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꿈이란 단어가 점점 사치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나이든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란 단어를 듣고 혀를 차지만, 그네들에겐 어쩌면 그저 그들의 현실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단어일 뿐일 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쉬이 그들의 빠른 현실 침잠과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저항의 포기, 혹은 저항의 무력화에 대해 아쉬워하지만, 머리에 피가 마르기도 전에, '경쟁'과 '생존'을 학습한 세대에게 어른들의 '집단적 저항정신' 운운은 낯선 이국의 문물처럼 다가올지도 모르는 시절이다. 하지만, 우리의 tv는 어떤가, 여전히 젊음을 칭송하고, 그들의 젊음의 열정과 꿈을 부추긴다. tv 속 청춘은 여전히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한다. 하지만, 그 꿈과 열정을 제 아무리 포장한다 한들, 현실은 쉬이 가려지지 않는다. 


2015년 10월 24일 장장 5개월의 여정을 달려온 청춘 fc의 마지막 경기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축구를 포기했던 청춘들의 좌절된 열정을 다시 한번 불사르려했던 청춘 fc 프로그램도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은 포기했던 그들의 열정을 다시 불러 일으켰고, 포기했던 그라운드에 그들을 되돌아오게 되었지만 마지막 회를 앞둔 프로그램에서 그 이상 그들에게 기약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 중 그 누구에게도 구체적 기회는 불투명했고, 회자되었던 프로팀도 유야무야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흘러, 2016년 설 연휴가 있던 주 금요일, 2월 12일 밤 10시 50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던 그 청춘의 열기에 대한 후일담을,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 연장전>이 전한다. 


'일장춘몽'이었을까, 청춘 fc의 5개월
연장전으로 돌아온 프로그램은 지난 5개월간 청춘 fc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선수들의 동정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저마다의 현실에 부딪혀 '축구'라는 꿈을 포기했던 청춘들, 그들은 어렵사리 다시 용기를 내어 청춘 fc라는 계기를 통해 접었던 꿈을 끄집어 내었고,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지만 다시 꺼내든 그들의 열정은 쉬이 가라앉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방송 출연'이라는 깜짝성 이벤트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나름 이십여 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밀어부쳐왔던 자신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축구'만 바라보고 살았던 청춘들이 현실에 부딛쳐 그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을 포기하고 현실에 걸터앉으려고 하는 순간, 다시 '꿈'이란 이름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웠던 <청춘 fc 헝그리일레븐>, 종영 후 3개월이 지난 그들의 모습은 처음 '청춘 fc'를 만들겠다며 그들을 찾아가던 그때와 그리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청춘 fc를 통해 다시 한번 '꿈'에 부풀었지만, 그들의 꿈을 맞이해줄 현실은 여전히 냉랭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청춘 fc 중 기대를 안았던 누군가는 전지 훈련 중 부상으로, 또 누군가는 부상이 없어도 현실 프로 구단의 벽은 높았다. 겨우 구해서 간 외국 아마추어 팀조차도 여의치 않다. 심지어 서류 심사조차 넘기 힘들다. 한 시간 남짓 각각의 동정을 따라간프로그램은, 안타깝게도 그 누구의 흔쾌한 성공담도 전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청춘 fc의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 빨리 다른 길을 찾은 팀원들이 현명해 보일만큼. 

감독 안정환은, 프로팀을 운운하며 청춘 fc의 목표를 물어본 제작진에게 애초에 '팀'을 꾸리는 것 자체가 무리였었던 수준이었음을, 그만큼 한 것도 '기적'이라며, 어쩌면 애초에 청춘 fc라며 이들에게 부추긴 '꿈'자체가 무모했을 수도 있음을 언급한다. 그리고 현실의 벽에 부딪쳐 어깨를 옹송그린 채 다시 모여든 팀원들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청춘 fc 5개월의 꿈에서 얼른 깨어나기를 부탁하며, 지난 시간의 경험이라면,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해도 잘 할 수 있을것이라 지극히 원론적인 덕담을 전한다,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은 2015년판 다규 외인구단이었다. 현실에서 외면받은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채 정규 리그의 바깥에서 방송의 힘을 빌어 다시 한번 꿈을 키웠던 시간, 하지만 만화로, 혹은 영화로 1980년대의 극적인 성공 신화를 썼던 <공포의 외인구단>과 달리, 2016년 현실에서 외인구단으로 현실에 비집고 들어가려 했던 청춘 fc가 맞이한 현실은 냉랭하다. 시즌2를 묻는 제작진의 질문을 단칼에 잘라버린 안정환처럼, 청춘들의 꿈을 현실로 이어가고자 프로 구단 전용을 타진했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뿔뿔이 흩어진 채 ''꿈'에 도전한 선수들은 실력과 인맥과 경험이라는 현실의 벽에 주저앉고 만다.  


97분의 11, 무모한 도전 프로듀스101
그렇게 연장전을 통해 결국은 '꿈'을 이루기 보다, 다시 한번 좌절을 겪는 청춘들을 다룬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 연장전>이 방영되는 그 시간 또 다른 청춘들의 도전이 한참이다. 바로 m.net이 새해 야심차게 선보인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방송은 101명의 소녀들로 시작된 m.net의 걸그룹 선발 프로젝트이다. 방송 전, 혹은 방송 초기 101명 중 단 11명만을 선출하는 가혹한 방식, 그리고 101명의 개별 경쟁을 통해 a에서부터 f까지 차등을 나누는 혹독한 구별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한 이미 일본에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선출된 ak48등이 회자되며 콘텐츠의 독창성이 문제시 되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듀스 101>은 비판이 무색하게, m.net제작진이 원하던 바대로 열렬한 팬심을 구축해 간다. 1위에서 부터 꼴찌가지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온라인 투표제는 이미 등급을 나누던 그 시기부터 시작해, 매회 노이즈 마케팅을 톡톡히 벌이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의 외면 속에 조촐히 사라지게 생긴 <슈퍼스타 K>대신하여 m.net의 뉴트렌드로 자리잡을 기세다. 이미 출연한 그 누군가의 이름은 익숙하게 회자되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성장 서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열렬한 호응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사람들은 안다. 카메라가 주로 정해진 몇 명, 혹은 몇 십명의 범위만을 왔다갔다 하고, 심지어 한 회에 한번도 얼굴이 비치지 않은 멤버조차 있다는 것을. 또한 대부분 인기를 끄는 멤버들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거대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들이라는 것을. 심지어, 실력파 걸그룹을 뽑는다 하지만, 대중들의 선호도가 얼굴과 몸매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결국 대다수가 떨어지고 11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열 한 명 조차 <슈퍼스타 k>의 전철을 보건대 한 두 명도 기억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쩌면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 연장전>과 <프로듀스 101>이 보여주는 가혹한 현실의 단면은 오늘날 가혹한 꿈의 댓가를 치루는 청춘 현실의 자화상일 지도 모른다. 꿈꾸는 자가 감수해야 할 현실적 댓가말이다. 청춘 fc의 청춘들은 어쩌면 애초에 꿈꿀 자격조차 미흡한 함량 미달의 청춘들이었을 지도 모르고, 아이돌의 범람 세계에서 한번이라도 카메라 앞에 노출될 기회를 가지는 자체가 감지덕지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문송합니다'의 세상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기간제', 혹은 '알바'가 익숙한 현실 청춘의 또 다른 만화경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안정환 감독의 충고처럼, 카메라가 꺼지면 빨리 그 tv 속 현실에게 깨어나서, 냉정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처세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전하는 그 누구 한 사람도 이렇다할 자랑거리가 없는, 심지어 서류 심사에서조차 미끄러지고 마는 청춘 fc연장전의 멤버들이 그냥 설 연휴 끄트머리의 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접어지지 않듯, <프로듀스 101>에서 냉혹한 심사위원들 앞에서, 그리고 가혹한 시청자 투표 앞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또 다른 청춘들을 그저 그러려니 하며 보아 넘기는 게 쉽지 않다. tv는 청춘들의 도전과 꿈을 말하지만, 보여지는 건 그들의 좌절과 낭패, 그리고 안간힘이다. 그들의 젊음을, 꿈을 볼모로 삼아 잠시나마 시청자의 눈과 귀를 빼앗는 프로그램이, <동물의 세계> 속 약육강식의 현장보다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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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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