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메르스 등의 여파로 침체된 국내 경기의 진작 등을 위해 8월 14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웬걸, 진작되라는 국내 경기 대신, '해외 여행'이 늘었단다. 각 항공사의 여행편은 작년 대비 현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란다. 국내 여행 대신 가까운 동남아로 해외 여행을 가고 보겠다는 세태, 하지만 나서 지금까지 해외는 커녕 여행 한번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청춘들이 있다. 그리고 그 청춘들을 위한 위로 여행 프로그램이 tvn에서 등장하였다. 바로 <여행해도 괜찮아>가 그것이다. 


고달픈 청춘에게 tv가 주는 선물
<여행해도 괜찮아>가 시작하자마자 화면에는 다짜고짜 면접 시험장이 등장한다. 떨리는 모습이 역력한 응시자가 자리에 앉자 등장하는 질문, '왜 우리 회사을 선택하였읍니까?'가 아니라, '정말로 해외 여행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냐?'였다. 그리고 너도 나도 해외 여행을 가는 세상에, 그 자리에 온 청춘들은, 각자 취업과 알바, 혹은 가정 사정으로 인하여 해외에 나갈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울먹이며, 때로는 다짜고짜 눈물을 터트리며, 그렇게 이 시대의 고달픈 청춘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tvn에서 방영하는 <여행해도 괜찮아>와 <가이드>는 모두 여행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모두 일반인인 프로그램이다. <가이드>에는 연예인 가이드들이 합류하지만, 그리고 <여행해도 괜찮아> 역시 여행전문가 손미나가 함께 하지만, 온전히 그 여행의 대상자가 되는 것은 일반인, 그것도 해외 여행을 각자의 이유로 인해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일반인이다. <가이드>가 그 대상이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각자 삶의 무게로 인해 해외 여행할 엄두도 내보지 못한 아줌마들이 대상이라면, <여행해도 괜찮아>는 청춘으로 대상이 달리 된다. 

예전같으면 아줌마와 청춘, 삶의 내공에서 감히 비교도 되지 않을 대상이지만, 실업과 비정규직의 시대가 어느새 아줌마와 청춘들의 삶의 무게를 비등비등하게 만든다. 그래서, 생전처음으로 미용실 문을 닫고 외국 여행을 떠난 아줌마의 사연만큼이나, 어린 시절 아빠를 잃고 취업 전선에 나선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며 살아온 이십대 청춘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렇게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며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간 사이 엄마 보다 더 엄마처럼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며 대학생이 된 청춘, 어느날 닥친 사고로 생과 사의 고비를 오가는 엄마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였던 켈리그라프도, 직장에 들어가며 만들었던 비자를 한번도 사용해 보지 못했다는 삼십대의 청춘도,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커피 전문점의 청춘도, <여행해도 괜찮아>가 베푼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의 기회를 얻어 스페인으로 떠난다. 


 

그저 예능이라도 청춘들에겐 위로의 시간
그래도 해외 여행이라고 선글라스 등으로 한껏 멋을 부린 청춘, 혹은 해외에 나와서도 개량 한복을 입고 자신만의 텔리그라피를 알리느라 애쓰는 청춘, 그저 외양만 보면 그들에게 '삶의 짐'은 '청춘'을 가리지 못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스페인의 공기만으로 너무 좋아 몸을 흔들다가, 그래서 일분일초가 아까워, 그리고 돌아가서 변함없이 달라지지 않은 채 자신을 억눌러 올 일상의 무게에 몸서리치는 청춘들의 모습에서 이 시대 버거운 삶의 무게가 엿보인다. 

<가이드>가 '내 생전 잘 생긴 연예인과 여행을'이라는 호사를 한껏 누리게 해주었다면, <여행해도 괜찮아>는 대신 그녀 자신이 일찌기 해외 여행에서 낯선 노신사로부터 여행의 혜택을 입어 삶의 전환을 얻은 바 있는 여행전문가 손미나가 멘토로 나선다. 연예인 가이드와 여행전문가 멘토는 그래서 프로그램의 깊이마저 달리한다. 아줌마들은 잘 생긴 연예인들과 한풀들이 여행을 즐긴다면,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돌아갈 것이 두려운 청춘에게, 손미나는 '청춘'이 그런 거라 위로를 건넨다. 지금 당신들이 더 힘든 것이 아니라, 되돌아 보면, 청춘은 언제나 앞날을 알 길 없어 막막하고,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처럼 느껴진다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두려워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좋은 시간이, 이후의 삶도 달라질 수 있게 만들 지도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준다. 공영 방송 아나운서 자리를 대신하여 홀홀 단신 스페인으로 건너가 여행 전문가가 된 그녀의 여정이, 경험이 혼돈의 청춘들에겐 진지한 위로로 다가간다.

삶이 퍽퍽한 청춘들에게 주어진 해외 여행, 어쩌면 그것은 그저 한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해프닝과 같은 예능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에 질식할 듯한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간은 유의미하다. 비록 그들이 불안해 하듯, 그 '신기루'같은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 앞날이 막막한 일상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지라도, 일찌기 프랑스 여행지에서 손미나에게 여행을 선물하여, 손미나의 삶의 궤도를 바꿔놓은 노신사처럼, 그저 예능의 일환이지만, 해외 여행은 엄두도 못냈던 청춘들에게 주어진 스페인에서의 며칠은 생각지도 못한 삶의 전환점이나, 지친 삶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가 못한다면 예능이라도 괜찮겠다 싶다. 굳이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들과 함께 하는 해외 여행보다는 낫지 않은가 말이다.

by meditator 2015. 8. 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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