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다음 주에 만나요`'라며 다음 주를 애절하게 기원하던 <무르팍 도사>의 짜투리 프로그램이었던 <라디오 스타>가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요새를 향해, 진격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리고 파일럿으로 편성된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는 그 난공불락 요새로 돌진하는 홀홀단신 용병으로 첫 차출된 프로그램이었다. 차출된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의 성과는 2%(닐슨 코리아)다. 이래서야, 이제는 겨우 5%대로 체면 치례를 유지하는 <라디오 스타>라는 요새의 문을 부셔버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일까, 정규 편성의 변 대신, 다음 주엔 <즐거운 가>가 수요일을 차지한단다.

 

첫 술에 배부르랴 라고 하기에,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의 시작은 장황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을 막을 내린 <짝>의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답게,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는 이게 <짝>인가? 싶어 프로그램 제목을 확인하게 할 만큼, <짝>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온다. 김세원 성우의 농밀한 나레이션을 배경으로,<짝>에서 애정촌으로 사용된 흔적이 벽에 남겨진 산채로 첫 출연자 강풀과 서장훈을 부른다. 리무진에, 기자 회견에, 레드 카펫에, 경호원에 오글거리면서도, 번거로운 격식은, 프로그램이 시작된 후 30분이 지나도록 지속된다. 강풀의 만화를 좋아해서, 서장훈이 보고 싶어 채널을 고정했던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그 시간 mbc의 <라디오 스타>에서는 요즘 한참 주목받고 있는 조연 연기자들의 입담이 스튜디오를 메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흔 한 살 동년배의, 강풀과 서장훈의 조합은 신선했다. 그리는 작품마다 화제와 인기를 얻고 있는 당대 최고의 만화가가 된 강풀과 달리, 동갑인 서장훈은, 농구 선수로 살아왔던 그의 인생의 정점을 넘었다. 2013년 3월 19일로 농구 인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시간만 나면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전화를 거는 강풀에게는, 그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가정이 있다. 하지만, 서장훈은, 이혼으로 인해 은퇴를 미뤄야 했을 만큼, 아픈 상처가 남아있을 뿐이다. '좌빨'이라며 사람들이 자신을 규정하는 모습을 거부하지 않으며 당당한 강풀과 달리, 재계, 연예계에 인맥을 가지고,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된 지가 오래된 서장훈은 뭐 하나 서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없다.

 

 

 

(일간 스포츠)

 

그렇게 나이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룻밤을 보내며 인간적 깊이를 쌓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의 의미는 존중받을 만 하다.

서로 만나,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할 만큼 어색했던 두 사람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걷고, 그리고 함께 술을 마시면서, 말을 놓고, 결국 친구가 되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강풀이 말하듯, 어색했던 하룻 밤을 보낸 두 사람은 '우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까탈스런 서장훈은 여전히 가족도 자기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지만, 그런 서장훈을 이제 이해하게된 강풀은 그럼 자기 집으로 초대하면 된다고 그래서 혹독한 육아를 체험하게 하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과의 거리두기에 한 치의 틈도 없던 서장훈이, 아내와 아이와 다정스레 전화를 주고 받는 강풀을 보며, 싱글 라이프인 자신의 삶과 미래의 아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서장훈이 이룬 부에 대한, 그리고 26년이 대표작이 되어버린 강풀의 사상성에 대한 솔직한 질문이 오간다.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는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방영되었던 <땡큐>와 프로그램의 성격을 같이 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은 두 명의 명사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자신을 되돌아 보고,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인생을 반면교사로 삼아보는 변형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낮은 시청률로 조용히 사라지게 된 <땡큐>의 색채를 없애고자, '군주'라는 어색한 호칭과, 장황한 격식으로 프로그램의 성격을 달리 보이게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그 형식적 장치가 <땡큐>가 풍겼던 '힐링'의 성격마저,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보면서, 과연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가 추구하고자 했던 프로그램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 질 정도로.

 

강풀과 서장훈은 1박2일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밤을 보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앞뒤가 끊긴 채 단절적인 경구처럼 전달된다. 강풀을 알고, 서장훈을 이해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오히려 진수성찬이 마련된 매 끼니의 식사는 대화 한 점없는 식사 시간이 증명하듯,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지 못한다. 하다 못해, <식사합시다>처럼 함께 음식을 차려가는 과정에서 다가가는 묘미도 없다. 즉, 형식이 출연자의 거리를 좁히는데, 출연자의 이해를 돕는데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형식은 강고한데, 그 형식이 강풀이란 사람과, 서장훈이란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 그러니, 형식은 형식대로, 그 안에서, 사람은 사람대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문득, 아무 것도 하는 것없이, 하루 삼시 세끼 밥만 해먹는데도, 출연자에 대한, 한번 들르는 게스트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어져 가는 <삼시 세끼>가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결국 프로그램의 형식을 벗어난 '잠행', 술에 의존하여 풀어내는 길 밖에 없다. 서먹했던 강풀과 서장훈이 말을 놓고, 속깊은 이야기를 하게 된 건, 하루가 꼬박 지나, 밤이 이슥한 중국집에서였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야, 낯을 가렸던 두 사람의 속내를 듣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미디어에 낯선 강풀이란 사람과, 꿈을 이룬, 그리고 아직도 꿈에 대한 미련을 채 접어넣지 못한 은퇴 농구 선수인 서장훈의 속내를 어렵게 읽어가는 시간은 소중했다.

당대 최고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그림을 잘 못그리니 스토리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며 피를 쏟는 치루에 걸릴 정도로 고된 작업을  반복하는 만화가라는 직업과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와 첫 눈 오는 날을 희생하며, 하지만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살아온 다른 인생을 엿보게 된 건 그 자체로 의미있었다.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하지만, 키가 커서 부모님이 농구 선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아이에 대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와, 잘 하는 해야 한다 라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답변처럼, 전혀 다른 인생관을 가진 두 마흔 한 살의 중년 초입의 남자들을 통해, 치열한, 혹은 치열했던 세상을 엿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은 만화가가 아니었다며, 만화가가 직업임을 강조하는 강풀과 농구선수 외에는 생각해 본 것이 없다는 서장훈을 통해, 꿈과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꿈을 이룬 서장훈에게, 그러면 무엇을 하고 싶을 때까지 놀라는 강풀의 지혜처럼, 세상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미흡한 결과물을 안은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가 정규 편성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규 편성이 되기 위해서는 '만남'이란 소중한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 아니, 그 만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형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저 새로운 것만으로 설득하기에,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는 진부했다.

by meditator 2014. 11. 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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