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27일 새로이 시작된 채널 a의 <외부자들>, 첫 회부터 내리 종편 주중 예능 1위의 기염을 토하더니, 드디어 4회만에 시청률 4%의 고지를 넘겼다. (닐슨 코리아 기준 4.395 %) 


하지만 시청률 호감도와 상관없이 이미 인기 프로그램이 된 선행 프로그램 <썰전>과 내용이나 발언의 선명성 등 여러모로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이제 4회를 맞이한 <외부자들>의 냉정한 평가에 앞서 그 의의를 먼저 짚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종편, 그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외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기에 앞서, 뜬금없지만 다시 종편 개국의 시점으로 돌아가 보고자 한다. 이른바 '조중동' 언론이 '방송'이라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했을 때, 그 편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가 '올바른'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당시 채널 a의 영화 프로그램 <무비 홀릭>에 참여했던 평론가 허지웅의 경우, 그 대표적 사례로 '부역'이라며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 비타협적 전선의 벽을 깨뜨린 것은 뜻밖에도 지금의 <jtbc뉴스룸>을 이끌고 있는 손석희였다. 2013년 5월 손석희는 jtbc 보도 부문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jtbc 뉴스룸>의 앵커로 활약을 시작했다. 또한 같은 해 2월 시작한 <썰전>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이철희 현 국회의원이 보수의 논객 강용석과 함께 등장했다.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입후보한 이철희에 뒤를 이어 2016년 1월 유시민이 합류했다. 

'종편의 참여가 부역이라 의심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건이 난 그 날 부터, 현재 탄핵에 이르기까지 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룸>을 정론의 중심에 세웠다. 그 누구도 이젠 <jtbc 뉴스룸>의 10%를 넘보는 시청률을 '종편'의 딱지로 폄하하지 않는다. 양수겹장이라고나 할까? <jtbc 뉴스룸> 발빠르게 '사실'을 보도하면, <썰전>의 유시민은 날카로운 분석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제대로 밝히고 뚫어 주었다. 그 누구도 오늘날의 '탄핵' 정국에 <jtbc 뉴스룸>과 <썰전>이 가진 '참 언론' 의 몫에 박한 평가를 내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손석희가 jtbc를 향하고, 이철희가 합류했던 2013년은 어떤 해였을까? 바로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패배감과 좌절감이 만연했던 시절이었다. 제 아무리 부정 선거라 했어도 진 건 진거인 선거에서 그 패배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 건 바로 방송을 통해 확장된 '조중동'의 영향력이었다. 음식점에만 가면 틀어져 있던 tv조선, 택시만 타면 하루 종일 흘러나오는 각종 종편의 정치 분석 프로그램들, 안그래도 나이든 사람들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었다는 '정치'는 선거의 계절을 틈타 밀착하여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런 종편의 파상적인 '왜곡된 공세'에 이른바 공중파조차 빼앗긴 '민주 세력'의 진지전은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바로 손석희, 이철희, 그리고 유시민의 종편 행은 그런 반성의 결과물로 보아야 한다. 유시민이 누구였는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말 잘하는 사람, 논리로는 그 누구도 그를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얄밉게 가차없이 상대방을 논리로 죽여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이젠 <썰전>의 머리숱많은 아저씨로 아이들에게 조차 인기있는 대중의 스타가 되었다. 누군가는 정치인 유시민의 짧은 인생을 안타까워 하지만 구구히 자신을 작가로 불러달다는 한때 정치인 현 작가 유시민의 영향력은 그가 전투적인 정치인 시절의 그 몇배, 몇 십배이다. 



그런 유시민이 '팟캐스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2014년 7월 정의당 운영하는 팟 캐스트에 진중권, 유시민, 노회찬이 모여 정치, 시사 이슈를 토론하는  '정치 카페'를 열었다. 지난 이명박 대통령 당시 'bbk 실소유주 헌정 방송'을 모토로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이 모여 시작한 <나는 꼼수다>이후 활성화된 팟캐스트의 형태였다. 당시 <팟캐스트>가 이후 그 일원이었던 김용민이 국회의원 후보가  될 정도로 당시 정국에 사회적 영향력이 컸듯이 이후 팟캐스트라는 방송 형태는 '정치적 이슈'를 전달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었다. 당연히 진중권, 유시민, 노회찬의 <노유진의 정치 까페> 역시 출연자들의 박학한 사회, 정치, 역사적 지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화제가 된들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팟 캐스트라는 방송 형태의 특징답게, 능동적 독자들만의 프로그램으로 귀결된 것이었다. 화제는 되었지만, 좀처럼 <나는 꼼수다>가 처음 발휘했던 충격파를 넘어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노유진의 정치 까페>의 출연자들은 팟 캐스트를 넘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일찌기 키보드 워리어였던 진중권 교수가 jtbc의 <속사정 쌀롱>을 비롯한 각종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을 시도했고, 노회찬 전의원 역시 <대학 토론 배틀>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대박'은 유시민 작가였다. 가장 늦게 tv에 등장한 그는, 이전의 가장 얄미운 논객을 넘어서, 목소리 큰 전원책조차 품어안는 가장 유연한 진보의 모습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매주 그가 분석한 정국은 매일의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과 함께 각종 포털에 회자된다. 덕분에, 최순실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에 대중은 '제대로 된' 정보와 분석을 얻을 유효하고도 확실한 창구를 확보했다. 

외부자들의 약진, 고무적으로 보아야 
바로 이런 관점에서 <외부자들>도 보아야 할 것이다. <외부자들>인기의 포인트라 할 정봉주 의원, 그는 국회의원 시절 <나는 꼼수다>에 참여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치 활동 덕에 '독방'까지 다녀오며 궃은 정치판을 경험했다. 그러던 그가 <외부자들>에 참여하여 <나는 꼼수다> 시절에 못지않는, 개그맨 저리가라 할 입담을 풀어낸다. 그런 그의 한 방있는 입담을 진중권이 논리적으로 풀어준다. 그런 그들과 함께 한때는 '보수'의 논객이었거나, '보수'의 일환이었지만, 이제는 끈 떨어진 신세가 된 그러나 여전히 그 날카로운 분석과 노련한 경험이 돋보이는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안형환과 역시나 18대 국회의원이자, 박근혜 대통령 비서까지 지낸 전여옥의 합류도 볼만하다. 이 네 명의 조합이 일단 개그 프로그램 못지않게 재밌다. 그 재미에 곁들여, 기존 채널 a 식의 보수 일변도의 정치 분석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점이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지난 4회간의 성과이다. 



<외부자들>에선 <썰전>을 의식한 날선 입담이 오고간다. 그 과정에서 전여옥 전의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폄하를 사과하며, 그분이 돌아가신 후 그분의 회고록을 읽으며 그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토로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너무도 진솔하고 솔직하신 분이었다 뒤늦은 소감을 밝힌다. 아마도 전여옥 의원이 입에 올렸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기억하는 누군가는 이런 전여옥 의원의 뒤늦은 사과에 더 분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편의 채널 a에서 자칭 보수 패널인 전여옥의 입에서 뒤늦게 나마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탄핵'정국에서 종편조차도 '형광등 백개의 아우라'를 쓰레기통에 쳐넣고 앞서서 청와대를 흠집내기에 앞장서야 하는 '눈치 보기' 상황에서 그 조차도 호랑이의 여우 가면 뒤집어 쓰기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폄하하기에 앞서 '전원책조차 구워삶는 유시민스타일'로 여유롭게 품어내며 이번 선거에서 '종편의 '반비어천가'가 울려퍼질 기회를 봉쇄해 가야할 것이다. 종편이 쳐놓은 '프레임'에 걸려 쓴 맛을 봤던 그 기억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가야 하는 것이다. 느네들의 종편이 아니라, 우리들의 종편을 위해. 그런 면에서 <외부자들>의 약진을 기대해본다. 
by meditator 2017. 1. 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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