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방영된 <힐링캠프>의 게스트는 500회를 맞이한 <그것이 알고싶다>의 mc 김상중이었다. 7년째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혹여나 시사프로그램의 mc로써 이미지가 흐트러질까봐 드라마 배역 선택에서 조차 신중한 김상중이 <그것이 알고 싶다> 500회를 맞이하여 <힐링 캠프>를 찾았다. 




김상중의 존재감으로 메운 <힐링 캠프>
이제는 <그것이 알고싶다>가 곧 김상중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김제동의 표현처럼 시사프로그램 mc로는 전무후무한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행어까지 가지고 있는 김상중, 역시나 그가 게스트로 출연한 <힐링 캠프>의 출발점은 <그것이 알고싶다> mc로서의 김상중이다. 

낮고 유려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진지한 설득력을 가진 목소리로 김상중은 <힐링 캠프>의 포문을 연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싶다>의 예의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마치 탐정처럼 '유행어'를 유추 추리해 내기도 한다. 또한 드라마와 달리, 온전히 자신의 옷으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연출해 왔다는 그의 정성에선, 그저 시사프로그램 mc를 넘어 <그것이 알고싶다>가 김상중의 정체성의 일부분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심지어 슈트핏을 위해 하루에 한끼만을 먹는다는 그의 자기 관리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또한 그저 프로그램의 mc로서의 소극적 자세를 넘어 '그런데 말입니다'를 탄생시킬 정도로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기여한 김상중의 면모도 드러낸다. 

과연 무엇이 김상중으로 하여금 7년을 올곧이 한 프로그램에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온전히 쏟게 만들었을까? 시청자들의 사연을 상담해 주면서도 꼭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았냐고 재차 확인하는 그의 애정도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건들을 다루었지만, 그 많은 사건들을 소개만 해주었을 뿐이라는 아쉬움, 그리고, 같은 사건을 되풀이하여 다루어야 하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토로할 때, 오히려 그의 신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한다. 거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라는 마지막 말까지 잊지 않는 그의 책임감이 화룡점정을 이룬다. 

그렇게 <힐링 캠프>는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그것이 알고 싶다>을 7년간 올곧이 이끌어 온 김상중의 매력에 치중한다. 아니, 김상중이란 인물의 '마력'으로 <힐링 캠프>는 순항한다. 하지만, 김상중이 어디 <그것이 알고싶다> mc만으로 규정될 수 있는 배우인가, 이어 <힐링 캠프>는 다채로운 그의 매력을 탐구해 나가고자 한다. 김상중 역시 진지한 시사프로그램 mc로서의 공감대를 걱정하면서도, 중년의 소탈한 매력을 어필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다. 
이렇게 8월 31일 <힐링 캠프>을 채운 것은 김상중의 진지함과, 그 진지함을 무너뜨리지 않는 애교같은 소탈한 매력이다. 



뜬금없는 아이돌 출현이 흐트러뜨린 김상중과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한 모색 
하지만 김상중이란 인물의 매력이 충만한 가운데 여전히 프로그램 자체로서의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뜬금없는 '아이돌 하니'의 출현이다. 이미 500명이나 되는 이른바 일반인 mc를 포진해놓고, 그들에게 제대로 말 한 마디 시켜주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니가 등장하여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급전환된다. 지금까지 <그것이 알고싶다>를 이끌어 온 진중하고 소신있는 남자 김상중은, 그저 아이돌을 좋아하는 중년의 아저씨로 탈바꿈한다. 물론 그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지한 모습 이외의 뜻밖의 소탈한 모습을 내보이려 했던 의도는 공감한다. 왜 중년의 남자의 색다른 모습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만 발현되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김상중이 즐겨하는 '바이크'를 통해서도 그의 색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 있고, 하니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함께 한 '이른바 500명의 mc'들을 통해서도 '버카충 알아맞추기'처럼 신선한 재미를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과연 김상중의 하니 춤 따라하기랑, '버카충 알아맞추기'를 놓고 보았을 때 어느 쪽이 더 신선하게 김상중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지. 생각해 보면 그 답은 분명해 진다. 

아니 그것보다는,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 특집을 기념하여 <힐링 캠프>에 출연한 당 프로그램의 mc 김상중인데, 과연 그 500회의 무게를 제대로 살렸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 중간 중간, 시사 프로그램의 중요성, 그리고 한계에 대해 진지한 토로가 등장했지만, 배우 김상중과, 연예인 김상중에 대한 모색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는 어쩐지 구색처럼 얹혀간다. 아마도 자신의 또 다른 작품을 언급하는, 혹은 개인적인 사연을 의논하고자 하는 시청자 mc를 향해 끈질기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냐고 질문하는 김상중이 없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 김상중이 나온 의미를 어느덧 잊어버릴 프로그램의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개편이 된 이후, 아니 개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달라지지 않은 <힐링 캠프>의 한계이기도 하다. 실제 김상중이 <힐링 캠프>를 통해 보여준 모습, 이야기들은 그가 <한겨레> 등의 신문 지면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힐링 캠프>에서 김상중의 <그것이 알고싶다>을 향한 신념은 아이돌 하니와, 시청자 mc들의 사연을 통해 분산되어 흐트러진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500명의 mc와 연예인이 함께 하는 새로운 <힐링 캠프>의 현실이다. 차라리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면, 아이돌 하니의 출현이나, 어설픈 구색맞추기 시청자 사연이 아니라,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를 함께 이끌어 온 피디나, 작가가 등장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피디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는 시대에, 굳이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를 기념하여 초대한 자리에, 구색 맞추기 사연 풀이와 아이돌의 출현이라니. 진지하고 특별한 이야기도 어느덧 그저 평범한 연예인 쇼가 되어버린 <힐링 캠프>의 현실이다. 김제동조차 여전히 <톡투유>의 김제동이기보다는 이경규와 함께 하던 그 시절의 김제동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by meditator 2015. 9. 1. 14:13

198회 <힐링 캠프>는 4대 천왕-정형돈 편이 방영되었다. 

최근 연예계 이슈로 회자되고 있는 '4대 천왕', 그 첫 번째 편의 테이프를 정형돈이 끊은 것이다. 사실 말이 4대 천왕이지,(정형돈처럼 굳이 누구라 밝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 '4대 천왕'이란 화두의 요점은, 급이 어울리는가 여부를 두고 화제를 되는 한 명의 인물을 제외하고, 당연히 천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을 차치하고, 당연히 이제는 천왕급이 된 정형돈의 존재이다. <무한도전>에서 '웃기지 못해' 고전하던 그 정형돈이 이제는 그 누구와 파트너가 되도, 빵빵 터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명불허전'이 된 정형돈이, 4대 천왕 시리즈의 첫 회를 장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다. 

하지만 막상 500명의 mc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여의 프로그램을 해낸 정형돈은 예능 대세 정형돈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의 말대로, 좋아하는 일이, 이제는 가장 잘 하는 일이 되어버린, 프로페셔널한 방송인의 가장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방송이었다. 4대 천왕으로서의 자부심, 성취감 대신,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사회 생활의 전성기를 누리는 잘 나가는 남자의 뒤안길을 슬쩍 드러낸 진솔한 방송, 어찌보면 개편된 <힐링캠프>이래, 가장 '힐링'의 본질에 다가간 방송이었다. 



대세가 된 연예인 정형돈의 우유부단함(?)
24일 방송 중 정형돈이 김제동이 무심코 내뱉은 4대강, 대통령 등의 용어 자체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보면, 정형돈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은, 그 단어 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규정'하는 그 어떤 정의에 대해서, 정형돈은 일관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치 24일의 컨셉이 '자기 부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등장한 4대강, 대통령이란 단어에 대한 반응은 오히려, 그런 일련의 '자기 부정'의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런 단어에 조차 '화들짝' 조심스레 해야 하는 모습을 보인 정형돈의 모습은, 그런 단어 조차 거르고 조심해야 하는 연예인의 숙명을 '셀프디스'한 역설적 표현이라 보는 것이 옳다. 

그렇게 시종일관 정형돈은 '우유부단'이라는 자막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규정이나 정의에 대해 불편해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이 그 누군가, 혹은 어떤 것에 대해 예단을 내리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방청객 mc들은 그런 정형돈에 대해 겉은 유재석을 닮으려하지만 속은 박명수라는 정의를 내리기도 하고, 자신을 내보이길 주저하는 정형돈에 대해 500명을 앞에 두고 떨고 있다 우스개로 퉁치려고 김제동이 나섰지만, 정형돈은 그 어떤 규정에 대해, 쉬이 수긍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형돈의 본 모습은 '죄송하지만 오늘 결코 끝까지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그의 고백에서 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학생들을 앞에 두고 한 두번 째 강연에서 '내가 뭐라고?'하는 직시와, 그 뒤로 단 한번도 강연에 나서지 않았다는 자기 결단이, 어쩌면 오늘날 그 누구와도 좋은 호흡을 이루어 예능을 이끌어 가는 4대 천왕이 된 정형돈의 저력을 엿보게 한다. 

그리고, 예능계의 대세가 된 정형돈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이 가장 잘 하는 일이 되어버린 처지, 그리고 언젠가 자기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신의 생각을 물건으로 구현해내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에서, 무형의 언어에 기탁하여 인기를 끄는 연예인의 슬픈 숙명, 나아가 '밥벌이의 고달픔'마저도 엿보게 된다. 그래서 500명의 mc들은 '솔직하지 못한' 정형돈에게 그 어느때보다도 공감하고, 함께 힐링하게 된다. 



500명과의 공감, 김제동의 딜레마
24일의 방송 중 가장 빛을 발한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29살 먹은 직장인의 사연을 함께 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새롭게 개편된 <힐링 캠프>의 방식대로 출연한 연예인은 방청객으로, 그리고 MC라 지칭되는 일반인의 사연을 듣고 '멘토링'을 해주는 시간을 갖는다. 거기서 등장한 사연, 29살 먹은 보육 교사는 바로 오늘 직장에 사표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사연에 대해 정형돈은 이의를 제기한다. 자기가 뭐라고 남의 인생에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가 강연을 하지 않게 된 사연,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로 인해 영향을 받을까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정형돈의 생각에, 김제동은 웃으며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 장면은 <힐링 캠프>의 새 포맷의 장단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방청객이 MC가 된다는 <힐링 캠프>의 새로운 포맷, 불난 집에 불구경 하는 걸, 최고의 재미로 치는 우리네 정서에 걸맞게, 방청객 MC들은 자신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정보를 통해 게스트로 등장한 연예인과 소통하고자 한다. 자신을 드러내길 혼란스러워하는 정형돈에게 겉은 유재석이지만 속은 박명수이기 때문아니냐고 질문한 방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그런 방청객 MC들의 질문에 적당히 호응하며 자신들의 이미지메이킹을 한다. 그래서, 소통과 공감을 하는 듯이 보이고, 또 그래서 천편일률적이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형돈 편의 재미는 그런 <힐링 캠프>가 가지고 왔던 일련의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난 일탈의 즐거움이다. 정형돈은 방청객 MC가 내린 규정에 자신을 딱히 이렇다 정의 내리기 힘들다고 '소통'을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연을 들고 나온 방청객에게, 당신의 삶에 대해 왜 내가 왈가왈부하느냐고 반문한다. <힐링 캠프>의 존재론에 대한 반격이다. 하지만, 그래서 24일의 <힐링 캠프>는 그 어느때보다도 신선했고, 정형돈의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그가 이 시대의 4대 천왕으로 자리 매길할 만큼의 내공과 자기 색깔이 충분히 드러난 한 회였다. 

그렇게 정형돈의 매력이, 그 스스로의 내공에 의해 빛을 발하는 순간, 하지만 종종 그런 정형돈의 존재론을 흐트러트리는 존재가 있었다. 다름아닌 김제동이다. 김제동하면 떠오르는 예의 스타일로 김제동은 정형돈 편을 이끌어 가고자 했다. 하지만, 정형돈은 완강히 그런 김제동 식의 진행에 거부한다. 정형돈이 한 말에 대해 어느 틈에 김제동이 '예단'하고 '정의' 내리려 하면, 정형돈은 그게 아니라 '정정'하고 '정의 내림'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제동의 쇼가, 진솔한 듯 하지만, 보다보면 뻔한 그 딜레마가 드러난다. 김제동의 이야기 쇼는, 진솔한 듯 하지만, 김제동에 의해, '네이밍'된 규정성이 강하다는 단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24일 <힐링 캠프>의 재미는 그런 '네이밍'된 김제동 쇼에 정형돈이 휩쓸려 들어가지 않고, 자기 색을 분명히 드러내며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은, <힐링 캠프>의 가능성이자, 동시에 숙명적인 과제로 남는다. 
by meditator 2015. 8. 25. 14:57

3월 23일 방영된 <힐링 캠프> 말미 김제동은 말한다. 

'말을 하는 것은 쉽지만, 말을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말을 하기보다 말을 들어주는 mc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의 게스트는 바로 다름아닌 여러분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맘껏 풀어놓으셨나요?'
그리고 그런 김제동의 반문에, 그 자리를 꽉 매운 500명의 게스트들은 환한 얼굴로 입을 모아 '네!'라고 소리를 높인다. 
게시판에서 게스트가 와도 듣기만 한다고 '밥값 좀 하라'고 욕을 먹던 김제동, 봄맞이 특집을 맞이하여 그는 여전히 자신이 말을 하기보다는 500명 게스트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그의 방식대로 500명의 게스트들과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그에 앞서 3월23일 <jtbc뉴스> 지난 주말 일어난 강화도 캠핑장 실화 사건을 다룬 손석희 앵커는 사건이 나면 말뿐, 언제 그랬냐 싶게 후속조치가 없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만이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전수 조사를 합네 라고 시끌벅적하게 여론을 타다 꼬리를 내리는게 가능한 것은, 갖가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들에 대해 이슈가 될 때마다 냄비처럼 한껏 비난의 소리를 높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수록 쉽게 '망각의 늪'에 빠지게 되는 여론은, 바로 각자 자기 자신이 벼랑에 선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남의 문제'에 진지하게 오래 숙고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요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나 자신도 너무나 살기 힘든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을 게스트로 모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이 늘 누군가를 게스트로 모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힐링'하고자 했던 <힐림캠프>의 봄맞이 특집이었다. 



500명 게스트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힐링'
그리고 이런 <힐링 캠프>의 봄잡이 특집은 시청률만 놓고 보았을 때도, 그 전회 3.9%에서 5.4%로 상승치(닐슨 코리아)를 보이듯이 성공적이었다. 
23일 방영 말미 엄마를 따라온 듯한 12살 꼬마에게 김제동은 묻는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냐고. 그러자 꼬마는 '알타리 사건'을 말한다.  김제동의 말처럼 2시간 반 떠들은 김제동 대신에, 알타리 김치를 둔 부부의 신경전을 구구절절 읊은 중년의 여성의 이야기를 더 기억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날의 김제동 표 봄맞이 특집을 가장 단적으로 잘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33년을 산 남편이 아직도 슈퍼 갑질을 한다는 주부, 하지만 주부는 일어서서 가장 단적인 예 '알타리 사건'을 설명해 가면서, 피식피식 웃기 시작한다. 김제동의 말대로 막상 말을 해보니, 남편 못지 않게 자신도 '갑'이었음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제동 식의 토크 콘서트는 거의 이런 식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다는 소녀, 하지만 김제동은 그런 소녀의 생각을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누구나 다 그렇다고 끄덕여 준다. 오히려 그렇게 주변을 경계하면서 살아남은 것인 '인류'였음을, 그것이 인간만의 타고난 생존 본능이었음을 덧붙여 설명해 줄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누구나 다 그렇다는 김제동의 덧붙임에, 그리고 그런 김제동의 말에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다른 499명의 게스트들 덕분에 그 말을 한 소녀의 두려움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고 만다.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공감할 취준생, 하지만 그래도 대학을 간 그는 고3 앞에 고개를 수그리고 만다. 하지만 고3 역시 고3 엄마 앞에서는 깨갱이다. 하지만 어디 웬걸 기세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던 고3 엄마는 '나라를 구한다'는 중2 엄마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자신의 집을 찾아 '현피'를 뜨러 온 7명의 아이들을 맞딱뜨려야 했던 중2 엄마의 이야기를 웃으며 듣는 사람들, 거기서 도달한 것은 '나라를 구하는' 중2를 키우는 어려움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가장 살기 힘든 것이 아니라는, 따지고 보면 누구나 사는 것이 힘들다는 평범한 결론이다. 

23일 방영된 <힐링 캠프>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길에만 나서면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할 거 같아서 두렵다는 한 소년의 이야기였다. 소년이 자신의 속사정을 담담하게 펼쳐보이는 그 순간 벌써 옆에 앉은 엄마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병원에 가도 딱히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소년을 얼러 그곳까지 와본 엄마의 심정이 짚어진다. 하지만 김제동은 담담하게 역시나 그럴 수 있다고 두둔해 준다. 그러고 반문한다. 여기에 나, 김제동, 그리고 함께 하는 499명의 사람들은 무섭지 않냐고. 앉아있는 사람들은 무섭지 않다는 말에, 김제동은 499명의 관객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모두 목을 모아, 소년에게 말한다. 만나서 반갑다고. 소년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미소를 본 엄마의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그런 소년과 엄마를 본 499명의 게스트의 얼굴에는 더 밝은 미소가 흐른다. 작은 기적의 순간이다. 

프로그램 시작에서 밝혔듯이 전회, 전석 매진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이미 <jtbc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이요 그대>에서 보여졌던 그 방식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지 않을 지언정, 달라진 게스트들의 다른 삶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공감'은 언제 들어도 함께 하는 시청자들조차, '진짜 힐링'이 되게 하는 시간이 된다. 얼굴이 못생겼다고 얼굴을 한껏 가리는 귀염성 있는 십대 소녀의 고민을 듣는 순간 벌써 삶의 고민으로 짖눌렸던 우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자신만이 벼랑에 섰다고 좌절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함께 '봄소풍'을 나온 기분에 빠지게 되어, 옆의 사람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막상 나누고 보면 별거 아닌, 아닌 별 거라도 함께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작은 오솔길이라도 보이기 시작하는 그 시간이, 500명의 게스트가 아니더라도 '감동'이 되어 다가온다. 
by meditator 2015. 3. 24. 13:02

12월 1일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 캠프)>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출연했다. 그의 말대로, '공황장애' 등 병적 장애와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그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힐링 캠프> 여타 출연자 중 가장 빠르게 두번 째 출연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그런 그의 빠른 출연에 대해 그는,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yg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서 기업, 학교 등 각종 강연 청탁의 요구를 대신하는 자리로 <힐링 캠프>를 선택했다고 출연의 변을 대신하고 있다.

 

각종 강연의 초청 요구가 빗발쳤다는 양현석 대표의 말에 어울리게, 12월1일 <힐링 캠프>는 그 이전 강신주 편처럼, 다수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질의 응답을 받는 강연의 형식으로 이루어 졌다. 그 자신의 말대로, 일찌기 중학교 이래 춤에 빠져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책은 거의 '난독증' 수준인 하지만 당대 둘째 가라면 서운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와, 한 눈에 보기에도 대학 강의실을 고대로 옮겨 놓은 듯, 모범생의 분위기가 줄줄 흐르는 학생들의 '언밸런스'한 조합이라니!

 

거기에 경영학과 강의에서 나올 법한 질문이, 아니 언제나 그래서 이젠 제법 진부한, 성공 키워드 식는 무엇인가 라는 식의 질문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양현석 대표는 그 무엇도 아닌, 자신의 가슴을 여전히 뛰게 만드는 설렘을 든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이력에 어울리게 '스펙'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도대체 왜 애초에 양현석 대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스펙을 고민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심지어, 학점을 고민하는 디자인과 학생에게 이렇게 강의실에서 강의나 듣고 대기업에 취직을 고민하니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이 없다는 말로 도발한다. 쭈뼛쭈볏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던 그의 말과 달리, 학생들의 어느 멘토링 강의에서나 나올 법한 뻔한 질문에, 돌직구를 날린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식 1위, sm, jyp와 함께 어깨를 겨루다, 따지고 보면 올 한 해 가장 실속있는 성과를 올린 연예기획사의 대표 답게.

 


	'힐링캠프' 양현석, 사진=SBS '힐링캠프' 방송 캡처

(조선닷컴)

 

하지만 그의 그런 돌직구가 그저 편할 리가 없다. 왜냐하면, yg 엔터테인먼트가 올 한 해 가장 풍성한 수확을 올린 것과 달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장 많은 사건 사고의 당사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각종 사건 사고는, 그 사고를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일으켰다면 전혀 다른 형행 절차가 진행되었을 법한, 특별한 혜택을 입은 듯 보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었던 것들이었다. 그런 연예인들의 소속사 대표로서, 그의 말대로 '사과' 한번 제대로 한적이 없는 그가, 당당하게 나와, 이 시대의 대표적 멘토로서 젊은이들 앞에서 성공을 논하고 있다니 충분히 껄끄러울만 하다.

 

그런 의혹의 시선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힐링 캠프>는, 아닌 양현석 대표는 기존의 <힐링 캠프> mc군단을 대신해, 그와 함께 <k팝스타>를 이끄는 유희열을 '일일 보조'로 등장시켜, 세간의 껄끄러운 질문을 대신하게 한다. 일일 보조 답게 학생들이 앉은 관객 석으로 자리를 옮긴 유희열은 대번에 손을 번쩍 들며, 사람들이 사실 궁금해 하는 그 질문을 던진다. 올 한 해 yg 엔터테인먼트의 잦은 사건 사고들, 그리고, 그 사건, 사고의 해결 과정에서 보여진 석연치 않은 의문들을, 날카롭게 한 치도 피해가지 않고 묻는다.

그리고 그런 유희열의 질문에, 양현석 대표는, 그간 여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사과의 자리 한번 마련하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사과하고,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이들의 자질 부족을 시인하면서도,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마무리한다. 또 거기에 곁들인 집안 관련 특혜 논란은,  그 자신에게 부과된 경찰서 출두 명령서를 예를 들어 전혀 그런 '특혜'와 무관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제는 그 설득력에서 약빨이 다한 <힐링 캠프>의 mc 군단을 대신하여, 대중적으로 공신력을 얻고 있는 유희열이란 카드를 내밀며, 그의 입을 통해 가장 궁금해 하던 질문을 서슴없이 하게 만드는, '연출' 만으로도,  양현석, 아니 yg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마치 공신력 있는 해명 과정을 거친 듯 보이게 만들었다. 그저 인터넷이나, 사람들의 입과 입 사이에서 떠돌던 이야기들이, 믿음직한 유희열이란 사람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것만으로도, 마치 의혹은 의혹이 아닌게 되어 버리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사실, 유희열의 질문에, 양현석 대표의 사과는 여전히 요식 행위와 같았고, 한번 실수를 운운한 부분은 어쩐지 낯부끄러웠으며, 경찰서의 출두 명령서로 대신한 해명은 교묘한 형식 논리같았다.

 

<유나의 거리>에 출연했던 김옥빈은, 10년 전 한 토크쇼에 출연하여 신용 카드와 관련한 물색없는 대답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벽안시되었던 자신의 처지를, <유나의 거리> 속 전과자들의 처지를 대신하여 대답한다. 그로 부터 10년 동안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그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은 그가, 여전히 경원시의 대상이 된 전과자들의 처지와 같았음을 하지만, 그들에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듯이, 자신 역시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라며, 10년이 지난 이즈음에야 에둘러 말하고 있다.

아마도, 양현석 대표의, 한번 실수 병가지상사 라는 식의 '두둔'은 김옥빈과 같은 처지에나 어울릴 법한 상황이 아닐까. 여전히 당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당대 최고의 엔터테이너들로 당당히 존재하는 그들에게, 젊은, 아직 서툰 그들의 한번 실수란 말로는 어쩐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형행 절차에 있어 한껏 특혜를 받은 듯한 그 과정에 이르면.

 

무엇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준 기획사의 대표가, 과연 이 시점에, 당대 청년들의 멘토로서, 굳이 두번 째 출연 기회를 <힐링 캠프>를 통해 얻은 것은, 그의 말대로 귀찮을 정도로 잦은 강연 청탁 기회로만 보이기보다는, 이른바, 논란을 공식화 함으로써 가져지는 유연 효과와, 립서비스 같은 '물타기'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닌지 여전히 의혹의 눈길를 접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씁쓸한 것은, 이후 질문에서도 보여지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현석 대표의 부동산 투자 비법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이외의 문어발 식 확장에 대한 관심에서 보여지듯이, 그 어떤 도덕적 물의에도 상관없는, 혹은, 설레임이란 말로 시작된 그의 사업적 화법과 논리적으로 전혀 궤를 같이 하지 않는, 사업적 영역에 대해서도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필기까지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쟁취하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인 우리 사회 성공 신화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물론 당대 최고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서 그가 문화적 콘텐츠에 대한 혜안을 가진 것에 대한 배움은 중요하지만, 부동산 투자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합리화라니, 이것이 한국적 '부'의 현주소인가 싶은 것이다.

 

양현석 대표의 여러 발언은 진솔해 보였다. 에둘러 말하지 못한다는 그의 성격처럼,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곧 객관적인 것은 분명 아니다.

강준만의 [감정 독재]를 보면, 그가 소개한 다수의 심리학적 이론의 기저에 깔린 것은, 인간은 자신이 겪은 상황은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반면, 타인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 행동을 중심으로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양현석 대표의 경우가 딱 그것이 아니었을까? 철물점을 하시던 아버지의 성실함을 배운, 그리고 타고난 감으로 승부수를 던져 오늘의 자리에 오른, 이제는 당대 최고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그의 이야기들은, 어쩐지 수능 1위를 한 학생의, 그저 교과서를 보고 열심히 했어요 같은 발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미 당대 '권력'과 '권위'가 된 그의 조촐한, 그리고 도식적인, 때로는 아이러니한 성공기는 당장에는 달콤하지만, 돌아서면 '진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꿈을 쫓다가는 굶어죽기 십상,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봐도 취직 조차 하기 힘든 불황과 청년 실업이 한껏 짖누르고 있는 청춘들에게, 입지전적인 그의 성공기와 도발적인 그의 선택들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런지. 그리고 정말 그의 말대로 그런 담백한 성공 스토리만이 해법이었는지, 진짜 꿀딴지는 다른 곳에 숨겨 놓은 것은 아닌지, 자꾸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양현석 대표의 두번 째 <힐링 캠프>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아쉬운 것은, 최근 <힐링 캠프>의 행보이다. <무르팍 도사>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각종 물의를 빚은 사람들의 '면죄부'를 주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사람들은 무르팍 도사의 청천벽력같은 질문을 그 언제부터인가, 면죄부를 향한 요식 행위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부터 <무르팍 도사>의 신기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힐링 캠프>도 마찬가지다. 이경규의 돌직구로 부족해서, 이제 유희열이란 대중의 신망을 얻은 이미지까지 동원한 돌직구들이, 진솔한 해명이 아닌, 누군가의 면죄부를 위한 요식 행위가 된다면, 그리고 그런 일들이 지난 번, 손연재의 출연처럼, 거짓 요식 행위로 판명된다면, <힐링 캠프> 스스로 어쩌면 이미 다한 생명력을 더욱 고사시키는 길을 자초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by meditator 2014. 12. 2. 10:48

<꽃보다 청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상이 <힐링캠프>에 출연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희열, 윤상, 이적의 <꽃보다 청춘>을 재밌게 봤던 터라, 그리고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 윤상을 다시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터라, 그의 <힐링 캠프>의 출연분이 기다려 졌다. 하지만, 그가 출연했다는 소식이 들린 지 한 계절이 지나고, 유희열, 이적, 윤상이 출연했던 <꽃보다 청춘>이 끝나고, 응답하라 팀의 <꽃보다 청춘>도 끝나고, 새로운 프로그램인 <삼시 세끼>가 중반이 지날 즈음에야, 윤상은 비로소 <힐링 캠프>에 모습을 드러냈다. <꽃보다 청춘>의 열기를 뒤로 하고, 9월 17일에 발매된 그의 새 앨범 '날 위로하려거든'이 피고 지고도 한참 뒤에야 말이다. 그렇다고, 초겨울이 되어서야 찾아온 윤상의 <힐링 캠프>가 새롭게 그를 각인시키는 시간이 되었는가 라면 어쩐지 아쉽다. 어떻게 규정짓기 힘든 윤상이란 뮤지션을, 세상이란 틀 속에 어거지로 우겨넣은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꽃보다 청춘> 때도 그랬다. 첫 회가 방영되고 나서, 윤상은 '비호감'의 딱지를 붙이고, 출연의 통과 의례를 톡톡히 치뤘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그것은 나영석 피디가, 막판 반전이 가득한 윤상이란 캐릭터를 이해시키기 위한, 깜짝쇼의 서장이었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민폐 캐릭터였던 윤상은,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세상에 보기 드문 섬세한 감성의 그리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뮤지션이자, 좋은 아빠가 되기 셀레이고 노력하는 착한 심성의 윤상으로 거듭났었다.

 

그리고 <힐링 캠프>도 시작은 그랬다. 함께 출연했던 이적, 유희열의 '변태'너스레로 시작하여, 자신을 찾아온 팬들에게, '왜 나를 좋아하냐고?'라고 까칠하게 말하는 청춘 스타, 그리고 녹음실에 들어간 가수들에게 면박을 주는 야멸찬 작곡자 윤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힐링 캠프>가 다룬 윤상은, 인간 윤상이기 보다는, 90년대의 스타 윤상이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매회 출연하던, '몰래 카메라'의 단초를 제공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자신을 찾아온 게스트 '핑클'에서 왜 나를 좋아하지 않나며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스타였었다.

 

(한겨레)

 

스타였지만, 자신이 스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스타, 하지만, 자신의 음악에 자부심을 느낀, 그리고 자신의 스타성에 '뒤끝'마저 있는 스타로서 말이다. 물론, 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로서의 윤상도 좋다. 하지만, 그 스타였던 윤상을 채웠던 음악이 채워지지 않은 윤상은 공허할 뿐이다.

윤상이 mc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오른쪽 우측 위에 자막으로 곡명이 소개되면서, 그의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의 배경에 들러나오는 음악들을 통해, 그의 주옥같은 음악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녹음실에서 이쁜 여가수를 야멸찬 말로 울리고, 당대 청춘의 심볼이었던 남자 가수에게 막말을 했던 에피소드 뒤에 나와야 할 것은, '음악'에 대한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성을 추구하는 윤상에 대한 이야기여야 했다. 서른 다섯에 버클리 음대에 유학을 가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 앞에 전제 되어야 할 것은, 서른 다섯이나 먹은, 이미 우리나라 대중 가요계에서 이룰만큼 이룬 뮤지션이 굳이 다시 유학을 가야 하는 이유였었다.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 이적이 증언하듯, 그를 불면증의 나날에 시달리게 만들었던, 완벽한 음악에 대한 강박증에 가까운 추구, 그런 뮤지션 윤상에 대한 설명이 없는, 스타 윤상에 대한 복기는, 그저 그런 지나간 스타에 대한 소비에 불과할 뿐이다. 매회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하던 스타였던 그가, 그런 당대의 위치를 아낌없이 버리고 유학이란 결정을 내렸던 음악적 계기에 대해서는 그저 스쳐지나간다. '몰래 카메라'의 단초를 제공했던 당대 스타가, 가졌던 연예인으로서의 회의는 한낯 우스개의 대상이 된다.

 

'비호감' 소동을 일으켰으면서도 <꽃보다 청춘>이 좋았던 이유는, 굳이 어떤 틀에 끼워넣지 않은, 아니 끼워 넣을 수 없는, 그저 그런 사람 윤상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화장실 문제에서 부터 매사에 쉽게 넘어가는 거 없어 함께 여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사람, 하지만, 그런 개인적 딜레마를 가지면서도, 아끼는 동생들과의 여행이란 이유만으로 기꺼이 먼 길을 나설 있는 사람 착한 형, 그리고, 서툴었지만,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여, 기꺼이 변화되어 가는 아빠, 그리고 그 모든 것 앞에 전제된 그의 알콜릭조차 설명할 수 만든 뮤지션 윤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힐링 캠프>의 윤상은, 까칠한 90년대 잘 나가던 스타, 그리고 미국 유학을 가서도, 나이 차 많이 아내에게도 여전히 마이 페이스였던 스타를 넘어섰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가 자신의 생각을 난감해 하면서도 피력할 때, 그런 그의 생각에 성유리나 김제동은 어쩌면 저럴 수가 하는 식으로 반응을 보인다. 그에 반해, <힐링 캠프>의 '아저씨' 아이콘 이경규는 그런 윤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하면서, 윤상을 그저 자신과 같은 아저씨의 부류에 집어 넣고자 애썼다. 물로 이런 것이 윤상에 대한 쉬운 이해, 혹은 예능적 재미를 위한 것이라지만, 윤상이란 쉽게 정의내리기 힘든 감성의 소유자를 어쩐지 편협한 세상의 틀에 재단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를 시달리게 하던 불면증은 알콜릭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아이들을 위해 이십여년 동안 의지했던 술을 끊은 좋은 아빠 윤상은, 친아버지의 죽음 이후에야 아버지를 찾아뵈는 불효자 윤상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 된다.

그의 말 대로,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페이스의 윤상은, 세상 사람들의 편한 잣대로 보기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묘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윤상이 어떤 사람인가에 앞서, <힐링 캠프>가 과연, <꽃보다 청춘>처럼, 윤상이란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 했는가 묻고 싶어 지는 것이다.

 

이런 애매모호한 윤상의 캐릭터는, 결국 <힐링 캠프>의 딜레마이다. 그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이경규라는 막강한 속물적 캐릭터를 기준으로, 혹은 성유리라는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를 기준으로 재단이 되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스트가 그런 기준에서 요리되기 편한 사람이라면 프로그램은 물 마난 듯이, 활력을 띠는 반면, 윤상처럼, 그런 기준에서 설명하기 난해한 존재라면, 자기 편한대로 재단해서 짧으면 늘리고, 길면 잘라버렸던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경규와 소통할 수 있는 90년대 스타이거나, 알콜릭 환자, 그리고 사연있는 아빠 말고는 윤상을 이해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쉬웠던 것은, '윤상이이까 잠시 멈춰서 음미해도 좋다'는 '각종 이펙트로 사운들에 질감을 부여하고, 각 악기들의 소리를 주파수 단위로 조절해 공간감을 쌓아 올리며, 어느 한구석 물샐틈없이 조밀하게 효과음과 리듬 패턴을 채워넣어 구조적을 탄탄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만족할 때까지 소리를 만지느라' 수면제나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작업한 뮤지션을 이해할 시간을 놓치고 만 것이다. (한겨레, 이승한)

by meditator 2014. 11. 11. 10:36

이런 게 방송이 되겠어?'

이 대사는 첫 방송을 앞둔 <이적쇼>를 두고 이적이 <방송의 적> 도중에 한 말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너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 단독으로 토크쇼를 하면 누가 보겠냐는 조언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말에 앞서 가장 먼저 회의을 표명한 사람은 이적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비슷한 대사를 이적은 <힐링 캠프>에서 또 읊조린다. 왜 힐링 캠프가 자신에게 출연 요청을 했을까? 혹시 누가 펑크를 냈나? 과연 이게 방송이 될까? 이제 곧 한혜진이 영국으로 가는데 지금 방송이 안되면 자신의 방송분은 영원히 묻히는데? 
하지만 이게 방송이 되냐는 회의에도 불구하고, 세상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의 적>과 그 안의 코너 <이적쇼>는 순항중이고(물론 때로는 존박쇼가 되기도 하지만), 시청률이 낮건 어떻건 힐링 캠프 이적 출연분은 방영이 되었다. 

(사진; 스포츠 월드)


<힐링 캠프>의 도입부 게스트 소개에서, mc들은 이적을 소개하기에 앞서 '국민 가수'라는 호칭을 들먹인다. 하지만 '국민가수'에 걸맞는 사람으로 mc 자신들도 '조용필' 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냐며 자평을 한다. 이승철은 끼워넣어 주고, 부활은 이경규가 친분으로 어거지로 갖다 붙이고. 그러더니 뜬금없이 이적 소개로 넘어간다. 나오는 이적 자신도, 자신 정도의 게스트로 방송이 될까를 걱정하며 소심하게 처신을 하고. 
<sbs 스페셜-대한민국 가수, 조용필> 편을 보면, 국민 가수란, 그저 팬이 많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필과 동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이, 기쁠 때, 외로울 때, 그리고 사랑을 할 때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왔던 것처럼,  그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했던 노래를 불렀던 가수를 말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거위의 꿈'을 비롯해, '달팽이', '왼손잡이', '하늘을 달리다', '다행이다'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낸 이적이야 말로, 차세대 국민 가수감이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조용필이나, 이승철과 달리, 이적에게 '국민 가수'라는 타이틀은 어쩐지 버거워 보인다. 그가 그렇게 수많은 노래들을 통해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도 어쩐지 그는 그의 세대인 유희열이나, 김동률, 심지어 윤종신보다도 이른바 포스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심지어,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방송의 적>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포스는 커녕, 한참 아래 후배 존박과 존재감을 놓고 아등바등거리는 그가 만만해 보이기 까지 한다. 
그건 <힐링 캠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그만한 '엄친아'가 어디 있겠는가. 형제들과 함께 서울대를 나오고, 어머님은 1세대 여성학자에, 때로는 안쓰는 근육을 쓰는 느낌으로 원서를 읽으며, 13만부가 팔린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다. 
그런데, 서울대를 나온 수재는 학창시절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처음 작곡을 한 소년의 이미지에, 학자인 어머님의 존재는, 이분들이 나를 지켜주지 않겠구나란  세속적 깨달음으로, 책을 많이 읽는 지식인은 음담패설을 즐기며, '낯선 여자'를 좋아하는 속물의 풍모에 밀려버린다. 심지어, <나는 가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노래가 불려진 아티스트가, 방송 분량을 걱정하며, <다행이다>를 이경구의 심장 수술 버전으로 바로 바꾸어 불러주고, 낯선 여자를 주제로 한 즉흥곡을 만드는데 거침이 없다. 
김동률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거위의 꿈' 가사를 단숨에 써버렸다는 걸 보면, 말만 하면 말하는대로 툭툭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천재는 천재인 거 같은데, 그 예전 살리에르가 보고 분노했던 천박한 천재 모짜르트를 보는 것처럼, 어쩐지 천재로 인정하기엔 너무 범상하다. '아우라' 따위는 개나 줘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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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 가수의 본업에 충실하라 조언을 할 정도로 개가수가 되어가는 이적의 장점은 아마도 그 평범함이 빗어내는 친근감일 것이다. 
<방송의 적>에서 이적은 늘 자신을 한껏 드러내고, 부풀려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언제나 신인 가수 존박에게조차 밀릴 정도로 보잘 것 없다. 한껏 허세를 부려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보잘 것없고, 하지만 이적은 그 보잘 것 없는 것조차도 결코 마다치 않는다. <힐링 캠프>에서 방송이 될까를 걱정하는 이적의 캐릭터와 겹쳐지는 부분이다. 이경규가 늘 누군가에게 묻혀간다는 지적에, 그렇게라도 살아남는게 어디냐는 담백한 토로가 어울리는 지점이기도 하고. 

그런데 리얼리티 쇼에서의 어설픈 허세어린 모습이, 그리고 토크쇼에서의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모습이, 그의 동년배들, 그리고 이제 서른 중반을 넘긴 그보다 어린 세대들에게는 공감대를 자아낸다. 
그 세대가 그렇다. 자식 하나나 둘 낳는 시절에, 누구나 다 나름 '엄친아'였고, 한 가닥씩 하면 사회에서 자리잡아 가려고 하는데, 영 포스가 안 나는 세대인 것이다. 그 앞전의 세대는 민주화다 뭐다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경제 발전기의 떡고물로 그런대로 잘 먹고, 잘 나갔는데, 이제 이적으로 대변되는 세대는, 나름 배울만큼 배우고, 이룰만큼 이루었는데, 영 때깔이 안나는 것이다. 경제는 불황이라 하니 내일을 알 수 없고, 자신이 이룬 것들은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것이다. 반면, 별로 내세울 게 없으니 어깨에 힘 좀 넣으려 해도 넣어지지 않는, 그래서 눈 앞의 조그만 행복, 조그만 욕망에 솔직한 그 세대의 전형적 캐릭터로써의 이적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캐릭터가 발견되기 시작한 곳은 일찌기 캐릭터 발견의 귀재였던 <라디오 스타>였다. 그것을 증폭시킨 것은 <무한도전>이었고, 이제 그는  <방송의 적>을 통해 게스트가 아닌 호스트가 되어, 이적이란  세속적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소비시키는 중이다. 이 황당무개하고 어의없는 리얼리티 쇼에서, 얍삽하려 노력하지만 늘 별로 건지는 것 없는 '이적'을 연기하는 이적이 그럴 듯해 보이는 건, 방송의 적 이적과 실제의 이적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소탈하고 소박한 유형의 '이적'을 동시대의 표상으로 예능은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아마도 이담에, 이적이 '국민 가수'가 된다면, 그때의 국민 가수는 조용필이나, 이승철의 아우라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국민 가수일 것이다. 


by meditator 2013. 8. 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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