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상처받은 두 여성이 있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이혼을 했으며, 동시에 삶에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거나, 시작했다. 그런데 이 두 여성들에게 남자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 남자를 보며 가슴이 뛴다. 이 사람과 다시 사랑을 해도 될까? 그런데 그녀에게 찾아온 두 번 째 사랑이 전적으로 반갑지만은 않다. 




<두번 째 스무살> -하노라의 이혼=성인식, 그리고 두번 째 사랑의 딜레마 
tvn의 금토 드라마 <두번 째 스무 살>의 여주인공 하노라(최지우 분)는 이제 겨우 서른 여덟 살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벌써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있고, 대학 교수인 아들이 있다. 그건 그녀가 고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한 채 아들 민수(김민재 분)를 가진 채 홀로 할머니를 남겨두고 남편을 따라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하노라의 선택으로 인해, 이제 서른 여덟이 된 하노라는 남편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이혼을 당할 처지에 놓였고, 역시 대학 새내기인 아들은 매사에 '엄마는 몰라도 돼!'라며 무시한다. 청천벽력같은 남편의 이혼 선고에 어떻게든 시간을 되돌리려 한 하노라는 남편, 아들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대학을 가고자 했고, 해프닝 끝에 입학한 우천대 인문학부 새내기 생활은 그녀에게 전과 다른 세상을 선물했다. 

그 결과 이제 하노라는 오히려 당당하게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기애'적 성격 장애를 가진 남편 김우철(최원영 분)과의 만남을 '그의 탓'이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라 담담하게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말 한 마디 섞지 않는 아들에게 '이혼'을 이해받고 위로받는 처지가 되었다. 무엇보다 김우철을 만나 멈춰버린 하노라의 십대는 그녀가 우천대 새내기로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비로소 '어른'으로서의 시작으로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김우철을 만난 그 시간 이래로 정체되어 있던 하노라의 시간이 다시 흐르게 된 데에는 대학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자 첫사랑 차현석(이상윤 분)의 도움이 크다. 하노라를 만나자마자 벌컥 화부터 낸, 말도 없이 사라져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은 첫사랑 하노라로 인한 상처를 가진 차현석은 불치병 해프닝을 거치며 하노라의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그녀를 도와준다. 그러면서 그의 가슴이 그 예전처럼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이혼을 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하노라의 가슴도 차현석을 보며 두근거린다. 그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조차 버겁다. 이런 하노라, 차현석과 다시 사랑해도 될까?

<두번 째 스무살>의 소개글에서는 이 드라마가 분명 '캠퍼스 로맨스 드라마'라고 정의내려져 있다. 하지만, 막상 가슴이 뛰기 시작한 하노라를 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노라가 김우철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 것은 다친 그녀의 발을 치료해 주는 '아빠같은'그의 등때문이었다. 그리고 단지 김우철이 '아빠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이 하노라-김우철 커플의 슬픈 운명이었다. 그렇게 '아빠같은' 남자를 선택하려 했지만 실패한 하노라, 그렇다면 이제 진짜 '아빠같은' 남자 차현석을 만나 행복하면 될까?

극중 차현석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아빠같은' 키다리 아저씨이다. 제일 잘 나가는 연극 연출가임에도 그의 모든 일상의 촉각은 오로지 하노라를 향해 있다. 그래서 하노라가 어려운 고비마다 그는 '슈퍼맨'처럼 나타나 척척 해결해 주곤 한다. 그리고 하노라는 그의 도움을 받아, 김우철 앞에서 말 조차도 어려워하던 무기력한 서른 여덟의 주부에서, 왕따를 극복하고, 동기들의 사랑을 받는 늦깍이 대학생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제 비로소 '어른'으로 시간을 열어가는데, 여기서 차현석과의 해피엔딩이라면, 그녀는 김우철 '아빠' 에서, 차현석 '키다리 아저씨'로 말만 갈아탄 셈이 되는 건 아닐까? 

물론 '어른'으로서의 홀로서기가 꼭 누군가와 사랑을 배제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우철이란 존재의 그늘에서 숨죽여 살아온 하노라가, 이제 비로소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두번 째 스무살>에서, 차현석과의 사랑은, 예측되는 해피엔딩이면서도, 한편에서, '어른되기'를 극중 화두로 삼았던 드라마의 내용으로서는 불협화음을 낸다. 부디 이런 '의존'으로서의 사랑을 승화시켜 하노라의 홀로서기를 훼손시키지 않는 진정한 사랑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 



<애인 있어요>-독고용기가 된 도해강에게 찾아온 사랑, 그런데 그 사람이 전 남편?
그래도 다시 찾아온 첫사랑의 <두번 째 스무살>은 나은 편이다. <애인있어요>의 독고 용기가 된 도해강에게 찾아온 사랑은 설상가상이다. 

천년 제약의 며느리로, 그리고 변호사로 천년 제약의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던 도해강(, 하지만 어린 딸이 그녀의 사건 피해자로 인해 죽임을 당하자 그녀의 남편이자 천년 제약의 아들인 최진언(지진희 분)은 그런 그녀에게 정내미가 떨어져 한다. 그리고 그런 최진언의 마음은 결국 그를 불륜으로 이끌고. 결국 도해강은 최진언과 이혼을 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천년제약의 모든 직위를 잃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그나마 시아버지의 배려로 중국으로 떠나던 날, 쌍둥이 독고용기로 오인을 받아 사고를 당하고 그녀를 구한 백석(이규한 분)덕분에 '독고 용기'가 되어 살아간다. 

그렇게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백석에 의해 독고 용기로 살기위해 애쓰는, 그러면서 최진언의 바램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을 찾고, 그 예전 악덕 변호사 대신, 정의로운 사무장이 되어 살아가는 독고용기인 도해강 앞에, 귀국한 최진언이 우연히 나타난다. 그리고 백석의 의동생 설리(박한별 분)의 남자 친구로 엮이게 된 두 사람, 기억을 잃은 4년 동안 오로지 도해강 바라기로 사랑을 고백해온 백석, 이제 결혼만을 앞둔 설리를 두고, 도해강과 최진언의 가슴은 다시 뛴다. 

도해강과 최진언, 죽은 딸이 좋아했던 음악 앞에서 가슴이 떨리는, 감정의 데시벨이 일치하는 두 사람, 하지만 그저 이혼을 했던 전 남편과 기억을 잃은 전 아내라는 순애보의 조건 외에, 두사람의 애정을 가로막는 장벽은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 이제 4년이 흘러 독고용기가 된 도해강이 그 예전 최진언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했던 도해강의 감정을 고스란히 상기하여 다시 가슴이 뛴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조차 잃은 채 독고용기로 살아가야 하는 도해강의 굴곡진 삶에 최진언의 전과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그건 비단 최진언이 저지른 불륜만이 아니다. 오히려 불륜을 빙자하여 아내 도해강으로부터 도망가려 했던 비겁한 동반자 최진언이 그 핵심이다. 그리고 도해강과 최진언의 부부 관계를 넘어서, 도해강과 독고용기를 불행에 빠뜨린 원인을 제공한 최진언의 아버지의 부도덕, 그리고 도해강이 공범자이자 결국 피해자가 되어버린, 그리고 독고 용기는 그로 인해 남편까지 잃게 된 천년 제약이란 재벌 기업의 부도덕이 이 두 사람의 다시 불붙은 사랑의 배후에 어둡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불붙은 두 사람의 사랑은, 금기였던 도해강의 존재를 망각 속으로 부터 불러오고, 결국 금기였던 천년 제약의 모든 부조리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결국 독고용기가 된 도해강과 최진언의 사랑은, 금단의 열매와도 같다. 그리고 성서 속 무책임의 캐릭터 이브처럼, 최진언은 그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금단의 열매에 손을 댄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댓가는 앞서 설리와의 불륜 이상 처절하게 그와 그의 집안을 무너뜨려 갈 것이다. 



이혼 뒤에 두 여자에게 찾아온 사랑은 트렌드의 드라마답다. 하지만, 녹록치 않다. <두번 째 스무살>의 사랑은 키다리 아저씨의 환타지를 넘어, 이제 막 성인식을 치룬 하노라의 홀로서기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애인있어요>는 사랑이, 이 드라마가 드려놓은 큰 그림, 부도덕을 먹이로 성장한 재벌 기업의 파멸을 향한 도미노의 첫 스타트가 될 것이다. 그래서 <두번 째 스무살>과 <애인 있어요>가 그저 뻔한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랑은 달콤하다. 심지어, 한때는 불륜남이었던 최진언이 다시 설레일 만큼, 하노라의 홀로서기는 기대되지만, 차현석이란 백마탄 왕자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도 어쩔 수 없다. 과연 이 딜레마를 잘 극복하고, 좋은(?) 드라마로 기억될런지, 남은 숙제가 만만치 않다. 
by meditator 2015. 10. 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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