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무난하게 1%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고정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크라임씬>, 본격 롤플레잉 추리 게임인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 하나는 매회 등장하는 게스트와, 기존 출연자들이 빚어내는 롤 플레잉의 묘미이다. 김지훈처럼 다른 어느 프로그램에서보다도, 그의 예능적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게스트가 등장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롤플레잉 추리 과정이 활기가 넘치고, 짜고치는 고스톱같은 기존 출연자들의 연기도 생기가 돈다. 그러던 <크라임씬>에 드디어 진짜가 나타났다. 이미 출연 전부터, 출연하기로 했다는 소식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전 경찰대학 교수, 현직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출연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단지 화제성만이 아니라, 아마츄어들의 추리게임이었던 <크라임씬>에 등장한 표창원은 '추리'의 정석을 보여주며, 여타 출연자들을 '오합지졸'로 만들며, '군계일학'의 묘미를 한껏 자아냈다. 




표창원이 보여주는 프로파일링이란 이런 것이다.
공인 프로파일러 표창원을 맞이하는 <크라임씬>의 자세는 '살신성인'이다. 윤현준 크라임씬 담당 피디는 직접 살인을 당하고, 출연자들은 각자 현재의 자신을 연기한다. 장진은 천재 영화감독을, 박지윤은 mc계의 여왕, 홍진호는 원조 뇌섹남, 방송인을, 하니는 잘 나가는 아이돌 exid의 멤버, 장동민은 최정상급 개그맨을 연기한다. 이들은 <크라임씬>의 출연자로 각자 피디와 개인적 인연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관계로 등장한다. 

실제 자신들의 존재를 연기하며, 그들의 위치에서 방송가에서 있을 법한 각종 사연들을 등장시키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묘하게 비틀기를 하며 이미 사건 자체에서 '유머'와 '상상'을 배태시킨다. 오랜 지기였던 장진과 윤현준이 과거 학창 시절 같은 동아리 멤버였으며 그 당시 장진이 감독하던 영화에서 한 여학생이 장진의 과실치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그렇게 홍진호는 영원한 2인자로 임용한(?)을 소환하고, 다른 회차에스 '해프닝'을 빚었던 하니와 연인이 된다. 그런가 하면 개그맨 장동민과 박지윤은 치정과 금전으로 피디와 얽힌다. 아이돌의 노예 계약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방송가에서 있을 법한 각종 잡음으로 담당 피디와 얽힌 출연자이자, 용의자가 된 다섯 명, 그들 중 범인을 밝히기 위해 표창원 프로파일러가 출연한다. 그는 젠틀한 의상처럼, 방송 중 단 한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과격한 몸놀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등장만으로도 출연자들은 절로 '오금이 저리는 듯' 구석으로 몰린다.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그의 앞에서 고개가 조아려지며 두 손을 앞으로 모은다. 박지윤의 말처럼, 그의 입가에는 언제나 미소가 지어져 있고, 목소리는 나긋나긋하지만, 막상 그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저절로 고개가 돌려지듯, 혐의자이자 출연자인 다섯 명은 모두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식이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로서 표창원의 면모는 그의 '카리스마'만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가 그렇듯, 닭들이 모이를 쪼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수선하게 혐의자이자, 추리 당사자인 출연자들이 범죄의 실마리를 찾아 다니는 반면, 표창원은 '범죄의 정석'을 보여준다. 

1차 범인 선정 과정에서 여타 출연자들이 자신들이 발견한 추측성 이유를 들어 여러 사람들 범인으로 추측할 때, 오히려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가장 본연에 충실한다. 즉, 여타 증거가 등장하지 않는 한에서 그 자리에 가장 최후에 등장했던 하니를 범인으로 추측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추측이 예단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사실에 근거한 범죄 추리의 시작인 것이다. 

그렇게 그 자리에 마지막 등장했던 하니에서 시작한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다른 출연자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피디의 목에 남겨진 목졸린 자국을 근거로, 출연자들을 '유도 심문'으로 이끄는가 하면, <크라임씬>의 묘미답게 하나 둘씩 양파 껍질처럼 속속 벗겨지며 드러나는 혐의자들의 숨겨진 사연에 흔들리지 않고 사건 수사를 향해 매진한다. 즉, 장동민이 피디를 만나 목을 졸랐던 사실을 자백받아내지만, 그런 그의 살인 충동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커피잔의 약물 투여와 목의 자상으로 인한 살해로 이어질 수 없다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낸다.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관계와 악연으로 범벅된 피디와 출연자들의 관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될만한 범죄 수단을 찾는데 고심한다. 누구나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은 있지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한 사람이요, 그는 증거를 통해 자신이 살인범임을 말한다는 프로파일러로서의 정석에 충실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표창원 프로파일러의 정석에 가까운 범죄 수사가, 그간 각자 자신의 '뇌섹'지수를 뽐내기에 급급했던, 그래서 때론 예리하고, 그래서 종종 어수선했던 <크라임씬>에서, 제대로 '추리'를 따라가는 묘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간 출연자들이 각자 뽐내는 '추리'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막상 그것이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시청자들의 머리를 흐트러 뜨려 결국 누가 범인인가 보자고 포기하게 만들던 것과 달리, 표창원 프로파일러의 추리 방식은, 사건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본격 추리의 묘미를 맛보게 한다. 그리고 이런 추리의 묘미에 보답하듯, <크라임씬 시즌2>는 지난 주보다 0.354% 상승한 1.678%(닐슨 코리아)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by meditator 2015. 6. 18.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