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의 결혼식에 시체가 떨어졌다'며 '킬링 로맨스'를 내걸고 흥미진진하게 시작했던 <마이 시크릿 호텔>이 16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마이 시크릿 호텔>의 결론은 조성겸(남궁민 분)의 한 마디로 결론 내릴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게 사랑 때문이라는 거군요. 내 어머니를 위해 진실을 덮은 총지배인도, 총지배인을 대신한 양경희도, 양경희를 대신한 차동민도 결국 모든 게 다 사랑 때문이라는 거군요.'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웨딩 플래너가 되어  주관하던 남상효(유인나 분)의 전남편 구해영(진이한 분)의 결혼식에 느닷없이 천장 유리를 깨고 떨어졌던 시체 황동배(김영춘 분)에서 시작되어 미스터리처럼 이어지던 살인 사건의 결말은, 러브스토리로 결론 맺어졌다. 

그리고, 그 시체로 인해 깨진 구해영의 결혼은 다행히도(?) 두 주인공의 사랑의 확인으로 달콤하게 역시나 러브스토리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 다 사랑이야'라고 부르짖는 결론을 향해, 오는 여정은 너무나 길고도 지리했다. 


(사진; 서울 경제)


마지막 회, 결국 구해영과 남상효의 그간 16부의 길고 지리했던 줄 다리기가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 수많은 이야기를, 심지어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사정없이 퍼붓지만, 정작 해야 할 단 한 마디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빙빙 돌리다, 마지막에 가서야, 사실은 이랬어? 요걸 몰랐지? 하는 그 전형적 수법이 다시 한번 <마이 시크릿 호텔>에 등장한다.

미국에서 사랑에 빠져 결혼식까지 올렸던 구해영과 남상효는 남상효의 호텔리어라는 직업과, 그 직업적 특성과 그에 대한 남상효의 열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리고 자신의 일정까지 겹쳤던 구해영의 뉴욕 행으로 인해 겨우 짧은 3개월이라는 결혼 생활과 서로에 대한 원망만은 쌓고 헤어졌다. 

하지만, 16회,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던 서로에 대한 원망이 실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드라마는 밝힌다. 호텔리어라는 직업마저도 내팽겨친 채 남상효는 구해영을 찾아갔으며, 구해영 역시 남상효를 찾으러 다시 돌아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이 여전함을 확인한다. 첫 회에 만나서, 사실은 내가 너를 만나러 갔었다. 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것을 서로 믿는다, 안믿는다. 이러면서 16부작의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심지어 시체까지 등장하며 난리를 치루었던 구해영의 결혼마저 정수아(하연주 분)의 애걸에 넘어가 준 것이라니! 한참 무르익던 조성겸과 남상효의 러브 라인을 정리하기 위해 뜬금없이 등장한 남상효의 출생의 비밀에 이르면 막판 반전이라기 보다는 실소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마이 시크릿 호텔>의 중심 러브 스토리는 구해영과 남상효의 사랑을 둘러싼 해프닝으로 이어진다. 미워하는데 웨딩 플래너와 고객으로 만나게 되고, 어려운 호텔때문에 심지어 대신 결혼까지 해주는 해프닝으로, 두 사람의 사연은 16부를 어렵게 이어간다. 남상효 주변으로 다가간 조성겸이 멋지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안다. 한번에 두번 결혼까지 한 두 사람이 다시 헤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마지막회, 다시 한번, 구해영의 뉴욕행으로 시청자들을 낚고 남상효는 울고 앉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가 긴장감을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이 시크릿 호텔>이 재미를 놓친 것은 이른바 킬링 로맨스라 부르짖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 혹은 네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와,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 서로 따로 놀았다는 점이다.

남상효가 주관하는 구해영의 결혼식에 느닷없이 떨어진 시체, 그로 인해 살인 사건에 얽매여 들어가는 두 주인공, 이런 클리셰는 이미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하게 보아왔던 설정이다. 더구나, 두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 특히나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용의자가 되는 미묘한 상황이, 바로 이런 스토리의 매력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매력적인 스릴러에, 정작 두 주인공의 몫이 없었다. 

웨딩 플래너였던 남상효가 앞장 서서 사건을 해결할 만도 하건만, 용의자로 심문 한 번 받고는 일찌감치 사건으로 부터 달아나 버려, 구해영과 조성겸과 삼각 로맨스에 열중한다. 그렇게 달아난 주인공은, 해프닝으로 치뤄진 결혼식 첫 날 밤, 그들의 호텔 방에서 또 한 사람 허영미(김보미 분)가 죽음으로써 살인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하지만 그뿐, 두 주인공은 신혼여행이랍시고 달아나 버리고 살인 사건의 해결은, 촉 좋은 형사 김금보(안길강 분)의 손에 맡겨질 뿐이다. 

보통 이렇게 살인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주인공은, 범인의 의심을 받거나, 불가피하게 오해를 뒤집어 쓰고 그 사건 해결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는, 살인 사건 해결과 맞물려 진행되게 마련인데, 초반 그럴 듯하게 남상효를 용의자 심문까지 하던 스토리는 버거웠는지, 두번 째 살인 사건에 이르면 일찌감치 주인공들을 호텔 밖으로 보내 버린다. 그러다 보니, '킬링' 도, '로맨스'도 삐걱거리면서, 길고 지리한 주인공들의 사랑의 줄다리기만이 16부를 채워간다. 


<마이 시크릿 호텔>을 통해서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tvn은 킬링 로맨스를 내걸고 미스터리 스릴러와 러브 스토리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러브 스토리의 변주를 시도했지만, 결국 킬링도, 로맨스도 제대로 만족시킬 수 없었다. 과연 이 스토리를 가지고 굳이 tvn이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에서 16부작을 고집할 이유가 있었나 의심해 본다. 차라리 조금 더 회차를 줄여 압축적인 스토리로 풀어냈다면, 지금 보다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러브 스토리의 신선한 변주, 그건, <마이 시크릿 호텔>의 다음 작품, <라이어 게임>으로 넘어간다. 흡족치 않음에도, '킬링 로맨스'를 내건, 장르적 변주의 신선한 시도는 그럼에도 <마이 시크릿 호텔>의 성취이다.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다음엔 좀 더 그럴 듯한 '킬링 로맨스'가 되어 돌아오기를. 

by meditator 2014. 10. 15. 10:57

8월 18일 kbs2의 월화 드라마가 새로 시작되었다. <연애의 발견>

제목에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헤어진 연인과, 지금 한참 만난고 있는 연인 사이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을 빌어 샅샅이 검토해보는, 진짜 말 그대로 '연애'를 조사하고 발견하는 드라마이다. 덕분에, 이 드라마를 보는 누군가는, 연애를 '톺아보는' 이 드라마의 어느 지점에선가 무릎을 치게 된다. 맞아, 내 연애도 그랬어, 맞아, 저런 감정이었어! 라며, 그런데, 마치 납량 특집극에서 나온 귀신처럼 물어 보고 싶다. 정말, 저 연애가 니 연애처럼 보이니? 라고. 

이 드라마에서 화근이 되는 핵심 인물은 한여름(정유미 분)이라는 여주인공이다. 현재 성형외과 의사인 남하진(성준 분)을 사귀고 있는 그녀는 남친이 선을 본다는 말을 듣고 다짜고짜 그 자리에 찾아갔다가, 오래 전 헤어진 전 남친 강태하(에릭 분)를 만나게 된다. 그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그녀, 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전 남친은 그녀에게 미련이 남은 듯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다시 잘해 보면 안되겠냐고 말한다. 우연히 술을 마시고 전 남친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그녀, 이 피치못할 해프닝으로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졸지에, 이중 생활을 하는 어장관리녀가 되어가는데........


한때 사귀었지만 이제는 보는 것도 싫다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화'를 낸다. 반면, 그녀가 그토록 매달렸음에도 잔인하게 끊어버렸던 '그'는 사업적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그녀에게 다시 접근하고자 한다.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두 사람이 지내 온 연애의 역사는, 그 장마다, 서로가 사랑했지만, 얼마나 달랐는가, 그래서 서로가 교감하기보다, 사랑하기에 외로웠는가를, 그리고 지금도 상반된 태도를 보이지만, 그들의 연애가 진짜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러니 당연히, 세상에 연애 한번 정도라도 해본 사람이면, 그들의 궁상스런 혹은, 달콤했던 연애사의 어느 지점에선가 자신의 연애를 비춰 볼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착각하지 마시라. 돈이 없어 결혼하기 싫은 척 한다는 찌질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이 평범한 연애담이 정말 내 얘기 같다고. 등록금 융자금 고지서가 메시지로 날라오고, 꼬박꼬박 방세를 받는 엄마의 독촉 메시지도 거기에 얹어지고, 친구와 함께 연 공방의 밀린 웰세가 독촉되어 마치 평범한 여느 사람같은 그녀는, 사실 친구와 함께, 카페 못지 않은 풍광을 가진 멋진 공방의 주인이다. 뿐만 아니라, 그 못지 않게 폼나는 이층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싱글라이프를 즐긴다. 그녀가 만나는 사람은 또 어떻고? 그녀의 현재 애인은 우연히 소개팅 자리에서 만나 첫 만남에서 키스를 나눈 로맨틱한 남자라는 설정을 가진 성형외과의사이고, 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전 애인, 하지만 '그 남자랑 헤어지고 나에게 올래?'하는 그 남자는 건설사 대표이다. 심지어 이 건설사 대표는 돈 문제로 고민(?)하는 그녀에게 자기 회사에서 건설 중인 건물의 와인바 인테리어를 맞기며 접근해 온다. 현실에서 한 사람도 만나기 힘들 것 같은 스펙의 남자가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그런데 제 아무리 강남 한 복판에 가면 한 건물에 수두룩 성형외과라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 중 두 명이나 '성형외과' 의사인 건, 우연치고는 좀 노골적인 우연같지 않나? 아니, 성형외과 의사만이 아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연애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직업들을 통계 내어 보자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이건(장혁 분), <마이 시크릿 호텔>의 조성겸(남궁 민 분), <연애의 발견>의 강태하가 다 ceo들이다. 집안 사업을 물려 받았건, 능력으로 거머쥐었건 그들은 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능력자들이며, 현재는 그 능력을 회사 사업보다는 '연애'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사업마저도 '연애'를 위해 활용하면서. ceo만 있는게 아니다. <연애의 발견>의 또 다른 남자 주인공도, <연애 말고 결혼>의 주인공도 하필이면 의사 중에 돈을 제일 잘 번다는, 성형외과 의사이다. 이분들 역시 드라마 상에서 본업보다, '연애'에 치중하고 계신다. 심지어 <연애 말고 결혼>의 공기태(연우진 분)는 연애를 하느라 자신의 본업인 성형외과도 날려먹을 판이다. 아니, 이들 못지 않게 멋들어져 보이는 직업 건축가도 있고(<마이 시크릿 호텔>의 구해영(진이한 분)), 디자이너도 있다(<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다니엘(최진혁 분)). 찌질한 남주인공이라면, <잉여공주>의 백수 이현명(온주완 분) 정도이다. 마치 훈남 남자 연예인을 총망라한 듯한 이 멋지 배우들이, 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스펙 중 되기도 힘들고, 되기만 하면 돈을 마구 번다는, 직종들이다. 우연치고는 너무 노골적인 우연이 아닌가. 

그리고, 법률 사무소 임시직이거나, 등록금 융자 빛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혹은 심지어 결혼 경력이 있는 여자들에게 목을 맨다. 그리고 그들과 당당하게 밀땅을 하며, 나의 사랑을 찾아가는게, 요즘 '범람하고 있는' 연애 드라마의 '주제'들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마치 드라마계는 상반기와 중반기가 같은 나라가 맞는가 싶게 달라도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중파에서는 <개과천선>의 조기 종영을 끝으로, 그리고 케이블에서는 <갑동이>의 종영과 함께, 그 어느 곳에서도 진지한 사회적 의식을 가진 드라마가 사라졌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동시에 입을 모아, 연애를 하자, 연애가 중요해, '로맨스가 필요해'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sbs의 월화 드라마 <유혹>, 수목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kbs2의 월화 드라마<연애의 발견>, mbc의 수목 드라마<운명처럼 널 사랑해>, 그리고 tvn의 <마이 시크릿 호텔>에, <연애 말고 결혼>, <잉여 공주>까지, 죽도록 연애만 한다. 솔직히 <야경꾼 일지>도 귀신잡는 척하면서 연애하는 드라마 아닌가. 
<쓰리데이즈>가 가졌던 국가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의식이나, <빅맨>, <개과천선>, <골든 크로스>가 가졌던 날카로운 사회 해부와, 비판적 의식은, 마치 일장춘몽인양 드라마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신, 시시콜콜 연애사를 해부하며, 연애를 할 때라고, 너의 연애를 되돌아 보고, 드라마 속 연애를 검증하며, 남녀 관계에 집중하라고 설득한다. 세월호로 인해 방송이 정지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이렇게 흔적도 없이, 우리 사회를 진지하게 논하는 드라마들이 사라지고 없어진 건지, 어떻게 한결같이, '연애'가 지상 최대의 과제인 양 그럴 수 있을까?

그것도 사실은 현실에서는 길에서 조차 마주치기 힘들 것같은 상위 1%의 남자들이, 평범한 여자들에게 목을 매며, 너도, 나도 사랑한다고 달겨드는 그런 한결 같은 내용으로 말이다. 이 정도면, 평범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마취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연애 드라마' 음모론이 나올 만도 하지 않은가?


by meditator 2014. 8. 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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