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이란 드라마에 대해 종종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스김이 능력이 있다면서 파지 처리에, 청소에, 커피 타기에 회사 내 허드렛일만 하느냐고. 그러면 어디선가 득달같이 답이 치고 올라온다. 실제로 회사 일 중 그런 허드렛일이 제일 많다거나 혹은 그런 허드렛일이 있어야 회사가 돌아간다거나, 앞으로 차츰 능력을 보일 거라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일개 드라마의 여주인공의 능력과 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처럼 우리 사회 대부분 사람들에겐 늘 더 좋은 일, 아니 더 나은 일, 더 나은 보수 라는 이데올로기는 마치 타고난 '정언 명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절대적이다.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유쾌하면서도 보다보면 묘하게 가슴이 찡해지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당연히 믿어 의심치 않는 저 사상에 대해 살금살금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가치의 전복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직장의 신>만이 아니다. 돈없이 1주일을 살아보겠다던 <인간의 조건>은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 삶에 대해 무수한 의문 부호를 던지며 우리를 생각케 한다. 마치 제대로 된 인간이 되고 싶으면 생각 좀 하고 살아! 하는 것처럼.

 

돈없이 1주일을 살라면서, 자기 직업을 이용해서도 안되고, 가진 돈을 써서도 안된다는 건, 물론 프로그램의 목적을 살리겠다는 취지인 줄은 알지만, 따지고 보면 꽤나 억지인 설정이다. 돈에 대해 논하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의 밥벌이를 금기 사항으로 하다니.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손발 묶고 돈없이 살자는 이 방식이 역설적으로 여섯 남자의 밥벌이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허경환의 부산행을 무사히 완수하기 위해 김준호와 박성호가 옷가지를 들고 홍대 앞 거리에서 노점을 펼치는 등 부산함을 보이는 이면에, 먹을 것만 있다면 꼭 돈을 벌어야 할까 라고 생각하던 김준현, 정태호는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았으되, 막상 하루 종일 돈 한 푼을 벌지 못하자, 무기력함과 자괴감까지 느낀다. 그저 돈을 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더 잘 살기 위해 벌어댔던 돈이라는 막연함 속에는 자신의 직업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던 것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40분만에 옷가지를 땡처리했다고 좋아하던 김준호, 박성호도 그 완판의 이면에 그저 싸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개그맨인 자신들을 봐주었기 때문이란걸 느끼게 되고.

뿐만 아니다. <직장의 신>을 본 사람들의 코멘트 속 사고방식처럼 쉽게 돈을 벌자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아르바이트, 세차, 서빙, 놀이공원 도우미를 선택한 박성호나, 양상국 등은 일의 현장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서성이거나, 버거워하면서 막상 쉽게 돈 벌어보이는 아르바이트 조차도 쉬운 돈 벌이가 아님을 깨닫는다.

 

'환경'이라던가, '공해'라던가 분명한 지향점을 가진 '자동차없이 1주일 살기'와 '쓰레기 없이 1주일' 살기와 다르게, '돈없이 1주일 살기'의 미션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체험의 시간이 되어간다.

6인 6색처럼, 돈을 벌거나, 아니면 돈없이 버티어 보는 시간을 겪으면서 여섯 남자들은 마치 돈에 대한 여섯 가지 철학을 논하듯이, 체험을 통해 갖가지 상념을 풀어내고, 그건 곧 '돈'으로 충만된 우리네 삶을 헤짚는 지점이 된다.

돈이 꼭 있어야 돼? 하지만 당장 먹고 살 수 없는 건 당연지사요, 그걸 넘어,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을 실현해 내는 그 과정이 있다는 걸 우리는 쉽게 놓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까짓거 돈 몇 푼 버는게 뭐 그리 힘들어 하지만, 막상 닥쳐보면 그간 내가 해오던 일만큼 나에게 돈을 쉽게 혹은 행복하게 벌어주는 것도 없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니. 낄낄대며 좌충우돌 여섯 남자의 해프닝을 바라보다 섬찟섬찟 돈으로 이루어지는 세상, 하지만 어쩌면 돈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의 이면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3. 4. 14.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