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야생 호랑이라던 강호동을 마치 동물원 우리에 가둬놓고 원숭이들의 재롱을 보여주게 하는 것 같던 <달빛 프린스>가 끝나고 절치부심 끝에 <우리 동네 예체능>이 첫 문을 열었다. 조신하게 앉아 책을 읽던 것이 어울리지 않다던 중론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우리 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이 가장 잘 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각 지역 사회 체육 동아리가 신청한 종목을 강호동을 포함한 팀이 '배틀'을 하는 방식이다.

 

강호동이 잘 할 수 있는

새롭게 문을 연 <우리동네 예체능>의 포맷은 지금까지 예능에서 시도해 보지 않았던 방식이다. 최근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각 지역의 사회 체육 동아리들을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월요일의 <안녕하세요>가 그간 예능에서 다루지 않았던 일반인의 사연으로 월요 예능의 강자로 대두한 것처럼, 화요일에 새롭게 단장한 <우리 동네 예체능>도 연예인 위주가 아닌 일반인들의 취미 생활을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런 신선한 시도 만으로, <우리 동네 예체능>는 박수받을 만하다.

그런데 분명 <우리 동네 예체능>이 전혀 새로운 것임에도 어딘가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1박2일>에서 종종 제작진을 상대로 족구니, 탁구 같은 종목으로 내기를 했던 그 장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때 함께 했던 보기와 달리 만능 스포츠 맨 이수근도 함께 하니 더더욱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당연히 씨름왕 출신의 강호동이 보이는 각종 스포츠 분야에 대한 순발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기에, <우리 동네 예체능>은 <달빛 프린스>와 달리 강호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뿐만 아니라, 왜 '시베리아 야생'이라는 접두사가 강호동에게 붙겠는가. <1박2일>과 <스타킹>을 통해 쌓은 경험을 무시할 수 없듯이 일반인을 상대로 했을 때 강호동의 진행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그 특유의 순발력으로 기대 이상의 많은 재미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 어느 장터에 데려다 놓아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장터 사람들과 어울렸듯이, 어느 사회 체육 동아리를 데려다 놓아도 강호동만의 재미를 뽑아낼 것이라는 건 당연지사이리라.

또한 <1박2일>에서 복불복 게임을 '전설'로 만들어냈듯이 선수 출신의 강호동은 실제 실력보다도 구체적인 '배틀'에서 생존력이 강하다. 강호동만의 배짱과 승부사적인 기질이 항상 별거 아닌 게임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으니, 그것을 위주로 한 프로그램에서 그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한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강호동으로만 채워지지 않는

하지만 <달빛 프린스>보다 높은 첫방 시청률에서 보여지듯이 강호동이라면 잘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우리 동네 예체능>의 앞길이 무조건 밝아보이지만은 않는다.

뒤돌아 보면 <달빛 프린스>라는 프로그램이 애초부터 나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책을 멀리하는 세태에서 예능적으로 책에 접근해 보겠다는 의도 자체는 순순하게 올바른 것에 속한다 할 것이다. 단지 그 좋은 의도에 걸맞는 형식과 내용을 채워가지 못했기 때문에 슬며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우리 동네 예체능>도 마찬가지다. 상도동 탁구 동아리와 탁구 배틀을 벌인다는 강호동 팀은 이겼을 경우의 상으로 '헹가래'를 커다란 붓으로 쓰고, 상대팀을 탐색하며, 박성호, 조달환, 김병만, 민호 등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고 연습하는 것으로 첫 회를 보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바보 삼형제 같던 '헹가래' 글씨 쓰기나, 새로운 멤버와의 연습 과정에서 많은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의 주가 될 상도동 팀과의 탁구 시합은 다음 주로 미루고, 왜 써야 하는 지도 모를 '헹가래' 글씨 쓰기와, 간간이 잔잔한 웃음은 던져주지만 보다보니 지루해지는 연습 과정으로 첫 회를 다 때워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생긴다.

<1박2일>에서도 제작진과의 복불복 경기는 매번 한 게 아니었다. 간간히 끼워넣은 조미료 같은 것이었다. 그런 조미료 같은 것을 프로그램의 전체로 만들어 냈을 때, 특히나 운동 경기를 내용으로 했을 때 그 중계에서 특정 종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은 스포츠 중계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리라 보인다.

또한 강호동 팀의 구성원 자체도 우려가 된다. 첫 대결에 앞서 구성된 강호동 팀은 박성호와 조달환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강호동의 소속사 sm의 식구들이다. 김병만은 자기 몫의 웃음을 책임졌지만 김병만 이수근의 조합이 신선한 느낌을 주진 않았으며, 특히나, 한류스타라며 떠받드는 이미 <달빛 프린스>을 통해 예능감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확인된 게다가 운동 배틀 프로그램임에도 민호 보다도 운동 신경이 없어 보이는 최강창민을 여전히 보조 mc로 데려가는 건 오히려 최강 창민을 민폐로 만들어 욕을 먹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까.

강호동의 소속사 식구들이 그저 분량을 채우는 동안, 탁구를 잘 하는 연예인으로 초빙된 박성호와 조달환은 웃음 보따리를 푸짐하게 풀어 놓았다.

안그래도 다른 연예인과 달리 유독 강호동의 sm행이 주목받는 가운데, 프로그램에서의 자기 소속사 챙기기가 아직 자리 잡지도 못한 <우리 동네 예체능>에 발목을 잡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야생 호랑이가 동물원의 먹이가 길들여지면 더 이상 동물의 제왕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by meditator 2013. 4. 10.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