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간 비만 인구가 6.6%나 증가했다. 고도 비만은 물론, 초고도 비만도 3.3%나 증가했다. 어느새 다이어트는 산업이 되었다. 365일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들, 과연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이 다이어트 보편의 법칙이 모두에게 통용될까? 다이어트라는 말만큼 '요요현상'이라는 용어 역시 일상이 되어간다. 무엇보다  마르고 날씬한 몸이 사회적 몸의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살이 찐다는 건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살찐 사람들은 자책하고 우울해 한다. 11월 21일에서 23일 방영된 3부작 <다이어트 혁명 0.5%의 비밀은 통용되고 있는 다이어트 방식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통해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자 한다. 

 

 

비만은 유전적 질환이다 
117kg의 도주원 씨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식단도 운동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배고픔과 식욕과의 싸움은 끝이 없었다. 운동이라도 할라치면 다음 날 발목 등 관절이 아파 움직일 수가 없었다. body mass index, 체질량 지수(BMI),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는 체질량 지수 25~29까지를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체질량 지수 25~30 정도까지는 식단과 운동을 통해 체중의 감소가 가능하다고 보는 반면, 30이 넘으면 이른바 통상적인 다이어트로는 체중조절이 쉽지 않은 상태로 보고 있다. 

0.5%, 다이어트를 해서 성공할 확률이다. 21일 방영된 <요요와의 전쟁>은 이런 속설을 검증한다. 무려 일년의 기록, 참여한 이들은 다이어트를 할 수록 살이 찌는 '요요'에 시달린다. 다이어트를 꾸준히 열심히 하지 않아서일까?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떨까? 22일 방영된 <내 몸 사용 설명서>는 극단적 마름을 추구하는 프로아나를 주목한다. 최근 우리 사회 10대에서 1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극단적 마름이다.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Anorexia)'에서 딴 Ana를 합성한 단어 프로아나, 체중 감량 성공! 이라는 자랑스러운 용어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자기 학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체중이 정말 바람직할까? 

 

 

요요 현상과 프로아나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 사회의 다이어트 열풍, 그런데 캠브리지 대학 분자유전학자이자 <왜 칼로리는 계산되지 않는가>의 저자 자일스 여 교수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유전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즉 비만은 '유전적 질환'이라는 것이다. 

다큐는 구석기 시대인들이 만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소환한다. 풍요, 다산, 생산력의 상징, 늘 먹을 것이 부족했고 그래서 극하느이 굶주림을 견뎌야 했던 인류에게 살찜은 축복이었다. 굷주림을 견뎌야 했던 인류에게는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하면 많이 먹고, 그 먹은 걸 축적시키는 비만 유전자가 발현되었다. 즉 더 많이 먹게끔하는 비만의 유전자는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든 축복의 상징이었다. 

문제는 그 구석기 시대의 유전자를 가지고 풍요를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인류에게서 발생한다. 풍족한 먹거리의 시대, 하지만 비만 유전자를 가진 인류는 여전히 계속 먹고 다이어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가진 비만 유전자는 얼마나 될까? 연구진에 따르면 인류에게는 천 개가 넘는 비만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한국형 비만 유전자 게놈 지도를 만들어 보니 20개 정도가 등장한다.

 

 
'비만'에 대한 시각을 제고하자 
모두에게 존재하는 비만 유전자, 하지만 주요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따라 개개인 비만도에 차이를 낳는다. 161kg에서 무려 80kg을 감량했지만 박민석 씨는 요요에 시달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비만이 되기 시작해서 중학교 졸업할 때에는 초고도 비만이 된 민석 씨, 그런데 민석 씨네 집은 어머니를 비롯해 3형제가 모두 비만이다. 

민석 씨의 유전자를 검사해 보니 지방을 더 많이 빠르게 축적하는 FTO 유전자와 , 지방을 좋아하고, 식욕이 폭발하는 MC4R 유전자가 나타났다. 즉 더 많이 먹고, 쉽게 찌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전자만이 문제는 아니다. 타고난 유전자와 식품 환경이 만나 비만이 형성된다고 다큐는 말한다. 함께 요가 학원을 운영하는 쌍둥이 자매, 일란성 쌍둥이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몸매를 가지고 있다. 요가 강사를 하는 동생이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언니는 비만과 전쟁 중이다. 무엇이 다를까.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 동생과, 탄수화물 위주이 식사를 한 언니, 오랜 시간 서로의 다른 식습관이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를 낳고 이것이 비만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다큐는 말한다. 

즉 내가 먹는 음식에 따라 좋은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기도 하고, 나쁜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요요현상에 시달리는 박보영 씨, 이른바 저탄고지 식사를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 결과, 보영 씨는 지방만 제한하는 식사가 어울린다는 처방을 받았다. 김용철 씨는 지방 분해를 위해 근력 운동이 필요했다. 박형제 씨는 2000 칼로리 이하의 식사와 유산소 운동이 권장됐다. 즉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각자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야 되풀이되는 요요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질환으로서의 비만을 접근하자는 다큐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비만을 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비만을 개인의 의지로 보는 사회적 시각,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못해서 그렇다는 편견에 대해 시야를 터준다. 대부분 오랜 기간 비만과 반복된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에 시달린 사람들은 낮아진 자존감과 우울감에 시달린다. 다큐는 '나의 잘못'이라는 족쇄를 풀어주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획일적인 다이어트 신화 역시 또 다른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내 몸을 인정하고 사랑하자 말한다. 프로아나가 젊은 층에 열풍처럼 번질 정도로 마른 몸에 대한 갈증, 날씬하고 마른 몸이 가져온 사회적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장상균 씨는 121kg의 체중을 20kg 감량하여 100kg대가 되었다. 의사는 지금 그의 상태가 좋다고 말한다. 표준 체중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내가 가장 편안한 자기 몸의 상태를 찾아가라 다큐는 권한다.  바디포지티브, 자기 몸 긍정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사이즈가 아니라, 내 자신에 맞는 몸을 찾아갈 때라는 것이다. 


by meditator 2022. 11. 24. 20:12

1931년 최영숙은 스톡홀름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06년부터 이화학당을 다니던 그녀가 9년 만에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수학자가 되어 귀국했다는 기사가 신문마다 대서 특필되었다. 조선에서 여성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졌던 그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귀국했던 시기는 1929년 대공황의 여파로 실업률이 50%를 육박하던 때였다.

 

 

수학자로서 교수의 길을 걷고자 했으나 금의환양을 했다며 반기던 때와 달리 자리는 없었다. 5개 국어를 하던 그녀는 어학교수라도 하고자 했으나 그 조차도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수학자가 궁여지책으로 택한 일은 배추와 콩나물을 파는 일이었다. 귀국한 지 6개월, 1932년 스트레스와 생활고로 인한 영양 실조로 최영숙은 27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최고의 엘리트 최영숙에게 허용되지 않은 '직업', 하지만 1920년대 직업 여성의 수는 약 33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 수학 교수는 허용하지 않던 사회가 많은 여성들을 어떤 분야에 고용했을까? EBS다큐프라임 <여성 백년사 -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2부 직업 부인 순례>는 100년 전 여성들의 일과 삶을 살핀다. 

 

 

330만 명의 직업 여성들 
1920년대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식민지 산업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고무신을 만들고 옷감을 짜는 등 경공업 위주의 산업화에서 '값싼 노동력'은 필수적이었다. 1929년을 기준으로 일본 남성 노동자가 2.32 엔을 받을 때, 조선 남성 노동자들은 1엔을 받았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6.59엔에 불과했다. 당시 330만의 여성들은 '값싼 노동력'으로서의 몫이었다. 여성들은 조선인이라,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중차별로 인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산업전선에 내몰렸다고 <여성 백년사>는 말한다. 

당시 여교원들은 35원에서 60원을 받았다. 여기자는 25원에서 60원, 반면 여차창의 월급은 25원에서 30원, 연초 공장 직공은 6원에서 25원을 받았다. 쌀 한 가마니가 12,3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방직 공장 고용주는 여공이 삯이 싸고, 사상이 악화될 우려가 없으며, 결혼하면 자연히 그만두어 승진의 부담이 없고, 애교가 많고 나긋나긋하다며 여성의 고용 이유를 밝힌다. 

또한 늘어나는 '직업 여성'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직업 여성'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대했다. '여성의 그림자는 나날이 늘어가' 라는 식으로 여성들의 직업적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또한 순종적이지 않고 사치스럽고 반항적이라며 신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가정'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부추겼다. 

 

 

그런 환경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건 쉽지 않았다. 1929년 광주에서 일본인 남학생이 조선 여학생을 성추행 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에 경성의 여학생들도 시위를 벌여 항의하고자 하였다. 경성의 13개 여학교 학생들이 모였던 곳은 다름아닌 경성여자 상업학교에 다니던 송계월의 집이었다. 이 사건으로 수감된 송계월은 다행이 집행유예로 나오게 되었다. 

이후 조지아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송계월은 <신여성> 지의 유일한 여성 기자로 특채되었다. 그녀가 쓴 첫 번째 기사는 <내가 신여성이기에>, 남자의 기생충이 아니라 스스로 경제적 독립의 토대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최초', 혹은 '유일한'이라는 수식어를 지녔던 당시 여성들처럼 그녀의 삶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여성운동을 계급 해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사회주의 패미니스트였던 그녀는 옥살이 하며 얻은 폐결핵과, 아이를 낳으러 갔다는 둥 '사회의 비열한 공격'으로 인한 상심으로 인해 고향으로 떠나게 된다. 나는 꼭 사라야겠다. 엇전 일인지 죽을 마음은 조금도 업다. 할 일은 만치, 나는 젊지' 라며 삶에 의지를 불태웠던 송계월,  결국 23살 약관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직업 전선에 나선 모든 여성들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여자가 운전을 하면 호기심에라도 타볼 거야'라는 택시 운전을 시작했던 이정옥은 집을 담보로 잡아 크라이슬러 자동차 2대를 사서 직접 '운수 회사' CEO로 한 달에 600원에서 1000 원을 버는 성공을 거두었다. 요즘으로 치면 '플렉스'의 대상이었던 당시 택시, 당연히 많은 남성 승객들의 유혹이 있었지만 이정옥은 그걸 참아내며 직업부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알렸다. 

 

 

또한 아직 '미용'이라는 인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 그리고 대부분 미용실은 일본인이 운영하던 시절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엽주 미용실'을 당시 조선인이 운영하는 화신 백화점에 연 오엽주의 성공도 프로그램은 주목한다. '여성이여, 튼튼하고 건강하라'는 표어를 내건 엽주 미용실은 당대 최고 배우가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되어갔다. 

열악한 사회적 인식과 근무 환경에도 여성들은 직업을 찾기 위해 나섰다. 20명의 여점원을 모집하는데 180명이 모여들었고, 벼스 여차장 30명 모집에 126명이 모였다. 

그렇다면 100년이 지난 오늘은 어떨까? 기자가 된 송계월은 데파트 걸(백화점 직원)로 일할 당시보다는 훨씬 나은 월급을 받았지만, <신여성>이라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사에 그녀는 유일한 여성 기자였다. 프로그램은 OECD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 ;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성별이나 인종 등의 이유로 조직에서 일정한 서열 이상 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장벽) 최하위인 한국의 현실을 말한다. 여성의 91.5%가 스스로 차별받는다고 말하는 삶, 지난 10년 동안, 아니 지난 100년 동안 달라지지 않았다. 



by meditator 2022. 11. 13. 20:53

'최선이었을까?'
박지혜 선생님은 이렇게 되묻곤 한다. 2020년 봄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데 보름 가까이 한 학생이 출석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자 아버지는 '내가 우리 아이를 죽이면 되겠느냐'며 폭언을 뱉었다.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 저 여기서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의 간절한 부탁, 아이는 분리조치됐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학대 아동'에 대한 '메뉴얼'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맨몸으로 나오다시피한 학생, 이후 원활한 학교 생활을 위한 지원금조차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없이는 받을 수 없었다. 아동 학대 신고 이후, '분리 조치' 외에 정작 학대 아동에 대한 사회적 조치는 전무했던 것이다. 

게다가 학대를 피해 아이를 품어주어야 할 시설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었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아이, 그런데 가정은 이제 아이를 거부했다. 자신이 버려졌다고 좌절한 아이는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학대'당하는 아이를 위해 사회가 해주어야 하는 건 안전한 곳에서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은 여의치않다. 6부작으로 방영된 다큐프라임 <어린 人권>의 5,6부는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았던 '아동 학대'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펼친다. 학대 아동을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안성희 검사는 말한다. 자신들의 판결로 세상의 박수를 받는 건 쉽다고, '엄벌에 처하겠습니다'라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고. 안맞고 사는 것만이 아니라, 부모의 '학대'가 없는 가정에서 아이가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 '학대'에 대한 궁극적인 지향이 되어야 한다고 안검사는 주장한다. 



 

'학대' 이후
그런 면에서 전안나 판사는 학대당하는 아이를 가정에서 '분리'하는 대신 가해자인 부모를 보호 시설에 위탁하는 '감호 위탁'판결을 내렸다. 잘못은 부모가 했는데 아이가 기존의 집, 기존의 학교로 부터 분리되는 현행의 제도,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보호자의 '보호'가 가능하다면 아이에게 '가정'의 울타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해 부모의 감호 위탁은 '가정'의 '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한 조치이다. 정상 가족, 혈연 가족 프레임이 강한 한국 사회,  '가정'이 우리 사회에서 기본 단위인 이상 가급적이면 그 '가정' 내에서 아동이 평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애써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활용되는 제도가 '위탁부모 제도'이다. 배은희 씨는 2015년 3월 한 살도 채 되지 않는 은지의 위탁 부모가 되었다. 아기가 오면 놀아주겠다던 작은 아이가 엄마, 아빠가 아기만 신경쓴다며 보내면 안되겠냐고 하던 고비를 겪으며 이제 8년 차, 종종 자시늗ㄹ이 '위탁 부모'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고 한다. '시설'의 부작용이 대두되며 가급적 가정과 같은 조건에서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2003년부터 실시된 '가정 위탁'제도이다. 

'한정된 입양'이라고 말하는 은희씨, 돈은 얼마나 받는 거야라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보다 언젠가는 '자신의 삶보다 귀한 아이'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얼마를 받아야 할 수 있을까요?'라며 반문하는 은희 씨, 가정 환경조사, 부모 교육 등 엄격한 과정을 거치지만 정작 서류상 '동거인'인 아이의 법적인 보호자 역할은 '친부모' 몫이라 제도적 어려움을 겪곤 했다고 한다. 

사회가 '부모' 역할을 
그런데 그 '시설'조차 시한이 있다. 최근 24살까지 연장은 됐지만, 집, 직장 등 그 모든 것들을 홀로 해내야 하는 아이들, 그래서 그 '생소'한 사회적 경험 앞에 사기 사건을 당하거나, 범죄 사건에 휘말리기가 쉽다.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오래 일하기가 쉽지 않다. 보육원 출신이라는 피해의식, 자격지심이 아이들 스스로 세상으로 부터 자신을 격리하도록 만들기 십상이다.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 중 50%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가가 언제까지 책임져줘야 하나?' 이런 의문에 김성민 씨는 반문한다. '부모가 언제가지 필요하세요?' 김성민 씨는 안동초등학교 앞에서 발견되어 3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18살 때까지 머문 곳, 그러나 '가족, 안전, 행복', 그 어느 것도 보장해주지 않던 '시설'은 '집'은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김성민 씨는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아이들 스스로 '식물'을 돌보며 일도 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이다. 

법저에서 호통치기로 유명한 소년범의 대부 천종호 판사는 '가정 형태'의 '사법적 그룹홈'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떤 아이들이 재판까지 올까요?' 부모들이 있는 아이들, 부모들이 부모 역할을 하려고 하는 아이들은 웬만하면 재판에 오기 전에 '구제'가 된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재판까지 오는 아이들 중 70%가 결손가정, 저소득층 가정, 부모가 '보호'해줄 수 없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한 아이를 1년 동안 법정에서 7번이나 보기도 했다는데, '보호'받지 못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 그 악순환을 막기 위해 천판사는  '사법형 그룹홈'을 마련했다. 가정형태로 이루어지는 그룹홈, 아이들에게 '집'의 경험을 주고자 했다. 경남에서 시작되어 전국 13곳에서 100 명의 아이들이 '집같은 공간'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중이다. 

 


  ​​​​​​​

학대 사후 조치보다, 예방이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큐가 주목한 건 미 콜로라도 대학의 데이비드 올즈 교수가 시작한 가정방문 프로그램(Nurse-Family Partnership)이다. 

출산전부터 아이가 24개월이 될 때까지 미혼모나 취약 계층의 엄마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간호사가 방문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신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은 엄마는 물론,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된다. 가정 폭력의 출발이 되기도 한다. 

놀랍게도 장기 추적 결과,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보살핌을 잘 받았다는 만족감이 이해와 공감 능력을 높였고, 이는 학습 능력 향상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아동 학대와 방임이 48%나 감소했고, 범죄와의 연루도 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 단지 간호사가 방문하여 이야기만 나누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을까? 벽돌로 뒤통수를 내리친 엄마,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을 가진 하은 엄마 지영 씨는, 아이를 낳고서도 여전히 '학대'하는 부모로 인해 모든 걸 놓아 버리려 할 때 찾아온 간호사는 다독이며 보살펴 주었다. 엄마 노릇에 서툴거나 거부감을 가진 엄마들을 독려한다. '덕분에 살았다'고 말하는 지영 씨, 학대의 '사후약방문'이 아닌 안정된 가정과 좋은 부모를 향한 '예방책'으로의 첫 걸음이다. 

by meditator 2022. 5. 25. 21:03

5월 16일 방영된 ebs 다큐 프라임에서는 대한민국 아동 100년의 시간을 조망했다. 백원이던 과자가 천오백원이 되었다며 속상해하는 아이들, 이제 그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을 모르는 세대가 되었다. 대신, 유투브에서 초등학생들을 '잼민이'라며 비하한다며 불쾌해한다. '어린이'가 '잼민이'가 된 세상, 과연 방정환 선생님이 '나라의 자원'이 되어야 한다며 소중하게 여기라 했던 어린이는 '존중'받고 있을까? 

 

 

1923년 5월 1일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선언문'을 선포하셨다. 선언문에는  '재래의 윤리적 억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인격적 대우를 허'하고 그들을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의 '어린이'는 유상, 혹은 무상의 노동을 폐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윤리적, 경제적인 존중은 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1933년에 태어난 아동문학가 신현득 선생의 어린 시절은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 석유 대신 쓴다며 솔공이를 몇 관씩 따기 위한 '근로 봉사'가 일이었다. 50년대만 해도 동생을 업고 학교에 오는 누나들이 흔한 풍경이었다. 어린이의 노동을 폐하라던 방정환 선생의 말씀이 무색하게 우리의 '산업화'의 동력은 값싼 미성년자들의 노동력에 빚졌다. 6~70년대 여공 중 국민학교를 졸업한 비율은 불과 51%에 불과했다. 

1920년대에 18.5%이던 취학률은 1970년대에 비로소  90%에 도달, 의무교육의 본령을 완성했다. 7~80년대 어린이 공원, 어린이 세계 문학 등 어린이는 핵가족의 꽃이 되었지만, 그런 한 편에서 '혜영, 용철이 사건'처럼 국가가 돌보지 않는 '어린이'들의 인권과 복지는 그림자가 깊어져갔다. 또한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 개혁 이래 우리 사회의 교육은 무한 경쟁의 그늘이 드리워져 갔다. 3인 가정이 점점 일반화되어 가는 오늘날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아이'에게 집중한다. 전략적으로 '육아'에 집중하는 엄마들, 아이들은 '관리'당하는 존재가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쁜 아이들,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선포하던 그 시대와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해방'이 절실한 시대이다. 

 

 

우리 아이 잘 되라고 한 잔소린데
다른 의미에서의 '해방'이 필요한 이 시대의 아이들, 그 부모와 아이들의 '일그러진 관계'를 조망하기 위해 다큐 프라임은 '잔소리'를 주목했다. 다큐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의 100명에게 '속마음'을 들었다. 5월 17일 방영된 <역발상 프로젝트 잔소리란 무엇인가>에서이다. 

'그렇게 공부할거면 학원은 왜 다니니?
'한심하다, 시간 약속도 제대로 안지키면 인생 망한다.'

부모들이 한 잔소리다. 이 '잔소리'에 아이들은? 한숨부터 쉰다, 지겹다, 아이들의 반응이다. 억양에서부터 다르다고 한다. 일방적이다. 때려박는 말투다. 내 인생을 포기당하는 것같은 잔소리에 어깨가 꺽인다. 잔소리를 퍼붓고 뒤돌아 설거지하는 엄마는 그 뒷모습에서조차 '거칠게' 감정을 쏟아낸다. 집 문 앞에 서면 긴장되고 떨린다고 한다.

물론 이런 아이들의 반응에 부모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100%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연구는 다른 결과를 말한다. 잔소리를 듣는 청소년들의 뇌의 반응을 조사하니 부정적 영역이 높아지고, 이성적 판단이 떨어진다고. 정말 부모들은 사심없이 하는 '걱정'일까? 하지만 공부를 잘하면 '존중'받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부모들의 잔소리에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의 의견에 부모들은 말한다.

'어디 따박따박 말대꾸야!'
'말대꾸 대회가 있다면 1등이겠다.'

부모의 잔소리와 아이의 말대꾸는 '창과 방패'와도 같다. 잔소리를 듣다 듣다 자신을 방어하려고 말했는데 말대꾸란다. 그런데 '말대꾸'는 양면적이다. 듣는 부모의 기분이 좋으면 '의견'이 된다. 하지만 듣는 부모의 기분이 나쁘면 '말대꾸'다.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들어야 잔소리를 끝낸다. 해명을 하면 변명이라, 핑계라 하고, 결국 원하는 건, '예, 알겠습니다'이다. 잔소리를 하며 화를 내는 엄마, 거기에 말대꾸를 한 아이, 엄마는 자신의 말을 끊었다고 화를 냈다. 집을 나가라 했다. '승복'해야 끝나는 권력 관계, 아이들은 점차 자신을 숨긴다. 

 

 

'말대꾸'는 어떤 대상에게 사용되는 용어인가? 다큐는 묻는다. '말대꾸'라는 용어 자체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불평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핵가족이 되어도 어른과 아이가 되는 순간, 불평등한 상하, 수직 관계가 된다. 더구나 한국의 정서에서 '말대꾸'는 더욱 용인되기 어렵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듣기 보다, '금지'시킨다. 너 잘되라고 하는 '잔소리'니, 아이는 듣고 시인하며 반성하면 끝이나는 '언어적 관습'이다. 그런 부모의 '잔소리'에는 여전히 아이를 어리고 미숙한 존재로 보는 '편견'이 있다. 미숙한 존재에 대한 부모의 잔소리는 그래서 때론 '잔소리'를 넘어 '말상처'가 된다. 아이 잘되라고 시작한 잔소리가, 아이가 스스로 잘할 자신마저 없어지도록 '상흔'이 되어 남는다. 

'반격'을 하던 아이는 끝나지 않는 부모의 '잔소리' 앞에 결국 입을 닫는다. 하지만 결코 그 '속내'가 부모의 '잔소리'를 승인해서가 아니다. 결국 거듭되는 잔소리, '말대꾸'를 용인하지 않는 수직적 관계 앞에 아이는 입을 닫고 관계는 더 멀어져만 간다. 

그런데 그 '너 잘되라고' 잔소리를 하는 부모들은 정말 아이들에 대해 잘 알까? '자녀 탐구 영역', 자녀들에 대한 문제를 푸는데 사소한 것에서조차 아이를 모른다. 모르는 것도 모르는 것이지만, 자신의 기준에서 아이를 판단하고 있음이 시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모르는 아이들에 대해 '아는 체'를 하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의 '잔소리'가 설득력이 있을까? 

아이들이 보는 부모는 어떨까? '우리 엄마는 개'예요', 겉모습은 강아지처럼 귀엽지만, 화날 때는 사냥개같아서, '개'란다. 때로는 거침없어 달려가는 '말'같단다. 아이들인 보는 부모는 이중적이거나, 맹수같다. 부모들은 60 vs. 40이라며 자신을 변호하지만, 아이들에게는 90%가 잔소리다. 핵가족이 되고, 아이의 미래가 전적으로 부모의 '능력'에 달려있게 된 경쟁 사회에서 부모들의 '불안'이 잔소리로 표출된다. 또한 어린이날 100년이 되었어도, 방정환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안되서이다. 존중받은 경험이 부재한 채 '잔소리'에 휩싸여 자라난 아이들, 그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어린이라는 세계>의 김소영 작가는 말한다. 작다고 조금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by meditator 2022. 5. 18. 20:11

ebs 다큐 프라임은 2020년 방송대상을 받은 <인류세> 시리즈에 후속작으로 <여섯번 째 대멸종> 5부작을 4월 18일부터 방영한다.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그간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여섯 번 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다. 소행성 충돌, 빙하기 등의 지구 환경 변화가 가져온 지난 멸종과 달리, 여섯 번 째 대멸종의 주범은 '인간'이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 (중략)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 죽은 듯 조용한 봄이 온 것이다 .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중에서 

 

 

'죽음'의 철새 중간기착지 

죽은 듯 조용한 봄, 그저 레이첼 카슨이 지은 '내일을 위한 우화'일 뿐일까? 비행기에도 항로가 있듯이 새들 역시 '항로'처럼 이동경로가 정해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9개 정도의 철새 항로 그중 규모가 큰 것이 '동아시아 항로'이다. 호주, 동남아, 중국, 시베리아, 알래스카에 이르는 이 항로를 '비행'하는 철새들이 꼭 중간에 들르는 '허브' 국가가 있다. 맞다. 바로 우리나라이다. 우리나라의 새 종류는 50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그 중 텃새는 불과 95개 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400여 종이 넘는 새들이 '철새'로 저 긴 여행 중 중간 기착지로 우리나라에 잠시 머문다. 

갯벌은 장기간 여행을 하는 철새들의 중요한 보금자리이다. 그래서 갯벌을 지키기 위해 환경단체들이 앞장서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갯벌만 지키면 될까? 

미국의 조류 보호단체 오듀본 협회의 스티븐 마제스키는 매일 아침 뉴욕 빌딩 숲 사이를 헤맨다. 바로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생명을 잃거나, 잃을 위기에 있는 새들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쳐야 얼마나 부딪친다고? 

앞서 말했다시피 '허브' 기착지로서 수많은 새들이 찾는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2만 마리 정도가 유리벽에 부딪쳐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한 해 800만 마리 규모이다. 북미의 경우 연간 3억~ 10억마리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도시 곳곳의 유리벽은 너무도 일상적인 풍경이다. 건물 유리창, 방음벽 등등. 흑산도의 방음벽은 철새들의 야생 서식지를 관통한다. 새들은 눈 앞에 보이는 숲을 향해 돌진하다 목숨을 잃는다. 유리벽에 부딪친다고 목숨을 잃나? 

하늘을 날기 위해 적합한 구조적인 신체를 가진 새는 평균 40~70km의 속도로 난다. 소형 조류의 경우 유리벽에 부딪쳐 '계란'이 깨지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더구나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 진화된 새들은 측면에 눈이 있다. 당연히 3차원적 인식이 부족하니 인간이 만든 도시 공간은 그들에게 '죽음'의 공간이 된다. 신도시 방음벽 주변을 탐문한 조류보호단체는 불과 2~3시간 만에 6~70마리의 사체를 발견한다. 

유리벽만이 아니다. 몽골에서 3천 km날아온 겨울 철새 독수리, 사냥 대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독수리에게 한국은 이제 더는 먹이를 구하기 쉬운 곳이 아니다. 농약에 중독되어 죽은 오리를 먹고 다시 2차 중독이 되는 사태 등 2살까지 살 확률이 채 28%도 안되는 상황, 멸종의 단계에 놓였다. 또 다른 멸종 위기종인 흰목 물떼 새의 경우 하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자 공사장 자갈 틈에 둥지를 트는 신세가 되었다. 

 

 

그물 속에서 죽어가는 상쾡이 
바다로 눈을 돌리면 상괭이가 죽어나가고 있다. 토종 새돌고래, 웃는 낫이라 웃는 돌고래라 칭해지는 상괭이이다. 가족 단위로 2~3마리씩 연안의 얕은 바다에 모여사는 상괭이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물고기와 달리 '폐호흡'을 하는 바다 생물이다. 멸종 위기 종으로 포획이나 유통이 금지된 상괭이, 제주 경찰에 한 해에만 4~50건의 죽음이 신고된다. 하지만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상괭이 시체에서 보여지듯 한 해 1000 마리 이상이 '폐사'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상괭이가 죽어갈까? 그 '범인'은 연안 낚시 그물인 '안강망'인 경우가 많다. 자루 모양의 안강망은 바다에 드리워져 그물 안의 모든 것들을 싹쓸이 하는 방식의 조업 방식이다. 고기들은 조류에 따라 안강망 안으로 들어가고 상괭이는 그런 물고기들을 따라 안강망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폐호흡을 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설 수 없는 상괭이들은 안강망 안에서 '질식사'하고 만다. 안강망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지는 않다. 실제 태안에서 잡힌 상괭이들의 97.8%가 어린 상괭이들, 재생산을 책임져야 하는 연령대인 이들 상괭이의 '폐사'는 곧 상괭이 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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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여섯 번 째 대멸종 
육지의 유리벽, 유리창, 바다의 그물, 그뿐일까? 시선을 세계로 돌려보자. 태국의 타키압 마을 농민들이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코끼리를 쫓기 위해서이다. 기후가 변화하고 있는 태국, 정오에서 부터 4시까지 더위가 극심해져서 농사일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물도 부족해지고, 고무나무 채취가 안될 정도다.

높아진 기온과 가뭄으로 숲이 메마르자 먹이와 풀을 찾아 코끼리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에게 마을의 밭은 잘 차려진 한 상이다. 익어가는 파인애플 밭이 코끼리 떼가 지나가자 파인애플 나무가 뿌리채 뽑히고 뭉개졌다. 불빛만으로도 쫓을 수 없자 폭죽을 터트리고, 그 폭죽에 스트레스를 받은 코끼리 떼는 더욱 포악해지고, 찻길을 활보한다. 코끼리의 위태로운 하루, 90%의 코끼리가 감소 추세에 있다.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 동부 노천 광산의 오랑우탄은 남벌로 인해 반동강이가 난 숲의 보금자리를 잃었다. 광산의 불빛과 석탄을 실어나르는 트럭의 소음이 가득한 광산 주변 나무에 홀로 둥지를 틀었다. 생애 대부분을 나무에서 보내는 오랑우탄 집을 지을 나무와 열매가 있어야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는 그런 것을 찾기 힘들다. 사람들이 먹다버린 깜부탄 열매를 주워먹는 오랑우탄에게 이곳은 먹을 것도, 물도 찾기 힘든 '화성'과 같은 곳이 되었다. 결국 아스팔트 너머 사람들 마을로 찾아든 오랑우탄에게 분노한 농민들은 총을 쏘아대고, 죽은 오랑우탄의 시신에서 130 여개의 탄환이 발견되었다. 75%의 보르네오 오랑우탄이 사라지고 있다. 

2019년 호주 산불로 8000 마리 이상의 코알라가 죽어갔다. 물 대신 유칼리투스 수액을 먹고 사는 코알라들, 결국 인간이 건네주는 물을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애초에 이 호주 산불 자체가 뜨거워진 지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건조한 가뭄이 계속되었던 상황이 그 전에는 본 적이 없는 들불이 만들어 냈고, 그 결과 많은 호주 생물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지구 온난화, 서식지 파괴, 남획 등 숲, 호수, 산 등의 자연과 그 자연에 깃들어 살던 생물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100배에서 1000배나 빠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이 위험한 폭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by meditator 2022. 4. 20. 19:28

조선시대 도구 중에는 매화틀라는 것이 있다. 바로 임금님의 '똥'을 담아낸 기구이다. 이 기구에 담긴 똥은 바로 뒷간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의원들에게로 가져가 의원들이 똥의 모양과 냄새를 통해 임금님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대장 내시경의 조선시대 버전이랄까? 그러나 6월 첫 날 방영된 < ebs다큐 프라임-당신의 대변은 안녕하십니까>는 그런 '진단'의 수준을 넘어선다. 바로 현대 의학으로 치유할 수 없는 아토피, 알레르기에서부터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크론병까지 치유의 방법을 '똥'으로부터 찾고, '똥;의 변화를 통해 고치고자 한다. '의원'이 된 '뒷간'이랄까?





불치의 현대병, 그 해법은 '똥"?
현대 의학으로 치료될 수 없는 불치병들 답게, 다큐에는 오랫동안 일상 생활을 못할 정도로 각종 병으로 고통 받아온 환자들이 등장한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대학 병원 30년째 슈퍼 박테리아 씨디피실리균으로 인한 크론 병으로 인한 설사와 복통으로 30여년 째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환자가 있다. 한국에는 역시나 크론병으로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휴학을 하고만 16세 지원이가 있다. 각종 항생제와 약이 이들에게는 백약이 무효다. 
그런가하면 엄마들이라면 공감할 전신의 소아 아토피로 고생하는 소윤이가 있다. 온몸이 간지러워 단 몇 분도 잠을 못 자는 날도 있는 소윤이는 동시에 변비로 고생을 하고 있다. 과민성 대장 증상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려 사회 생활이 편치 않은 조진철씨가 있는가 하면 일주일이 되도 화장실에 가기 힘든 남유주씨도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들의 '똥'을 검사해 봤다. 검사 결과, 이들의 똥에는 이른바 좋은 세균이 현저히 적거나, 나쁜 세균 천지였다. 



세균이 왜? 우리 몸 전체에는 100조의 미생물, 세균이 산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똥은 수분을 제외하고 나면 반 이상이 세균인 세균 덩어리이다. 한 마디로 똥은 세균에게는 아마존 밀림이다. 정상적인 인간의 몸이라면 500여 종의 세균이 똥에서 발견되어야 정상일 정도다. 

그런데 검사 결과 크론병을 앓고 있는 지원이는 좋은 세균은 없고 나쁜 균인 클로스트로늄이 장악을 했다. 아토피를 앓는 소윤이는 몸 속에 균이 거의 없다. 과민성 장 증후군 조민철씨나 남유주씨도 나쁜 균이 많다. 또한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대부분 장내 균의 생태계가 단조롭다는 것이다. 

그간 인류의 의학은 치유할 수 없는 병의 비밀을 풀기 위해 인간 유전자의 비밀 지도를 해독하는데 골몰했다. 하지만 나날이 급증하는 현대병들은 인간 유전자의 해독만으론 역부족이었다. 다큐에서는 한 사람으로 등장했지만, 현대병이라 지칭되는 이들 병의 증가는 폭발적이다. 

                                       2008년           2010년       
   크론 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1만2334          1만 8332       30%증가
               만성 변비             48만              61만            30% 증가
        과민성 대장 질환자          149 만             155만         32% 증가 



현대인들은 '깨끗한 환경', 그리고 '결벽'에 가까운 습관, 거기에 더해 서구화된 식습관, 항생제 남용 등으로 인해 깨끗해진 장을 가지게 되었다. 즉 장내 생태계가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잘못된 약 남용으로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장내 세균이 급속하게 사라지고, 천식, 알레르기 등의 자가 면역 질환과 슈퍼 박테리아 감염증인 크론 병등이 범람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쁜 균의 압도적 점유는 그 어떤 '약'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 

심지어 장내 세균의 활약은 그저 난치병으로 여겨지는 각종 현대병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분비물인  세로토닌의 95%가 장내 세균에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이 나왔다. 즉 장내 면역 체계가 뇌에 정보로 전달되고, 그 결과에 따라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정신 건강을 위해, 건강한 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내 생태계의 회복 프로젝트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다큐 프라임>은 '똥'과 그 안의 '세균'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년간 크론병에 시달린 미국의 환자는 타인의 건강한  똥을 장내 이식하는 '분변 이식술'을 통해 30년간 고질적으로 시달리던 복통과 설사에서 해방되었다. 그저 남의 똥을 좀 빌렸을 뿐인데, 건강한 세균이 우글우글한 타인의 똥이 환자의 대장으로 들어가 대장 생태계를 변화시킨 것이다. 

사례의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똥, 좋은 세균이 많은 똥을 만들기 위해 12주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유익한 균을 많이 만들어 나쁜 균을 제압하는 방식이다. 똥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되는 먹는 것을 변화시켰고, 락토바실러스, 비피스테리움같은 유익한 균들을 채워갔다. 그 결과는 놀랍다. 그 어떤 항생제와 치료로도 낫지 않던 사례자들의 악성 질환이 덜해지거나, 나아진 것이다. 



그저 똥만 변화시켰을 뿐인데! 하지만 이는 그저 외눈박이 현대 의학이 헛짚은 경로였을 뿐이다. 사실 순조로운 출산을 통해 엄마의 산도를 지나오는 신생아는 산도 내에 '충만한' 좋은 균 락토바실러스의 혜택을 입어 세상의 모든 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실제 제왕 절개를 통해 태어난 신생아와 정상 분만을 한 신생아의 태변을 검사하면 세균의 분포도가 현격히 차이가 난다. 즉, 면역력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엄마의 뱃솟 주머니에서 자라난 코알라는 6개월쯤이 되면 엄마의 똥을 먹는다. 보기에는 좀 '거시기'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기 코알라는 엄마 똥에 들어이쓴 소량의 독성 물질을 통해 그냥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유칼리투스 잎을 소화시킬 미생물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간 우리 사회가, 우리 의학이 '더럽다', '위생적이지 않다'고 치부했던 '똥'과 그 안의 '세균', 즉 마이크로 바이움(microbiome)이 현대인의 불치병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으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그 방식이 그간 의학이 했던 흑백 논리식의 약을 통해 병을 제압하는 식이 아니라, '스님들의 식습관'에서 그 해법을 찾듣 건강한 장내 생태계를 지향하는 균형과 조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다. 
by meditator 2016. 6. 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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