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방영된 <인간의 조건>, 여섯 남자 멤버의 마지막 방송이 되었다. 

마지막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김준현은 말한다. 처음엔 미션이 주어지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당황했었는데, 어느 지점을 경과하면서, 어떤 미션이 주어지더라도, 오늘 하루 요렇게 요렇게 보내면 되겠다는 깜냥이 생겼었다고. 그런 김준현의 말에 정태호가 덧붙인다. 그래서 우리가 그만하게 되는거야! 라고. 

여섯 멤버들이 회고한 시간처럼 파일럿 방송으로 '핸드폰, 컴퓨터, 텔레비젼 없이 살기' 이래, 화제가 되었던 '원산지 음식만 먹고 살기', '쓰레기 없이 살기' 이래, 마지막 '최소한의 물건으로만 살기' 까지  인간의 조건, 문명 사회에서 보다 나은 인간적 삶을 지향하며 여섯 남자들이 한 집에 모여 살며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하여 왔다. 

하지만, 깜짝 미션의 등장, 그 미션으로 인한 멤버들의 '멘붕', 그리고 혼돈 속에서 미션을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메뉴얼의 형식을 답습하다, 그것의 한계를 게스트로 넘어 보려고 했으나, 그 조차도 여의치 않자 결국 기존의 멤버를 1기로 치며, 멤버 교체의 단호한 결정에 이르게 되었다. 언제인가 부터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그 어떤 미션을 해도, 함께 모여 밥먹고 놀다 잠들고, 뒹굴거리는 것이 화면을 채워가곤 했으니까.

멤버 본인들은 말하기 부끄러워 했지만, 작년 연말 시상식에서 '실험 정신상'을 받을 만큼 <인간의 조건>이라는 포맷이 가진 예능으로서의 건강성이나, 독창성은 독보적이다. 하지만 결국 멤버 교체라는 강수를 두게 될 만큼 프로그램은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무엇때문일까?


무엇보다, 인간다운 미션이라는 범주의 한계가 있겠다. 핸드폰, 텔레비젼, 컴퓨터 없이 살기, 쓰레기 없이 살기라는 강수를 넘어설 화제를 불러 일으킬 미션이 더 이상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종종 멤버들이 새로운 미션에 대비하여 스스로 추측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던, 집없이 살기 등의 미션은 아직 해보지도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찾아보면 얼마든지 인간다운 삶을 고민해볼 미션의 여지는 남아있다라는 생각은 든다. 

물론 <인간의 조건>이 가지는 프로그램적 특성이 크기는 하지만, 매년 '무도 가요제'등을다른 버전으로 활용하는 <무한도전>이나, 똑같이 여행가고, 놀이하는 방송이지만, 몇년 째 계속되고 있는 <1박2일> 앞에서 미션의 한계를 운운하는 건, 어쩌면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그보다는 이젠 어떤 미션을 해도 새롭지 않는 그 진부해진 방송 내용의 한계가 아닐까.

그렇다면 앞서 지적했듯이, 이제는 어떤 미션을 들이대도 능수능란하게(?) 해치워버리게 된 멤버들의 문제일까? 아마도 제작진이 생각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여기에 방점이 찍히는 듯 하다. 

하지만 오히려 익숙해진 멤버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제작진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 더구나, 같은 멤버 김준호가 <인간의 조건>에 비해, 새로 시작한 <1박2일>에서 훨씬 활약이 큰 것을 보면, 누가 하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케이블 방송 <삼촌 로망스>의 양상국도, <인간의 조건> 양상국보다 훨씬 활기가 넘친다. 박성호, 김준호, 김준현, 정태호, 양상국, 허경환까지, 각자 많은 가능성을 가진 우수한 멤버들을 데리고, 파일럿 방송을 했던 나영석 피디이상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 오늘날 <인간의 조건> 멤버 교체의 가장 결정적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여성판 <인간의 조건>이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서, 신선한 인물들의 공급으로 지금의 지지부진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생각한 듯 한데, 그것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크다. 단 2회만 한 여성 멤버들의 신선함이라는 것이, 그저 이벤트 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기존의 남자 멤버들이 존속하는 한에서, 가끔 먹는 특식으로서의 신선함이었다는 것이다. 남자 멤버들의 초반 화제성 지속 기간만큼 그들이 화제성을 유지해 줄지 벌써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구나 29일 방송에서 정태호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조건>을 하면서 남은 것이 미션을 통한 인간다운 삶보다는 마치 친형제와도 같은 멤버 상호간의 관계라는 정의처럼, 그간 이들 멤버에 대한 정으로 본방 사수를 했던 <인간의 조건> 시청자층이 기존 멤버가 싹 물갈이 된 상태에서 기존 멤버가 하던 미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 새 멤버의 <인간의 조건>을 여전히 충성도 높게 보아줄 지도 미정이다. 

오히려 지금 <인간의 조건>에 진짜 필요한 것은 어떤 미션을 해도, 늘 똑같은 미션같아 보이는 제작 스타일의 문제가 아닐까, <1박2일> 시즌3의 서울 특집처럼, 그간 여러 번 갔던 서울이라도 전혀 다른 감상을 주었던 그런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누가 와도, 깜짝 쇼의 기간을 넘어서는 시청률의 충성도를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미션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과 연구에서 비롯된 변화만이 지금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넘어설 희망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3. 30. 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