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연애의 발견>이 16부작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청률은 여전히 7% 대(10월 7일 7.6%, 닐슨 코리아)에서 머물고, 단 한번도 월화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한 적도 없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여름(정유미 분)이 결국 누구와 이루어질 것인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질 만큼, 화제성넘치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정현정 작가의 대부분의 전작처럼, 역시나 <연애의 발견>에서도 한여름은, 그녀의 첫사랑 강태하(에릭 분)와 이루어 졌다.

 

멋진 성형외과 의사 애인 남하진(성준 분)을 놔두고, 전에 사귀었던 애인을 잊지 못해 오해를 사고, 결국 그로인해 이별을 반복한 끝에 다시 첫 사랑의 그 남자를 찾아가는 <연애의 발견>의 그 어떤 것이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앗아간 것일까?

 

첫 회, 드라마는 다짜고짜, 인터뷰라도 되는 듯, 과거의 연인이었던 한여름, 강태하의 카메라를 향한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사랑을, 하지만 여전히 감정이 섞인 채 발언하는 두 사람에게서, 여전히 마음 속 한 구석에 쟁여놓은, 이루지 못한 사랑의 흔적을 끄집어 내게된다. 모든 완성되지 않은 첫사랑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혹은 남자는 죽을 때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등등,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첫사랑에 대한 격언들은, 우리가 어설퍼서 완수하지 못한 미션이 된 첫사랑에 대한 쓸쓸한 되새김질로 가득차있다.  왜? 아마도 말 그대로 '첫'사랑이기에, 대부분 성취하지 못한 사랑이기에, 처음이 가진 처녀지의 기억과, 그 처녀지를 일군 서투른 농부의 또 다른 경험이, 실패한 자에게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아주 경제)

 

이렇게 드라마는, 사랑을 해보았던 사람들에게 대부분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는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낚아 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반추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기적처럼, 그 실패를 되돌이킬 기회를 준다. 애인 남하진의 소개팅 장소로 돌진한 한여름은, 그 장소에서 우연히도 전 애인 강태하를 만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적나라한 연애사가 시작된다. 말 그대로 '양 손의 떡'을 쥔 전형적인 어장관리녀 한여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게 또 실감난다. 왜? 그것 역시 '솔직히'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해본 감정이니까.

동물의 세계도 아닌 인간 세계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공평하게 하나의 짝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따박따박 수학 공식처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교통사고같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연애의 발견>은 바로 그 지점, 흔한 멜로 드라마의 삼각 관계를 인터뷰의 형식을 통해 솔직담백하게 접근해 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이는 치졸한 모습들, 혹은 오해를 살만한 행동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감정들을, <연애의 발견>은 가감없이 드러낸다.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애라는 것이, 사랑이란 감정 노동을 빌어, 결국은 내 짝을 쟁취하고야 마는 원초적인 짝짓기의 요식 행위이기에, 일찌기 도끼를 들고 대결을 벌이던 원시시대 이래, 승패가 분명하게 판가름날 수 밖에 없는 전투라는 것을 <연애의 발견>은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승리의 과정은 '나쁜 년', 나쁜 놈'이라는 도덕적 댓가보다도 본능적으로 우선한다는 것 역시 가감없이 드러낸다.

 

물론 이런 두 남자를 양 손에 쥐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설정, 남하진과의 관계을 이어가면서, 여전히 전 애인 강태하를 놓지 못하는 식의 도돌이표 해프닝은, 솔직한 토로임에도, 애청자들을 중반부 많이 지치게 했다. 아마도, 그나마 '나쁜 년' 한여름을 정유미라는 선하고 사랑스러운 배우가 연기하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을 외면하고 말았을 상황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젊은 시청자들은, 정유미의 솔직한 사랑스러운 연기에, 그리고 욕하면서도, 사실은 우리도 그렇지 하는 인지상정으로 <연애의 발견>의 개근 티켓을 딴다.

 

그러나 <연애의 발견>이 그저 흔한 삼각 관계와, 진정한 사랑의 쟁취에만 방점이 맞혀져 있지 않다. 마치 하루를 마치고 일기를 쓰듯이, 연애와 사랑에 대한 '성찰'에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러기에, 이제와 남하진을 사귀고 있는 한여름이 강태하를 만나 다시 흔들리는 사건은, 그저 사건이 아니라, 5년 전 강태하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어진 한여름의 트라우라로 이어진다.

언제나 자상한 남하진의 인내도, 어릴 적 입양 과정에서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동생에게 남겨준 상처로 이어진다.

가장 그럴 듯해보이는 연인 한여름, 남하진은, 결국 이제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른 연인 코스프레를 하는 슬픈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묻는다. 진짜 사랑을? 그리고 엉뚱하게도, <연애의 발견>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사랑은, 그 누굴 만나느냐가 아니라, 올곧게 자기 자신으로 선 주체적 자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강태하랑 헤어진 한여름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었듯이, 자신을 접고, 남하진과의 사랑에 적합한 여자가 되고자 한다. 남하진 역시, 어린 시절의 슬픈 기억을 덮어두고, 누군가의 착한 아들, 멋진 남자로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위선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조차도 왜곡시킨다고 <연애의 발견>은 말한다.

그래서 한여름이 강태하를 다시 만나 흔드리는 것, 남하진이 안아름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묻어두었던 자기 자신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그래서, 한여름의 뻔하디 뻔한 삼각 관계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찾아가는 '자아발견'의 과정으로 승화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를 보는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메시지를 남기면서,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와 차별성을 가지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한여름이 다시 강태하를 만나는 것은, 그저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만이 아니다. 방기했던 자기 자신을 추스려, 다시 자기답게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선언 같은 것이다. 그래서, 뻔뻔하게 강태하 앞에 나타난 한여름이 티없이 밝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연애의 발견>은 가장 솔직한 연애 담론에, 자기 성장드라마까지 곁들여, 젊은이들의 절실한 감성을 건드려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지지를 얻는다. 때론 뻔하고 되풀이 되는 해프닝이었지만, 그래도 사랑의 본류에 가식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서 놓치지 않는 본질에 닿으려 했던 정현정 작가와, 작가의 감성을 200% 구현해낸 연출팀, 그리고, 그것을 더욱 설득력있고 사랑스럽게 연기한 배우들의 합이 만들어 낸 성취이다.

 

물론 현실의 그림자 따위는 찾아볼 길 없는 잘 나가는 선남선녀의 그림같은 사랑이야기라는 환타지, 순수 청춘 소설같은 감수성에서 한 치도 넘어서지 않는 정서 등의 한계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그 한계마저도, 그저 한계가 아니라, 정현정 작가의 다음 작품의 화두로 남길, 가능성으로 접어둘만큼, 뻔한 사랑 이야기에서, 그나마 <연애의 발견>은 진솔하게 청춘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길을 열었다.

by meditator 2014. 10. 8. 10:08

kbs2를 통해 방영중인 <연애의 발견>은 시청률표에서 늘 고전한다. 월화 드라마중 1위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뿐더러, 시청률 순위표에서 그 이름을 찾기 조차 힘들 때가 많은 정도로 꼴찌는 따 논 당상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즐겨가는 인터넷 공간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이나, 방영되는 이후에 다수의 공간에서, 드라마의 내용들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집계되지 않은 '히트 드라마'이다. 


곰곰히 <연애의 발견>의 스토리를 들여다 보면,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한여름(정유미 분)이라는 공방을 운영하는 젊은 여주인공이 있다. 그녀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는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성준 분)이다. 조만간 결혼 약속을 할 거 같은 더할 나위없는 선남 선녀 커플이다. 하지만, 어려운 공방 사정과, 아직 채 다 갚지 못한 학자금때문에, 한여름은 선뜻 남하진과의 결혼을 서두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성형외과 의사를 둔 하진의 어머니는, 하진에게 좀 더 번듯한 조건의 여성과의 맞선을 주선하고, 그 사실을 안 한여름은, 분노에 차, 그의 맞선 장소로 돌진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정작 한여름이 마주친 것은 5년 전 헤어진 전남친 강태하(에릭 분)이다. 
로맨틱했던 하진과 여름의 연애는, 강태하의 등장으로 복잡해진다. 여전히 여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태하는, 여름의 공방 일을 핑계로 여름의 곁에서 맴돌고, 그와의 연애를 신물나 하던 여름 역시,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던, 그에게 흔들린다. 
다음 과정은 익숙하다. 자꾸 엮이게 되는 태하와 여름, 그리고 하진에게 뜻밖에 등장한 어린 시절 동생이었던 아림(윤진이 분), 네 사람의 관계는, 얽히고 섥히며 오해에 오해를 낳고, 그에 따른 해명과, 해프닝으로 이어진다. 
다시 나타난 그룹 대표 전 남친과, 잘 나가는 의사인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여주인공이라니!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주말 드라마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막장'의 설정이다. 거기에, 이도 저도 아닌 듯 갈피을 못잡고, 두 남자에게, 사랑인듯 사랑이 아닌 듯, 감정을 '흘리고' 마는 여주인공이라니, 이 정도면, '어장관리'의 최고봉이다.

(사진; 일간 스포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발견>이 그 엄마 세대처럼, '욕하면서도 볼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그 '삼각관계'의 원초적이고도 치명적인 매력 때문일 것이다. 
뻔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엄마를 흉보던 딸이, 엄마가 자러 들어간 거실에서, 사실 따지고 보면, 엄마가 보던 드라마와 그리 다르지 않는 스토리의 <연애의 발견>을 열중하고 있는 아이러니의 '본질' 이랄까. 어느 틈에, 엄마 세대의 막장 드라마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연애의 발견>같은 로맨틱한, 하지만, 알고보면, 뻔한 구도의 러브 스토리가, 역시나 애용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말이다.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뻔한 사랑이야기가 가진 매력 말고도,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연애의 발견>의 매력은, 바로 제목에서도 명시하듯이, 연애를 발견해 가는 듯한, '청춘의 질감'에 있다. 
마치, <마녀 사냥>의 비디오 판이라도 되듯이, 카메라를 향하여 남녀 주인공들은 자신의 연애를 솔직히 토로한다. 네 사람 사이의 상황이 끝나고, 언제나, 마무리는, 그 누군가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감정이 섞인. 그리고, 그것을 통해, 뻔한 연애 이야기는, 바로 그것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독특한 공감을 낳는다. 
연애의 목적이 무엇일까? 결국 남자와 여자가 성공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 답이 없는 것이 없다. 뻔한 사랑 이야기인 <마녀 사냥>이 매회 다른 이야기로 메꾸어 지듯이, 수만 번의 연애사라 한들 답이 없이, 난제인 것이다. 매번 잘 하고 싶지만, 결코 잘 해질 수 없는 어설픔으로,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인 젊은이들의 인생사에서, 여름과의 해후를 통해, 다시 잘해보고 싶은 태하의 마음과, 그런 태하를 미워하면서도, 그와의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아팠던 사랑을 지우지 못한 여름이의 안타까움, 그리고 그렇게 태하를 놓쳐야 했기에, 이제는 좀 더 능숙하게 잘 해보고 싶은 하진과의 연애사가, 결결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우러난다. 
엄마가, 막장 드라마를 보며, 자신과 자기 주변의 경험을 투영하며, 열을 내듯이, 어느 틈에, 딸인 그녀들, 심지어, 아들인 그들까지도, <연애의 발견>을 보며, 지난 번 헤어졌던 나의 경험을 되돌아 보며, 그와 그녀의 연애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뻔한데, 그 안에서 던져지는 감각적인 대사와, 혼잣말처럼 카메라를 향해 토로되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두 남자에게 얽혀있는 한여름이 '나쁜년'인 줄 알겠는데, 현실의 내 연애사의, 그'년' 혹은, 그'놈'도 만만치 않게 나빴기에,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상황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5년 전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태하와의 사랑을 다하지 못했던 여름은, 어떻게든 이번에는 좀 더 능숙하게, 좀 더 덜 상처받으며, 하진과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자 한다. 하지만, 애초에 연애사라는 것이, '미션 임파서블'인 한에서, 이제 여름도 알고, 시청자들도 안다. '발견' 한다고 연애는 익숙해지거나, 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허무한 연애사로 마무리되는, 또 한 편의 연애사, 초가을,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허허로운 젊은이들의 감성을 움켜쥔다. 

그리고 <연애의 발견>의 또 다른 숨겨진 매력은, '거세된 현실'에 있다. 
<마녀 사냥>의 숱한 연애사들에, 오로지 연애만 있고, 삶의 고단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알바의 시급도, 직장인의 애환도 거기선 그리 짙지 않다. <연애의 발견> 역시 마찬가지다. 잘 되지 않는다는 한여름의 공방은 그림엽서 속 장소처럼 아름답고, 대학 학자금 융자가 남은 여름의 집은 이상적인 그룹홈이다. 잘 되지 않는 공방의 사정이나, 고학생인 아름이의 어려움에는, 잘 나가는 작가인 엄마와, 그룹 대표인 전남친, 그리고 어린 시절 그녀를 버린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고아원 오빠라는 보험이 있다. 
덕분에, 삶의 냉엄함으로 고통받는 현실의 연애는 그 현실성을 거세당한 채, 오로지, 연애, 그 순수한 결정체로만, 젊은이들에게 마취약처럼 다가간다. 몽롱한 그들의 연애에서, 하지만, 사실은 건설업체 대표와 성형외과 의사와 공방 대표의 '부르조아틱'한 연애가, 내 연애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연애의 발견>의 숨겨진 진짜 매력은, 진짜 궁상스러움을 감춰주는, 연애지상주의의 궁상스러움일지도 모른다. 


by meditator 2014. 10. 1. 17:07

8월 18일 kbs2의 월화 드라마가 새로 시작되었다. <연애의 발견>

제목에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헤어진 연인과, 지금 한참 만난고 있는 연인 사이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을 빌어 샅샅이 검토해보는, 진짜 말 그대로 '연애'를 조사하고 발견하는 드라마이다. 덕분에, 이 드라마를 보는 누군가는, 연애를 '톺아보는' 이 드라마의 어느 지점에선가 무릎을 치게 된다. 맞아, 내 연애도 그랬어, 맞아, 저런 감정이었어! 라며, 그런데, 마치 납량 특집극에서 나온 귀신처럼 물어 보고 싶다. 정말, 저 연애가 니 연애처럼 보이니? 라고. 

이 드라마에서 화근이 되는 핵심 인물은 한여름(정유미 분)이라는 여주인공이다. 현재 성형외과 의사인 남하진(성준 분)을 사귀고 있는 그녀는 남친이 선을 본다는 말을 듣고 다짜고짜 그 자리에 찾아갔다가, 오래 전 헤어진 전 남친 강태하(에릭 분)를 만나게 된다. 그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그녀, 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전 남친은 그녀에게 미련이 남은 듯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다시 잘해 보면 안되겠냐고 말한다. 우연히 술을 마시고 전 남친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그녀, 이 피치못할 해프닝으로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졸지에, 이중 생활을 하는 어장관리녀가 되어가는데........


한때 사귀었지만 이제는 보는 것도 싫다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화'를 낸다. 반면, 그녀가 그토록 매달렸음에도 잔인하게 끊어버렸던 '그'는 사업적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그녀에게 다시 접근하고자 한다.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두 사람이 지내 온 연애의 역사는, 그 장마다, 서로가 사랑했지만, 얼마나 달랐는가, 그래서 서로가 교감하기보다, 사랑하기에 외로웠는가를, 그리고 지금도 상반된 태도를 보이지만, 그들의 연애가 진짜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러니 당연히, 세상에 연애 한번 정도라도 해본 사람이면, 그들의 궁상스런 혹은, 달콤했던 연애사의 어느 지점에선가 자신의 연애를 비춰 볼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착각하지 마시라. 돈이 없어 결혼하기 싫은 척 한다는 찌질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이 평범한 연애담이 정말 내 얘기 같다고. 등록금 융자금 고지서가 메시지로 날라오고, 꼬박꼬박 방세를 받는 엄마의 독촉 메시지도 거기에 얹어지고, 친구와 함께 연 공방의 밀린 웰세가 독촉되어 마치 평범한 여느 사람같은 그녀는, 사실 친구와 함께, 카페 못지 않은 풍광을 가진 멋진 공방의 주인이다. 뿐만 아니라, 그 못지 않게 폼나는 이층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싱글라이프를 즐긴다. 그녀가 만나는 사람은 또 어떻고? 그녀의 현재 애인은 우연히 소개팅 자리에서 만나 첫 만남에서 키스를 나눈 로맨틱한 남자라는 설정을 가진 성형외과의사이고, 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전 애인, 하지만 '그 남자랑 헤어지고 나에게 올래?'하는 그 남자는 건설사 대표이다. 심지어 이 건설사 대표는 돈 문제로 고민(?)하는 그녀에게 자기 회사에서 건설 중인 건물의 와인바 인테리어를 맞기며 접근해 온다. 현실에서 한 사람도 만나기 힘들 것 같은 스펙의 남자가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그런데 제 아무리 강남 한 복판에 가면 한 건물에 수두룩 성형외과라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 중 두 명이나 '성형외과' 의사인 건, 우연치고는 좀 노골적인 우연같지 않나? 아니, 성형외과 의사만이 아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연애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직업들을 통계 내어 보자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이건(장혁 분), <마이 시크릿 호텔>의 조성겸(남궁 민 분), <연애의 발견>의 강태하가 다 ceo들이다. 집안 사업을 물려 받았건, 능력으로 거머쥐었건 그들은 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능력자들이며, 현재는 그 능력을 회사 사업보다는 '연애'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사업마저도 '연애'를 위해 활용하면서. ceo만 있는게 아니다. <연애의 발견>의 또 다른 남자 주인공도, <연애 말고 결혼>의 주인공도 하필이면 의사 중에 돈을 제일 잘 번다는, 성형외과 의사이다. 이분들 역시 드라마 상에서 본업보다, '연애'에 치중하고 계신다. 심지어 <연애 말고 결혼>의 공기태(연우진 분)는 연애를 하느라 자신의 본업인 성형외과도 날려먹을 판이다. 아니, 이들 못지 않게 멋들어져 보이는 직업 건축가도 있고(<마이 시크릿 호텔>의 구해영(진이한 분)), 디자이너도 있다(<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다니엘(최진혁 분)). 찌질한 남주인공이라면, <잉여공주>의 백수 이현명(온주완 분) 정도이다. 마치 훈남 남자 연예인을 총망라한 듯한 이 멋지 배우들이, 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스펙 중 되기도 힘들고, 되기만 하면 돈을 마구 번다는, 직종들이다. 우연치고는 너무 노골적인 우연이 아닌가. 

그리고, 법률 사무소 임시직이거나, 등록금 융자 빛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혹은 심지어 결혼 경력이 있는 여자들에게 목을 맨다. 그리고 그들과 당당하게 밀땅을 하며, 나의 사랑을 찾아가는게, 요즘 '범람하고 있는' 연애 드라마의 '주제'들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마치 드라마계는 상반기와 중반기가 같은 나라가 맞는가 싶게 달라도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중파에서는 <개과천선>의 조기 종영을 끝으로, 그리고 케이블에서는 <갑동이>의 종영과 함께, 그 어느 곳에서도 진지한 사회적 의식을 가진 드라마가 사라졌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동시에 입을 모아, 연애를 하자, 연애가 중요해, '로맨스가 필요해'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sbs의 월화 드라마 <유혹>, 수목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kbs2의 월화 드라마<연애의 발견>, mbc의 수목 드라마<운명처럼 널 사랑해>, 그리고 tvn의 <마이 시크릿 호텔>에, <연애 말고 결혼>, <잉여 공주>까지, 죽도록 연애만 한다. 솔직히 <야경꾼 일지>도 귀신잡는 척하면서 연애하는 드라마 아닌가. 
<쓰리데이즈>가 가졌던 국가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의식이나, <빅맨>, <개과천선>, <골든 크로스>가 가졌던 날카로운 사회 해부와, 비판적 의식은, 마치 일장춘몽인양 드라마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신, 시시콜콜 연애사를 해부하며, 연애를 할 때라고, 너의 연애를 되돌아 보고, 드라마 속 연애를 검증하며, 남녀 관계에 집중하라고 설득한다. 세월호로 인해 방송이 정지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이렇게 흔적도 없이, 우리 사회를 진지하게 논하는 드라마들이 사라지고 없어진 건지, 어떻게 한결같이, '연애'가 지상 최대의 과제인 양 그럴 수 있을까?

그것도 사실은 현실에서는 길에서 조차 마주치기 힘들 것같은 상위 1%의 남자들이, 평범한 여자들에게 목을 매며, 너도, 나도 사랑한다고 달겨드는 그런 한결 같은 내용으로 말이다. 이 정도면, 평범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마취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연애 드라마' 음모론이 나올 만도 하지 않은가?


by meditator 2014. 8. 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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