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라도  키워서 다행이야"

서인국이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잠시 하차를 하고 대체 멤버로 강타가 등장했다. 최근 '핫젝갓알지'등 1세대 아이돌의 '역습(?)' 에도 불구하고, 뜬금없다는 세간의 평처럼, 그의 등장은 최근 연예계 흐름에서 그닥 화제성도 없었고, 캐릭터로도 그닥 신선하지도, 산뜻하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강타보다, 그가 키우는 개가 더 화제가 되었을까. 이제는 하나의 제국이 되어버린 sm 소속의 강타는 언제나 그 소속사의 스타일대로 소속사 후배들을 등장시키며 sm버전 <나 혼자 산다>를 만들어 가려 했지만 오히려 지금까지의 <나 혼자 산다>의 흐름과는 이질적이라는, 혹은, sm이 그러면 그렇지 라는 평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니, 새로운 멤버의 등장으로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어야 하는데, 오히려 < 나혼자 산다>는 안그래도 멤버간의 조합을 통한 시너지의 발휘가 잘 되지 않는 프로그램인데다, 이질적인 멤버의 등장으로 더더욱, 프로그램 자체가 붕뜬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나 혼자 산다>의 구세주가 등장한다. 바로 특급 게스트 김제동과 김용건이다.


(사진; tv리포트)


사실 <나 혼자 산다>의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17년째 혼자 사는 김용건에, 세상이 다 아는 노총각 김제동뿐만이 아니라, 연예계를 뒤져보면 얼마나 혼자 사는 사람이 많겠는가. 그 자원을 적절히 활용만 한다고 해도, <나 혼자 산다>의 롱런은 떼놓은 당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멤버의 충원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특급 게스트를 등장시킨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묘수는 11.4%(닐슨 코리아)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성공을 입증한다.


26일 <나 혼자 산다>는 하루 종일 두 게스트와 함께 한 일정을 담았다. 

김제동, 김용건 두 게스트의 캐릭터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자면 '반전'이 아닐까? 불쌍한 노총각으로만 알려진 김제동이 처음 멤버들을 데리고 간 곳은 '진관사'라는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절이었다. 여자들이 많다는 말에 가슴이 부풀어 기대했던 김광규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게, 그곳에서 멤버들을 맞이한 것은 중년의 여승들이었다. 게다가 이어서 간 곳은 승마장. 찌질하고 궁상맞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노총각 김제동은 스님들과 차의 훈향을 음미하고, 비록 아직은 뻣뻣하지만, 말과의 교감을 즐기는 멋진 독거남의 반전 묘미를 보여주었다. 

17년차 독거남 김용건은 한 술 더 뜬다.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흰 바지에, 와이셔츠, 양복, 심지어 보라색의 버버리까지 장착한 김용건은 그가 즐겨찾는 청담동의 외국 서적이 전시되어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로 후배들을 불러들인다. 게다가 그 후배들과 함께 한 첫 여정이 그림 전시회요, 어머니의 묘소를 들렀다 이어 들린 곳은 패션을 즐긴다는 그가 자주 찾는다는 아울렛 매장이다.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며 한 매장에서 30여분을 보내는 그의 모습에, 느긋하게 그림을 음미하는 김용건의 모습에서, 17년을 혼자 견뎌온 삶의 처량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제동, 김용건 두 게스트가 보여준 모습은, 마치 '세상은 넓고 즐길 것은 많다'라는 삶의 숨겨진 또 다른 명제와도 같다. 정해진 멤버들의 미션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체득하여 즐기는 것들에서 빚어지는 즐거움은 그 사람의 체취처럼 많고 많은 취미 중 그만의 색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어려운 시절 꼭 종교란 범주를 넘어서 찾아가 스님을 붙잡고 울다가 이제는 정이 들어 즐겨 찾게 되는 절, 사지 않더라도 그저 좋아서 입어보고 거울을 통해 그런 자신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시간이 좋은 옷 쇼핑, 그리고 아들조차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던 그림 감상처럼, 김제동, 김용건이라는 사람을 통해 다가온 취미들은, 꼭 혼자 사는 삶이 아니더라도 찾아보면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 것들이 많이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 혼자 산다 김광규 이성재

(사진; tv데일리)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굳이 왜 한 회에 두 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흐름을 끊어가면서 주마간산격으로 보여주기에 급급했는가 하는 것이다. 김제동이면 김제동, 아니 김제동과 함께 한 산사, 혹은 승마장 처럼, 한 사람 별로, 혹은 한 아이템 별로, 충분히 천착하며 즐길 요소들을 소개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그것은, 게스트와 아이템의 문제라기 보다는, 멤버들의 한계에 기인하는 점이 클 것이다. 중복되는 것이 뻔함에도, 김광규라는 멤버를 김제동, 김용건 두 사람의 일정에 동행시킬 수 밖에 없는, 게스트와 멤버 사이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혹은 예능 포인트를 찾을 멤버가 김광규 밖에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 보인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김광규가 더 많이 리액션을 보인 곳은 분량이 많고, 그렇지 않은 곳은 적어지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림처럼 김광규가 문외한이라거나, 패션 매장처럼 김광규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곳은, 찾아낼 많은 볼거리가 있음에도 그것을 발굴해내지 못한 채 이러고 살아요 수준의 소개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금요일 밤에 안정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 혼자 산다>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이다. 노홍철이나 김태원은  재밌지만 신선하지 않고, 데프콘은 먹방이 아니면 재밌지 않고, 이성재는 기복이 있고, 새로 들어온 강타조차 심심하니, 제작진의 포인트는 자꾸 모든 지점에서 재미를 유발해 낼 수 있는 김광규에 의지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에서 <나 혼자 산다>는 게스트가 아니고서는 지루한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무궁무진한 게스트가 포진해 있다는 점이 타고난 흥복이라면 흥복일까. 

그런 의미에서 김제동, 김용건 두 게스트가 방문한 26일의  <나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의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 회였다. 





by meditator 2013. 7. 27.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