 그를 추행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이런 식이다. 소윤은 선의로 시작했지만, 그녀의 선의는 가영에 의해 이용당하고 만다. 이런 가영-소윤의 관계는 마을 내 일어났던 사건의 전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 누구의 행동도 곱게 보아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실험적이기까지한 <마을>의 시도 
10회에 이르러 이제야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엄마 살려줘!', 김혜진은 유전병인 파브리 병을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혈육을 찾기 위해 이 마을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출생은 그녀가 엄마로 추정하고 만난 뱅이 아지매 윤지숙의 생모를 통해 들려주듯이, 원치 않는 것이었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 그 누구도 그녀의 귀환을 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그 원치 않는 출생과 김혜진의 파브리 병, 그리고 그 병을 가진 것으로 추측되는 가영 등으로 인해 마을 내에는 원치 않는 출생이 더 있음이 그리고 그 원치 않는 출생에 관련된 사람이 서창권만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마을은 김혜진의 출생과 관련된 부도덕한 사건을 통해, 그리고 그 부도덕한 사건을 마을 이라는 공동 사회가 덮으며 어린 아이들을 희생시킨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공동체 사회의 부도덕을 드러낸다. 즉, 우리 사회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가족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다가가 그 허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남보기에 그럴 듯한 아름다운 마을, 오래도록 공동체의 정을 나누던 곳, 하지만 그 허명을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거기엔, 그걸 유지하기 위해 부도덕한 잡음들을 싹부터 자르고마는 잔인한 전설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잔인한 전설을 덮으며 생존한 마을은, 이제 '관광 특구'가 되고, '카지노'를 만들어 오랫동안 부귀 영화를 누리고자 한다. 이렇게 보면 결국 아치아라는 강원도 어느 골짜기에 있는 이름모을 마을이 아니라, 근현대의 얼룩진 역사를 성장과 성취로 덮으려는 대한민국의 왜곡된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10회에 이르러서도 오리무중인 드라마는 재미가 없을 지는 몰라도, 불편할 지는 몰라도, 말도 되지 않는 '막장'은 아니다. 오히려 모르면 모를 수록, 사건이 확산되어가면 되어갈 수록, 인간의 얼굴을 하고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인면수심의 민낯을 철저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 불가지론의 묘미는 오묘하고 깊다. 그런 면에서 <마을>의 시도는 실험적이기 까지 하다. 선보다는 보통 사람의 얼굴을 하는, 가족의 이름으로 저지른 악의 얼굴을 샅샅이 드러내고, 한 회 한 회 시청률에 일희일비해서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드라마들과 다른 호흡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따지고 보면 이른바 '막장' 드라마 속 가족의 맨 얼굴이, <마을>과 무에 그리 다를게 있을까? 단지 미사여구의 차이일뿐. 그런 면에서 <마을>은 모처럼 짙은 화장을 지운 우리네 삶의 민낯이다. 

by meditator 2015. 11. 6.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