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mc 김구라씨의 하루 일과는 분주했다.

우선 저녁 6시 10분 kbs2 의 <추석 특집 리얼 스포츠 투혼 1부>의 사회를 맡았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끝나자 마자, 바로 채널을 mbc로 옮기면, 8시 35분 <추석 특집 위인전 제작소>에 등장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11시 5분 jtbc에서는 김구라가  메인 mc로 활약하는 <썰전>이 , 그 뒤를 이어서는 재방송이지만 역시나 김구라가 나오는 <적과의 동침>이 방영되었다. 
추석은 추석이니깐 여러 특집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그러다 보니 mc들이 특수를 누리는 기간이라 그럴 수 있다손 쳐도, 김구라의 분주함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각 방송사들이 가을 방송 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거나, 혹은 파일럿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역시 김구라의 활약은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규 방송으로 안착한 jtbc의 <적과의 동침>, tvn의 <퍼펙트 싱어 VS>, <택시>에서 고정 MC로 김구라는 등장 케이블과 종편을 섭렵한다. 또한 파일럿이었던 KBS2의 <너는 내운명>, MBC의 <위인전 주문 제작소>, SBS의 <슈퍼 매치> 등을 통해 공중파 3사를 평정하려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엄격하게 따져 보자면 김구라만 바쁜 게 아니다. 
실제로 신동엽 역시 tvn의 <snl>, <환상 속의 그대>, jtbc의 <마녀 사냥>, qtv<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 e채널<용감한 기자들>로 종편과 케이블을 누비고, kbs2의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  sbs의 <화신>, 그리고 막 폐지된 <스플래쉬>로 공중파 3사를 누비는 것에서는 김구라 못지 않은 아니, 김구라보다도 더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구라의 약진이 돋보이는 것은, 본의 아니게 과거에 했던 발언이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1년 여간의 칩거를 거치고, 어렵게 복귀를 한 후 마치 강력한 엔진을 리뉴얼이라도 하고 나온 듯,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고, 실제 새롭게 준비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김구라를 찾는 걸 보면, 그의 분주함이 곧 mc계의 새로운 대세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김구라일까?
앞서 신동엽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신동엽은 신동엽이라서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듯이, 김구라에게는 김구라만이 가능한 영역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치적 영역을 다루는 <썰전>이다. 
이철희라는 야성이 강한 결코 하고자 하는 말에 주저함이 없는 , 그리고  강용석이라는 한때는 온국민적 비호감이었던, 하지만 여전히 여당의 저격수라는 사명감을 가진 두 고정 패널을 요리하는데 김구라는 독보적인 가치를 내보인다. 
얼핏보면 두 사람의 패널이 논쟁을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결국 그날의 여론의 행보는 김구라의 '기색'에서 나온다. 강용석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면서 우기는지, 혹은 이철희가 난처해 하는지를 꼭 집어 밝히며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김구라이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서, 김구라는, 이윤석, 박지윤, 강용석, 허지웅 이라는 다양한 mc들의 조합을 이끌며 방송가에서는 역시나 새롭게 시도되는 미디어 비평이라는 영역을 순조롭게 이끌어 가고 있다. 
정치 비평이 되었든, 미디어 비평이 되었든, 그 자리에서 김구라의 존재는 결코 누락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의 시선임을, 중립임을 강조하는 그의 시선은 어느새 그의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의 평균 시선으로 작동한다. 
<썰전>을 통해 김구라는 자숙기간을 가진 연예인에서, 정치, 비평이라는 고난위도 영역조차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자로 거듭났다. 지금의 김구라의 전성시대에서 가장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썰전>에서의 독보적 활약이라는데 아마도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진. 뉴스엔)

이런 김구라의 모습은 jtbc의 새로운 프로그램 <적과의 동침>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오히려 얼마전 국회의원이었던 유정현조차도 다선 국회의원들 앞에서 어려워하는게 역력한데, 일개 mc인 김구라는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국회의원을 다루는 것이, 타 프로그램 연예인이나, 일반인을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는 배포를 보인다. 아마도 다른 mc였다면 국회의원이라고 일단 허리 꺽고 들어갔을 분위기에서조차도,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의 게스트를 요리하듯 국회의원을 다룬다. 

그리고 이렇게 생전 처음 보는 국회의원들조차 스스럼없이 대하는 김구라의 능력은 곧 여러 프로그램에서 그를 찾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 된다. 
실제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에서 김구라는 유세윤, 김성주, 손범수, 서경석, 김현욱, 홍은희 등과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이미 유세윤과 김성주야 타 프로그램을 통해 손발을 맞춘 사이라 하더라도, 서경석이나, 손범수, 홍은희 등과는 처음 마주하는 사이임에도 김구라의 진행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자연스레 어우러져 들어가는 것이 사실 김구라의 최강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런 김구라라고 모든 사람과 다 잘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다. 
유독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mc든 패널이든, 게스트이든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물감없이 친화력을 발휘하는 김구라가 어색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화신>이다. 칩거 후 처음 공중파에 등장하게 된 <화신>은 라디오 스타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김구라가 잘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선택을 한 것이었지만, 이어 그가 하던 수요일 밤의 kbs2<두드림>이 폐지되고 때 맞추어 유세윤이 <라디오 스타>에서 중도하차함으로써, 원래 그의 자리였던 <라디오 스타>로 돌아가면서 김구라에게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쎈' 진행을 해도 그게 분위기에 맞추어 자연스레 일상의 대화처럼 융화되게 만드는 것이 김구라식 진행의 특징인데, 그것이 안되고, 그의 발언이 종종 툭툭 수면 위로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화신>이다. 그리고 유독 같은 mc인 신동엽과 김희선과의 부조화가 도드라지는 것도 바로 이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시청률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사진; 마이데일리)

바로 이런 <화신>의 딜레마는 곧 김구라라는 mc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는 친화력이 높지만, 그의 '아는 사람들끼지 이러지 맙시다', 혹은 '좋은 게 좋은 거지', '솔직히 말해봐, 사실 이런 거잖아'식의 '아저씨 스타일' 진행을 좋아하거나, 받쳐주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 다는 것이다. 또한 사실 최근의 mc계에서 그만큼 정치이든, 토크이든, 심지어 소개팅 프로그램이든 다양한 분야를 무람없이 소화해 낼 mc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그의 선호도에 따라, 혹은 지나치게 그것이 과소비 될 경우, 역시나 진부하거나, 피로도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구라의 진격의 이면에는, 결국 새로운 프로그램을 믿고 맡길 만한 mc가 부재하다는 방송계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정치든, 사회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절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적절한 식견을 가진 그러면서도 예능감도 있고, 친화력있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수 있는 mc의 부재을 증명하는 것이다. 
유재석, 강호동 등 이른바 대세였던 mc진의 흐름이 지나가거나, 혹은 이미 거물이 되어 버렸고, 그 뒤를 있는 박명수, 노홍철, 이수근 등은 한 프로그램을 이끌기엔 이미 식상하거나, 100%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이즈음, 또한 프로그램은 다양화되는데, 여전히 개그맨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mc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제작진은 그 모든 것에 무리가 없는 김구라를 찾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하루에도 몇 개의 프로그램을 활보하는 김구라는 시청자에게도, 김구라 자신에게도, 정작 프로그램 자체에도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20.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