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mbc를 통해 방영되는 <라디오 스타>와 목요일 kbs2를 통해 방영되는 <해피 투게더>를 보고 있노라면 동화<해와 바람>이 떠오른다. 

동화<해와 바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이야기다. 해와 바람이 길 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내기를 했는데, 있는 힘껏 다해서 바람을 뿜어대면 댈수록 자신의 옷을 움켜쥐기만 하던 나그네가 해의 따스한 기운에 스스로 옷을 벗고 말았다는. 



	해피투게더/KBS제공
(사진; 조선닷컴)

김구라라는 '독설'의 아이콘을 중심 이미지로 한 <라디오 스타>의 mc진은 방송 도중 종종 그들의 머리에 그려지는 악마의 뿔 cg처럼 호시탐탐 어떻게 하면 게스트를 벗겨 먹을까 고심을 한다. 그것이 때로는 게스트의 원치않는 진실을 억지로 벗기려 했거나, 벗겨졌을 때 구설과 반발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바람이 불어주면 스스로 자신의 옷을 벗어주는 게스트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어쩔 수 없이 <라디오 스타>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위해 물불 안가리고 옷을 벗어주는 게스트 정도에 따라 복불복 게임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라디오 스타>가 늘 전쟁터인 건 아니다. 원건 원치 않건 옷을 벗어던진 홀가분함, 시원함이 늘 이곳엔 존재한다. 마치 '야자 게임'을 한 판 하고 나면 부쩍 친근해 지는 관계처럼, 육박전과도 같은 시간을 통해 늘 게스트들은 걱정했지만 좋았다는 소회를 밝히곤 한다. 

반면, <해피투게더>는 해님과도 같다. '배려'의 아이콘인 유재석을 중심으로 박미선 등의 mc 진이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게스트의 토크를 유도한다. 물론, <해피투게더>에도 악마의 뿔이 돋아나올 것같은 박명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박명수는 <라디오 스타>처럼 독설을 뿜어내거나, 직설적 발언을 하면 동료 mc들이 거들기는 커녕, 오히려 힐난을 당하기 십상이다. 왜 그러냐는 식으로. 물론, 결국은 그런 박명수의 돌직구는 유재석의 완화된, 게스트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방식의 질문으로 돌려져 가기 십상이지만, 애초의 그 날카로움은 한결 완화된 채 전달되기 마련이다. 덕분에 토크쇼에 낯선 연예인들조차 <해피투게더>에선 기분 나쁘지 않게 푸근하게 그 분위기에 얹혀 즐기다 갈 수 있다. 심지어 '먹방'까지 있으니 왁자지껄 한판 잔칫집 분위기이기 십상이다. 

물론, 동화 <해와 달>에서는 해의 승리로 이야기는 끝나지만, 토크쇼 <라디오 스타>와 <해피투게더>의 경우는 승자를 논할 수는 없다. 각 프로그램의 개성이요, 등장하는 게스트를 요리하는 나름의 스타일이니까. 게스트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홍보냐, 무존재였던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방식이냐 게스트의 필요에 따라, '나를 마구 다뤄줘' 혹은 '나에겐 따스한 도움이 필요해'의 방식을 택할 자유가 있는 것이다. 시청자 역시 그런 면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사진; 파이낸셜 뉴스)


이런 특징에 입각해 1월 9일 <해피투게더>는 가장 <해피투게더>에 어울리는 특집이었다. 2013년에 두각을 나타낸 신인들 특집이었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와 윤진이로 활약했던 김성균과 도희, 그리고 <왕가네 식구들>에서 최상남 역할로 kbs 연기 대상 신인상을 거머쥔 한주완, 그리고 화제의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조역으로 시작해 주연의 자리를 거머쥔 설설희 역의 서하준 등 이제 막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네 명의 새내기들이 <해피투게더>를 빛냈다. 

첫 토크쇼의 출연인 만큼 '처음'의 느낌이 완연한 네 명과 달샤벳 멤버수빈을 대상으로 유재석은 특유의 장기를 선보인다. 누구 한 사람 결코 처지는 느낌이 없는, 등장한 네 명의 신인과, 그리고 거기에 곁다리다 싶게 얹혀져 나온 수빈까지 모두를 배려하는 토크를 진행해 간다. 이제 처음 만난 김성균과 서하준이 종종 손을 꼭 붙잡는 것까지 놓치지 않고 캐치해 내면서, 이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그들의 한 사람의 지나온 시간과 새해 소망까지 결코 누락되지 않는 토크를 꾸려나간다. 심지어, 도희가 말을 할 때마다, 함께 드라마를 했던 김성균이 '엄마 미소'를 띠고 바라보는 것까지 담음으로써, 다른 mc들은 물론, 시청자들조차 김성균의 그 표정을 복기하게 만드는 분위기로 자연스레 끌고 갔다. 



이날 등장한 게스트들은 달샤벳을 제외하고는 신인이라지만, 이미 2013년 화제작인 <응답하라 1994>, <왕가네 식구들>, <오로라 공주>를 통해 충분한 사랑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이미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그 작품을 즐겨 봤던 시청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질만한 그런 어찌보면 '공인'된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해피투게더>는 그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끌고 간다. 시청자들의 '우쭈쭈쭈'에 화답하여, 그것을 한층 더 사랑스럽게 고양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의 <해피투게더>가 더 좋았던 것은 그 흔한 신인들의 지나온 시절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것에 있다. 물론, 거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신인 중 가장 중고 신인이라 할 수 있는 김성균의 긍정적인 자세이다. <범죄와의 전쟁>을 찍을 때조차 망치 등을 들고 일을 해야 했던 고생스러운 시절을 생각 해 보면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이라 정의내리는 김성균의 모습, 뿐만 아니라, 오디션 현장에서 거침없이 옷을 벗어야 했던 시절을 그저 작품만 생각했던 열정으로 말하는 한주완의 지난 시절, 거기에 여수 소녀 도희의 '운좋았다던' 상경기까지, 박명수의 눈물의 고생담이 무색하게, 고생스러웠지만, 이제는 돌아보니 소중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새 시청자들로 하여금 '우쭈쭈쭈'하는 마음을 넘어 이제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까지 생기게 만든 시간이었다. 덕분에 2014년 새해부터 모처럼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보는 사람들조차 힘이 생기는 시간이 되었다. 


by meditator 2014. 1. 10. 09:36

<라디오 스타>를 논하기 전에, <미스코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미스코리아>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별에서 온 그대>가 경쟁작이란 말이 무색하게 20%을 훨씬 웃도는 시청률로 쭉쭉 치고 나가고 있는데다, 그나마 만만한 경쟁작이던 <예쁜 남자>가 이번 주로 종영하고, 다음 주부터는 방학기 원작의 <감격시대>가 야심차게 대기하고 있으니, 뭐라도 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아마도 그러기에, 삼일 밤을 샌 주인공 이연희를 <라디오 스타> 미스코리아 특집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놓고 보자면, 과연 <라디오 스타>는 자신의 프로 앞에 방영되어 자기 프로그램의 시청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같은 방송국 수목 드라마에 도움이 됐을까? 그 답은 글쎄다. 아니 오히려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는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사진; 한경 닷컴)

물론 시작은 이 드라마의 히로인 이연희에 대한 화려한 소개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화제가 되었던, 계란과 귤의 먹방을 재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 삼일 밤을 새고 온 여배우 이연희는 그 자리에 앉아 눈빛을 흔들리지 않느라 애쓰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였고, 프로그램 말미 좀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하는 소회를 남기기에 이른다. 

오히려 1월 8일의 <라디오 스타>를 빛낸 것은 이제는 분량도 없는 아마도 이젠 나오지 않을 거라는 예측을 하게 되는 쥬얼리의 멤버 예원이었다. 하지만 과연 예원의 독보적인 활약이 드라마 <미스 코리아>에 도움이 되었는가 라면 그녀가 <라디오 스타>의 출연으로 다시 간택되어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드라마 내의 캐릭터를 다시 재연하는 예원의 모습은 톡톡 튀었지만 그 모습을 다시 볼 이유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예원이 전하는 바 주인공 이연희에 대해 섭섭했던 점은, 모 신문 연예계 가쉽란에, 신인 여배우를 군기 잡으려는 못된 선배 여배우에 대한 이야기처럼 이미 회자되었던 것이라, 주인공 이연희의 이미지를 갉아 먹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 제작진은 가쉽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굳이 또 거르지 않고 방송으로 내보냈다. 언제나 그렇듯 이연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명은 변명을, 구설은 구설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라디오 스타>는 그걸 마다치 않는다. 

(사진; 폴리뉴스)

심지어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예원에 이어, 서브남이라는 이기우의 분량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경지에 이르르면, 과연 <미스코리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라며.

물론 <미스코리아> 특집까지 마련해 주었음에도 제작진이 밝히듯이 촬영 때문에 자리를 채워주지 못한 주인공급들 때문에 애초에 원하던 바의 그림이 그려질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1월 8일의 방송분은 애초에 원하던 그림이 나오지 않은 <미스코리아> 특집이라기 보다는, 그래도 애써서 <미스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홍보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기 보다는, 시늉으로만 홍보요 하고, 그저 늘 <라디오 스타>가 하던 식의 레파토리를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식이었다면 과연 주연 여배우가 삼일 밤을 새고서도 이 프로그램에 참석할 의의가 있었나 싶게.

즉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의 강박인 것이다. 오늘도 누구 하나를 띄워야 한다는. 오늘도 출연자 중 누구 한 사람을 검색어의 수위에 올라갈 만한 이슈를 만들어 내세워야 한다는 강박이 앞 시간대 드라마<미스코리아>에 대한 지원 사격이란 명제에 앞서는 것이 1월8일의 방송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출연한 네 사람 중 스스로 열심히 주목을 받으려는 예원이 치고 나오고, 여주인공 이연희는 계란과 귤이나 먹다, 존박이 해서 유명한 '니냐니뇨'나 해주고 간 셈이 되었다. 이기우는 기면증 재연이라도 해서 빵 터져 강력한 한 방을 보였다지만, 제작진의 예언처럼 등장 인사가 마지막 멘트가 된 허태희는 마지막 인사조차 편집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기우의 배우들은 <라디오 스타>를 무서워 한다는 말처럼, 예능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감히 <라디오 스타>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홍보할 엄두를 내선 안된다는 명제를 재연해 줄 뿐이었다. 

<라디오 스타>가 살벌한 토크 서바이벌이요, 미는 놈만 밀어준다는 스타일이라는 것은, 새삼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라지만, 과연 자사 드라마의 홍보의 장을 펼쳐놓고 까지 이런 식이라면, 굳이 애써 그런 장을 열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 내내 드라마 <미스코리아>에 대한 제대로 된 소개는 '가슴' 등 가쉽성 소재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기우의 말 대로 정말 좋은 드라마라지만, <라디오 스타> 어디에서도 정말 좋은 드라마 혹은 그게 아니라도 재미있을 거 같은 드라마, 파스타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드라마, 골든 타임의 배우들이 다시 한번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제주도를 오가며 찍었다는 하다못해 그 흔한 촬영 에피소드조차 없었으니 더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싶다. 

물론, <라디오 스타>는 <미스코리아>의 홍보건 뭐건, 늘 자신이 해오던 대로 해왔으니, 굳이 탓할 꺼리가 없다라고 하면 없을 것이다. 아니,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 스타>지, 왜 대신 홍보를 해줘 라고 당당히 반문할 수도 있을 수도 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신 이제 mbc프로그램이라도 자기 작품의 홍보를 위해서는 kbs2의 <해피투게더>의 한 자리를 섭외해 보는게 나을 듯하다고 말할 밖에.


by meditator 2014. 1. 9. 08:53

12월 4일 방영된 <라디오 스타>는 김구라의 속죄부와도 같은 방송이 되었다.

최민수는 말한다. 김구라는 불량식품이라고, 그렇다고 우리가 불량식품을 안먹는게 아니지 않느냐고, 내내 먹어왔으면서, 이제 와 새삼스레, 불량 식품이 불량하다고 토를 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못박는다. 거기에 덧붙여 그저 불량식품인 줄로만 알았던 김구라가 아주 진행을 잘 한다고 칭찬을 얹는다. 

물론 이 말은 4일 방영된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최민수의 수많은 어록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 많은 어록 중에서 유독 김구라와 관련된 말들에 여운이 남는 건, 방송 시작과 함께 김구라 스스로 반성한 그간의 '오만방자'했던 진행 태도때문이다. 
그 전 주,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케이 윌등을 향해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하여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중독 특집이란 명목으로 케이윌 등은 평소 자신이 즐겨하는 피규어를 가지고 출연했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미에 대핸 무지했던 김구라는, 케이윌 등이 아껴하는, 심지어 한정판인 피규어를 그저 아이들 장난감으로 취급하였다. 심지어, 만지지 말라는 케이윌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마구 만져대다가 부숴뜨리고, 그에 화를 내는 케이윌에 뭐 그까짓 걸 가지고 그러냐고 다르치기까지 했었다. 
4일 방송에서 규현이 밝혀듯이, 그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의 거의 대부분이 김구라와 관련된 시청자들의 불만이었던 것처럼, 김구라의 그런 행동은 숱한 원성을 불러왔다. 그리고 문제는 그저 케이윌의 경우만이 아니라, 마치 '자숙'이후의 복귀를 개선장군의 금의환양이라도 된 양, 나날이 독선적이 되어가는 김구라에게는 결국 사필귀정이었던 결과였다.

(사진 ; 마이데일리)

4일 방송에서 김구라는 그간 자신의 발언 수위가 정도를 넘었음을 사과한다. 좀 더 겸허한 자세로 방송에 임할 것을 각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케이윌에 대한 다그침은 자신이 피규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도, 케이윌을 폄하하려고 한 것도 아니라, 그저 예능의 한 작법이었다고 사과 끝에 해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그가 핑계로 제시한 예능의 작법은 4일 방송 중에 종종 그 용례를 들어 등장했다. 
여전히 내가 다 잘못한 것은 아니다, 혹은 사실 당신들이 오해한 면도 있다는 식의 반성은 남자 어른들이 비겁하게 자신의 잘못에서 도망가려 할 때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라 뒷맛이 쓰기는 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김구라를 비롯한 제작진이 독선적으로 흘러가던 <라디오 스타>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반성한 것은, 또한 <라디오 스타>이기에 가능한 프레임이라 생각되어 다음을 기대해 보게 된다. 

반성 덕분인지, 4일 방송은 한결 출연자들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물론, 그 어느 mc도 감히 거스리기 힘든 최민수라는 절대 포스의 출연자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가 아니라도, 효린이나, 그외에 대놓고 '약'이라 했던 b1a4의 산들, 언터쳐블의 슬리피에 대한 배려가 다른 때에 비해 돋보였다. 물론 여전히 종종 김구라는 출연자들의 발언을 평가하려 들었지만, 그 빈도 수가 한결 덜해 보였으며, 그에 비해 좀 더 성의있게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매력을 끌어내려 애썼던 한 회 였었다. 덕분에 가장 큰 수혜를 얻은 것은, 이번에 나와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안절부절하던 서른 살이 넘은 예능 초짜 슬리피였다. 

최민수는 수많은 어록 중에 <라디오 스타>를 시궁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자, 김구라는 그 말을 받어 유재석에 비하면 나는 시궁창이라고 말한다. 김구라의 이 언급을 통해 보건대, 김구라는 여전히 자신이 1인자가 되지 못한 b급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김구라를 포함한 다른 mc들과 제작진의 생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무르팍 도사> 뒤꽁무니에 붙어 10분을 채 방영되지 못한 채 '제발~'을 외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이제 <라디오 스타>는 어엿한 수요일 공중파 예능 시청률 1위의 대표주자이다. 프로그램 뿐인가, 새로운 방송이 만들어 질 때마다 가장 유력한 mc로 언급되는 김구라는 어떻고. 이제 <라디오 스타>는 A급의 MC들이 진행하는 A급 방송이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스타>는 여전히 B급이다. 그건 최민수가 말한 시궁창에서 해학을 길어올렸다는 표현과도 통한다. 여전히 <라디오 스타>는 슬리피나 산들처럼 사람들이 누구야? 하는 연예인들이 나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에 가장 적절한 프로그램이다. 십 수년을 무명에서 구르던 많은 연예인들이 <라디오 스타>에 나와 인지도를 높이고 다른 프로그램에서의 기회를 얻어갔었다. 
이제 <라디오 스타>의 과제는 더 이상 B급이지 않은 제작진과 MC들이 진행하는, 하지만 B급을 지향하는, 그리하여, B급도 되지 못한 모래알 중에서 보석을 길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바로 지난 번 케이윌 출연과 관련된 홍역은 바로 그 궤도 수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강한 요구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담 A급이 시궁창에서 해학을 길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모범 사례는 바로 4일 출연한 최민수가 보여주었다. 방송이 시자되자 마자 김구라를 싫어한다고 대번에 직설을 날리더니, 결국, 마지막에 진행이 좋다는 칭찬으로 김구라를 구제해 준 이가 바로 최민수였다. 구설 속의 <라디오 스타>에 대해 시궁창 론을 내세우며 새삼 면죄부를 던져 준 것도 역시 최민수이다. 

하지만 이런 언급 외에, 방송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MC가 아닌 후배들을 향한 최민수의 태도였다. 자신의 말을 자르는 규현에게는 거침없이 찌르는 듯한 눈빛을 쏘던 최민수였지만 옆 자리에 함께 한, 그저 그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린다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한없이 인자한 미소로 일관했다. 

겨우 타 방송에서 한번 마주쳤을 뿐인 산들을 불러들인 것도 최민수요, 장황한 자신의 발언에 조는 슬리피에게 눈쌀을 지푸리지 않고 괜찮다고 자라고 한 것도 최민수다. 자신의 반지를 내보이며 협찬하고 싶다고 하자 성의있게 그걸 받아들여주고, 후배들이 어설픈 행동이나 말에도 한결같이 미소를 지으며 바라봐주는 최민수의 모습은 그간 그의 어떤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 보다도 멋있었다. 그리고 이런 대인배 최민수의 모습이야 말로 이제는 A급이 된 <라디오 스타>가 가져가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최민수만큼 연륜으로 넉넉해진 <라디오 스타>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3. 12. 5. 09:53

국가적 차원의 중차대한 시책이라고만 생각되었던 인공위성을 한 개인이, 그것도 티셔츠를 팔고 모금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해서 우주로 띄웠던 송호준은 물론 그 이전에도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라디오 스타>에 나온 후 그의 행보가 대중적으로 보다 더 각인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 고무된 <라디오 스타> 제작진은 송호준에 이어, 로봇을 만드는 한재권 박사를 게스트로 초빙하였다. 이로써, 그저 해프닝이었던 인공위성을 만드는 송호준은, 로봇을 만드는 한재권으로 이어지면서, 그저 연예인들만이 출연해왔던 <라디오 스타>에 신선한 모색으로 자리잡고 있다. 11월 20일 방송의 주제가 '중독'이었던 것처럼, 누가 개그맨이고, 가수이고가 아니라, 다종다양한 레고 조립 장난감과, 피규어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거기서 시작해 이제는 로봇을 만들 게 된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부각시켰다. 물론 방송 초반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아끼는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호빵맨 피규어를 출연시켜 의기양양했던 김신영이, 한재권 박사가 데리고나온 로봇 군단의 '빠빠빠' 율동과, 재난구조 시범을 보면서 기가 죽기는 했지만, 정작 시청자 입장에선 그게 무안하다기 보다는, 저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로봇까지 만들게 되는구나라는 공감대를 충분히 느끼도록 했다. 
이미 <라디오 스타>를 비롯하여 다수의 집단 게스트 토크쇼가 범람하고, 게스트들간의 중복 출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신선한 기획의 주제조차도 점점 그저 또 그 사람이 나와 돌려막기 식의 토크의 재연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듯한 상황에서, 연예인과 일반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 무엇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신선했다. 

(사진; tv리포트)

하지만, 그 신선한 모색을 담아내는 내용조차 신선한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번 송호준의 출연에서도 그가 인공위성을 쏘아올림으로써, '지식과 정보의 공개'라는 화두를 실천하고자 했던 송호준을 동대문 티셔츠 장사로 폄하하며 우스개로 만드는 과정은 웃자고 하는 방식이었음에도,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었는데, 20일 방송분을 보면서, 그건 단지 송호준이 출연했던 회차가 아니라 최근 일련의 <라디오 스타>의 흐름의 경향성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엄밀하게 <라디오 스타>에서 '본말이 전도된다'라는 문제 제기는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라디오 스타>는 출연했던 게스트가 하고자 하려고 했던 말보다는, 그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끄집어 내는 것이 장기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작가진의 '국정원'이 울고갈 정보력은 출연자조차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 당황시키곤 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틀에 박힌 언론 플레이를 넘어, 출연자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라디오 스타>가 과연 그럴까? 20일 방송에서 김신영과 케이윌이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조립식 장난감과 프라 모델을 들고 나왔을 때, mc들의 반응은 '웬 장난감이야'라는 식이었다. 심지어, 그것이 애써 어렵게 만든 것들이었는데도 함부로 덥석 덥석 만지다, 부숴뜨리고,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키덜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이제 어른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취미 생활이 된 것이 이젠 하등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라디오 스타>의 mc진은 한결같이 그들이 들고나온, 심지어 구하기 힘든 한정판을 그저 한낱 장난감이려니 한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김구라에 의해 주도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익숙하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세바퀴>에서 하던 식이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그들의 세대에게 낯선 그 무엇을 보았을 때, 우선 '뭐야?'하면서 반응하며,  호시탐탐 '별 거도 아닌게' 하다가, 비싸거나, 대단한 것이며, '어, 그랬어?'하며 꼬리를 내리는 식이 고스란히 재연된다. 심지어, 지난 번에 나온 송호준을 한재권과 비교하기를 무람없이 해버린다. 마치 옆집이 우리집보다 넓은 평수에 사니, 더 행복한 집이라는 식으로. 그리고 그렇게 주도적으로 흐름을 끌고가버리는 김구라의 방식에 김국진은 물론, 윤종신도, 심지어 젊은 규현조차 어깃장을 놓지 못한다. 기껏해야 김구라가 실수를 해야, 말꼬리를 잡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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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ow한국 경제)

<라디오 스타>의 정신은 'b급 정신'이었다. 좀 모자르고, 찌질해 보여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라디오 스타>의 기획을 보면, 20일의 '중독'특집처럼 여전히 <라디오 스타>만의 b급 정신이 살아있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라디오 스타>의 정신은 '속물 정신'의 한 색깔로만 칠해지고 있는 듯하다. 가진 것이 부족한 b급들이,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지고, 나은 그 무엇 앞에 한없이 약해지고 비겁해 지는 것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반응일 뿐이었다. 거기에 최고의 mc가 되기 전에 김구라가 일관되게 속물주의노선을 추구했다면, 거기에 어깃장을 놓는 누군가가 있었었다. 세상이 '자본'과 '주류'에 함락되어도, 여전히 자기 멋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게 <라디오 스타>였었다. 그러기에, 송호준의 인공위성 해프닝도, 다르파 로봇 챌린지에 출전하는 한재권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김구라는 mbc연예 대상을 노릴 만큼 mc계의 대세가 되었다. 윤종신도 이제는 자신의 소속 가수를 출연시키는 제작사 사장이다. 규현 역시 아이돌계의 대세다. 대세가 되어버린 그들의 눈에, 찌질한 b급들은 그저 찌질함으로만 규정된다. 그 예전에 함께 모자르고, 부족하던 시절, 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자부심으로 가득찼던 그 시절의 느낌이 아니다. 대세가 되기 전의 김구라의 속물주의는 애잔하고 보호해 주고 싶었지만, 이제 비싼 시계를 찰 수 있는 김구라의 속물주의는 불편하다. 윤종신이 공감해주는 다양함에 어쩐지 힘이 빠진 듯하다. 예전에는 게스트들을 물어뜯고 흠집내도, 그것이 결국은 그들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그 무엇이 되곤 했었는데, 최근의 <라디오 스타>는 비범한 것조차 평범하고 속물적으로 만든다. 

아마도 예전의 (이제는 그 예전이 언제인가조차 까마득) <라디오 스타>였다면, 김신영과 케이윌의 취미들을 그저 장난감으로만 치부해 버리지는 않았을 듯하다. 조금더 그들이 '홀릭'한 그것들에 함께 심취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 등산 좀 가본 김구라가 등산 용품을 들고 나온 이봉원의 취미생활을 대하는 자세와, 김신영과 케이윌의 취미 생활을 대하는 자세에서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로봇이라는 존재감만으로 출연자를 제압시킨 한재권 박사의 경우를 차치하고, 애지중지한 자신의 소장품을 어렵게 들고나온 김신영과 케이윌이 20일의 방영분을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by meditator 2013. 11. 21. 10:21

11월 6일 mbc <라디오 스타>에는 우리나라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제작자 김수로와 출연하는 임정희, 간미연, 심은진이 출연했다. 언제나 그래왔듯 <라디오 스타>는 연예계의 금기로 되어있다시피한 간미연과 문희준의 이야기까지 수면 위로 올리며, 강성진이 '똥배우'라 디스한 김수로의 반격까지, 가쉽을 유머로 풀어내는 라디오스타만의 장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유쾌함은 거기까지였다. 프로그램의 말미, 네 mc들은 출연한 세 명의 여자 게스트에게 신설 코너라며, '애교 작렬' 코너를 들이밀며, 애교를 선보일 것을 강권했다. 
신설 코너라니, 고정 코너라니, 1982년생 올해 나이 만으로 31세의 간미연, 1981년생 올해 나이 만으로 32세 심은진, 그리고 그녀와 동갑인 임정희는 최선을 다해 애교를 자아낸다. 터프하기로 소문난 심은진도, 알고 보면 애교스러운 여자라며, 간미연은 아이돌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그리고 애교가 정말 없어 연기가 힘들 정도라는 임정희는 애교 3종 세트를 각각 보여주었다. 이제는 각 분야에서 캐리어를 쌓은 중견이 되어가는 나이의 게스트들의 애교는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어색하기 한 건 당연지사, 그런 게스트들의 애교에, mc들은 그런 걸 애교라고 하냐며 면박을 떠안긴다. 심지어 3종 세트를 선보인 임정희한테는 하나만 하지 그랬냐면 타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임정희 애교 /MBC '라디오스타' 화면 캡처
(사진; chosun.com)

이날 '애교 작렬'코너가 고정이 되었다는 멘트와 함께, 자막에는 강지영 헌정 이라는 문구가 함께 띄어졌다. 네 mc 중 김구라도 강지영을 언급했고, 윤종신은 '이제 그만해'라고 했지만, 그건 진짜 말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를 희롱하는 친구 옆에서, 그만해 하며 부추기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애교 작렬' 코너를 고정으로 만들게 된 강지영 '사건'을 되돌아 보자. 강지영를 비롯한 카라 멤버가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것은 벌써 두 달여 전인 9월4일이었다. 그 날 출연한 카라 멤버들은 그다지 라디오 스타 진행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등장하기 전부터 '연애 사건' 이야기만 주구장창 해대는 진행에 구하라는 경직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강지영은 애교 좀 보여달라는 요구에 이제 다시는 애교같은 건 보여주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날의 강지영을 비롯한 카라 멤버의 방송 태도가 바람직했는가는 이미 왈가왈부하기에도 진부한 논제가 되었다. 그날의 출연 태도로 이미 방송 중 네 mc는 물론, 각종 언론사의 기사, 심지어 방송 리뷰를 통해서까지 강지영을 비롯한 카라 멤버들은 통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여자 연예인에게 그런 강권을 하는 게 올바른가란 본질은 차치한 채, 마치 '예전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하지 못해 안달이더니, 느네들이 이제 좀 떴단 말이지'식의 반응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오랜만에 신곡을 들고 복귀를 한 카라는 예능에 안나가느니만 못한 결과를 얻고 돌아서야 했다. 

그런데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그걸 또 끄집어 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라디오 스타>는 매주 출연하는 여자 게스트들에게 '애교' 시범을 강권하며 그 언제적 출연한 강지영에게, 이거 보라고, 애교가 뭐 그렇게 어렵다고, 이렇게 애교를 선보이면 된다는 멘트를 치면서, 뒤끝을 '작렬'하게 보이고 있는 중이다. 마치 자신들의 프로에 나와, 애교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강지영이 대역공노할 죄라도 저지른 듯 매주 한번씩 비아냥거린다. 그러다 이젠 아예 '강지영 헌정 애교작렬' 코너를 고정으로 만들었단다.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네 명의 mc진들이 쭈욱 늘어서 앉아 어디 '애교 한번 보여봐~!'하는 느낌은 흡사,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입사 시험을 보러 온 정유미에게 섹시 댄스 한번 보여줘 봐, 해놓고는 죽어라 울음을 참고 손담비의 춤과 노래를 최선을 다해 선보이는 정유미를 보고 히히덕대는 면접관들을 보는 느낌이다. 심지어 어렵게 선보인 애교를 품평까지 한다. 
그까짓 애교가 뭐라고? 그렇다면 왜, 여자 게스트들에게만 매번 애교를 강권하는가? 요즘 남자 아이돌들도 팬들한테 귀요미 세트를 선보이는 세상에, 서른 넘은 여자 게스트들에게만 애교 작렬을 요구하고는 그게 뭐냐고 면박할 꺼면, 공평하게 김수로에게도 해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어쩌면 연기 내공이 빵빵한 김수로가 덜 잘할 지도 모르는데, 왜 여자라고 세 명의 여자 게스트에게만, 네 명의 남자 mc 들 앞에서 애교를 끄집어 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게 언제적이라고, 애교 한번 안보여주었다고 질기게 강지영을 물고 늘어지는 건지. 

<라디오 스타>의 뒤끝 만발한 진행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과연 강지영이 mc를 맡은 윤종신이나, 규현과 같은 소속사였어도, 저렇게 질기게 뒤끝을 보여주었는지 말이다. 강지영 이후에, 출연한 fx의 크리스탈과 설리의 방송 태도 역시 시청자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았다. 어쩌면 성의없기론 그 두 사람이 더 하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방송 중에 그들은 그저 대답이 성의가 없건, 하라는 걸 안하고 정색을 하건, 대단한 f(x)였을 뿐이었다. 

제 아무리 유명인이라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mc가 갑이 되고, 게스트가 을이 되는 관계가 형성된다. <라디오 스타>의 묘미는 을이된 출연자들을 이리저리 갑인 mc들이 굴리고 뜯으며 을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해주는데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발견을 지나, 가학과 가해의 수준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더구나, 그 을의 요리 방식이, 갑과 같은 소속사라거나, 갑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위치라고 해서, 달라진다고 하면, 결국 만만한 애들 괴롭히는 동네 양아치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말이다. 


by meditator 2013. 11. 7. 09:54

10월 9일 <라디오 스타>는 '강추' 특집의 자리를 마련했다. 

즉 4명의 mc가 밀고 싶은 예능 기대주 네 명을 이른바 '강력 추천' 해 마련한 자리였다.  늘 누군가를 추천하는 자리면 어김없이 김국진이 안쓰러워 불러내는 김수용에, '애제자'라는 미명 하에 불려온 윤종신 소속사 가수 김예림, 그리고 두말하면 잔소리인 규현과 한솥밥을 먹는 려욱까지,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었으니, 당연히 그 자리에 초대받은 게스트의 면면이 mc의 이른바 '내 논에 물대기'식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었다. 

그런 와중에 돋보이는 건 단연, 김구라가 초대한 봉만대 감독이었다. 김구라의 말 대로 친구라지만 10년 동안 단 두 번을 봤다는 봉만대 감독은 말 그대로 김구라가 강추하고 싶은 순수한 의미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9일자 라디오 방송은, 말이 강추 특집이지, 결국은 '봉만대' 특집이 되었다. 

(사진; 엑스포츠 뉴스)

봉만대 감독이 누구인가. 
장르 영화가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물게 이젠 에로 영화의 거장으로 대접받는 감독이다. <라디오 스타>에서는 우스개로 봉준호와 함께 봉봉 브라더스 운운했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대한민국의 또 한 사람의 봉감독인 것이다. 최근 <아티스트 봉만대>를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노골적으로 '디스'하고, 그것을 통해 결국은 진솔함으로 다가가는 시도를 했던 봉감독은, <라디오 스타>에 나와 꺼리낌없이 자신의 작품 제작 방식에 대해 '수세미'까지 예를 들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에로'라던가, '섹스'라던가 라는 단어가 아직도 그대로 발음하기 조차 어색한 공중파에서 그 분야를 자신의 작품 세계로 추구하는 감독을 초대한 김구라의 배짱과 안목도 대단하고, 그것을 거침없이 소화해 내는 봉만대의 조합은 모처럼 <라디오 스타>의 b급 정서를 제대로 살려낸 듯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다른 mc들의 게스트들은 낯뜨거웠다. 
'강추 특집'의 초반, 소개되는 게스트의 면면을 보면서 김구라는 불편한 듯 일갈한다. 이건 뭐 예능 기대주라고 했는데, 다 자기 측근들을 데려다 앉혔다고. 그러자, 윤종신이 낮두껍게 반문한다. 그러는 당신도 측근을 데려오지 그랬냐고. 그러자, 김구라는 그런 식이면 난 동현이를 데려다 앉혔다고 말문을 막아버린다. 
언제부터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 논에 물대기 식의 게스트 섭외와 토크가 당연한 일이 되어간다. 메인 mc와 같은 소속사의 아이돌이 보조 mc로 들어가는 건 공식같다. 특정 기획사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은 당연히 그 기획사의 mc가 시청률과 상관없이 메인을 맡는다. 당연히 밉보인 jyj와 같은 그룹은 방송계에 설 자리가 없다. '예능 기대주' 강추란 미명이 당연하게 내 측근 데려다 앉히는 자리가 되었다. 마치 내가 선생인 우리 반에 내 자식을 전학시켜다 앉혀 놓는 것처럼, 내가 사장인 우리 회사에 사원으로 내 친척을 들이미는 것처럼. 내 연줄, 내 인맥을 끌어대는 것이 뻔뻔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어간다. 그저 대한민국은 인맥이 짱이야! 라는 진리를 몸소 실천 중이다. 아니 인맥을 넘어 이젠 '카르텔'이 되어간다. 

1년에 5번 정도 예능 나들이를 한다는 김수용은 <라디오 스타>에만 유독 출입이 잦다. 능력은 있지만, 운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그에 대한 소개 멘트가 이젠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김국진이 신혼 여행 비용을 대주었다는 에피소드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차라리, 방송 말미 그가 케이블에서 한다는 19금 토크쇼를 화제로 삼았다면 봉만대 감독이랑 접점이라도 있었을 텐데, 여전히 불쌍한 수용씨는 '강추'하기엔 좀 진부하다. 

윤종신이 예능 기대주라고 말하면서 그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듯, 그의 소속사 가수 김예림은 <라디오 스타> 방영 내내 알듯 모를 듯 미소만 짓는 얼굴로 비춰졌다. 윤종신의 소속사 가수 김예림이라서 나올 수 없는 곳이어도 안되겠지만, 예능 기대주라 밀어붙이기엔 낯 부끄러운 게스트였다. 그래도 어거지로 갖다 붙여도 그러려니 하는게 언제부터인가 <라디오 스타>가 되었다. 그나마 그걸 가지고 웃음의 소재로 삼았으니, 면피했다고 할 수 있을까. 방송 말미, 지금의 이미지가 좋으니 오히려 굳이 예능으로 뜨려 할 필요 없는 김구라의 한 마디야 말로 김예림의 소속사 사장 윤종신에게 필요한 촌철살인의 한 마디였다. 

그나저나 궁금해지는 게 있다. 과연,sm 소속이 아닌 규현의 인맥이 등장할 날이 <라디오 스타>에 올까? 어김없이 규현의 예능 기대주는 그와 같은 그룹의 멤버 려욱이었다. 처음 슈퍼 주니어 멤버 이특, 최시원, 은혁을 필두로 해서, 설리, 크리스탈에, 지난 추석에 김민종, 다나, 키에 이르기까지, 이러다 sm 소속 연예인들은 <라디오 스타>에 안나오는 게 이상한 상황이 될 듯하다. 마치 전용 토크쇼인 듯이, 잊을만 하면 sm 소속 연예인들이 둥그렇게 게스트의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 아주 경제)

'강추'를 받아 나왔지만 김구라를 폭로하겠다던 봉만대는 김구라의 단점이 이른바 '라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카르텔화 되어가는 연예계에서 봉만대의 지적은 일견 의미있다. 누구나 다 라인을 따라 밥 벌이가 정해지는 상황에서 '독고다이'로 살아가는 건,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니까. 
하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엄마의 이른바 '푸쉬'로 밀어붙일 수 있는 아이의 성적은 중학교 까지라는 씁쓸한 우스개가 있다. 고등학교 정도 되면 머리가 커서 더는 엄마의 푸쉬와 잔소리를 들어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등학교만 돼도 내 손을 넘어가는 아이들인데, 다 큰 연예인들의 '푸쉬'가 어느 정도 먹힐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렇게 김국진이 기대주라고 밀어 줘도, 여전히 일년에 몇 번 예능 출연을 못하는 김수용을 보면, '푸쉬'만이 능사가 아닌 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디스'를 예능감으로 착각하는 듯한 려욱을 봐도, 기회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건 아닌 건 분명한 듯 하다. 하지만, 이른바 '공적 영역'이라는 방송이 특정인들의 카르텔화 되는 걸, 그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시청자들은 뭔 죄란 말인가. 

허긴 대학을 가서도 수강 신청도 엄마가 해주는 세상에, 국적을 포기해서라도 자식의 군대를 빼주는 세상에, 연예계 캥거루 족이 뭐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냐 하면 유구무언이기는 하다.


by meditator 2013. 10. 10. 10:28

25일 <라디오스타>는 예능 최초로 일반인인 송호준이 게스트로 초대 되었다. 이날의 <라디오 스타>의 게스트는 장동민, 신봉선, 크리스티나 등으로, '왜 저래?' 특집이었다. 한 마디로 일반인들이 보기엔, '돌아이'로 보이는 이상한 사람들 특집인 것이다.


특집 제목이 '왜 저래?' 인 것처럼, 당연히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들의 면면 중에서 '왜 저래?' 하는 측면에 촛점을 맞추어 게스트 들을 다루었다. 신봉선이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드센 여자 라는 것 외에 다른 면이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었지만, 그녀가 새로 낸 노래 '브런치 처럼'을 부르는 짧은 순간 외에 신봉선이 그녀의 소망 대로 드센 신봉선 외의 다른 면을 부여받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다른 게스트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일반인이었던 송호준은, 그가 누구인가?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왜 '왜 저래?' 특집에 나왔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어, 홀로 인공위성을 띠운 이상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인공 위성을 띄우기 위해, 그저 평범한 면티를 3만5천원에 팔려고 애쓰는 의류업자 따위로 결론을 맺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사진; tv 데일리)

물론, <라디오 스타>의 말미, 그날의 소감을 묻는 장면에서, 송호준은 자신을 영웅시하는 프로그이나 인터뷰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며, 이렇게 웃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라디오 스타>가 좋았다라는 소회를 밝힌다. 그런데 그 소감이 긴 시간 동안 촬영장이 아니라, 편집이 완료된 방송으로 나간 <라디오 스타>를 보고도 여전히 이어질까?

<라디오 스타>는 송호준의 인공 위성을 우선 과연 그걸 송호준의 인공 위성이라 부를 수 있는 가라는 면에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쏘아준, 겨우 본인은 30만원을 들여 설비를 만든 걸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느냐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걸 만들기 위해 면티를 만들어 판 것을 두고, 그것이 더 좋지 않았느냐, 사실은 그게 더 본질이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갔다. 
물론 송호준의 소망대로, 그가 한 일을 심각한 시선이 아니라, 가볍게 바라봐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예능적으로 즐기는 것과, 그것이 가진 의미를 폄하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송호준은 자신을 작가라고 부른다. 인공 위성으로 상징이 된 그의 작업은, 인공 위성처럼 중요한 정보가 국가 등 권력 기간에 편향되거나, 집중되어 있고, 일반인들이 배제된 상황, 정보 내셔널리즘을 비판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의 mc들은 그런 그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앞서, 그를 그저 '돌아이'로 몰아가기에 급급했다. 작가라고 하자, 무슨 작가냐며 반문한다. 아마도, 돌아가신 백남준 작가도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다면 그저 텔레비젼을 가지고 뚱땅거리는 돌아이로 취급받았을 거라는 게 예상이 될 정도로, <라디오 스타>는 이제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설치 예술, 혹은 퍼포먼스를 한낯 젊은 청년의 치기 이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장르에 대한 이해에 무지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 했던 의도, 크게 보자면, '정보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예술적 지향을 다룬 소향은 더더욱 없는게 당연하다. 왜 카이스트 등에 소속된 사람들이 그의 시도에 한결같은 공감과 동조를 보내는지 이해하려고 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무얼 가지고 웃길까만 급급했던 것이다.

애초에 송호준 자신이 <라디오 스타>에 나왔을 때는, 그 자신이, 그리고 그가 한 일이 예능의 먹잇감이 될꺼라는 각오를 가지고 나왔을 것이다. 즉 우스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도 수준이 필요하다. 그의 작업과 취지를 이해하는 선에서 보여지는 웃음의 소재와, 그저 뜯어 먹을꺼 없나 하고 달려드는 건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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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n)

비단 <라디오 스타>만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 혹은 사안을 마주친 예능은 대부분 한결같이 단세포적인 반응만을 보이기에 급급한다. 
24일 방송된 <화신>은 일본 방사능 오염과 관련하여,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생선 섭취를 줄이거나, 먹지 않게 된다는 김지훈을 극성스런 사람으로 몰아갔다. 방송 말미에 여론 조사 결과 68%의 사람들이 김지훈의 생각과 같이, 줄였거나 안먹는다는 생각을 보인 것과 달리, 24일 <화신>을 이끌어 가는 mc들은 현재 진행중인 방사능 위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딱 jtbc의 손석희 앵커로 부터 '안일하다'는 평가를 받은 윤진숙 해양 수산부 장관 수준이었다. 
심지어 임창정은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등을 탄 음식에 빗대면서, 마음 편히 먹겠다는 수준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자국의 농수산물을 아끼겠다면서 1년간 후쿠시마산 음식을 먹다가 피폭된 뉴스가 보도된 상황에서, 김지훈의 생각을 과민하다 몰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먹으면 엔돌핀때문에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거르지 않고 내보낸 것은 무신경이라고 해야할지, 무지라고 해야할지.

사회적 사안들은, 연예인 개개인의 사생활과는 다르다. 
그걸 연예인 가쉽 파내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그 사안이 가진 본질을 왜곡하거나, 사안의 본질에 대해 눈을 감게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송호준이란 사람을 인공위성을 빌미로 옷장사나 하는 돌아이로 몰아가거나, 김지훈을 방사능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강염려증 환자로 몰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by meditator 2013. 9. 26. 11:00

'아니 어떻게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해요?'

미국에 있는 자신의 집에 찾아와 기물 파손을 해놓고서는, <라디오 스타>에서 정반대로 이야기를 했더 신정환, 고영욱의 도발을 해명하다, 듀스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라고 하자, 이현도가 뻘쭘해 한다. 그러자, 윤종신이 말한다. 이게 라스의 방식이라고. 
<라디오 스타>의 제작진이 바뀐 이래 몇 회 동안, 이게 라디오 스타인가? 세바퀴인가?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 세례를 받았던 <라디오 스타>가 듀스 20주년 특집을 맞이하여, 웃음으로 버무려지면서도, 그 행간에서 진지함을 놓치지 않은 <라디오 스타>만의 본령으로 돌아왔다.

 
(사진; osen)

'절뚝거리며 살아왔어요'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는 이현도의 이 한 마디보다 더 듀스의 20주년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동시대에 활동하며, 비록 이현도 자신이 늘 2등만 했다고 아쉽게 말했지만, 그 자리에 동석한 '버벌진트', '뮤지', '스컬'이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그리고 그 시절의 혼돈스런 열병을 듀스를 통해 설명해 내듯 듀스는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90년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이다. 
그의 20주년 헌정 앨범에,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라이머', '이단 옆차기' 등 이 시대의 내로라 하는 작곡가들이 기꺼이 참여하듯, 듀스는 우리나라 힙합 1세대의 대표 주자인 것이다.
하지만, 2년 여의 짧은 활동 기간, 이어서 멤버 김성재의 죽음 등으로 이현도는 그 이후의 세월을 그림자처럼 살아올 수 밖에 없었다. 때로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했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고, 듀스를 만든지 20년이 지난 이즈음에야, 케이블 방송의 힙합 오디션 프로에서 '힙합 크루'의 수장 격으로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9년 만에 공중파에 처음으로, 듀스 20주년 헌정 방송 특집으로 <라디오 스타>를 통해 자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 스타만의 방식으로 한 시대의 영웅을 소화한다. 그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폄하하지 않고. 
늘 그의 그룹에게 2등만을 안겨주던 서태지와 말을 섞지도 않았던 자신이 하는 음악에 그 누구보다도 강한 자존심을 지닌 이현도지만, 손가락을 세워 서태지가 최고라고 말할 만큼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같은 세월의 여유를 보인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후배들과의 게임 한 판에서도 지는 걸 참지 못하는 자존심 센 남자의 냄새를 풍기다가, 후배들이 망친 세간 살이 하나하나를 꼰지르는 째째한 인간미까지 보이기 까지 한다. 이른바 <라디오 스타>식의 인간미다. 
그렇다고 그런 그가 낮잡아 지지는 않는다. 세월이 흘러 '힙합 1세대'의 전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대중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는 <여름 안에서>를 꼽을 만큼 느긋해 졌지만, 그가 프로그램 내내 벗지 않은 검은 선글라스처럼, 여전히 그가 지키고자 했던, 그가 도달했던 성취는 그와 함께 출연한 출연자들의 언급을 통해, 그들이 고른 그의 음악을 통해  자연스레 빛이 나도록 한다. 
그 방식은, 자신은 정형돈이나, 유세윤과는 다르게 '본투비(born to be)' 가수임을 주장하는 하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듀스도 모른다고 내리 조롱을 당하다가도, 스컬 팬의 한 마디에 정말로 불뚝이면서도, 예능과 음악을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투박하게 정의내리는 뮤지션 하하를 제대로 조명해 내는 것 역시 <라디오 스타>인 것이다. 



하지만 20주년 헌정 특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방송분 9.1%(닐슨)에 비해  낮아진 7.5%(닐슨) 시청률처럼,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듀스이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에게는 그의 존재가, 듀스의 20주년의 의미가 생소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런 세월의 갭을 어거지로 미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라디오 스타>는 그를 잘 모르는 하하를 통해 메꾸어 나간다. 그의 노래 하나 아는게 없어 스컬이 노래를 부를 때 후렴구나, 감탄구나 따라부르는 하하이지만, 학창 시절 더블 데크 카세트를 통해 편집해서 그의 노래를 장기 자랑에 가지고 나갔던 추억을 지녔던 것처럼, 한때 대세였던 듀스를 추억해 내는 방식이다. 
헌정 특집에 걸맞게 듀스의 노래들을 출연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한 곡, 한 곡 불러보는 방식으로, 이제는 누군가에는 그리움이 될, 혹은 누군가에게는 아, 저런 노래를 불러서 '듀스'라고 하는구나 라는 식으로, 추억하거나, 의미 부여를 해낸다. 그렇게 절뚝이며 20여년의 세월을 견뎌왔던 전설의 '듀스'를 복기한다. 웃고 떠들다, 문득문득 던지는 진지한 한 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라스식의 헌정 방송이다. 


by meditator 2013. 8. 8. 10:14

'가학성은 인간의 본능인가?'

<라디오 스타>를 보며 뿔 두개 달리고 빨간 날개가 돋은 악마같은 mc들처럼 게스트를 마구 물어뜯는 것을 하염없이 즐겼다. 그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전태관의 한 마디 정의, '이 프로 이런 프로였군요. 뭐 하나만 걸리면 마구 뜯어먹는, ........잔인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에 서늘해진다. 아무 생각없이 즐기다 보니, 하이에나처럼 누군가를 뜯어먹는 것이 너무 일상화된 즐거움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하고, 아니 하이에나는 배라도 채우지, 난, 그리고 우리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정신적(?)' 즐거움을 위해 '공인'이란 이름으로 연예인들을 씹고 뜯고 맛보는 데 너무 이골이 난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라디오 스타> 1,2년 보냐?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 라는 답이 올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첫 출연 때 <라디오 스타>를 몹시도 정겹다고 생각하며 지난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놓았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두번 째 출연에, 이 프로 이런 프로였어?라는 반문을 던지게 되는 건, 단지 그들이 <라디오 스타>를 몰라서였을까? 아니면 <라디오 스타>란 프로그램이 수많은 정의 중,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어떤 부분들이 특화 내지는 강화되면서 이제는 종종 출연자들조차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잣아지는 경향 때문일까. 이 글을 쓰는 사람 개인적 생각으론 후자에 속한다. 이상하게 그 예전 신정환이나, 김구라가 함께 하던 시절, 철없던 신정환의 막돼먹은 행동 때문에, 혹은 김구라의 돌직구 때문에 낯뜨거워지거나, 낯붉히는 일이 있던 시절엔 오히려 <라디오 스타>니까 라며 두둔하게 되던 일들이, 요즘은 종종 보면서 불편해지게 된다. 나이탓일까?

 

(사진 출처; 아주 경제)

 

<라디오 스타>의 출연자가 근황 토크를 할 때 선행을 했다거나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언제나 mc들은 이구동성으로 '에이~' 그랬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딴 데 가서 하라고 애저녁에 담을 쌓아버리곤 했다. 그런 지금이나 예나 변함이 없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졌을까?

 

 

5일 출연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라디오 스타>의 네 mc가 호흡이 아주 짝짝 맞는다고 했다. 그렇다. 지금의 네 mc는 마치 스머프 만화에 나오는 '가가멜'일당처럼, 손발을 짝짝 맞추며 게스트 뜯어먹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리고 뭐 하나가 던져지기라도 하면, 네 명이서 먹잇감에 달려들듯 달려들어 저마다 한 마디씩 얹으며 출연자를 우습게 만든다.

하지만 전에는 안그랬다. 신정환이 덤벼든 사안에, 김구라에 무슨 그런 걸 걸고 넘어지냐고 했고, 김구라가 뜯어먹으려고 덤비면 신정환은 옆에서 그걸 '초를 쳐대기도' 했었다. 그래서 딱히 mc라기도, 게스트라기도 그런 전선이 형성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치 재판장처럼 mc들이 일사불란하게 뭐 하나가 던져지면, 윤종신은 그걸 한번 틀어 웃기려고 하고, 유세윤은 그걸 우스꽝스럽게 흉내내서 웃기려고 하고, 규현은 나름 돌직구라며 번번히 선배인 상대방의 얼굴이 붉어지는 비수를 꼿는 한 마디를 던지고, 김국진까지 야유를 얹으며 호흡을 맞춘다. 그 예전에 김구라나 신정환이 물어 뜯으면 윤종신이 그걸 받아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정도라면, 이제는 거기서 두 발, 세 발을 더 나아간달까. 그 예전엔, 윤종신이 좀 나아간다 싶으면 김구라가 '이젠 그만 하지' 하며 마땅찮게 저지라도 했었는데, 이제는 가장 점잖은 김국진초자 신이 나서 함께 한다.

이러다 보니, 말이 좋아 '잔인하지만 재밌었다'라지만, 그 소감은 마치 출연자들은 마치 더 잃을 게 없어 행복해요 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내용들은 '바이브' 윤민수의 말처럼 '뭐 이런 게 다 궁금할까' 싶은 시시콜콜한 개인의 뒷사정들이다. 언제부터인가, <라디오 스타>는 작가들의 csi급 정보력에 기댄 개인의 신상털기, 그에 이은 조롱하기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지난 번에 나와, '참 좋았던' 봄여름가을겨울이 '이런 프로그램이었어?'라며 반문하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김구라와 신정환이라는 캐릭터에 기대던 방송이 작가진의 기획력, 그리고 거기에 기댄 mc들의 일사불란한 시스템으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다 보니, 좌충우돌 변칙 파이터이던 성격 대신에 일관되게 '벌처럼 날아서 쏘기만'하는 기계처럼 되어버렸달까.

더구나, 게스트의 자리에 대부분 mc인 규현보다 나이많은 선배들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욕이 과잉인 규현의 돌직구는 게스트는 물론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는 하지만, 보는 사람조차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가 많다. 굳이 선배가 어린 아이돌 후배에게 저런 질문까지 당해야 할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될 정도로.

물론 그런 과정을 겪으며 1일 방송에서 <라디오 스타>가 가망없던 '샘 해밍턴'조차 띄웠다고 자부하듯이 시청자들은 몰랐던 출연자들의 새로운 면모를 깨닫게 되면서 그를 새롭게 조몀하는 과정을 되기도 한다. 여전히 <라디오 스타>의 매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솔직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원죄를 공유한 듯한 김구라나, 신정환이 '너나 나나 뭐 달라, 사람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냐' 라는 소탈함이 아니라, '용용 주겠지' 식으로 단체로 달려들어 뜯어먹는 식의 '가학성'으로 점점 가속화되어가는 건 아닌지. <라디오 스타>를 볼 때마다 애정하는 사람의 노파심이 스멀스멀 솟는다.

by meditator 2013. 5. 2. 09:42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나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친구이다. 그 친구와 함께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젊은 시절 이야기만 한 시간 넘게 하다 헤어졌다. '

이럴 때 당신이 그 당사자라면 돌아가는 기분이 어떨까? 여전히 그 젊은 시절의 기억에 빠져 가슴이 뛸까? 아니 그 보다는 지금 나이가 몇 인데 지난 이야기가 하고 있었는가 싶어 십중팔구 입맛이 쓰지 않을까?

흔히 젊음을 봄에 비교한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꽃피는 봄은 길지 않다. 그런데도 늘 우리의 기억속 계절의 여왕은 봄이다. 하지만, 사람은 꽃이 아니라, 꽃도 사실은 꽃이 다가 아니듯이, 봄만을 살지 않는다. 비바람 한번 치고 나면 떨어져버리는 꽃처럼, 청춘의 봄날은 그저 잠시 머무를 뿐이다.

 

최근 들어 90년대 아이돌 그룹 특집, 왕년의 학교 스타 특집처럼 <라디오 스타>는 한때 잘 나가던 가수나 배우들을 특정한 주제아래 모아놓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그들이 주로 활동했던 과거 시점의 이야기들에 집중이 되고 만다. 90년대 아이돌 특집의 경우, 그 팀에서 가장 못나가던 멤버라는 특정한 주제를 끄집어 내서 이야기 주제로 삼다보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식이 되어 생각지도 못한 숨은 이야기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이제 겨우 삼십대 중반이 그들이 한때 '아이돌'이라는 영광 뒤에 초라해진 모습을 오히려 확인 한 것 같아 마음이 쓸쓸했었다.

 

그런데, 24일자 방송은 김정현, 홍경인, 이민우를 데려다 놓고, 그들을 한때 잘 나가던 아역이란 주제 아래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줄곧 김정현 자신도 기억하기 힘든 데뷔 시절의 '모래 시계' 출연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룬다던가 하는 식으로.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이 세 사람이 물론 한 때 잘 나가던 아역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중견 연기자로서 각자 뚜렷한 캐릭터로써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억 조차 가물가물한 과거 만을 들춰버리니, 그들의 삶조차 과거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스치듯 지나가 버린 '공주의 남자'에서 이민우의 연기는 여전히 존재감이 뚜렷했고, 김수현 작품마다의 김정현의 연기는 여전히 '모래시계'를 기억나지 않게 할 만큼 탁월하다. 차라리, 홍경인에게 구구절절 '전태일'의 분신 장면을 설명케 하기 보다는, 그가 출연했다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무엇보다, 이 세사람들은 다른 아역들과 달리, 그나마 아역의 연기에서 성인의 연기로 성공적(?)으로 넘어온 사람들인데, 그 과정의 어려움을 들려주는게 유익하지 않았을까?

물론 <라디오 스타>가 유익하다고 보는 방송은 아니고, 예능으로서 사람들이 공감할 지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모두가 가장 잘 공감할 그 지점에서 공명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겠지만, 세상 그 누구도 모를 것같은 출연자를 데려다가도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능력을 가진 <라디오 스타>이기에, 어렸던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그들이 더 궁금했던 시청자는 아역 탈렌트였던 그들을 다루는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은 일간 스포츠에서)

 

허긴, 이제는 어엿한 수요일 밤의 안방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제발~'하던 라디오 스타는 여전히 그 시절의 정서를 이어받으며, 한때는 잘 나갔으나, 지금은 사는 게 아슬아슬한 mc들에, 그들과 급이 맞는 출연자들의 만담 퍼레이드가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수요일의 메인 요리가 된 <라디오 스타>가 그 시절의 라디오 스타가 아니듯, 네 mc 역시 이젠 그 시절의 다음 시간이 불투명했던 B급 mc들이 아니다. 그러니, 뒷골목 술집에 앉아 누구 하나 뜯어 먹을 듯이 굴던 그 진행 방식에도 이제는 조금은 제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라 늘 스스로 자부하는 규현의 '김구라 코스프레'는 종종 위아래도 없는 무례함의 경계선을 넘나드는데, 그걸 <라디오 스타>는 매번 재미라는 듯 cg처리까지 하며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구라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신정환이니까 넘어 갈 수 있는 말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하니까, '이건 뭐~' 하며 웃자고 넘어 갈 수 있는 말도 규현이 하면 뻔히 출연자의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데 그걸 재미 포인트로 꼭꼭 짚는 <라디오 스타>가 언제부터인가 좀 불편하다. 규현 보다 나이 많은 유세윤 조차 자기 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대부분 출연자가 규현보다 나이가 많거나, 심지어 규현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시기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그 자리를 꼭 sm아이돌 배려석 처럼 어린 친구들에게 맡겨야 할까? 마치 어른들 술자리에 끼인 버르장머리 없는 어린 아이가 한 명 끼어앉았는데, 점잖은 어른들이 꾹 참아주는 것같은 느낌이랄까? 막말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by meditator 2013. 4. 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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