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방영되었던 28회 <애인있어요>의 마지막 장면은 은솔이를 죽인 범인이 출소한 후 도해강을 찾아와 오히려 도해강을 몰아붙이다, 그만 도해강을 쓰러지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정신을 차린 도해강의 뇌리에 그녀가 독고 용기로 살던 지난 4년간 잊었던 기억, 바로 그녀의 '핵심 기억'인 최진언과의 이별 과정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런데 13일 방영된 29회에서 다시 되풀이된 그 장면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도해강은 그녀가 사고를 당하기 전 바로 그 시간으로 돌아가 바렸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즉, 그녀는 도해강으로서의 기억을 되살린 대신, 지난 4년 독고용기로 살아왔던 기억을 지웠다. 




파렴치범 최진언에 대한 속 시원한 도해강의 복수 
50부작 <애인있어요>의 초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부담이 되었던 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인 최진언의 불륜이었다. 아니 불륜도 불륜이지만, 비록 아이가 죽었다지만, 오랜 시간 함께 살아왔던 아내에게, 아이의 죽음에 대해 태연하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모진 말을 퍼붇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버지 앞에서 '이 여자만 치워준다면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는 폭언을 최진언은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 그가 시간이 흘러 4년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해강을 잊을 수 없고, 도해강과 다시 사랑을 하기 위해 '순애보'를 펼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최진언을 연기하는 지진희의 설레는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선뜻 그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29회를 통해 배유미 작가가 왜 그토록 극 초반 최진언에게 그 모진 말을 도해강에게 퍼붓도록 했는지 설명한다. 바로 독고 용기로 살아왔던 지난 4년을 잊은 채, 그 4년 전 최진언에게 갖은 수모를 당한 채 시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도해강의 기억으로 돌아간 현재의 도해강은, 최진언에게 예전의 그가 그녀에게 그랬듯이, 치를 떨어한다. 그래서 극 초반 최진언이 도해강에게 퍼부었던 그 '혐오'의 대사들은 29회를 통해 통쾌하게 최진언에게 돌려진다. 도해강은 결혼 생활 동안에서 듣지 못했던 '사랑해요'라는 말까지 들으며 가슴이 설레이던 최진언에게, 4년 전 최진언이 그랬듯이 당신에게 질렸으며, 당신을 보면 가슴이 떨리는 대신 소름이 끼친다며, 자신의 앞에서 최진언을 치워달라 최진언에게 퍼붓는다. 그래서, 독고 용기가 되어도 여전히 최진언을 보고 가슴이 떨리던 그녀는 그 기억을 지운 채 마치 체증이 풀리듯 도해강의 묵은 분노를 맘껏 표출한다. 



원죄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도해강
물론 도해강으로 돌아온 그녀로 인한 아픔도 있다. 마치 1인 3역처럼, 도해강, 그리고 독고 용기, 독고온기로 도저히 한 사람의 연기로 보여지지 않은 김현주의 연기력에 의해, 다시 도해강으로 돌아온 그녀는, 지난 4년동안 독고 용기로 살아온 도해강이 떠올려지지 않을 만큼 찬바람이 씽씽 분다. 그래서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던 독고 용기는 울화통이 터져 술잔을 기울이고, 지난 4년간의 순애보를 접지 못해 애태우던 백석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 주저앉아 버린다. 

또한 도해강으로 돌아와 극의 긴장감은 배가되었다. 백석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그리고 백석의 동료 변호사로서, 도해강으로서 살아온 지난 날의 '속죄'에 매진하려 했던 독고용기였던 도해강은, 이제 다시 그 예전의 피도 눈물도 없는 도해강이 되어 '천년 제약'으로 복귀한다. 그녀의 복귀에 천년 제약 측 민태석과 최진리, 그리고 최진언바라기인 설리의 셈은 저마다 복잡해졌다. 

<애인있어요>의 묘미는, 쉽게 그 누구의 편도 들수 없는 반전의 반전, 그 연속에 있다. 극 초반 불륜파렴치범이었던 최진언은 4년 후 도해강 바라기의 '순애보'로 변모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천년 제약의 개 도해강은 사고 후 의협심강한 독고용기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다시 그 기억을 지운 채 도해강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마치, <송곳> 속 구고신의 '사는 데가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라는 말의 극화처럼, 드라마는, 요동치는 운명 속에서 자신의 업보에 허우적거리는 남녀 주인공의 행보가 시청자을 쥐락펴락한다. 이제 최진언의 순애보 앞에 쉽게 가슴을 열었던 도해강은, 그녀가 4년 전 미처 못했던 복수의 말들을 퍼붓는다. 아니 그 보다도 더 잔인한 복수는, 바로 최진언의 사랑을 잊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독고용기였던 도해강이 제 아무리 자신의 지난 기억이라 해도 도해강의 지난 원죄에 대해 제 3자적 입장이었다면, 이제 도해강은 그 원죄의 주인이 되어 돌아오게 된 것이다. 과연, 사랑도,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지난 시간의 원죄도 어떻게 풀어갈 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by meditator 2015. 12. 13.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