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길거리'를 검색하면 어떤 것들이 뜰까? 영어(street)나 일어(‘通り)로 검색하면 일반적인 길거리 사진들이 뜬다. 하지만 한국어로 '길거리'를 검색하면, '맙소사!', 거리의 풍경 대신 짧은 치마나 반바지, 스키니를 입은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적나라하게 촬영한 '몰카'사진들이 대거 뜬다( 10, 16일 여성신문 보도)


이는 대한민국이 몰카의 왕국임을 증명한다고 '여성신문'은 결론내린다. 이에 덧붙여, 더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관음적 행위'의 결과물인 '몰카'에 대해 대다수의 남성들이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우스개처럼 혹은 마치 훈장인 양 여성을 훔쳐보는 것을 관행화시킨다. 그래서 수영 선수로 부터 의대생, 의사, 경찰 등 평범한 사람들이 몰카를 찍은 혐의로 법적인 수사 대상이 된다. 



관음이 일상화된 대한민국 
이러한 우리 사회의 '관행적'인 관음적 범죄를 통해 드러난 것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공간 '길거리'가 사실은 여성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요, 심지어 그녀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범법 장소'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10월 30일 방영된 <sbs스페셜-불안한 나라의 앨리스>는 바로 여성들이 안심할 수 없는 '일상의 공간'에 시선을 돌린다. 

여성 중 70%가 넘는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잠재적으로 범죄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왜? 남성과는 다른 생물학적 조건 때문에? 혹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받은 교육때문에. 하지만 다큐는 바로 그 여성들의 공포의 근원은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공간의 공포로 부터 비롯된 바 크다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치안의 질서가 안정되어 있다는 대한민국, 그러나 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실존은 드러난 치안율의 수치와 다르다. 실제 강력 범죄 희생자 중 84%가 여성, 전세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살해되는 몇몇 나라에 속하는 대한민국, 그것이 바로 여성들이 안심하고 '거리'를 나다닐 수 없다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공포가 된 일상적 공간 
이런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큐는 실제 사례로 접근한다. 바쁜 일과에 틈을 내어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여성, 그러나 그 여성의 속내는 복잡하다.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잠시 찾아간 화장실, 거기서 만난 취객은 다짜고짜 그녀의 멱살을 잡아 벽으로 밀어붙였다. 다행히 동료들의 제지로 더 이상 폭력은 없었다지만, 그녀에게 그 남성의 억센 손길과, 폭력적인 태도와 눈빛은 '트라우마'로 남겨져 있다. 가장 대중적인 장소인 화장실, 하지만 여성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곳은 여기 뿐만이 아니다. 

이 글의 처음에서 등장한 길거리는 '몰카'를 넘어 여성들에게는 언제라도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이다. 해가 진 거리에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으슥한 골목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같은 장소를 향해 가는 오빠와 누이 동생, 하지만 그들의 행보는 다르다. 지름길이라는 이유로 일직선상의 어두운 골목을 덤덤하게 향하는 오빠와 달리, 여동생은 큰 길을 에돌라 약속 장소로 온다. 외향적인 성격임에도 늦은 밤 귀가가 두려워 일찍일찍 집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여동생은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 거리에 식구들의 마중을 받는다. 

거리만이 아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이동수단이 된 지하철, 그리고 건물 내의 이동수단이 엘리베이터에서도 늘 여성은 '폭력'과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홀로 탄 엘리베이터, 그리고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늘 여성은 긴장하고 두려움에 떤다. 

그렇다고 집이라고 안심이 되는 건 아니다. 홑가구가 대세가 되어가는 세상, 홀로 사는 여성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너무나도 많다. 집앞에 몰래 달아놓은 몰카를 통해 비밀 번호를 알아내, 늦은 밤 도어락을 여는 검은 손, 그리고 혹시나 거리에서 부터 쫓아온 괴한이 혹시라도 집까지 쫓아올까 집에 들어서도 한 동안 불을 켜지 못하는 안슬픈 상황이 우리 여성들의 현실이다. 



이렇게 일상의 공포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공포심은 실제 공포 영화를 볼 때보다도 더 극심했다. 더욱이 언젠가 단 한번이라도 겪은데서 잠재되어 있는 트라우마는 언제나 비슷한 상황이면 공포를 되살려 낸다. 

여성학자들은 인류 역사의 지난 2000여년간을 남성 지배의 역사라 규정한다. 남성이 지배하는 구조에서 약자로서, 을로써 언제나 그 존재를 보장받기 힘들었던, 그래서 자존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 그나마 당당해졌던 여성. 거기에 한국 사회가 가진 전근대성은 그런 남성 중심 사회의 퇴행적 모습을 강화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관행화되었던 '성적인 관례'들이 앞다투어 고발되어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들은 여전히 육체적 약자로서, 그런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사회적 분노를 투영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키는 남성들에 의해 여전히 삶의 공간 곳곳에서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을 다큐는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여성들의 존재론적 공포감에 대한 이해를 촉구한다. 
by meditator 2016. 10. 31. 0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