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의 김명민 표 영화가 찾아왔다. 

영화 출연작이 14편이나 되는 김명민의 필모그래피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그에게 청룡 남우 주연상을 안긴 <내 사랑 내 곁에(2009)>와 <페이스메이커(2011)>처럼 극한의 육체적 헌신을 전제로 한 영화가 있는가 하면, <무방비 도시(2007)>이래 <리턴(2007)> 등의 스릴러와 <연가시(2012)>와 같은 재난 영화, 그리고 독특한 소재의 <파괴된 사나이(2010)>와 <간첩(2012)> 등도 있다. 하지만 최근 김명민이란 배우로 연상되는 영화는 무엇보다 400만이 넘는 흥행으로 1편에 이어 2편까지 만들어진 <조선 명탐정> 시리즈이다. 21016년 찾아온 <특별 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부제 사형수의 편지를 달고 있는 제목에서 부터 여러모로 <조선 명탐정>의 현대판, 혹은 업그레이드 버전인 듯 보여진다. 



<조선 명탐정>의 청출어람, <특별수사>
<조선 명탐정; 각시 투구꽃의 비밀(2011)>과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에서 김명민은 조선 정조 시대 어사 박문수로 연상되는 명탐정 김민으로 분한다. 일찌기 <불멸의 이순신(2004)> 이래 <하얀 거탑(2007)>, <개과천선(2012)>로 그래서 오히려 <육룡이 나르샤(2015)>가 아쉬웠던 정도로 '본좌'의 소리를 들었던 선굵은 연기로 정평이 난 김명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펄펄 뛰던 '본좌' 김명민이지만, 영화를 통해 기아 수준으로 살을 깍는 노력 등의 그의 영화 캐릭터는 '노력'은 가상하게 평가되었지만, 박수 갈채는 아쉬웠다.  그러던 그가 <조선 명탐정>을 통해 허당스러운면서도 느물느물한,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그 두뇌가 빛나는 신선한 캐릭터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흥행에 힘입어 2편까지 만들어진 <조선 명탐정> 시리즈는 퓨전이라기에도 실소가 나오는 설정들과 이쁘지만 어설픈 여주인공의 연기 등으로 300만을 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으로는 미흡한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현대판 <조선 명탐정>처럼 돌아온 2016 <특별 수사;사형수의 편지(이하 특별 수사)>는 <조선 명탐정>의 아쉬운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린 청출어람의 모양새다. <조선 명탐정> 속 허허실실 명탑정이었던 김명민은 한때 형사였지만 이제는 외제 차를 타며 대놓고 '브로커'질을 하는 뻔뻔하지만 능력있는 사무장으로 돌아왔다. 결국은 능력자이고 사건 해결자이지만, 그간 김명민이 드라마에서 해왔던 강직한 캐릭터와 달리,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조선명탐정>의 계보를 잇는다. 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게 사건에 얽혀 해결사가 되는 서사 구조도 유사하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조선 명탐정>의 두 어설펐던 여주인공들이 <특별 수사>에는 없다. 악역인 척하다가 결국은 비련의 주인공이 된 여주인공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악의 현신인 대해재철의 안주인 김영애가 있다. <특별 수사>의 서사는 특별하지 않다. 이제는 한국 영화계 아니 드라마까지 클리셰가 되어가는 재벌가 악행 소탕 작전이다. 하지만, 거기에 여배우라는 수식어로는 가둘 수 없는 본투비 재벌로 등장하여, 꽃미남 재벌의 망나니 짓도 없이, 알몸 추태도 없이 오로지 표정과 나긋나긋한 말투만으로, 그 어떤 재벌보다도 '재벌'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김영애 판 본투비 재벌은, 그 존재만으로 <특별 수사> 속 악의 축을 확고히 세운다. 

거기에 오달수와의 버디 무비와도 같았던 <조선 명탐정>의 콤비는 성동일-김명민의 새로운 콤비로 대체된다. 변호사-사무장 콤비는 2014년 <성난 변호사>를 통해 이미 시도된 바 있지만, 그와 달리 변호사 성동일과 사무장 김명민이라는 보이는 것과 다른 캐릭터의 역전으로 <특별 수사>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이선균의 독주로 임원희가 아쉬웠던 <성난 변호사>와 달리, <조선 명탐정> 개장수 오달수 못지 않게, 대머리 변호사로 분한 성동일은 때로는 속물스럽게, 때로는 정깊게, 때로는 코믹하게 능수능란한 활약으로 우직한 김명민의 연기에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평범한 재벌 소탕극, 거기에 화룡점정이 된 배우들
하지만 <특별 수사>의 화룡점정은 뜻밖에도 마지막 단  한 장면에서 김명민과 마주치는 김상호이다. 때로는 김명민 표 영화가 아니라, 김상호가 주인공인 듯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잡혀 들어가 온갖 수난을 당하면서 결국은 자신을 괴롭히던 교도관조차 마음을 돌리게 만들고, 그런 정황을 공감어린 연기로 설득한 김상호의 딸을 향한 순애보는 어쩌면 뻔한 재벌 소탕극이 되어버릴 <특별 수사>에 감동이란 수식어를 더한다. 

이들 만이 아니다. <특별 수사>의 120분을 채운 건 김명민과 김영애, 성동일, 김상호만이 아니라, 초반 최필재 형사의 옷을 벗게 만든, 사실은 최필재보다 더 나쁜, 그래서 최필재가 사형수 김상호의 사연에 눈을 돌리게 만든 개연성을 실감나게 만들어 준 양형사 박혁권에서부터, 특별출연임에도 그 존재감이 돋보인 검시관 이한위와 빨간 명찰 이문식, 그리고 순사 출신 할아버지 신구 등이 요소요소에서 빛난다. 그런가 하면, 재벌가 개의 다양한 버전 장부장의 최병모와 박소장의 김뢰하, 심지어 그들의 똘마니 해병대 삼총사, 심지어 교도관 오민석까지 개연성있는 캐릭터로 연기의 빈틈이 없이, 영화를 빼곡 채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이 없는 서사가 이들의 연기로 인해 개연성을 얻는다. 덕분에 <특별 수사>는 뻔한 재벌가 소탕극을 넘어  또 다른 부제를 달고 다시 찾아올 엔진의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by meditator 2016. 6. 1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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