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홀로 사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시대다. 1990년 9%였던 1인 가구가, 불과 20여년 사이 2010년 23.9%로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불과 10년 후 30%를 육박할 예정이다. 

홀로 사는 사람, 싱글족, 혹은 1인 가구로 지칭되는 경향은, 사회적 변화의 결과물이다. 그 중 30대 이하 청년층의 경우엔 비혼자의 증가(30.1%), 고용불안 경제 여건 악화(26.5%)라는 사회적 현상의 결과물이요, 노년층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 가치의 약화(31.4%)나 개인주의 심화(26.7%)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가족 가치의 약화나 개인주의 심화는 젊은 층의 1인 가구에도 역시나 영향을 준다. 

이렇게 사회의 변화, 그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 하지만 사회적 문제로서 '싱글족'에 대한 근심은 '다큐'의 몫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싱글'들은  혼자 뛰어다녀도 될 만큼 넓은 공간, 그 공간을 가득 채운 멋들어진 가구이거나, 고시촌의 비좁은 방이라는 극과 극의 대비로만 등장할 뿐이다. 그런데, 최근 등장하고 있는 '에듀테인먼트 형' 예능 <젠틀맨 리그>가  싱글'이 대세가 된 세상을 배워보고자 한다. '다큐'아 아닌 방식으로 읽어 본 '트렌드'는 어떨까?



대세가 된 '싱글 라이프'
'핫한'사회적 현안을 사회, 경제, 역사 각 분야의 '젠틀맨'들과 함께 풀어보는 본격 지식 과부하쇼 <젠틀맨리그>는 전형적인 성인들을 위한 에듀테인먼트다. 신문 한 장 제대로 볼 일이 없는 요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주제를 선정하여 그에 대해 심도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제이다. 그에 걸맞게, 그간 이 프로그램은 '전세 대란', "메이드 인 촤이나', '나 홀로 족'등 가장 현실에 와닿는 주제를 선정한다. 

하지만, 가장 민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주제를 접근하는 <젠틀맨리그>의 접근 방식은 생각 외로 포괄적이다. 매주 그 주의 주제에 걸맞는 키워드, 'g워드'를 통해 주제에 접근해 가는 이 지식 과부하 에튜테인먼트의 시야는 넓다. 

첫 회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을 가장 현실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전세 대란', 하지만 <젠틀맨 리그>를 통해 본 세상은, 어느새, 아니 이미 조선시대 부터, 오늘날 전세계에 이르러서까지 '월세 시대'였다. 심지어, eu 평균 주거 비용이 30%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면,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진정한 세계인'이 되어가는 중인 듯하다. 2회의 메이드인 차이나가 훑어가는 세상도 넓다. 전세계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대세가 된 중국에서 부터, 하지만 어느새 섣부르게 끝물을 점쳐보는 중국 천하의 미래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의 해부는 생각외로 예리하고 심도깊다. 
그런 면에서 3회의 싱글족 역시 마찬가지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싱글족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저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즉, <젠틀맨리그>를 통해 본 '싱글족'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결혼은 사치품이 되어간다. 남자들의 소득과 결혼율은 비례하며,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계층일 수록, 싱글족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오늘날 '싱글족'의 증가가, 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소득 격차와 직접적 연관이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게 <젠틀맨 리그>는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 체제가 되어가는 지금, 그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늘어나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현상 중 하나가 '싱글족'의 증가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낸다. 소리 높에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를 지적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몇 가지 g워드의 현학적 분석만으로 결혼과 삶의 형태마저 규정하여 버리는 '자본주의' 체제를 실감케 한다. 물론, 그 마저도 조선 시대에도 여전했던 '싱글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언제나 가지지 못한 삶은 일생의 파트너를 구하는 그 기본적인 일에서조차 '궁여지책'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전세 대란', '메이드 인 촤이나', '싱글족', 등 가장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젠틀맨 리그>는 섣부르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그 문제에 대한 시야를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넓히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재미'도 발생하고, '통찰'할 수 있는 눈을 키워준다. 굳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결혼'을 사치품이라 정의내린 미국 언론의 기사를 보면, 상대적 빈곤율과 역비례하는 결혼율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버거움을 지레 짚어볼 수 있다. 

'신문'을 더 이상 보지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 전통의 신문사들이 '종편'이란 수단을 통해 날마다 '독설'을 뿜어내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포털'에 편집된 단편적인 정보나, 페북을 통해 회자되는 지식만을 습득한다. 오죽하면, 한때 진보 정치의 화두를 선점했던 진중권, 노회찬, 유시민이 한 진보 정당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제대로 된 '여론'과 '지식'의 전파에 나섰을까. '넘쳐나는 삿된 정보와 지식의 세상에서 제대로 된 '정보' 지식'이 절실한 요즘이다. 그런 면에서, <전틀맨리그>가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에듀테인먼트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예능의 긴급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1%도 요원한 시청률이지만, 부디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속깊은 지식을 잘 전달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생존하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8. 14.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