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포맷을 변화시킨 <매직아이>가 이번에 들고 나온 승부수는 '취향의 발견'이다.

기존의 '뉴스'를 매개로 한 토크에서 벗어나, 게스트들 각자의 취향을 들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새로운 토크의 매개로 삼았다. 

 

새로운 포맷 '취향의 발견'을 발견해줄 게스트로, 생고기 회를 즐기는 이원종, 청소 매니아 허지웅, 물에 빠진 손미나, 살구와 체리에 빠진 터키 남자 에넥스 카야가 등장했다.

몸이 아파 들른 한의원에게서 자신의 체질이 일반 한국인들과 다르다는 진단을 들은 이원종은, 배우로서 형형한 눈빛을 유지하고자, 생고기 회를 즐긴다며, 육회와는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전한다. 그리고 이런 이원종의 취향을 소개하기 위해, 마장동에서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고기 소믈리에의 꽃살회가 등장하고, 이어 고기매니아 이원종의 소개에 따라, 기름기없이 즐기는 삼겹살구이까지, 먹방의 진수가 이어진다.

 

이원종에 이어 등장한 취향은 홀로 살아서 더 매력있는 남자 허지웅의 취향, 청소이다. 일찌기 스무 살 시절, 고시원 총무로 생활하던 때, 무엇이든 잘 정리하지 않으면 난장판이 되고마는 한 평 남짓 좁은 방에서 시작된 그의 청소 취향은, mc들과 게스트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할 만큼, 결벽증에 가까운 취향의 끝판 왕을 보여준다.

 

허지웅에 이은 에넥스 카야의 취향은, 역시나 이원종에 이은 하지만 이원종과는 다른 달콤한 먹방이다. 한국에 터잡고 오래 살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같다는 평가를 받는 에넥스 카야의 소망은 뜻밖에도 한국에 생소한 터키 알리기이다. 이를 위해 그가 가지고 나온 것은, 터키의 동치미라 할 수 있는 한국에 없는 체리와 살구를 끓여 만든, 콤포스트이다. 과일의 향과  영양이 엑기스가 되어 담긴 이 음식은 한국인들도 접근하기 쉬운 에넥스 카야의 향수어린 음식이다.

 

(사진; 스포츠 경향)

 

마지막 게스트 손미나의 물은, 어머니의 정성을 상징한다. 학창 시절 이래 공부를 하고, 아나운서라는 고달픈 직업, 그리고 뒤이어 여행가로 바쁜 딸을 위해 어머니가 준비한 좋은 재료를 넣고 달인 물은, 몸의 상태나 체질에 맞춰 섭취하면, 약이 따로 없는 보약이 된다.

 

'취향의 발견'이라며 등장시킨, 이원종의 생고기 회, 허지웅의 청소, 에넥스 카야의 살구 콤포스트, 손미나의 물의 조합은, 마치 <해피 투게더>의 '야간매점'과 같은 컨셉이다. 게스트들이 각자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것들을 들고 나와, 그것을 매개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식인 것이다. 지리멸렬해 가던 <해피투게더>는 한참 먹방이 화제가 될 즈음, '야간 매점'을 통해, 프로그램의 생명을 화려하게 부활해 낼 수 있었다. 과연 <매직 아이>도 그럴까?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야간 매점'이 성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에 트렌드가 되어가던 야식이라는 신선한 컨셉도 한 몫을 했지만, 게스트별로 다른 음식을 프로그램의 매개체로 윤활하게 버무려 낸 유재석이라는 명 mc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첫 회를 마친 <매직 아이>는 어떨까? 특별한 취향만큼 도드라진 이원종의 존재감과, '성욕'을 거부한 청정 독신남에 어울리는 허지웅의 취향도, 그 맛과 향기가 궁금한 에넥스 카야의 살구 콤포스트도 기억에 남지만 그뿐이다. 마치, 매일 저녁 찾아오는 각종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맛집처럼, 그렇게 '취향의 발견'도 게스트들만의 별달랐던 취향으로 기억에 남는다.

 

물론, 먹음직스런(?) 육고기 회에, 달콤한 살구 콤포스트의 맛이 궁금하고, 허지웅의 방안이 궁금하지만 그뿐이다. 도대체, 애초에 <매직 아이>가 무엇이었을까 되볼아 보기 조차 아득하다.  그저 익숙한 김구라와, 그가 주도하는 분위기에, 몇 마디 말을 얹는 이효리, 문소리, 그리고 추임새를 넣는 문희준이, 게스트들의 독특한 취향의 소개에 진력할 뿐이다. 애초에 야심차게 선보였던 '매직 아이'라 할만하던 신선한 시선도, 냉철한 견해도, 이제 '취향의 발견'에서는 찾아볼 여지가 없다. 이원종의 육고기 회 부분에서, 그저 채식을 즐기는 이효리를 위한 콩고기 요리가 등장할 뿐, 육고기 회를 먹는 자체에 대한 회의나 반문은 없이, 상찬만이 이어진다. 허지웅의 청소 취향에 대해서는 뻔한 '외로움'이 화두로 등장할 뿐이다. 당연히 게스트들의 말빨에 따라, 에넥스 카야와 손미나의 취향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다.

 

애초에 이효리의 토크쇼라 하던 <매직 아이>는 이제 김구라의 <매직 아이>라는 게 더 정확할 것이고, 그런 김구라의 대한민국 보통 아저씨의 눈높이에 맞춘 토크쇼에서, 제주도에서 대안적 삶을 꿈꾸는 새댁 이효리의 시선이나, 촌철살인을 하는 문소리의 견해가 등장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메인 mc 김구라에, 패널 이효리, 문소리, 문희준의 분위기가 되어간다.

더구나 김구라가 유재석처럼 분위기를 아울러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전히 <라디오 스타> 같다. 누군가 튀어오르는 사람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토크의 참여도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원종의 생고기 회 이야기를 할 때, 에넥스 카야나, 손미나의 존재는 방기된다. 애써 생고기 회를 먹고자 하는 김구라와 허지웅만이 함께 할 뿐이다. 그 취향의 성격도, 김구라가 mc인 프로그램에서, 언제나 김구라의 색깔만이 도드라지듯이, 안타깝게도, '취향의 발견' 첫 회에서, 모두가 함께, 누군가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것을 함께 하는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아저씨 김구라의 취향에 맞는 취향의 발견같기도 하다.

 

물론, 생고기 회나, 살구 콤포스트나, 각종 약재를 끓인 물에 청소까지, 취향의 발견에 등장한 소재들은, 이전의 <매직 아이>에 등장했던 토크의 매개체들보다 한결 친숙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다. 그러기에, '취향의 발견'이 이전 <매직 아이>에 비해 한결 덜 생경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신,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토크란 느낌 역시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매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들이는 취향 여부에 따라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오고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그 익숙함과 친숙함 덕분에, 침체되어 있던 <매직 아이>는 전주 대비 1%의 상승이라는  시청률의 청신호를 얻었다. 이 호응을 mc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게스트들을 어우러내는 매끄러운 진행으로 살리는 것이 남은 숙제가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0. 8. 11:54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이 등장했다. 안보였던 1mm의 재발견 팟 캐스트 <매직 아이>

<매직아이>는 팟 캐스트를 지향한다. 즉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부분과 방송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부분, 혹은 미처 다룰 수 없는 부분이, 팟캐스트 <매직 아이>를 통해 마저 전달된다. sns를 함께 공유하는 방송 형식은 있었지만, 공중파의 방송과, 인터넷 채널을 공유한 새로운 예능, 실효성 여부를 차치하고 형식만 놓고 본다면 <매직 아이>는 형식적인 면에서 신선한 시도라 할 만하다.

<매직 아이>는 두 개의 채널로 구성된다. 
그 첫 번째 채널은 '혼자 알면 안되는 뉴스', '언제나 주목 받는 건 헤드라인과 주인공 뿐, 하지만 우리가 놓친 뉴스 속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요, 그런 놓친 뉴스, 그 뉴스를 혼자 알면 사라지지만, 그 뉴스를 함께 알면 힘을 얻는다'는 것이 이 첫번째 채널의 탄생 이유이다. 
그렇게 사라져서는 안될 뉴스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네 명의 여자가 모였다. '좀 놀아 본'효리, '깊이 보는' 소리, '엣지 있는 진경, '뚫어보는'경선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첫 회 함께 이야기를 나눌 객원 mc로 이적과 김기방이 합류했다. 


첫 회, 19금이라 당당히 내건 <매직 아이>를 위해 선택된 소재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다. 한 해 123명의 사람들이 데이트 과정에서 폭력을 당하고 , 심지어 목숨을 잃게 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매직 아이>는 화두로 삼았다. 
심심치 않게 사회 면에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 즉,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적 양상을 내건 것만으로도, 충분히 함께 나누어 힘이 되는 뉴스라는 첫 번째 채널의 의의는 일정 정도 담보되었다. 
하지만, 그 함께 나누어 힘이 될 주제를 과연 적절하게 나누었는가로 들어가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데이트라는 협소한 단어를 넘어 남녀 사이의 문제를 사적으로 치부하는 사회, 더 나아가 물론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에 들어 과보호된 성장 과정으로 인하여 감정 조절이 쉽지 않은 요즘 세대의 특징으로 인해, 더더욱 폭력적인 양상으로 분추되는, '애정 폭력'에 대한 정의는 적절했다. 
또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애정 폭력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하는 시도도 좋았다. 

하지만 애정 폭력의 양상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직 아이>는 점점, <마녀 사냥>의 연애 사례로 흘러든다. 애정 폭력이라는 정의처럼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운전 중 욕설이나, 머리를 잘라주는 개개인의 연애담의 사례로 희석되는 느낌이 완연했다. 그나마 이적의 지적으로, 모든 것을 맞추어 주는 연애 과정이 이별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역으로 폭력성을 띨 수도 있다는 것이 그나마 데이트 폭력에 걸맞는 인과 관계를 낳는 사례라 할 만했다. 

<매직 아이>의 의도는 훌륭하지만, 그런 공적인 주제를, 과연 네 명의 여자 mc들이 소화할 능력이 있을까에 대해 조금은 의문을 가지게 된 첫 회가 되었다. 즉, 보다 근본적으로 공적인 주제를 예능화하는 과정의 딜레마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주제는 공적이며, 결론 역시 그에 걸맞는 수준이이어야하지만, 과정의 사유는 지극히 사적이다 보니, 어딘가 아귀가 안맞는 느낌이 들었다. mc들 자신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개념 파악이 되지 않은 듯, 예능과 시사 토론 사이를 오갔다. 주제만 그럴 듯하게 하고, 19금의 토크쇼를 하겠다는 것인지, 진짜 함께 나누어 힘이 될 만한 뉴스를 나누겠다는 것인지, 애매한 첫 회라 하겠다. 


그렇게 혼자 알면 안되는 뉴스가 얼기설기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화면이 전환된다. 선글라스를 쓴 김구라와, 배성재 아나운서가 거리에 나타나 인터뷰를 하겠단다. 또 하나의 매직 아이, 화제가 된 뉴스 속에 숨겨진 인물을 찾아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 두번 째 채널 '숨은 사람 찾기'의 목적이다. 

첫 번째 방송 두 사람이 찾아간 사람은 화제를 모았던 '별에서 온 그대'의 이길복 촬영 감독을 찾아간다. 하지만 정작 방송을 통해 많은 비중으로 다루어 진 것은 이길복 촬영 감독을 기다리며 김구라가 은연 중에 배성재 아나운서를 통해 박지성 김민지 연인 들의 뒷 이야기이다. 어렵게 몇 시간을 기다려 만난 이길복 감독에게 정작 물어 본 것은 김수현과 전지현 중 누가 더 얼굴이 크냐 정도 였다. 
두번 째 채널 '숨은 사람'은 이른바 요즘 세간에 인기를 끌고 있는 '뒷다마'성 인터뷰이다. 그런 면에서 김구라만큼 적역이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번째 채널이 데이트 폭력을 다루며 방송의 공공성 영역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 반면, 두번 째 채널로 넘어가면서 지극히 사적인, 누군가의 뒷다마를 하는 방식은, <매직 아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혼돈을 불러온다. 더구나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이 중요시 되는 세상에, 인터넷 게시판에서나 갑론을박할 박지성 김민지 연인의 속사정이나, 김수현 전지현의 얼굴 크기를 새 예능의 내용으로 삼기엔 시대착오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첫 번째 채널과 두 번째 채널의 병존은, 그 예전 <황금 어장> 시절, 강호동이 진행하는 1인 인터뷰와 그 후반에 얹혀지던 <라디오 스타>의 공존이 떠올려 진다. 그런데, <황금 어장>의 한 지붕 두 가족은, 이른바 보다 공식적인 1인 인터뷰와, B급의 정서를 표방한 다인 인터뷰라는 공통점과 그 공통점에 기반한 차별성을 가진 하나의 범주 안에 묶을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매직 아이>의 두 채널은, 숨겨진 1 mm라고 하는데 그 공통의 질이 선뜻 전달되지 않는다. 두 채널의 진행 방식 자체가 너무나 이질적이다 보니, 전혀 다른 프로그램 두 개를 그저 붙여놓은 느낌이다. 마치 둘 중 하나 걸려라 하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첫 번째 채널의 mc들을 활용하면서, <마녀 사냥>처럼 포맷을 연관성을 가지고 이어갔으면 어떨까 싶다. 그렇다 치더라도, 첫 회 방영된 첫번 째 채널 사적 관계조차 사회적 시야를 가지고 접근한 데이트 폭력과 두번 째 채널 연인의 뒷다마나 연예인의 신체 조건 뒤지기는 함께 하기엔 너무 먼 주제들이다. 어색한 한 지붕 두 가족, 아직은 이도 저도 아니다. 


by meditator 2014. 5. 14.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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