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장르물의 묘미는 무엇일까?

액션이니, 추리니, 거기에 겯들인 로맨스니 해도, 결국은 스토리가 주는 쫄깃한 반전이 아닐까. 뒤통수를 맞은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뒤통수를 내어주어도 좋을 것 같은 허를 찌르는 그 기발한 스토리가, 이런 저런 겉치레를 덜어낸 장르물의 진짜배기 알곡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월, 화요일 밤 10시, 11시에 연달아 찾아드는 두 편의 장르물 <너를 기억해>와 <신분을 숨겨라>는 로맨틱 스릴러와, 도심 액션 스릴러라는 서로 다른 지향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장르물의 묘미를 흠씬 맛보게 해준다. 


범인과 범인을 잡는 묘미라니!
21일 10회의 시작은 이현(서인국 분)의 집에 초대되어 온 정선호(박보검 분) 변호사로 시작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방문자, 이현이 초대한 옆집 사람, 이준호(최원영 분) 법의관이다. 이 세 사람이 함께 한 식탁은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 역시 손에 땀을 쥐며 바라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프로파일러, 변호사, 법의관으로 안면을 트게 된 세 사람이지만, 어쩌면 형과 동생, 그리고 형과 동생의 생이별을 기인하게 만든 연쇄 살인범이라는 악연일 수도, 아니 거의 그래보이니까. 그리고 현재의 사건으로 드러나는 '시체 없는 연쇄 살인'의 배후일 수도 있는 인물들과 그들을 의심하는 프로파일러와의 만남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긴장감이 흐르던 세사람의 식사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차지안(장나라 분)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차지안의 납치 소식에 충격을 받은 이현, 그런 이현을 만류하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정선호,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준호, 차지안을 알고 있던 세 사람은 그래서 함께 현장으로 향하고, 본의 아니게 함께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세상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과의 수사라니! 하지만, 일찌기 탁월한 두뇌 플레이로 감옥을 빠져나간 이준영으로 부터, 아버지로부터 사이코패스라 낙인 찍힌, 하지만 이젠 프로파일러가 된 이현에, 사실은 진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의심이 되는 이현의 동생같은 정선호까지, 세 사람의 싸이코패스가 함께 하는 수사라면, 따지고 보면 이게 바로 천하무적이다! 천하무적의 승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하지만 서로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의 눈길을 접을 수 없는 세 사람은 손발을 맞춰, 아니 정확하게는 입을 맞춰가며 범죄자를 추적해 들어가고 검거에 성공한다. 길지 않는 세 사람의 수사 장면은, <너를 기억해>만이 선보일 수 있는 '쪼는 맛'의 정점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이현은 어쩌면 자기 동생 역시 그저 가출이 아니라, 이준영에 의한 유괴였다면 이번 사건처럼, 이준영에 의해 사이코패스로 길러졌을 수도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의혹은 동생의 실종을 두고 이준영과 딜을 한 현지수(임지은 분)로 인해 더더욱 확고해진다. 하지만 이현이 그런 의심을 하는 시각, 이준영은 전혀 다른 언급을 한다. 범죄자와 함께 하여 범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소양이 있었기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겠냐는 이현돠 다른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렇게 이현과 이준영이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게 만든 사람, 바로 이현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정선호 변호사, 그를 자신의 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가지게 된 이현은, 그래서 동생이 그가 다가가는 연쇄살인의 범인일까 고뇌하고, 그런 이현의 마음과 달리 정선호 변호사는 형이 자신을 찾지 않았다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눈빛이 흔들린다. 

<너를 기억해>의 묘미는 차지안의 이현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하여, 이현의 차지안의 기억으로, 그리고 이제 다시 정선호의 기억에서, 이현의 기억으로, 얽혀있는 인물들의 기억과 상처 속을 헤집으며, 범죄 수사, 그리고 진실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동생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냄으로써 동생을 싸이코패스로 만들까봐 두려워하는 이현, 하지만 그런 형과 달리 자신을 기억해 주지 못하는 형이 내내 서러운 동생, 그리고, 아버지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차지안 등, <너를 기억해> 속 숨겨진 반전의 장치들은 그저 사실을 알게 되는 쾌감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관계'와 '인간'에 대해 다시 짚어보게 되는 지점을 열어준다. 


'고스트' 대신 '민태인'을 잡아버린 통수
11회 <신분을 숨겨라>가 기대되었던 것은 드디어 '고스트'라 불리워졌던 인물과의 대면이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는 정황때문이었다. 정선생(김민준 분), 남인호(강성진 분) 등 악인 뒤에 숨어있는 절대 악 고스트가 유명인사초청 자선파티에 등장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수사5과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사 5과 요원들을 현장과 주변에 잠복시킨 채 자선파티을 예의 주시한다. 

파티에 등장하는 한 명, 한 명의 인물들, 장민주(윤소이 분)의 친부로 추측되는, vd107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졌던 이명근 방위산업체 회장, 최대현 국정원 과장, 이일한 경찰청장 등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수사 5과 인물들은 물론 시청자들조차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신분을 숨겨라>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한번쯤은 혹시나 고스트일까 의심했던 인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미리 예견되었던 바 고스트가 등장할 밀실까지 초대받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청자의 뒤통수를 친다. 이명한 회장을 제외한, 질병관리 센터장을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은 엄인경의 주도 아래 와인을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와인잔이 따라지는 순간, 장민주의 수사로 그 와인잔에 독이 든 것을 알게 된 수사 5과의 저지로 다행히 세 사람은 죽음을 면하고, 엄인경만이, '국가에 의해 부정당한 스파이'의 전설을 통해 경고를 남기며 죽어간 것이다. 

역시나 이번 회도 '고스트'의 뒤를 쫓다 헛물만 키는가 하는 순간, 11회의 뜻밖의 복병이 나타난다. 수사5과가 고스트의 꼬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순간, 고스트는 vd107을 획득한 것이다. 남인호가 잡히면서 함께 회수된 줄 알았던 바이러스, 하지만 남인호는 자신의 체포를 예감하고 바이러스를 자신을 잡으러 온 민태인의 몸 안에 주입했고, 고스트는 수사5과의 눈을 자선파티에 돌린 채 유유해 민태인을 납치해버린다. 수사5과의 '장군'에, 더 강력한 고스트의 '멍군'인 셈이다. 

<신분을 숨겨라>의 감정 코드는 고스트와 수사 5과의 전선이 대치된 가운데 사랑하는 동생과 연인을 잃은 민태인(김태훈 분)과 차건우(김범 분)의 깊은 원한, 그리고 그들과 동지애로 얽힌 장무원(박성웅 분)의 형제애로 이루어진다. 이미 5년간의 잠입 수사 끝에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는 민태인이, 이제 다시 그의 몸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 고스트의 손에 잡히는 설정은, 그 어떤 멜로드라마의 이별보다 애절하다. 수사5과가 고스트 측이 내세운 하수인, 정선생, 남인호, 이제 엄인경까지 하나씩 제거해가며 고스트로 좁혀가는 순간, 고스트는 민태인을 숙주로 이용하며 수사5과의 허를 찌른다. 결국 잔가지들을 다 제거당한 고스트와, 가장 안타까운 동지를 잃은 수사 5과의 진검승부만이 남게 된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고스트를 지키려는 하수인들, 그리고 그렇게 하수인들을 잃고 수사5과의 아킬레스건 민태인을 볼모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고스트,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한 <신분을 숨겨라>의 다음이 기대될 수 밖에 없다. 



by meditator 2015. 7. 22. 16:40

매주 월, 화요일 두 편의 스릴러물이 안방 극장을 찾아든다. kbs2의 <너를 기억해>와 tvn의 <신분을 숨겨라>가 바로 그 두 편의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스릴러물이라는 장르적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편의 색채는 다르다. '사랑하고 치유하는' 로맨틱 스릴러를 표방한 <너를 기억해>가 피비린내 나는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범죄심리학 교수 이현(서인국 분)과 경찰인 차지안(장나라 분)의 달달한 러브 스토리를 메인으러 내세운 반면, 도심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신분을 숨겨라>는 매회 유혈이 낭자한 현실감있는 액션을 중심으로 수사5과의 지능적 범죄 수사가 화면을 채운다.




절대 악을 향해 다가가는 여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편의 스릴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직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될 절대 악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 이현이 우연히 아빠의 경찰서에서 만나게 된 연쇄 살인범 이준영, 그가 감옥에서 탈주를 하고 집으로 찾아온 날 이현의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은 죽임을 당했고, 동생은 사라졌다. 아버지에 의해 사이코패스가 규정되어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의 일부분조차 사라진 이현은 차지안의 요청으로 고국에 돌아와 현재의 사건들 속에서 과거의 인연을 짚어가며 절대 악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매회 벌어지는 단편적인 사건들은 프로파일러로써의 이현의 능력을 증명해가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이현의 숨은 기억 속 퍼즐을 맞춰가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너를 기억해>가 '살인' 등의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라면,<신분을 숨겨라>의 절대 악은 스케일이 크다. 민태인(김태훈 분)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 찾고 싶은, 그리고 8회 차건우가 상부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다가가고 싶은 존재 '고스트'는, 그 누구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이 죽는 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일찍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국가정보원까지 국가 기관이 나서서 그를 잡기위해 혈안이 된 고스트는 위폐, 마약, 청부 살인은 물론 7월 7일 8회에서는 세균전까지 불사하려 한다. 그저 범죄 조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그런데, <너를 기억해>도, <신분을 숨겨라>도 모두 궁극적으로 찾아내야 할 절대악은 분명하지만, 정작 그가 누군인지는 모른다. <너를 기억해>에서 '생각보다 범인은 가까이에 있다'는 대사처럼,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 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의심을 살만한 정황을 가지며, 누가 범인인지 추측해 나가는 것이 이 두 드라마의 묘미다. 



그런데 절대 악은 누구?
<신분을 숨겨라>는 '저승'을 갈 때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고스트, 중정 시절부터 국가로부터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는 그 연배의 출연자들은 모조리 의심스럽다. 가장 유력한 대상자로 눈빛부터가 모호한 국정원 최대현 국장(이경영 분)에서부터 수사5과를 진두 지휘하는 경찰청장, 심지어 수사5과의 최태평(이원종 분)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며 의심하는 맛이 <신분을 숨겨라>의 묘미이다. 정작 드라마는 수사 5과의 신분 위장 수사를 매개로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절묘하게 신분을 숨긴 사람은 바로 그토록 찾아헤매는 범인이다. 

<신분을 숨겨라>가 단 한 명 고스트를 향한 여정이라면 <너를 기억해>의 술래잡기는 조금 더 미묘하다. 이현의 아버지가 죽던 날 사라진 이현의 동생, 그리고 함께인지, 따로인지 역시나 사라진 이준영, 그 또래로 보여지는 <너를 기억해>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수상하다. 7월 7일 6회묘하게 이현의 눈에 들어온 법의관 이준호(최원영 분)의 일거수 일투족은 수상하며, 그가 내뱉은 말은 그저 허투루 지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이현 동생 또래로 등장하는 정선호(박보검 분)는 이현 못지 않게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면 늘 등장하여 시선을 끌 뿐만 아니라, 의심을 받기에 충분할 만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의심이 갈만한 인물들 뿐만 아니라, 스치듯 지나갔지만 사건 수사 현장에 제일 먼저 갔다는 최은복(손승원 분) 역시 그저 지나치기가 애매하다. 그저 웃기는 캐릭터 같은 강은혁(이천희 분)조차 의심스럽다. 



케이블과 공중파의 서로 다른 입지가 낳은 다른 처지 
<신분을 숨겨라>는 케이블 드라마 답게 제작 발표회에서 1%의 시청률 공약을 내걸었다. 초반 정선생으로 분하여 압도적 존재감을 선보인 김민준의 열연과 그와 엇물리는 김태훈, 수사 5과의 활약으로 <신분을 숨겨라>는 순탄하게 1%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2% 고지조차 거뜬히 해치워 출연자들이 커피를 대접하는 등 공약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선생이 출연한 1,2회 이후 좀 맥이 빠진듯한 스토리가 잠시 지지부진한 듯 하지만, 새로운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끌고가는 남인호(강성진 분)등 다른 고스트의 하수인이 저마다의 포스를 가지고 헤집으며, 그 새로운 악과의 대결을 위한 위장 작전과 액션이 매회 애청자들의 손에 땀이 식지 않게 만든다. 거기에 매회 끈끈해지는 듯하면서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수사 5과 캐릭터들의 매력도 <신분을 숨겨라>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다. 또한 케이블이라는 존재적 특성을 살려 거친 액션과 국정원에 사과 문구를 내보일만큼 수위를 넘나드는 설정 등이 <신분을 숨겨라>를 기대하게 만든다. 

오늘 제작사 cje&m이 6월 4주 콘텐츠 지수에서 <너를 기억해>가 <무한 도전>, <복면 가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기사를 냈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콘텐츠 지수 1위가 무색하게, 시청률면에서 <너를 기억해>는 4%대를 넘지 못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초반 '표절'과 관련된 시비를 무난하게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너를 기억해>는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서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이현이라는 셜록 홈즈 뺨치게 능력자인 주인공을 커버하기엔 아직 서인국의 내공이 딸려 보이는 면이 역력한데다, 드라마는 모든 출연진을 의심하게 만들 만큼 문어발식으로 이리저리 엮인 관계들로 어수선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초반 스릴러물로서 이야기의 틀이 잡기히도 전에 어설프게 풀기 시작한 이현과 차지안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오히려 스릴러물로서의 <너를 기억해>의 정체성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그런 초반 악수를 극복하고 이제 6회에 들어선 <너를 기억해>는 이현과 차지안 두 사람의 과거가 풀어지면서 그저 로맨틱물을 넘어선 스릴러물의 공조자로서의 주인공들의 위치를 공고히하고, 매회 등장하는 사건들과 과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본격적으로 스릴러물로써의 묘미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엔 여전히 난해한 스릴러 장르는 공중파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너를 기억해>의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 
by meditator 2015. 7. 8. 15:44

2014년에는 그래도 공중파에서 상반기에만 <쓰리데이즈>, <신의 선물-14일> 등 주목할 만한 다양한 스릴러물이 시도되었었다. 그러나 2015년 시청률에 얽매인 공중파의 드라마들은 점점 그 다양성을 잃은 채 6월에 이르기까지 이렇다할 스릴러 장르물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킬미힐미>와 <냄새를 보는 소녀>가 어설프게 로코와 스릴러의 복합 장르를 시도하였지만, 로맨틱 코미디 부문에서는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반면, 스릴러 장르에서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어설프다는 평을 얻었다. 오히려, 작년 <쓰리데이즈> 등을 방영하였던 sbs의 경우 <상류사회>, <가면> 등 월화 수목 모두다 재벌가의 '막장' 가족극을 다루며, 주말, 아침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주중 미니시리즈에까지 연장시키며 드라마의 장르를 획일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mbc의 <화정>이나, <맨또롱 또똣>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던 <화정> 역시 차승원의 광해군이 무색하게 정명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로코를 표방하는 <맨또롱또똣>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가운데, 케이블에서는 꾸준하게 다양한 시도의 스릴러 물이 만들어 지고 있다. '실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를 해부했던 <실종 느와르 m>이 시즌2를 기약하며 종영하는가 싶더니, 이제 '먹방'으로 화제가 되었던 <식샤를 합시다2> 후속으로 <신분을 숨겨라>가 출격했다. 어디 그뿐인가, ocn의 <나의 아름다운 신부>도 20일 부터 방영예정이어 장르물을 선호하는 시청자층의 기대를 부풀게 한다. 



도심 액션 스릴러 <신분을 숨겨라>
tvn 월화 드라마로 6월 16일 시작된 <신분을 숨겨라>는 제목에서도 대번 알 수 있듯이, 적극적으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수사 5과의 '잠입 수사'이야기이다. 잠입 수사 이야기는 이미 홍콩 영화 <무간도>(2004)를 통해,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 <신세계>(2013)를 통해 이미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장르처럼 익숙한 소재이다. 그렇게 익숙한 잠입 수사물을 선택한 <신분을 숨겨라>는 거기에 '액션'이라는 방점을 찍어 변주를 시도한다. 

첫 회, 형사의 신분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파트너를 잃은 차건우(김범 분)는 자수를 하겠다는 범인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클럽에서 현란한 격투씬을 선보이고, 결국 범인과 함께 빌딩 옥상에서 떨어지는 극단적 액션씬을 보이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7년을 함께 한 파트너가 내 이름은 아냐며 우스개를 할 정도로 과묵한 주인공은, 늘 말 대신에 몸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극을 풀어간다. 

그리고 그런 우울증으로까지 보이는 과묵함을 설명하기 위해 잠입 수사로 들어간 민태인(김태훈 분)과의 슬픈 악연을 연방으로 선보인 1,2회를 통해 풀어간다. 범죄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한 여자, 자신으로 인해 그 여자를 죽게 만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 그 여자의 오빠,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까웠던 선후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지만 몇몇 삽입 장면으로 설명된 두 사람의 인연은, 과잉 수사로 징계를 받은 차건우가 민태인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민태인을 구하러 잠입 수사에 뛰어들게 된 에피소드의 개연성에 충분하다. 

그렇게 격한 액션씬과, 비극적 사연이 숨겨진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신분을 숨겨라>는 뻔한 잠입 수사라는 골격에 살을 입혀,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거기에 민태인과의 악연으로 비롯된 차건우 캐릭터가, 민태인을 구하러 잠입 수사를 하지만 결국 그곳에서 그가 '짭새'라는 오명을 벗고 믿음을 얻기 위해서 민태인을 스스로 죽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비극적 프롤로그를 연방으로 풀어냄으로써 더더욱 이야기에 집중도를 높였다. 

특히나 이미 <신세계>를 통해 범죄물에서 돋보인 카리스마를 선보인바 있는 팀장 장무원 역의 박성웅의 압도적 존재감에, 까메오라기엔 아까운 죽음으로 마무리할 김태훈의 8년의 잠입 수사가 단번에 설명되는 연기, 거기에 윤소이, 이원종이 각자 캐릭터에 맞게 어우러졌다. 정작 부산 출신임에도 사투리는 어색했지만, 어두운 카리스마만으로 정선생을 설명한 김민준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특히 아직도 시청자들에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앳된 소년으로 기억되는 김범의 근육질 형사로서의 변신도 신선하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성장통을 겪은 김범에게, '어른 남자'로서의 확인 도장을 찍을 만한 작품으로 <신분을 숨겨라>가 기억될 듯하다. 

첫 회 시선을 잡기에 성공한 <신분을 숨겨라> 영화 한 편 분량의 이 이야기가 미니시리즈로 계속 액션의 쾌감과, 스릴러의 긴장감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그것이 이 도심액션 스릴러의 관건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5. 6. 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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