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스스로 주장하지 못하고, 자유는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며, 민주주의는 스스로 성공하지 못한다'

이는 최근 극우주의가 기승하고 있는 독일 현실에 대한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경고성 발언이다. 이와 함께 메르켈 총리는 '독재자가 독일 사회의 다양성을 쓸어버리는데 고작 6개월이 걸렸다. 나치의 부상과 함께 한 엘리트 들과 이를 묵인한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번 독일인들의 각오를 촉구했다.

 

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유럽 쪽 작품을 읽다보면 아동성애자 등 같은 이상 성범죄에 대한 것을 다룬 소설들이 제법 많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런데 아동성애자이건 혹은 그렇지 않은 여타 성범죄이건, 그 범죄 심리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이른바, '남성 우월주의' 혹은 '가부장주의'적 사고방식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가부장중의'적 사고방식에 의존해 자신의 파시즘적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산시킨 것이 바로 위에서 메르켈이 경종을 울리고 있는 '나치즘'이다.

 

스티그 라르손

 

스티그 라르손은 바로 그런 유럽 사회의 '인권'과 '자유'와 '민주주의'를 해치는 극우 세력에 대항한 언론사의 기자로 평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쓴 '밀레니엄 3부작'은 흥미진진한 스릴러물임과 동시에, 스티그 라르손이 싸워왔던 그 극우주의 세력의 그물과도 같은 실체를 낱낱이 폭로한 작품이기도 하다.

 

밀레니엄 1부가, 스웨덴의 전통적인 기업 가문인 방예르 가문의 추악한 과거를 역추적해 감으로써 아동성애자 혹은 이상성애자의 근원이 나찌즘 혹은 극단적 극우파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혔다면,

밀레니엄 2부를 통해, 2차 대전이 종전된지가 한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시즘 세력들의 잔재가 민주주의 국가로 스며들어 국가적 비호를 받으며 그 사회적 악의 근원으로 성장되는 과정을 폭로했다.

1부와 2부가 잡지 [밀레니엄]의 열혈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2부의 '주구' 샬라와 묵은 해원을 가진 가족의 일원이자, 천재 해커인 리스베트의 눈부신 활약을 통해 거대한 음모를 밝혀가는 과정이었다면, 그에 반해 3부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은, 지금까지 스웨덴 사회에 암약해 왔던 전근대적 악의 세력을 민주주의적 세력이 힘을 모아 소탕하며 정리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기에 3부를 읽다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미카엘의 러브 모드나 마지막 오빠와의 조우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의 활약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리스베트는 2부 마지막 아버지와의 일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3부 중반까지 침상 신세를 지는 신세였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 두 사람의 활약과 달리, 국가 기관 속의 또 다른 권력으로 행세하며 지나간 자신들의 과오를 덮거나 확대하기 위해 활동하는 극우적 세력들과, 그들에 맞서 스웨덴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뭉치는 검, 경, 안보기구의 연합 작전이야말로 바로 밀레니엄 3부의 대미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흔히 국가 기관의 일원이 되면 당연히 가지게 되는 보수적 혹은 자기 안위적 사고 방식이, 스웨덴이라는 국가에서는 그들이 이뤄낸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정의로움으로 발현되는 '신기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웨덴 역시 그들의 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때로는 보수적 정당이 정권을 잡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스웨덴이라는 국가를 이루는 정체성을 만드는 그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사민주의' 정신이 정부의 관료들을 통해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묘한 쾌감과 부러움을 낳는다.

 

결국 이는 한 사회의 건강함 혹은 민주주의 라는 것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길고 지난한 투쟁과 더불어, 그 사회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이 일개 잡지사 기자이건, 고위 공무원이건, 거기에 대한 확고한 자기 신념이 체화되어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과정이었다.

 

겨우, '소설 나부랭이' 였지만, 매력적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를 통해, 스웨덴 인권과 자유와 민주주의 사수를 향한 길고 지난한 투쟁서를 일독한 듯한 보람을 준 책이었다

by meditator 2013. 2. 7.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