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참 tvn의 군대를 배경으로 한 이른바 군디컬 드라마 <푸른 거탑>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채널을 돌리다 몇 장면과 조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화제성있다는 <푸른 거탑>을 한참 전부터 볼 수 없었다. 그건 내 자식이 바로 그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고, 지금은 이제 다가올 첫 휴가를 기다리고 있는 꼬래비 신병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굳이 아픈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슬픈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새가슴 엄마에겐 그저 군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그게 고생이든, 해프닝이든- 그 자체만으로도, 저러고 지내겠지 하는 마음에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한다.

 

현직의 의사들은 메디컬 드라마를 안보고, 국정원 직원들은 <7급 공무원>을 안본다고 한다.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맞닦뜨리는 현실이 드라마 속 그 내용과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언제나 의학 드라마가 방영되면 그 드라마가 병원 현실을 얼마나 리얼하게 반영해 내었는가 라는 기사가 올라오곤 한다. 실제 <골든 타임>처럼 그 리얼함을 잘 담아낸 드라마로써 사람들 사이에 화제성을 끌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마치 그렇게 의학 드라마의 현장성이 그 드라마의 관건이 되는 것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군대를 배경으로 한 <푸른 거탑>은 군디컬 드라마라는 이색 장르(?)를 내걸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담보해낸 현장성은 <골든 타임>에 못지 않게 화제성을 끌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마치 술자리에서 여자가 애낳은 이야기를 후일담으로 하듯 소비했던 자신의 군대 이야기를 <푸른 거탑>을 통해 복기하며 즐기고 있다고 한다. 마치 없었던 시절의 고생하던 이야기지만 이제는 뭉클한 미소를 띠고 보게되는 <검정 고무신>이 인기를 끌었듯이. 현직 군인들은 어떠냐고? 그 시간에 군인들은 취침중이다!

<푸른 거탑>의 현장성은 드라마 중간에 나왔던 '밀리터리블'의 무한 삽질 등 리얼한 현실에만 있지 않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오히려 더 <푸른 거탑>이 '현실'스러운 것은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웃지 못할 물고 물리는 역학 관계에 있다. 흔히들 군대 다녀오면 사람된다는 속설은 바로 그 계급에 따라 철저히 가려지는 강자와 약자의 먹이 사슬을 제대로 체험하고 깨닫게 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본질에 순응할 수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아들들을 남고에 이어, 군대에 보내 본 어미로써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남성들만의 조직 사회에 몸 담는다는 의미는 엎어질 때 엎어지고 구를 때 구를 줄을 아는 걸 배워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뭔지가 궁금하면 <푸른 거탑>을 보면 된다.

 

 

 

거기에 또 하나, 철저하게 본능에의 충실이랄까? 집에선 남자라도 의상의 핏을 살리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던 아들이 첫 면회에서 과자가 그렇게 맛있는 건줄 몰랐다고 토로한다. 태어나서 한번도 종교적 의식을 경험하지 못한 아들이 자랑스럽게 교회에 가서 초코 파이도 받고 여고생들의 연주도 보았다고 편지를 쓴다. 담배를 피지 않는 아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배치를 받게 된 '멘붕'을 풀수 있는 건 PX뿐이었다. 그런 아들을 위해 엄마는 주섬주섬 신문에 나온 걸그룹의 광고 사진을 오려다 주고.

그런 이야기들이 <푸른 거탑>이란 드라마의 정서로 그대로 실려있다. 고참이 후임들을 데리고 하는 게임 시뮬레이션이나, 후임을 위한답시고 하는 만화 패러디는 각시탈이 유행이던 고등학교 교실에서 다 큰 남자아이들의 '나는 각시탈이다~'하며 책상에서 뛰어내리는 그것과 다르지 않은 '유아적 마인드'이다. 그리고 그 유아적 마인드를 불러온 것은 자신이 마음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반작용이다. 개성 따위, 하고픈 일 따위는 다 개에게나 주어 버리고, 대학 입시를 향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탈색시킨 남자들에게 남은 것은 어느 소설에서 등장한 그 문구, '내가 짐승이었던 그 시간'이다. 거기서 그들에게 남은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건 먹는 거나, 사회에서 즐기던 것을 재현하거나, 다가서지 못할 이성의 대리인이라도 좋아하는 것 외엔 없다. 그리고 그런 짐승(?)들의 이야기를 <푸른 거탑>은 빼곡하게 복기한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에 나와 멀쩡하게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인 척 살아가는 남자들은 <푸른 거탑>을보면서 한때 본능에 충실하며 살아가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한다. 은근히 그리워하면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by meditator 2013.03.28 09:25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