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녹화를 하는 <썰전>은 늘 '시의성'에 있어서는 한 발 밀릴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제발 사건들이 화요일 이후에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원책 변호사의 볼멘 소리처럼, 녹화가 있는 월요일 이후 급변하는 정세에 종종 썰전은 '전스트라무스'가 되어 예지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또한 종종 뒷북이 되고만다. 물론 대선 특집처럼, 시의성을 살리기 위해 다시 녹화를 하기도 하지만, 불가피하게 '뉴스'가 지나간 후 '추수'를 해야 하는 처지인 경우가 언제나 <썰전>의 딜레마였다. 


지난 주 유시민 작가의 외유로 인해 두 패널의 활약이 적었던 <썰전>, 대신 mc 김구라의 단독 진행으로 각계의 의견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한 가운데, 속시원한 이재명 성남 시장의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특집'으로 마련된 3일자 <썰전>의 두 패널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특집' 썰전은 특집다웠을까?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저마다의 '프레임'으로 최순실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썰전>은 정론으로서의 제 몫은 해낸 것으로 보여진다. 



언론의 10가지 과제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 회의실에서는 전국 언론 노동조합, 한국 기자협회, 한국 pd연합회 등 12개 단체가 참여한 언론 단체 비상 시국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열렸다. 날마다 최순실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비상'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바로 그 때문이다. 연일 계속되는 보도로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가운데 지나치게 한 인물에 촛점이 맞춰진 채 '가쉽성' 보도로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판단이 언론 단체들을 '비상 시국 대책회의'로 결집시켰다. 

이에 대책 회의는 비상 시국에 언론이 보도해야 할 10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외교 사안에서 대통령은 어디까지 최순실에 의존했는가 △예측할 수 없고 돌발적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최순실의 영향인가 △재벌과 대기업들은 최순실과의 거래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최순실·차은택이 사유화하고 검열한 문화·행정 사업의 끝은 어디인가 △이화여대 정유라(최순실 씨 딸) 특혜의 배경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최순실의 청와대·공직 인사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했는가 △공영방송은 최순실 인사 전횡에서 자유로웠는가 △최순실과의 관계에 침묵하는 자는 누구인가 △산적한 의혹 규명에 나선 검찰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등 모두 10가지다.

10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즉 최근 벌어진 사안에서 한 개인에 대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건의 본질인 대통령의 책임과 시민들의 삶에 대한 관점에서 현재의 사건이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특집 <썰전>의 평가도 이루어 져야 한다. 

jtbc 뉴스룸의 보도로 시작된 만천하에 알려진 최순실이란 이름 석자,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국민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국정 농단 사태, 하지만 이 사태를 둘러싼 각 정치 집단, 언론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사태를 재해석하고 있다. 심하게는 주변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그분이 불쌍하다는 식에서 부터, 하야와 탄핵까지 각 집단의 입장은 편차를 가진다. 하지만 날마다 최순실과 관련된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나며, 그 '사실'은 지극히 흥미 위주의 '가쉽성' 기사로 도배되며 대중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jtbc 뉴스룸은 날마다 충격적인 사실들을 보도하지만, 그에 뒤질세랴 종편을 위시한 각 언론들이 연예인 신변잡기 다루듯 최순실을 훑어 내리고 있는 것이다. 



특집으로서 본질을 짚다. 
이런 상황에서 2주만에 비로소 자리를 함께 한 패널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는 범람하는 사실들 속에서 가쉽 최순실게이트가 아니라, 이 사건의 본질이 박근혜 게이트라는 것을 정확하게 짚는다. 키맨으로서의 고영태, 그리고 새로운 실세 차은택의 부각과 함께, 태블릿 피씨가 입수된 뒷배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건 가쉽으로서가 아니라, 최순실이란 인물의 비공식적인 인간 관계, 그리고 그런 인물을 의지하는 대통령의 무능한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란 또 다른 배후 인물의 존재를 드러내며 이 사건이 최순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결국 최순실이 가공할 만한 국정 농단이 가능토록 한 대통령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음을 조목조목 따져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특집으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즉, 최순실이든, 최순득이든, 혹은 정유라, 정시호든, 그들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를 가능케 하도록 하는데 있어 대통령 박근혜의 책임성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날의 결론이다. 또한 그런 박근혜의 무능, 무지, 그리고 몰지각한 책임 전가에 대해 최근의 사태를 두고 가급적 거리를 두려는 새누리당의 책임성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더불어 31시간을 자유로이 놔두는 등 조율된 행보를 보이는 검찰에 대한 예리한 분석도 빠지지 않았다. 

즉 대책회의가 내세운 10가지 항목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어떻게든 대통령과 거리감을 두려는 여당의 작태도 낱낱이 고발한다. 물론 아쉬움도 남긴다. 대책회의의 문항에서 보여지듯이 ''썰'로 존재하는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해 문화, 경제, 그리고 국방에 이르기 까지의 '농단'을 조목조목 밝혀 주는데 있어, 130분은 부족했던지, 그에 대한 설명은 아쉬웠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는 것에 따라 <특집 2>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사실 보도의 공은 jtbc뉴스룸의 몫이라 여겼는지.

또한 그토록 단두대를 소리높여 외쳤던 전원책 변호사, 특집의 마무리에서 여전히 호기롭게 '올단두대'라 외치는 전원책 변호사가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된 언급에서 '문민 정부'를 들먹이며 그간 모든 대통령들이 대통령을 할 만한 깜냥이 안될 만큼 무식했었다는 '양비론'식의 평가는 유시민 작가의 지적처럼 물타기였다. 목소리를 높인데 반해, 전원책 변호사의 분석은 두루뭉수리했고, 시스템의 지적은 박근혜의 책임 소재를 자칫 흐트릴 우려가 높았다. 그런 전원책 변호사의 물타기를 간파하며 유시민 작가의 발군의 분석력과 위트로 현 상황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준다.

물론 이번에도 노스트라다무스의 도움이 없었던지, 두 사람은 과연 누가 박근혜 정부의 녹을 먹고자 하겠는가란 현답을 내렸지만, 여전히 세상의 '권력'을 향한 욕망이 지극하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것을 서둘러 결정된 총리와 비서진의 일방적 발표가 증명한다. 또한 유시민 작가의 하야라는 최악의 사태 대신 이제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남은 임기를 잘 해내시라는 충고는 현실에서 여지없이 무기력지고 만다. 또한 최근 영화의 독점을 반대하는 법안을 입법한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에 대한 '인물론적' 평가는 조만간 다가올 대선 정국에서 경솔하다 싶기도 하다. 만능이나, 전지전능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각자의 프레임으로 최순실 정국이 논점이 흐려지는 시점에서 <썰전>은 그 본질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만으로도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하지만 대책회의의 10가지 의제를 향한 갈 길은 아직도 멀다.


by meditator 2016. 11. 4. 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