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2015년 새해 벽두부터, 공중파 3사의 월화 드라마는, 비리와 권력으로 더렵혀진 세상을 향해 전쟁중이다. 물론, 3사  드라마 각자가 싸우는 대상도 다르고, 싸움의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드라마가 굳굳하게 밀고 나가고자 하는 것만은 같다. 포기하지 말고 싸우자!


sbs <펀치>의 등장인물들은 피터지께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싸우더니, 이제 그 형의 비리를 들고 싸우고, 그리고 그 형이 원죄를 뒤집어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그 형의 복수와, 거기에 얽힌 관계를 놓고 대결한다. 그런 싸움 속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법'과 '정의'도 있지만, 아들의 병역 비리, 입지전적 성공에의 갈망과, 사업하는 형의 정경유착 비리, 그리고, 구속된 아내를 풀려내기 위한 타협과 협박 등 각자의 사연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등장인물 각자가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욕망으로 인해 '법'으로 굴러가야 할 사법 체계를 일그러뜨리는 동안, 여주인공인 신하경(김아중 분)만이 줄곧 우직하게 '법' 을 위해 자신을 던진다. 

서울경제

아이를 사고로 몰아넣은 진짜 범인, 이태준(조재현 분)의 형 이태섭을 잡으려 하다가, 검사로서 직을 던지고 스스로 청문회장에 서기도 하고, 결국 감옥까지 가는 신세가 된다. 남편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태섭 회장의 자술서로 타협을 한 줄 알게 된 신하경은, 자신을 구하기위해서라는 걸 알면서도, 애초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아가, 더 큰 그림인 오션 캐피탈 김회장과 이태준의 밀착 관계를 밝히기 위해 뛰어든다. 심지어 그토록 믿고 따르던 윤지숙(최명길 분) 장관의 수사 종료 지시에도 따르기 힘들다. 

우직한 검사들은 또 있다. <오만과 편견>의 구동치(최진혁 분)와 한열무(백진희 분)가 그들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놓쳐버린 유괴범 때문에, 그리고 유괴로 인해 죽임을 당한 동생 때문에 검사가 된 두 사람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못해 용의자까지 되고 마는 민생 안정팀의 팀장 문희만의 회유와, 드러내놓고 위협을 마다하지 않는 실체, 그리고 그 하수인인 검찰국장등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15년전 사건의 실체를 밝힌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속해있는 민생 안정팀이 해체되는 위기에 빠져도, 그 자신들이 신체적 위해 등의 위협을 당해도, 그리고 검사로서의 앞날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우직하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법'을 향해 '정의'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구동치 자신은, 15년전 그날, 자신이 백곰의 살인범일 지도 모른다는 혐의 앞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15년전 사건 현장으로 다시 한번 뛰어든다. 

이렇게 <펀치>의 신하경이, 그리고 <오만과 편견>의 구동치와 한열무가 우직하게 '정의'를 향한 자신의 신념을 굽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이, 그 '법'적인 정의를 실천할 도구를 가진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검사들이, 그저 자신들의 일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법적'인 정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음을 밝힌다. 물론, 그 과정은 갖은 협박과 위협과, 회유가 반복되는 과정이지만, '법'이라는 수단을 구현하는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음을 어렵게 밝혀가는 중이다. 

하지만,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 늘 만만한 건 아니다. <힐러>의 김문호 기자는 그가 진행하던 뉴스에서, 방송국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돌직구를 하고, 결국 자신이 진행하던 데스크를 박차고 나오기에 이른다. 상위 1%의 기자이지만, 이제 그가 세상을 향해 소리치던 '마이크'를 잃었다. 하지만, 김문호는 포기하지 않는다. 늘 '언론'의 정의를 실현하려던 자신을 회유하고 방해하던 거대 언론대신, 비록 '찌라시'의 수준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올곧이 전할 수 있는 언론사를 꾸려내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서울 시장 후보자 언론 인터뷰 현장에서 허락된 기자들만이 출입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김문호 기자가 몸담고 있는 '썸데이' 는 입장조차 할 수 없다. 김문호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공법'이 안된다면, '게릴라'식으로 허를 찌르는 방식을 택한다. 바로 옆 약혼식장의 측근으로 위장한 서정후(지창욱 분)와 채영신(박민영 분) 커플이 화려한 복장으로 봉쇄 라인을 뚫고 들어가고, 채영신이 도발적 의상으로 인터뷰 장 한 가운데로 뛰어나가 서울 시장 후보자에게 그와 관련된 섹스 스캔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이어, '썸데이' 뉴스의 김문호 앵커의 그와 관련된 멘트가 이어진다. 세상에서 주어진 방식이 진실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캐가겠다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이들이 비리를 밝히고자 하는 하며 싸우는 대상, 혹은 그런 그들과 부딪치는 대상들과, 이들의 차이점은 사실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한 발자국' 바로 거기에서, 지금의 현격한 차이가 만들어 진다. 
이른바 '어르신'의 집안으로 들어가다, 김문호의 형이자, 메이저 언론사 사주이며, 권력의 '개'로 살아왔던, 김문식(박상원 분)은 자신의 그 첫 '한 발자국'을 회상한다. 한때 자유 언론의 수호자로 개조된 트럭을 몰고, 서울 하늘 곳곳에 진실을 알리기에 용기를 냈었던 김문식은, 그 자신과 사랑하는 여인의 생명을 구걸하기 위해 '정의'를 외면한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오만과 편견>의 끊임없이 정의와 타협의 길을 오고가는 문희만 부장검사(최민수 분) 역시, 수사를 하던 과정에 저지른 뺑소니 사고, 그것을 덮기 위한 한 걸음이, 그를 '화영'의 개로 만들었다. 
<펀치>에서, 우직하게 '정의'의 편에 섰던 윤지숙 장관의 한 걸음은 바로 병역 비리를 저리른 아들이었다.
기성 세대가, 일신상의 이유로, '정의'의 편에서 물러서서, 세상과 타협하는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그들이 추구했던 '정의'가 무너져 내렸던 것을 알기에, 아니, 그 실체를 모르더라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에, 젊은 그들은 우직하게, 자신들의 정의를 고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럴 수록, 그들의 정의가 위태위태하고, 때론 안타깝게도 느껴지는 것이다. 
<펀치>에서 유일하게 강직한 인물을 여주인공 신하경이지만, 보는 시청자는 그런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되기 보다는, 때론 그 고지식한 정의가 안타까울 정도로 '융통성 없어 보일'뿐이다. 
그런 그녀보다는, 때론 아내를 구해내기 위해, 때론 입신 양명을 위해, 때론 모시는 분을 위해, 타협도 마다하지 않는 박정환(김래원 분)에게서 인간적 향기를 맡는다. 
<오만과 편견>도 마찬가지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우직한 구동치와 원론적 질문을 던지는 한열무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가를 저울질하면서, 그래도 차악을 선택하려 애쓰는 문희만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잡기 위해, 그녀의 아이를 외면하고, 평생 그것을 덮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김문식의 사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젊은 그들의 정의는 어쩐지 불안하고 어설픈데, 노회한, 그래서 '타협'이 익숙한 저들의 편의는 익숙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화법'이 거기에 가깝기 때문이리라. 

오만과편견
tv데일리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것들은, <펀치>에서도, <오만과 편견>에서도, 그리고 <힐러>에서도 밝혀지는 권력층의 비리, 섹스 스캔들을 비롯한, 온갖 협잡과 권력형 비리들이, 결국, 누군가의 개인적 이해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들이다. 인간적이어 보이는, 그들의 '한 발자국'이 결국, 이렇게 갈짓자, 흐트러진, 썩은내 나는 권력형 비리와 스캔들로 이어진게 된다는 것을, 각종 사건들로 드라마는 상징적으로 설명해 낸다. 

그래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정의'가 주는 울림은 강하고 깊다. 어렵게 다시 마련된 앵커의 자리, 좁은 스튜디오, 단 한 대의 카메라, 그것을 앞에 두고, 김문호는 말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마련된 '썸데이'의 뉴스가 계속될지, 이번 한번이 될지, 혹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썸데이'는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말을 맺는다. 그저 한 마디 말에 불과한데, 여운이 오래 간다. 이 희박하고도, 어려운 '진실'을 말하기 위해, <힐러>, <펀치>, <오만과 편견>은 고군분투 중이다. '희망'으로 시작되는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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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1.07 12:37

윤지숙 법무부 장관(최명길 분)이 커피에 프림을 탄다. 탁해지는 커피, 그리고 그렇게 탁해지는 커피를 빗대 공안판사를 하던 이태준(조재현 분)이 검찰총장이 되면, 검찰의 물이 흐려질 것이라 자신의 반대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그런 법무장관의 반대에, 이태준은 설탕을 한 숟가락 퍼서 그걸 라이타로 달군다. 검게 변한 설탕, 그걸 먹으며 '아이고 달다'며, 검으나, 희나 설탕이기는 마찬가지라 당당하게 주장한다. 검찰총장의 자격에 '공안 검사' 출신이 무슨 문제냐 는 것이다. 이렇게, <힐러>의 주인공 검찰총장 내정자가 된 이태준은 검은 설탕으로 비유된 자신의 삶에 한 점 부끄럼이 없다. 


펀치 김래원 조재현

텐아시아


아니 오히려, 당당하다. 자동차 회사 오너인 그의 형이 경비를 착복하기 위해 불량 부품을 써서 급발진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검찰에 소환당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걸 자신의 심복인 박정환(김래원 분)에게 뒤집어 씌우려 할때 그를 수몰당한 자기 부모 무덤이 있는 강가로 부른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 이장하라고 준 정부의 보조금으로 자신과 형이 대학 등록금을 냈었다며 과거를 회고한다. 그렇게 부모를 물에 잠기게 하고 달려온 자신의 길이, 결국 이렇게 멈추게 되었다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입지전적 자수성가의 이태준,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제 검찰 총장을 바라본다.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상대 후보자 아들의 뒤를 캐는 정도는 약과이고, 후보자 청문회에서 드러날 온갖 잡음들, 이제 그것조차 불리해 지자, 도마뱀 꼬리 자르듯 왼팔 격인 박정환에게 떠밀고 검찰총장으로 금의환양하고자 한다. '법'의 수장으로 가기위해, 그가 택한 수단들은 지극히 '탈법'적이지만, 어렵게 자수성가 해온 그에게, 검찰총장도 하고, 법무부 장관까지 하고 싶었던 그에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태준 정도의 거물은 아니지만, 자신의 성공 때문에 '비리'를 눈감은 '법조인'은 또 한 사람있다. <오만과 편견>의 문희만(최민수 분), 그의 부하 직원인 구동치(최진혁 분), 한열무(백진희 분), 강수(이태환 분)의 뒤얽힌 인연은 결국 문희만이 저지른 교통사고로 부터 비롯된 것이다. 

재건 그룹을 잡기 위해, 자신이 저질렀던 교통사고를 덮었던 그, 하지만, 구동치에게 그가 밝힌 진실은, 재건 그룹을 잡으려고 했던, 그래서 뺑소니를 쳤던 자신이, 재건 그룹을 무너뜨리려 했던 화영 그룹의 '장기판의 말'같은 존재였다고 토로한다. 그가 저지른 '뺑소니' 사건은 재건 그룹 붕괴 커넥션의 일부였던 셈. 하지만 문희만은 살아남기 위해, 그런 '비리'를 눈감는다. 그리고 이제, 후배 검사에게 말한다. '진짜 센 놈을 잡기 위해선, 다른 힘센 놈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이곳의 역사'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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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이렇게, <펀치>의 이태준과, <오만과 편견>의 문희만이 법조계 비리에 일조하고 있는 가운데, <힐러>의 악의 축으로 등장한 김문식(김문식 분)은 메이저 언론 제일신문의 회장이다.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사람 목숨쯤이야 파리 한 마리 죽이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다. 물론 그 역시 한때는 해적 방송의 일원으로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권력의 시녀로써, 아니 적극적으로 권력을 창출하는 일원이 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펀치> 이태준 역의 조재현, <힐러> 김문식 역의 박상원, 그리고 <오만과 편견> 문희만 역의 최민수는, 당대 내노라하던 청춘의 꿈과 열정을 연기하던 청춘 연기자들이었다. 조재현이란 이름을 처음 알린 건,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의 선장에 반항하던 젊은 어부였다. 박상원과 최민수, 그들은 더 거들 것도 없이, 80년대를 상징하는 드라마, <모래 시계>의 두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중후한 나이가 되어, 아버지 세대의 역할을 한다. 그들이 연기하던 세상과 타협하지 않던 젊은이들도,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때를 묻혀간다. 모래 시계의 세상과 타협하지 않던 젊은 검사는 이제, '언론'이라는 수단을 통해 권력을 뒷배로 삼아 세상을 주무르려는 언론사 회장이 되었다. 박상원이 연기했던 모래 시계 원 주인공의 모델이었다던 홍준표 검사가, 이제, 젊은이들 앞에서 비웃음을 사는 기성 세대가 되었듯이. 그리고 그 과정은, 부모님의 이장비로 등록금을 내던 이태준이, 비리 기업을 법의 심판대로 세우고자 예각을 세웠던 문희만이, 해적 방송을 통해 진실을 알리고자 애썼던 김문식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세상과 타협하고, 나아가 권력에 편승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런 자신의 삶을, 검으나 희나 설탕이라 합리화하거나, 더 큰 세력의 농간에 휩쓸리는 것이 역사라 자조한다. 심지어,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자부하거나. 

한경 와우스타

그들이 편승한 권력의 수단이 주목할 만 하다. 법과 언론,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정의'를 실현하고, '진실'을 밝혀주어야 하는 잣대와 등대들이, 스스로 자신의 야망을 위해, 권력과 한 배를 탄다. 그리고, 야망을 위해, '법'과 '권력'을 수단으로 삼아,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기성 세대가 된, 한때는 소나무같은 젊은이였던 이들이 월화 드라마의 악의 축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우리 시대, '권력'이 된 한때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의 야망의 수단이 된, 이제 그저 '권력'의 한 편인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애꿏은 모자의 운명을 가르고, 7000여 노동자의 목숨줄 정도는 즈려 밟고, 그런 진실들이 은폐되게 만드는 '법'과 '언론'의 수호자가 된다. 그래서, <펀치>, <힐러>, <오만과 편견>에서 처럼, 이 시대의 법과 언론은, '정의'와 '진실'의 수호자대신, 권력의 시녀, 정권의 나팔수 역을 자임한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기꺼이 맡은, 야망의 세대는, 추한 기성세대가 되어, 다시 한때 그처럼 열정에 불타오르는 젊은이들과 일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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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2.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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