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2를 보다보면 바둑을 처음 배운 초년생이 떠오른다. 바둑을 배운지 얼마돼지 않은 사람은 자기 보다 수가 높은 사람을 상대로 하여 바둑판 여기저기에 바둑알을 몇 점 놓고 시작한다. 그런데, 아직 바둑을 많이 두지 않은 초짜는 자기가 놓은 그 몇 점에 연연하다, 정작 집중하여 집을 키우지 못한 채 패배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이리스2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이리스2의 주인공은 정유건과 지수연이지만, 6회까지 온 <아이리스2>는 지수연의 고군분투에, nss내 배반자며, 백산의 과거며, 다시 돌아올 유중원과 김연화에, 이제 정유건의 일본 생활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나란히 나란히 열을 지어 서있다.

 

극적인 상황조차도 덤덤하게 만드는 전개

만약에 <아이리스2>가 정유건과 지수연의 피치못할 이별에 집중을 하고자 했다면, 지수연의 몸을 사리지 않는, 결국은 사라진 정유건을 찾고자 하는, 아이리스 추적 활동에 대비하여, 정유건의 느긋한 일본 생활을 배치해야 했을 것이다.

반면에, 이제는 거의 밝혀진 정유건과 백산 부자의 비극적 삶을 조명하고자 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백산으로 거듭나는 젊은 시절의 백산과, 기억을 잃고 아이리스의 암살자로 활동하는 정유건을 대비시켜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리스2>는 이 모든 사연들을 그저 병렬식으로 배치하여, 감동도 저하시키고, 개연성도 반감시키는 악수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아직도, 이 드라마를 무엇을 중심으로 끌고 갈 것인지, 제작진 측에서 확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아이리스2>란 드라마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 결정내리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6회까지 온 지금까지도, 심지어 백산과 정유건이 부자 사이라는 복선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사라진 정유건이 아이리스의 암살자로 거듭난 충격적 상황도 그저 '그랬구나' 하며 덤덤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제 아무리 멜로가 장기라고 해도

또 하나 사실은 극적인 이야기를 긴장감없이 바라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전반적으로 늘어지는 스토리 전개이다. 5회와 6회를 거쳐서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주인공이 죽었을 지도 모르다는 것과, 그 주인공의 숨겨진 가족 관계가 서서히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6회 초반 상당 부분이 지수연의 상처와 고통을 설명하는데 할애하다보니, 드라마 전체가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 늘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그 사이사이에 끼어든 nss의 배반자 색출 작전이나, 사제 폭탄 조직 제거가까지도 그녀의 감정선을 돕기 위한 보조 수단인 것처럼 배치된다. 마치 <아이리스2>가 멜로 드라마인 것처럼. 이 드라마의 연출자 표민수 피디가 지금까지 주로 멜로 드라마 연출을 많이 해왔던 것이 드러나기라도 하듯, 드라마에서 멜로적 내용이 나오면 필요 이상으로 집중하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정유건과 지수연의 회상씬에, 백산의 회상씬까지, 매회 반복되다 보니, 더욱 늘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매번 액션씬이 나오고, 총격씬이 나오지만, <아이리스2>의 정체성은 점차 모호해져 보인다. 물론 첩보 드라마라 하더라도, 그 드라마를 이끄는 인물들간의 감정선의 전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감정선이 전체적인 드라마가 끌고가는 극적인 긴장감을 해치는 선이 되어서는 드라마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제 아무리 표민수 피디가 잘 하는 것이 멜로라 하더라도, <아이리스2>라는 첩보 드라마로 모험을 시도했다면 모험의 행로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어설픈 까메오나 아이돌의 연기 연습은 그만!

마지막으로, 아직 정착되지 않은 <아이리스2>에서 더욱 이 드라마를 어설프게 만드는 배역들이 있다. 6회 뜬금없이 개그콘서트의 김기열이 까메오로 등장했다. 안그래도 드라마가 자기 분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끼어든 개그 콘서트 분위기라니! 까메오도 때와 장소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드라마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은 아이돌 군단이다. 비스트의 윤두준은 이제 거의 지수연를 놓고 정유건과 삼각 관계라도 꾸릴 분위기로 매번 눈빛을 발사하는데, 정작 입만 열면 분위기를 깨는 그 대사 처리는 어쩔 것이며, 가끔씩 등장해서 자기가 여기 왜 있는 모르겠다며 투덜대는 요원 역의 이준은 정말 거기 왜 있는지 모르겠는 연기를 하고 있다. 안그래도, 세번 째나 조우하는 남녀 주인공조차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연인들이라기엔 어딘가 어색한데, 조연들의 연기는 '나 연기해요' 수준이니, 거기에 익숙해지기 까지 기다리기엔 아이리스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by meditator 2013. 3. 1.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