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가 돌아왔다. 이번 연작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등장한 것은 4부작 <시리우스>이다.

사시 출신의 마약반 수사 과장이 된 동생과 살인 전과자 출신의 쌍둥이 형제가 묵은 해원을 풀어내지도 못한 채 마약 거래를 둘러싼 음모 속에 얽혀들면서 풀어내는 스토리이다. 밤 하늘의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알고 보면 그 속에 숨겨진 그림자 쌍둥이 별을 지니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스토리 텔링의 상징으로 끌어들이며 깔끔하게 4회 만에 두 형제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가족애를 가슴 찡하게 풀어냈다. 길지도 않는 회차였지만 여느 미니 시리즈에 버금가는 감동을 주는데 성공한 돌아온 드라마 스페셜의 첫 연작 시리즈이다.

 

시리우스

 

우리가 흔히 4부작 드라마를 조우할 수 있는 것은 주중 미니시리즈 한 꼭지가 끝나고 다음 드라마가 준비가 덜 됐거나, 혹은 경쟁작 드라마와의 방영일을 맞추기 위해 들어가는 경우이다.

지난 해 mbc에서 방영된 <못난이 송편>의 경우, <아랑사또전>과 <보고싶다> 사이에 편성을 받았었고, <보통의 연애> 역시 <난폭한 로맨스>와 <적도의 남자> 사이에 등장했었다. 물론 <보통의 연애>의 경우,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라는 명분을 붙이고 들어갔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땜방'이라기엔 아까운 드라마였다 정도였다.

외국의 경우, <셜록>이 단 3부작에 불과함에도 전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며 매년 한 시즌씩을 제작하며 명작 드라마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유수의 외국 드라마들을 보면 다종다양한 길이에 드라마들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4부작 이하의 드라마들은 주중으로 오면 땜방 신세에 다짜고짜 시청률은 곤두박질치는 신세가 된다. 그러기에, 드라마 스페셜의 자리는 드라마의 길이가 어떻든 그 드라마가 본래의 가치를 인정받고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명당이라 하겠다.

 

 

시리우스 4부작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의 경우 주중 미니시리즈는 16부작을 넘어 20부작, 24부작 등으로 넘어가는 추세에, 사극은 36부작, 심지어 50부작을 넘나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런 드라마의 길이가 길어지는 경향이 작품의 완결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공공연하게 사극 등 대작 드라마는 이미 만들어진 세트의 활용도 등 길면 길수록 순익이 늘어난다는 속설이 진담이 되어가고 있고, 미니 시리즈 분량을 연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미니 시리즈 역시 20부작이 되어가고 있는 것 역시 수출 단가 등과 관련된 제작비와 관련된 경제 논리에 지배되는 경향에서 기인한다는게 중론이다.

여기서 문제는, 스토리 상의 완결성이 아니라, 경제 논리에 의해 드라마가 만들어지다 보니, 중반 이후 눈에 띄게 스토리가 이른바 '산을 타'면서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종영한 '보고싶다'의 경우, 12회 정도 두 주인공이었던 한정우와 이수연의 스토리를 완성해 버리고는, 무리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 악역이었던 해리에게 공을 들였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이른바 '개연성있는 악역'이라는 미명 하에 악역의 악행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 이것은 스토리 텔링의 발전이 아니라, 경제 논리에 의해 드라마를 끌어가자니, 두 주인공으론 풀어낼 이야기가 없거나, 호흡이 딸리고, 그러다 보니 보다 긴 20부 작의 호흡을 위해 이른바 악역의 비중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 자주 도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눈 앞의 이익을 따르다 결국은 스토리의 완결성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해치는 꼴이 되고, 당장이야, 한류를 등에 업고 한국 드라마가 잘 나간다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조차도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장금' 이후 그만큼 폭발적인 결과물을 가진 드라마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스페셜]의 다양한 시리즈가 행하는 실험들은 우리 드라마계를 그나마 무너지지 않게 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형식적면에서 이미 젊은 층에서 매니아적 인기를 누렸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8부작 드라마라든가,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노철기 시리즈' 라든가, <시리우스>와 4부작으로 완결성을 가진 단편 드라마의 실험까지, 내용적으로역시 스릴러, 코믹, 호러 등 전 분야를 넘나드는 역동적 내용으로, 주중, 혹은 주말 드라마에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시도들이 한계에 봉착한 우리 드라마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또 다른 계기가 되리라 본다. 제작비 대비, 혹은 시청률 대비 그저 손가락 꼽아서 댈 수 있는 눈 앞의 사실들 만으로는 [드라마 스페셜]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말이다.

 

 

 

Daum view
by meditator 2013. 1. 28. 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