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란, 홍정은 자매(이하 홍자매) 작가의 작품에는 이른바 창의적인 측면에서 늘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두 자매의 작품은 노골적으로 이미 오래 전에 유행했던 미국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온다던거가,(<빅>, <환상의 커플> 등),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나 만화 등의 포맷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경우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미남이시네요> 등)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근한 서사의 되풀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홍자매의 작품이 방영되면, 일단 보게 되는 '믿고 보는' 드라마가 된 데에는, '창의성'을 뛰어넘는, 홍자매만의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맛깔나는 뒤틀기가 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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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 귀신을 보는 설정은 이미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이다. 가깝게는 2011년 개봉한 손예진 주연의 <오싹한 연애>가 있고,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드라마 <고스트 위스퍼러>, <고스트 앤 크라임>, <슈퍼 내츄럴> 등이 있다. 

제목이 노골적으로 <주군의 태양>이듯이, 남자 주인공 주중원과 여자 주인공 태공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주군의 태양>은 굵직한 스토리로 보면, <오싹한 연애>의 귀신을 보는 여자와 사랑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귀신과의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이 귀신과의 인연을 끊지 못한 채 이승의 곤란함을 겪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런가 하면, 귀신을 보기 때문에 밤에는 잠도 못자는 여주인공에게 어드벤티지를 주는 것은 그의 옷깃이라도 잡으면 귀신이 싹 사라지는 남자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영매가 된 여주인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형식을 띤다면, 드라마는 언제나 홍자매의 드라마가 그래왔듯이, 남,여 주인공은 어떤 이해 관계를 매개로 얽히게 되고, 얽히다 보니 서로의 진심, 특히나 보기엔 별 볼일 없지만, 알고보니 괜찮은 여자라는 여주인공의 실체라던가, 보기엔 멋져보였는데 알고보니 불쌍한 남자였다는 반전의 매력을 선사한다. 
즉 홍자매의 인간형들은 언제나 등장할 때는 지극히 타산적이거나, 혹은 타산적이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여, 혹은 남주인공으로 인해 '진정한 인간'으로 교화되는 '승화'의 드라마저 감동을 그려낸다. <주군의 태양>은 이미 제목에서 그 특징을 드러낸다. 쇼핑몰의 사장 주중원은 마치 왕조시대의 '주군'처럼 쇼핑몰의 대표로서 전폭적인 권능을 행사한다면, 백수의 수준에서 겨우 벗어나 쇼핑몰의 아르바이트 청소직으로 취직한 태공실은 겨우 '태양'으로 불린다. 하지만, 여느 홍자매의 드라마처럼, 귀신을 보는 또 다른 권능을 지닌 태양은 결국 주군의 묵은 해원을 풀어줄, 그리고 얼어붙은 주군의 심장을 녹여줄 구세주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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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회 펼쳐지는 주된 에피소드는 오히려 미드 <고스트 위스퍼러>난 <고스트 앤 크라임>처럼 여주인공이 영매가 되어 억울한 사연으로 인하여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도는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성격이 부각된다. 물론 이것은 좀 더 시야를 확장하면, 여름이면 찾아왔던 <전설의 고향>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등장할 때는 무시무시한 귀신이었는데, 알고보니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사연이 있었다거나 하는 식이다. 
더구나 <주군의 태양>에 지금까지 2회에 걸쳐 등장한 귀신들은 이른바 도시괴담류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에피소드들이다. 죽은 친구를 불러내는 여고생들의 '분신사바' 해프닝이나, 결혼할 여인이 바라보는 거울을 통해 지켜보는 또 다른 신부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 법한 익숙한 설정들이다. 
하지만 여름이면 공포 영화가 빠짐없이 개봉하듯, <전설의 고향> 쯤은 또 한번 봐줘야 할 것 같듯이, 사람들은 익숙한 공포의 소재에 거부감없이 빠져든다. 더구나, 알고보니 그 귀신이 사람을 해꼬지 하려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혹은 진심으로 걱정해서 등장한 것이라는 결론은 뻔하다 하면서도 <전설의 고향>을 보고 눈물 콧뭇을 찍어냈듯이, 여전히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마치 주중원과 태공실의 사랑을 인큐베이팅하듯, 귀신들은 하나같이 사랑의 완성을 지향한다. 등장할 때는 섬칫한 모습이지만, 알고보니 커피 한 잔을 갈구하거나, 제사상을 원했던 귀신처럼 인간사와, 구천의 경계가 희미하고, 그 사이에는 다하지 못한 인간의 사연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연을 풀어내면서, 주군과 태양은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삶의 딜레마를 넘어 행복한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런데 항상 매력적인 홍자매의 드라마에 발목을 잡는 것은 완성도였다. 기존의 이야기를 뒤틀든 어떻든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놉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채워나가는 세부적인 스토리들의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가였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자매의 작품이 흥행작이 되었던 이유는, 부실한 스토리를 메꾸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었다. 단 1회만에 냄새나는 머리, 확연한 다크서클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태공실처럼.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을 홍자매는 이미 <빅>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1,2회를 메꾸어 낸 익숙한 도시 괴담류의 스토리들이 지금은 친근하고 약간은 감동적일지 몰라도, 이것이 되풀이 되다보면 진부해질 수도 있는 위험성 역시 <주군의 태양>은 내포하고 있다.
부디 이번엔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by meditator 2013. 8. 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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