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tvn의 새 예능 프로그램 <가이드>, 프로그램 제목답게 방송 이전 홍보 영상은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 등 세 연예인 혹은 준 연예인들의 '가이드' 과정에 촛점을 맞춘 내용이 보여졌다. 생전 처음 아줌마들을 데리고 '가이드'에 나선 이 초짜 가이드들이 예상과는 다른 여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인해 '멘붕'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작 첫 날 방영된 <가이드>의 내용을 채운 것은 세 사람의 가이드가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잘 생긴, 게다가 방송으로만 보던 세 남자 가이드를 대동하고 외국 여행을 떠난,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들의 뭉클한 여행기가 화면을 채운다. 




'난생 처음' 여행을 떠난 주부들
되돌아 보건대, 70이 넘은 할아버지들의 여행, <꽃보다 할배>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제 아무리 당대의 스타로 한 평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평생을 '스타'란 이름, 혹은 '배우'의 이름을 걸고 '일만 하느라' 여행 한번 제대로 못다녀본 '할배'들이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여행을 같은 길을 오래 함께 걸어온 친구들과 떠난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감동적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그런 면에서, 그저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이라는 연예인 혹은 준 연예인의 이름값에 기댄 여행 프로그램이겠거니 했던, 혹은 그런 식으로 홍보를 했던  <가이드>가 정작 방송 내용에서, '주부들의 힐링 여행'에 촛점을 맞춘 것은 현명한 전략이다.

물론 방영분에서 초보 가이드 세 사람,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의 매력을 강조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좀 웃기는 연예인 권오중,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안정환, 그리고 아직은 <집밥 백선생>에서 어눌하고 진지함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주지 않았던 박정철은, <가이드>를 통해 '성'에 밝은 이상 '수석 가이드'로서의 책임감을, 그저 잘생긴 축구 선수 이상의 매력적인 넉살과 오랜 외국 경험에서 오는 여유로운 대처 능력을, 그리고 어눌함을 넘어선 초짜 가이드로서의 순수함과 세심함을 한꺼 드러냈다. 어떻게 저런 조합을?이란 의문이 들 여지도 없이 세 사람은, 불철주야, 심지어 알레르기까지 감수하며 가끔 함께 한 주부들이 '어떻게 연예인들이랑 여행을!'이란 감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연예인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가이드'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이드>의 매력은 여행을 떠난 여덟 명의 주부들이다. 30년 동안 주부로 살다 처음 여행을 떠난 왕언니, 혹은 30년만에 처음으로 미용실을 닫은 미용사, 오랜 가이드 생활도 접어두고, 늦둥이를 키우느라 고군분투했던 50대 주부, 그리고 30에 홀로 되어 급식실 도우미로 두 아이를 키우느라 여유가 없었던 50대 엄마 가장, 일과 가정을 병행하느라 아등바등 살아왔던 역시나 50대의 커리어우먼, 농사 지으랴, 5남매 키우랴, 시부모님 모시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던 40대 주부, 그리고 아들은 벌써 고2인데, 권고 사직을 앞둔 '미생'인 40대의 직장인 등, 그 누구하나 똑같은 사연이 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그래서 각별했던 여덟 명의 주부들이 여행을 떠난다. 

한번도 남편과 아이를 떼어놓지 못해 걱정스러워 하던 주부는,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 너무 행복해서 '아이'와 '남편'을 잊었다고 하고, 가이드 생활을 잊지 못하던 주부는 모처럼 '가이드'의 내공을 뽐낸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께 둘러싸여 살면서도 외로워 노래방 앱에 마음을 의지했던 주부는, 모처럼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누군가를 만나 행복하단다. 그렇게 길지 않은 4,50평생을 자기 자신보다 '가족'을 앞세워 살던 주부들은 '멋진 가이드'가 배려해 주는 난생 처음' 외국 여행에 잠자는 시간조차 아까워한다. 



'주방'에 들어 간 남편들
그렇게 주부들이 여행을 떠난 한편에선 남편들이 주방에 들어선다. <집밥 백선생>을 둘러싼 논란은 '단맛' 논란을 위시하여 다양한 이슈들이 있겠지만, 그 본질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간 남자들'이라 할 수 있다. 요식업계 대표 백종원을 차치하고, <집밥 백선생>의 출연자들을 보자. 기러기 아빠 윤상, 경제 문제로 인해 별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김구라, 그리고 아내의 잦은 출장으로 홀로 식사를 때울 때가 많은 박정철, 거기에 실질적 싱글은 손호준 한 사람 정도이다. 

즉 누군가의 남편이고 가장이지만 '돈'을 버는 것 외엔 무능했던 남자들이 '칼 잡는 법'부터 시작하여, 장을 보고, 이제 하나 둘씩 요리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백선생이 가르쳐 준 '야메' 아닌 '야메' 요리로 뚝딱 요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 그들의 '입맛'도 갈수록 세련되어져 간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 이래로 사람들이 열광했던 백종원 요리의 본질은, 집에서도 내가 별로 어렵지 않게, '그럴 듯한' 집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tv 속 남편들은 '요리'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가족을 위해 봉사해 온 '아내'들은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2014년 생활 시간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인구가 하루 평균 '식생활'을 위해 투여하는 시간은 남성 10분, 여성 1 시간 8분이다. 여성은 맞벌이를 하면 남편은 그나마 8분으로 줄어들지만, 여성은 1시간 28분으로 늘어난다. 심지어 여성만 버는 집에서도 남성은 28분을 하는 '집밥 노동'을 여성은 1시간 25분이나 한다. 이렇든 저렇든 현재 대한민국 여성들은 그 말이 좋은 '집밥'의 노동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레디안, 김원정, 집밥 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중) 

그런 면에서 <집밥 백선생>이 '단맛' 등 많은 논란거리에도 불구하고 주방의 문턱을 낮추는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턱이 낮춘 들 여성의 처지가 나아지고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지난 1월 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4,50대 고용율 각가 65.1%, 60,9%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가계 소득 정체와 불안정한 노후 준비로 인해 취업 시장'으로 나온 중년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즉, 오랜 시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왔던 주부들은 이제 그 '가사'와 '육아'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 다시 돈벌이에 나서고 있으며, 현실에서 여전히 '가사'의 부담도 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바로 통계적으로 증명된 대한민국 주부의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가이드>는 출연한 주부들의 말대로 '꿈'같은 이야이다. 평생 가사 일에 육아에, 그리고 돈벌이에 여유가 없던 주부들에게 '자신의 돈을 출혈하지 않는' 외국 여행이라니 말이다. 더구나 '멋진' 연예인이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그런 면에서 어쩌면 <가이드>는 <꽃보다 할배>보다 더 뭉클한, 감개무량한 환타지이다. 

<가이드>와 <집밥 백선생>의 출현은 고달픈 현실의 정점에 그 요구가 닿아있다. 대리 만족 예능의 구현이요, 환타지이다. 

by meditator 2015. 7. 31. 11:14

7월 8일 채널 cgv는 영화 전문채널의 특성을 살린 영화 전문 토크쇼 <무비 스토커>를 선보였다. 이른바 '취향 저격 토크쇼'라는 취지를 내건 이 프로그램은 실제 영화 잡지 '맥스 무비' 편집장인 박혜은을 편집장으로 하여, 기자 출신 영화 감독 이병헌, 그리고 현역의 기자 이지혜에, 뮤지션 윤상, 배우 김정민, 최태준이 기자로 등장하여, 각자 취향에 맞춰 주제에 맞는 영화를 소개하고, 그 내용으로 한 권의 영화 잡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결국 영화 전문 채널답게 하나의 주제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영화 소개가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지만, 거기에 잡지를 표방한 다양한 기자층을 중심으로 한 좌충우돌 토크가 <무비 스토커>의 매력이다. 


그런데 첫 회, 제 아무리 등장만으로도 다섯 기자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기존 영화 잡지의 편집장이라지만 토크쇼는 처음인 박혜은, 이 명목상 편집장의 곁에서 부편집장으로, 이질적인 다섯 기자들을 때로는 쪼고, 때로는 부추키며 토크쇼로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결국 실질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mc격인 한 인물이 있다. 바로 김구라다. 



mc계의 신종 포식자 김구라
그렇게 김구라는 자신이 진행하거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또 한 편 늘렸다. 고정 mc를 보는 mbc의 <라디오 스타>, <복면 가왕>, <세바퀴>, sbs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jtbc <썰전>, tv조선<솔직한 연애 토크 호박씨>, tvn의 <집밥 백선생>에 이제 채널 cgv의 <무비 스토커>까지, 말 그대로 공중파와 케이블, 종편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 수에 있어서는 최근 예능 mc가 되어 열 몇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동엽에 비해 비록 그 숫자는 적을 지 몰라도, 그 활동 범위에 있어서는 신동엽 못지 않은 '포식력'을 자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김구라가 누구인가. 2012년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김용민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이후 과거 김용민과 함께 했던 인터넷 방송에서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하한 막말 동영상이 문제가 되어 본의 아니게 출연했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칩거했던 김구라는 같은 해 9월 tvn의 <택시>를 통해 다시 방송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가정사로 인한 건강 상의 이유로 잠시간의 칩거는 있었지만, 김구라는 오히려 그가 방송을 자진하차했던 이후보다 더 활발하게 mc로서의 영향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mc로서 김구라와 신동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장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존재감을 보였던 이경규가 <힐링 캠프>에서의 하차와 더불어 주춤하고 있고, mc계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던 강호동, 유재석 중 강호동은 <우리 동네 예체능>으로 면피를 하는 형편이고, 유재석 역시 <무한도전> <런닝맨>등의 스테디 셀러를 통해 존재감을 놓치진 않지만,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와 jtbc의 새 예능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와중에, 신동엽과 김구라는 불도저처럼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늘려가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구라만의 다양한 행보 
이 두 사람의 활약은, 이른바 리얼리티 예능이 한 풀을 꺽이고, 다시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한 '토크'예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 예능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일하게 스튜디오 예능의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지만 신동엽과 김구라의 행보는 좀 다르다. 신동엽은 열 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하고, <마녀 사냥>에서 <오늘 뭐 먹지>까지 다양한 색채를 보이는 듯 하지만, 그 모든 프로그램에서 신동엽은 묘하게도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 신동엽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바로 <마녀 사냥>의 신동엽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나이가 좀 들었지만, 여전히 '야한 것'에 솔깃한, 솔직한 아저씨의 모습이다. 그런 <마녀 사냥> 속 신동엽의 모습은 그가 참여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버전만 다를 뿐 동일하게 운용된다. 

그에 반해 몇 달 간의 칩거 후 복귀한 김구라의 행보는 좀 더 실험적이다. 여전히 예전에 하듯이 <라디오 스타>에서부터 <복면 가왕>, <세바퀴>까지의 말많고 간섭이 심한 듯 하지만, 게스트의 숨은 매력을 매의 눈으로 놓치지 않는 그의 장기를 아낌없이 내보이는 한편, <마이 리틀 텔레비젼> 등을 통해서는 기존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았던 영역으로의 시도를 거침없이 해본다. 

2015년 4월 첫 선을 보인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의 원조로서 합류한다. 그리고 11회에 이른 이제 변함없는 1위를 고수하는 백종원과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사람으로 '백종원 타도'를 내세우며 이 프로그램에 잔존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하듯 '닥치고 막말'대신, 인터넷 방송도 이렇게 고품격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할 양으로, 야구, 그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조금 더 깊은 '지식'을 보여주기에 고심한다. 물론 늘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볼 거리가 있는 방송으로서의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복귀 후 김구라가 타 mc들과의 차별성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게 만든 프로그램은 다름아닌 <썰전>이다. <썰전>에서 두 시사 평론가 이철희와 강용석의 중심에 서서, 각종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김구라는 손색이 없다. 물론 그 이후의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때로는 준비 부족으로 질타를 받기도 하였지만, 역시나 철판 깔고 심판하는데 김구라만한 출연자는 드물었다. 결국 '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능 심판자>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그 후속으로 경제 문제를 끌어 온 <썰쩐>에서 김구라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엊그제까지 연예인의 가쉽을 논하던 그가, 오늘 집값과 차값, 증시를 운운하는데 이물감이 없다. 



시사 문제를 논하고, 인터넷 방송에서 인문학을 논하던 김구라가 <집밥 백선생>에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겠다고 나선다. 때로는 눈치없이 끼어들어 퉁바리를 얻어들으면서도 굳굳하게 자기 주장을 놓치지 않는 그가 회를 거듭하며 땀을 삐질거리며 요리를 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영화 프로그램에서 부편집장입네 하고 앉아서 '입을 터는데' 그리 이물감이 없다. 각자 취향에 빠져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기자들 사이에서 때론 중심을 잡고, 종종 예리하게 핵심을 집는다. 그저 말만 많은 상사가 아닌 것이다. 

7월 8일 방송된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는 기승전 '나 잘 났소'의 삼천포식 자기 최면 화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최근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면 '나 잘 났소' 할만하다 할 만큼 다양하다. 과연 현재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김구라만큼 시사에서 경제, 요리, 영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제 몫을 하는 mc가 과연 누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면 답이 분명해진다. 아마도 이 정도의 역량을 보이는 누군가가 등장하기 전까지 김구라에 대한 '갈급'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김구라의 존재감은, 세상물 좀 먹은, 하지만 그저 나이만 먹지는 않은 그래도 줏어 들은 거가 좀 있는 세상사에 관심많은 아저씨를 대변한다. 그래서 때로는 아저씨스런 잔소리나, 아저씨스런 속물감으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래서 편하고, 쉽게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자진 하차 이전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의 mc로서의 확장을 넘어, 방송 칩거 이후 김구라가 보이는 다양한 시도는 쉽게 누군가 따라하기엔 '내공'이 필요한 영역이다. 아들 동현이에게 '책을 읽으라' 강권하는 아버지 김구라가 그저 '권위'나 '허언'이 아님을 최근 김구라의 실속있는 행보가 증명한다. 
by meditator 2015. 7. 9. 15:43

6월 30일 kbs2 미니 시리즈 <너를 기억해>는 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 코리아). 1회 4.7%을 시작으로 4%대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날 7회였던 <집밥 백선생>은 6.312%(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공중파와 케이블 tv를 단 가구에 한한 케이블의 시청률 산정이 다르다 하더라도, 놀라운 기록이다. <너를 기억해>만이 아니다. 그 시간대의 여타 공중파 미니 시리즈의 형편도 그닥 나은 편은 아니다. mbc의 화정이 9.8%, sbs의 <상류 사회>가 8.9%, 그 어느 것 하나 10%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화제성 면에서는 화정이 1위했다 자부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공중파에서 시작된 요구를 재빠르게 받아든 케이블의 기획
<집밥 백선생>이란 프로그램은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떼어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항상 점유율 60% 이상을 넘기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늘 이구동성으로 백종원의 단독 방송을 원했었다. 제 아무리 백종원이 1위라 하더라도 여타 출연자들과 뒤섞이어 그의 레시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 대신, 오로지 백종원의 레시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청자들의 현실적 요구를 받아든 것은 뜻밖에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방영하는 공중파 mbc가 아니라 케이블 tvn이었다.

tvn은 고급진 레시피의 백주부 백종원을 중심으로, 역시나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백종원과 더불어 공고히 살아남은 또 한 사람 김구라를 필두로, 윤상, 손호준, 박정철 등, 음식을 못하거나, 해보지 않은 네 사람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칼조차 쥘 줄 모르는 이 네 남자를 데리고 요리의 ㅇ자부터 백종원이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예능의 트렌드가 된 '요리'에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더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집밥 백선생>은 말 그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하나씩 선사한다. 처음 자신이 만들 요리를 '상상하라'라는 기상천회한 가르침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회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노하우를 하나씩 전파한다. 

첫 시청률 2.7%에서 7회만에 그 세배에 달하는 6.31%를 갱신한 <집밥 백선생>의 마력은 그저 또 하나의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넘어선 현실적 도움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백주부의 고급진 레시피에서 선보인바 있는 콩을 갈아 만드는 번거로움을 대신하는 두부 콩국수와 같은 '고급진' 비법은 '요리'를 해먹을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의 필요에 적절한 '킥'이 되었다. 


그저 또 하나의 요리 프로가 아니란, 시청자들의 권태와 요구를 긁어주는 기획일뿐 
6월 30일 방송을 보자. 멸치에 다포리에, 다시마, 무까지 넣고 한 시간 여를 끓인 잔치 국수의 장국만들기의 기본을 제시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저 물을 끓여 간장만 넣고 만들기 시작한 맹맹한 국물에, 맛있는 양념장을 얹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힌 잔치 국수를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비법을 선보여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그렇다고 <집밥 백선생>이 '편법'에만 치중하는 건 아니다. 국수를 삶아 헹굴 때 '빨래 비비듯' 헹구는 비법을 전수함으로써, 쫄깃쫄깃한 국수의 숨은 비법을 전수함으로써, '쉬운'요리가 아닌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그렇게 하여, 요리 좀 했다하는 사람들 조차도 <집밥 백선생>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이렇게 요리 못하는 네 남자로 하여금 스스로 밥상을 차리게 만드는 <집밥 백선생>의 선전에 동시간대 미니 시리즈의 시청률은 맥을 못춘다. 월요일에 비해 한층 떨어진 시청률이 그 증거라면 증거일 수 있겠다.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다음날 검색어 순위에 <집밥 백선생>의 레시피가 늘 수위를 점하는데 반해 공중파 삼사 월화 드라마의 흔적은 쉬이 찾을 길이 없다. 요리 못하는 남자들의 요리 정복기라고 한다면 신동엽, 성시경의 <오늘 뭐 먹지> 역시 잠시 인기를 끌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요리 못하는 남자의 집밥 정복기를 넘어, '요리'의 수준으로 넘어서면서 그 인기의 바턴은 더 요리 못하는 네 남자를 데리고 요리를 가르치는 백선생에게로 넘어간다. 

공중파 월화 드라마를 곤란케 하는 것은 물론 <집밥 백선생>만이 아니다. 월요일 공중파 미니 시리즈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역시 이제는 복병의 수준을 넘어 화제성에서 미니 시리즈를 넘어서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집밥 백선생>과 정반대의 지점에 놓이는 프로그램이다. 당대 최고의 세프들이 출연자들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경연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한 서바이벌의 세계를 선사한다. 짜릿한 서바이벌이라면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tvn과 올리브 tv를 통해 시즌3에 돌입한 <한식 대첩>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공중파 미니 시리즈를 위협하는 이들 세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요리이다. 똑같은 요리 프로그램이 각각 월, 화, 목 시간차 공격을 하는데 질리지도 않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 답이 아니라 역질문이 공중파에 던져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중파는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10시 미니 시리즈를 지속해 오면서, 그 늘상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왔는데 질리지 않았겠냐고. 오히려 정답은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그리고 <한식 대첩>의 선전이 아니다. 새로운 듯 하면서도 고답적인 스토리, 시청률을 노리는 막장식의 전개, 그리고 어설픈 연기들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단지 경쟁자가 없어 지속되어온 공중파 미니 시리즈의 한계가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런 뻔한 채널 독점에, 조금 새로운, 그리고 발빠르게 시청자의 요구를 기획으로 받아들인 케이블과 jtbc가 뻔한 미니시리즈에 질린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by meditator 2015. 7. 1. 17:14

지인이 한식 조리사자격증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식 조리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식을 배우기 시작한 지인이 가장 놀란 건, 뜻밖에도 우리 요리에 들어가는 엄청난 설탕의 양 때문이었다. 지인 와, '설탕이 없으면 요리가 안돼!' 설탕이라면 서양 요리 빵같은데나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우리 요리를 하는데 '설탕'이 안들어가는 곳이 없단다. 그런데 '설탕'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누구겠는가, 그렇다. 바로 백선생, 백종원쉐프이다. 




설탕, 자신의 정체성을 떳떳이 주장하다.
얼마전 자신의 이름을 건 커피 전문점까지 런칭한 백종원씨를 쉐프라고 해야할 지, 요식업체 대표라고 해야할 지 애매모호하지만, 어쨋든 세간에는 요즘 이른바 '백종원 레시피'가 대유행이다. 백종원표 된장찌개에, 백종원표 만능 간장에, 그가 요리 프로그램에서 하는 레시피마다 화제가 되어 검색어를 오르내린다. 그리고 레시피만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그가 요리 과정에 즐겨쓰는 '설탕' 역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그의 말대로, 요리가 맛이 없을 때, 때려 넣으면 웬만하면 '중화'시켜 맛이 없지 않도록 만드는 재료의 대명사로 '설탕'이 등장했다. 물론 한식 조리 자격증을 딴 지인의 말처럼, 그리고 '설탕'을 강조하는 시청자들에게 극구 강변하듯이 '설탕'은 그저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조리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분명 '설탕'은 조리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지만, 설탕으로 상징되는 그  '단맛'은 하나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6월 25일 새롭게 시작한 <썰전>의 썰쩐에 출연한 최진기의 분석처럼, 소주에서도 '순하리'와 같은 달달한 소주가 등장하듯이 '단맛'이 이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격세지감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설탕'은 비만과, 인스턴트 음식의 대명사였었다. 그래서 '설탕'기를 뺀 다이어트 콜라가 유행했었고, 모든 요리에 설탕을 가급적 빼는 것이 레시피로 등장했고, '설탕'의 각종 대용품들이 등장했다. 설탕 대신 '매실액'을 쓰는 것이 건강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마치 다이어트 식단을 하던 사람들이 '요요 현상'을 겪으며 '정크 푸드'에 빠져드는 것처럼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설탕을 마구 투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세프 전성 시대의 '걸진' 음식들
이렇게 더 맛있는 음식을 탐닉하게 된 시대의 상징이 바로 세프들이다. 세프들이란 음식이 갖가지 식재료를 가공하여 요리로 만드는 전문적인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이들 세프들이  트렌드에 중심에 서면서, 보다 맛있는 요리들이 tv를 채운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대표적으로 세프들은 갖가지 재료들을 써서 출연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의 최선을 다한다. 굳이 대결 방식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세간에 회자되는 백종원 레시피만을 보더라도, 기존에 사람들이 하던 요리 방식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제공하기 위한 비법이 강조된다. 그나마 소박했던 <삼시세끼> 조차도 '차줌마'가 등장하면서, 소박한 밥상 대신 자꾸 '요리'를 한다. 

6월 22일 방영된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샘킴은 써니를 위해 오겹살을 요리한다. 오겹살을 갖가지 양념을 발라 카라멜라이징 기법까지 써서 조리를 하고, 거기에 다시 달콤한 소스를 끼얹는다. 그런데, 여기서 오겹살, 그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맛있는 재료이다. 하지만 세프들은 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이미 맛을 보장한 재료들을 가지고 다시 요리를 만든다. 이런 식이다. <오늘 뭐 먹지>에서 성시경이 자조적으로 한 그릇에 3만원이라고 말하듯, 고기 반, 그것도 가장 좋은 부위의 고기 반, 국수 반의 베트남 쌀국수를 만드는 식이다. 

어디 재료뿐이랴, 흥건하게 사용되는 부재료는 설탕 만이 아니다. 버터 역시 지천이다. 버터를 쓸 때마다, '버터'가 들어가면 이미 게임 끝이라고 하듯이, 한때는 '콜레스테롤'의 대명사였던 버터가 한 주걱씩 요리에 들어간다. 버터만이 아니다. tv 속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요리들은, 이미 맛이 보장된 재료들에, 갖가지 양념들을 더하고, 기기묘묘한 조리 과정을 더해, 미각을 홀리는 완성품이 되어 등장한다. 며칠 간 화제가 되었던 백주부의 된장 찌개나, 만능 간장 역시, '고기'를 빼놓고서는 설명이 안된다. 

재료만이 아니다. <한식 대첩>의 경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각 지역의 요리 경연자들이 요리 재료를 들고 전쟁터에 무기를 들고 나오듯 등장하는 과정이다. 거기서 그들은 각자 자기 지역의 뽐낼 만한 재료들을 들고 나오는데, 종종 살아 움직이는 오리, 오골계, 퍼득이는 물고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살아 펄덕이는 생명들을 보고, 생명의 외경심이나, '살생'의 아득함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저 그 생명들이 얼마나 맛있는 재료가 될 것인가에만 골몰한다. 

이렇게 이미 살아 펄덕이는 생명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요리 프로, 이미 맛이 보장된 식재료에 과한 양념을 더해 가는 과정에의 탐닉, 그리고 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향한 레이스로 점철된 각종 요리 경연 프로그램들에, '고기 없는 월요일'이 상징하는 생명에의 외경, 지구를 나누어 쓰는 한 세대의 겸손함이란 찾을 수 없다. 심지어 한때 유행하던 '자연식'이나, 건강식 따위 조차 쉽게 발을 들이밀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tv 속 탐닉에의 극치가 현실의 역반응이라는 것이다. '썰쩐'의 최진기가 현실의 쓸쓸함을 잊기 위한 달콤함의 트렌드라 지적하듯, 현실 속 사람들은 한 끼의 밥조차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세상이다. 황교익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맛집을 찾아갈 형편이 안되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tv 속 요리에 대리 만족을 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아프리카 tv 먹방을 보며 편의점에서 한 끼는 때우던 그 시간의 연장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백종원 레시피에 열광하고, 최현석, 샘 킴의 레스토랑은 비싸서 엄두를 내지도 못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 속 그들의 경연을 평하며 그들의 요리를 맛본 듯 만족감을 느낀다. 삶의 강팍함과 tv 속 요리의 화려함은 역비례한다. 
by meditator 2015. 6. 26. 16:54

이미 tv에 등장하기 전에 요식업계에서 성공한 ceo로 이름을 알린 백종원, 여배우 소유진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이끌던 때만 해도 그가 쉐프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줄 사람들은 예견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한식 대첩>을 거쳐,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이 시대 화제의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6월 10일 오전 검색어를 오르내리는 '백선생 만능 간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등장한 백종원을 화제로 이끈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고급진 레시피이다. 계란 노른자로 만들어야 하는 정통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버터와 밀가루를 볶은 루로 뚝딱 만들어 내고, 흰 콩을 불려 삶아 곱게 갈아야 만들 수 있었던 콩국물을 두부 한 모로 기가 막히게 만들어 내는 그의 '고급지지 않은' 레시피는 화제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자기만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 낸 레시피를 통해 백종원은 그저 가게를 여럿 연 ceo가 아니라, 내공있는 쉐프로서 사람들의 인정을 스스로 쟁취해 내었다. 



백선생이 가르치면 '집밥'도 다르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찾아왔다. 이름하야, <집밥 백선생>, 말 그대로 요리의 ㅇ자도 모르는 네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요리'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찌기 <ebs 오늘의 요리>를 기점으로 요리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들은 많다. 그리고 그 요리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은, 말이 요리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지, 언제나, 늘 천편일률적으로 요리를 가르쳐주러 나온 요리사의 내공있는 요리 실력 자랑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매번 tv에 등장했던 음식을 집에서 막상 해보려고 하면 재료에서 부터 시작하여, 막상 요리사는 쉽게 했는데 내가 해보니 만만찮은 과정 상의 장애에 부딪쳐 전혀 다른 요리로 결과하는 마는 것이 그간 요리 강습 프로그램의 현실이었다. 

그렇듯이, 말이 집밥을 가르쳐 주겠다고 나선 <집밥 백선생>이지만, 무에 그리 다를 게 있겠냐 싶었다. 그런데, 달랐다. 백종원이 하면, 요리도 다르게 가르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요리 교습의 첫 스타트가 바로 '상상하라!' 라는 것이다. 
실력있는 쉐프가 주방에 서서 후다다닥 요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 가운데 제자들을 옆에 세워놓고, 한다는 말이, 상상하라! 라니. 순간 어느 고승의 선문답을 보는 듯한 기시감에 빠져든다. 

소란스럽게 요리를 못하는 제자들의 일상을 소개한 첫 회를 지나고, 드디어 주방에 윤상, 김구가, 박정철, 손호준 등 요리라고는 해보지 않은, 심지어 이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비로소 도마 등의 기구를 산 초짜 제자들을 데리고 요리를 시작한 백선생, 그가 첫 번째로 선택한 요리는 '김치전'이었다. 

요리를 상상하라!
요리를 좀 해본 사람이야 김치전이라는 게 김치 숭숭 썰어 밀가루 적당히 풀어 뚝딱 만들어 내기 손쉬운 요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방에 처음 서본 이 네 남자들에게 김치 한 포기를 전해주고 김치전을 만들라니, 당장 '멘붕'에 빠진다. 그때 백선생은 말한다. 당신들이 만들고 싶은 김치전을 상상해 보라고. 

그건 단지 그 첫 요리뿐이 아니었다. 4회 '따뜻한 밥에 반찬 하나'에서 각자 만들기로 한 밑반찬을 위해 장을 보고 온 제자들에게 그는 다시 한번 상상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요리는 세번 만들어 진다고. 첫 번째, 머릿속으로 만들어 보는 요리, 자신이 무엇을 만들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지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이른바 '시뮬레이션'을 통해 요리의 과정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요리는 실패를 해도 상관이 없으니까. 
그렇게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요리를 기반으로 두번 째 재료를 준비하라고 한다. 상상 속에 요리를 해보았기 때문에, 재료 역시 그에 따라 준비가 되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머릿속으로 만들어 보고, 그에 따라 재료를 준비해 보고, 그 다음에 진짜 요리를 시작하면 된다고 그는 말한다. 

흔히 요리를 처음 해본 사람들이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어디서 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말이 김치를 썰어 밀가루와 섞어서 뚝딱 부치는 김치전이라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김치를 얼마나 어떻게 썰어야 할지, 밀가루는 어떻게 섞어야 할지, 매 순간 모르는 것, 그래서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 투성이인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 백선생은 주목한다. 그리고 그 해결방법으로 '상상'을 제시한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먹어본 김치전을 떠올려 보고, 거기에서 아, 김치는 이 정도 들어갔지, 김치를 잘게 썰었었네, 밀가루는 하면서, 생각해 보고, 거기에 맞춰 음식을 하면 별로 어렵게 요리에 입문할 수 있다는 것이 백선생의 지론이고, 그의 지론 덕분에 초짜 요리사들은 첫 시간 두려움없이 김치전 만들기에 돌입할 수 있었다. 



4회에는 조금 더 난이도가 높아진다. 각자 만들고자 하는 요리가 달라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백선생은 가지무침, 감자조림, 달걀 장조림, 새우 볶음을 만들고자 하는 제자들에게 상상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상상에 들어간 제자들은 자신들이 머릿속으로 만들어 가는 요리 과정 중에 막히는 것을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백선생은 그에 맞게 적절한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이렇게 상상한 이후의 요리 과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네 명의 제자가 서로 다 다른 요리를 하지만, 그들은 그 요리 과정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요리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상상을통한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의문이 나는 점을 백선생과의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 다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점을 개선하고 나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적게 걸리는 차이만 있을 뿐, 그리고 맛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제자들만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어설픈 제자들 네 명과 함께 장을 보고, 그들과 함께 그들이 만들 요리를 생각해 보고, 재료를 눈으로 준비해 보고,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비록 눈으로지만, '진짜' 요리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백선생의 요리 교육 과정을 보면서, 가르치는 사람이 주가 아닌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교육의 맛을 경험하게 된다. 



어려운 계량 용어 대신 알기 쉽게 종이컵을 사용해서 양을 알려주는 방식, 그리고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든 허브 대신, 파를 길게 썰어 허브인척 사용하는 융통성,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화제가 되었듯이 '이런거 벌써 가르쳐 주면 안되는데' 하면서 가르쳐준 모든 조림 요리에 만능이 되는 '간장 소스'처럼, 요리를 특별한 '쉐프'의 영역에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상의 재미로 만들어 낸 백종원은, 요리를 가르침에 있어서도 '요리'가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범사로 끌어내려, 접근성을 높인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방식은, 놀랍게도, 그저 요리 강습만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난해한 영역인 '교육'에 대해 본연의 질문까지 한번 던져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그저 요리 잘하는 쉐프 백종원을 넘어, 인간 백종원이 가지는 내공이다. 
by meditator 2015. 6. 1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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