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0만 2천 8백쌍의 부부가 결혼을 했다. 하지만 10만 9천 2백쌍이 이혼을 했다. 대략 1/3이 이혼을 한 셈이다. 그 중 40대 이상의 이혼이 40%를 넘는다. 즉 '부부'라는 형식의 제도가 '유지'되는 것이 여의치 않은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혼율만이 문제가 아니다. 결혼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30대 부부들이 60.7%의 만족도를 보인 반면, 중년을 넘어서면서 그 만족도는 급격하게 떨어지며 40대 52.2%, 50대 43.7%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살기는 살아도 그저 마지못해 살고 있는 부부가 과반수를 넘는다. 더 심각한 것은 '성'을 매개로 하여 형성된 '부부'라는 제도이자 관계인데, 섹스리스 부부가 조사에 응한 수치에 한해서 35.1%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을 '부부'라는 제도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바로 이런 대한민국 부부의 현실이 바로 10월 10일에서 13일까지 방영된 ebs다큐 프라임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출발점이다. 한 마디로 어찌어찌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같은 대한민국의 부부, 그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 달라지는 부부
그 진단의 출발점이 되는 1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부부의 탄생>이다. 인도와 미국, 그리고 한국의 부부가 형성되는 과정을 들여다 보며 우리나라 부부의 '요건'을 파악해 보겠다는 것이다. 인도 샴페이 마을 거기서 한 쌍의 부부가 탄생된다. 22살의 라키와 25살의 수지드는 결혼식 당일날까지 서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식장에 들어선다. 서로 집안의 아버지가 의견을 맞추어 마련된 결혼식, 집안 간의 행사이자, 마을의 축제다. 아내될 리키는 평생 남편 집에서 먹고산다는 이유로 지참금을 마련하여 가고, 결혼 후에도 남편이 직장으로 떠난 시가에서 시집 식구들과 살아간다. 6개월만의 친정 나들이도 예외적일 정도로. 

그에 반해 미국의 케이스(31)와 베니스(28)부부는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공감을 전제로 전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결합으로 결혼을 맞는다. 심지어 결혼식도 부모님과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그들이 출근하던 맨해튼 페리와 지하철을 배경으로 '깜짝 쇼'처럼 벌인다. '가족'이 중심이 되는 인도와 '개인'의 책임이 되는 미국의 결혼, 그 중간 쯤에 우리의 결혼이 있다. 성당수련회에서 만나 오랜 기간 연애를 했던 부부, 하지만 결혼 과정에서 그들은 '집' 구하는 것 등  양가 부모님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가족'과 '개인',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더 낳다 말할 수 없다. '가족'이 전제가 되는 결혼은 '위기'의 관리 능력이 우수하다. 인도에선 이혼이 제기되면 6개월간의 가족 숙려 기간이 주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 '가족'들의 설득으로 이혼까지 이르진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인도의 '가족 중심주의'조차도 변화하는 시대에 무기력하다. 그렇다고 미국은 나을까? 자유의지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미국, 당연히 결혼 지속 기간이 떨어진다. 결혼하고 20여년이 지난면 결혼한 부부의 반 정도가 남남이 된다. 결국 변화하는 세상은 묻는다. 과연 '부부'가 이상적인 제도냐고.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래도 '부부'라는 제도를 유지하고 산다면, 그 '부부'를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2부 <같이 사는 이유>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부부들을 살펴본다. 
물론 당연하게도 연애 시절, 그리고 갓 결혼한 신혼 부부의 일상은 서로의 존재와 사랑이다. 그리고 이 시기의 남녀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런 사랑과 믿음이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장담이 무색하게도 시간은 결혼의 내용성을 변화시킨다. 
 
'개인'의 사랑을 전제로 했던 우리의 결혼, 그 양상이 변화되기 시작하는 건 '아이'의 출생부터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가 중심이 되는 부부의 생활, 이때부터 결혼 만족도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즉 '아이'의 출생과 함께 우리의 부부는 자녀 교육을 위한 경제 단위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남편은 돈이나 벌어다 주며, 심지어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집에 일찍 들어오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는 처지가 된다. 떨어지던 부부간의 만족도는 아이들의 다 성장을 하고 품을 떠나면 그때서야 회복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40%를 웃도는 만족도가 나아지는 건 아니다. 

결혼, 그리고 부부, 그 위기의 해법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부부 사이가 존중과 사랑으로 만개한 37년차의 김준서 김민자씨 부부, 대가족의 장남과 맏며느리 살아온 세월, 뒤늦게 남편은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고 아내와 함께 하는 삶에 충실하고자 한다. 20여년의 세월에 걸쳐 사랑에 빠진 커플 3000쌍을 살펴본 가트만 박사에 따르면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로 관계를 메꿔간 부부의 94%가 이혼에 이르렀으며 결국 '대화 방식'이 문제가 된다 결론을 내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년 이혼에서 이혼 신청을 요구하는 아내들은 대부분 그 이유를 오랜 세월 쌓인 성격 차이를 들고 있는 반면, 남편들은 이혼에 이르러서도 자신이 이혼을 당하는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현실은 바로 우리 사회 남녀간의 간극을 보여준다. 

위의 아내 김민자씨는 이제라도 자신을 돌아봐주는남편이 용서가 된다고 한다. 다큐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부부의 사례를 통해 노력하고 배려하는 것만이 '부부가 살 길이라 보여주고자 한다. 인간이 사랑에 빠지면 복측피개영역에서 도파민이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 연구 결과는 21년이 넘게 이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즉 오래도록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되물은 질문, 김민자씨는 답한다. 다시 태어나면 이 사람과 결혼하지는 않겠다고. 



그렇다면 좀 더 레디컬한 해법은 어떨까?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 50여개국 38000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폴리아모리 (polyamory), 즉 다자간 연애는 어떨까? 이 그룹의 모임, 1;1이 아닌 파트너들이 서로에게 꺼리낌없이 스킨쉽을 한다. 우리 정서로 보자면 '괴랄하기' 그지없는 이 모습, 하지만 이 그룹이 주장하는 것은, '금기'를 깬 솔직함이다. 부부라는 관계를 깨지 않고, 서로의 다른 마음을 솔직하고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런 다자간 연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연인에 대한 질투보다,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쁨이 더 지배적이라며 일부일처의 비정상적 금기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자 재닛 로퍼스는 living apart together을 주장한다. 즉 서로 다른 삶의 스타일을 사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고,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5년전 재혼을 한 재닛은 그의 남편과 일주일에 금토일 3일만 부부로 한 공간 안에서 지낸다. 

다큐는 위기의 부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부부의 맨 얼굴은 상처투성이다. 과연 결혼이 유효한 제도인가라는 물음조차 던져질 정도로.  그럼에도  부부란 것이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는 제도인 한에서 그 유지를 위해서는 '노력'과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그 '노력'의 방식은 다양하다. 남편의 개과천선이든, 다자간 연애이든, 혹은 따로 또 같이이든. 
by meditator 2016. 10. 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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