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송의 단 두 회를 남긴 지난 한 주 동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이하 상속자들)>과 관련하여, 과연 마지막 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와 관련된 기사들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들은 썰렁했다. 여러 포털 사이트의 댓글처럼, 그 누구도 <상속자들>의 마지막 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30%를 넘나드는, 역시나 김은숙이라는 찬사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상속자들>의 현실이다. 누구나 다 안다. 김탄과 차은상의 해피엔딩으로 드라마가 끝날 거라는 걸, 그리고 그건, 이미 오래 전 부터 예견 된 일이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진리이다. 


<상속자들>과 같은 로맨틱 멜로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은 진리에 가깝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7시15분에 찾아드는 <오로라 공주>의 경우는 애초에 시청자들이 예상했던 남자 주인공 황마마를 제치고 설설희가 남자 주인공으로 등극했으며, 심지어 남자주인공이었던 황마마는 작가의 '데스토스'에 기록되는 기상천외한 결말로 시청자들을 놀래킨다. <상속자들>과 같은 드라마가 뻔한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두 남녀의 애정의 롤러코스터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합류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오로라 공주>는 스토리부터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롤러코스터 그 자체다. 

(사진; 상속자들; SSTV)

하지만, 전혀 다른 재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2013년의 마지막 팡파레를 화려하게 울리고 있는 두 드라마는 매우 다른 듯하지만, 결국은 비슷한 정서로 우리 곁에 자리 잡는다. 
우리나라 속담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우리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 세대들의 인생을 관통했던 저 속담이, 2013년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드라마에서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오로라 공주>의 여주인공 오로라는 잘 나가던 사업가 집안의 금지옥엽 막내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은 가업의 몰락으로 하루 아침에 식구들과 함께 길거리에 나앉는 처지에 이른다. 기업의 중견으로 살다가 하루 아침에 백수가 된 오빠들 대신에 밥벌이를 하겠다면 연기의 길로 나서던 그때가지만 해도 오로라의 행보는 주도적이었다. 자기 엄마뻘 어른에게도 결코 말상대를 해서 지지않는, 심지어 가정사와 관련한 식견에서는 그에 앞서기도 하는 오로라는 그 당당한(?) 품성을 앞세워 세상사도 헤쳐가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이후, 그녀의 모든 일들은 그녀의 매니저로 등장한 설설희의 보살핌이요, 그녀와 다시 조우한 황마마의 어루만짐이다. 언제 배우를 했냐 싶게 황마마와 결혼을 하게 된 그녀는 혹독한 시집살이에 이혼을 하고, 결국 설설희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애정 행보에 거추장스런 어른들은 슬그머니 드라마에서 사라져간다. 드라마 속 그녀는 늘 고난에 시달리지만, 결국 모든 것이 그녀의 행복을 향해 움직인다. 

<상속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재벌의 집안 일을 돌보는 어머니의 딸 차은상은 어린 나이에도 갖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사회성과 말 못하는 어머니가 하지 못하는 일마저 감당하는 가장으로서의 면모까지 지녔다. 하지만 미국에서 운명적으로 마주쳤던 김탄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간 제국고에서 다시 조우하고, 최영도와 얽히며 20부작 내내 거의 한 회도 거르지 않고 그녀의 눈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물론, 그 서러운 눈물의 댓가는 값지다. 김탄은 서자의 아픔을 지녔지만, 그 가족사의 극복은 곧 두 사람의 사랑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내 차은상은, 김탄의 고독을 낳은 가족사에 휘둘리거나, 김탄과 최영도의 신경전으로 인해 상처받는다. 애초에 어린 나이부터 야무지게 자기 앞가림을 하던 차은상은 가련한 여주인공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불행한 운명에 휩쓸린 가련한 여주인공과 그녀를 보살펴 주는 멋진 남자 주인공, 그에 못지 않게, 심지어 때로는 남자 주인공보다도 더 여주인공의 맘을 잘 살펴 남자 주인공의 자리인 그녀의 옆자리를 넘보는 또 다른 남자 캐릭터로 연명하는 드라마의 전략은 여전히 드라마 채널의 결정권이 여자인 세상에서 유효하다. 어릴 적 보던 순정만화의 클리셰는 그저 주된 연령층이 누군인가에 따라 버전만 달리할 뿐, 여전히 드라마를 보는 그녀들을 설레이며 만화책을 집어들던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제 아무리 김은숙의 드라마가 매번 보다 빠른 전개와 보다 맛깔나는 대사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다 한들, 그리고 임성한의 마력이 무시무시하다 한들, 결국은 변주요, 본질에 있어서는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며,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스타 작가들의 드라마 운용 방식이다. 

(사진; 오로라 공주; OSEN)

게다가 최근 관심을 얻고 있는 '브로맨스' 열풍은 더더욱 여주인공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결혼을 한 오로라에 대한 열병을 앓다 못해 불치병을 얻게 된 설설희는 그녀와 결혼을 한 후, 그의 집에 쳐들어온 마마에 대해 형제애라 하기엔 도를 넘은 감정에 빠진다. 설희의 병이 나은 후, 누나들의 성화에 못이겨 집을 나간 마마를 그리워하다 못해, 오로라와 함께 누운 자리에서도 그를 그리워한다. 마치 허용이 된다면 셋이 손 잡고 사이좋게 살고 싶다는 식이다. <상속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은상을 얻기 위해 혈투를 벌이기를 마다하지 않던 최영도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의 조력자로 변모한다. 차은상은, 그가 사랑의 이름으로 가하던 정신적 폭력을 감내하다가, 이제 그의 무뚝뚝한 도움에 눈물을 흘리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남자 주인공들이 여주인공을 둘러싼 사랑의 쟁투도, 혹은 이제 화해의 국면에서 빚어내는 므흣한 감정도, 여주인공은 그저 바라보고 감당할 뿐이다. 

그러기에 <오로라 공주>와 <상속자들>이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좋다고는 할 수 있어도, 좋은 드라마라고, 다음에 또 이 작가의 작품이 기대된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외려 좋은 시청률로 인해, 이런 식의 드라마가 양산될 가능성이 우려되기 까지 한다. 어린 시절 한 때 보고 지났어야 할 '순정 만화'를 평생 내내 즐기는 건, '취미'나 '오락'이라고 합리화시키기엔 정신적 정체의 시간이 길다. 무엇보다 그녀들이 텔레비젼을 끄고 바라본 세상에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런 남자들은 없다. 제 아무리 눈물을 흘리고 발버둥을 친다 한들 현실은 그녀 자신들의 몫이다. 그런 현실을 차치하고, 텔레비젼 속 환타지에 위로를 받는 건 순간의 위로라기엔, 일일 드라마에, 주중 미니 시리즈까지 너무 중독이 길다. 리모컨을 끈 현실조차 퇴행의 마인드로 헤쳐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불황의 시대를 사는 여자들의 정신 건강을 갉아먹는 불량식품이다. 

 실제로 <오로라 공주>의 거듭된 작가의 연장 요청에 대해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 방송사의 모습은 그를 증명한다. 아마도 시청자들의 연장 반대 서명 운동이 없다면, 우리는 또 한번의 연장을 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데스노트'를 지켜보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임성한 작가는 일찌감치 차기작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비밀>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김은숙 작가 역시 내용이 없다는 한 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세등등하게 차기작을 준비할 것이다. 단지 인기리에 팔리는 불량 식품들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드라마가 설 자리를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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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12.14 15:13

일단 내가 말하는 아줌마들이란 단어에 보편성이 좀 부족할 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두고 싶다. 여기서 생략된 말은 '내 주변에 있는'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주변에 있는 아줌마들이 이상한 건지, 죄다 <오로라 공주>에 빠져있다.


매일 저녁 7시 15분 방영하는 <오로라 공주>는 당초 120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작가의 요청으로 30회를 연장했고, 이제 다시 또 30~50회 연장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장과 관련하여, 그간 등장 인물 10여명이 빠져나갈 정도로 개연성 없는 전개에 분노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다음 아고라에 '연장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일부 지각있는 네티즌들의 연장 반대 서명 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로라 공주>는 이번 한 주 동안 자체 최고 시청률을 세 번이나 갈아치웠다. 

*친정 아버지 제사 때 만난 친정 어머님은 요즘 낙이 <오로라 공주>를 보는 거라고 하신다. kbs1의 8시 30분 일일 드라마의 고정 시청자였던 어머니가 노선을 바꾸셨다. 거기 다 한 술 더 떠서, 드라마를 보고 나면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의 시청담을 나누신단다.
*친정집 김장하는 날 동생이 늦었다. 산더미같은 배추더미를 쌓아놓고, 속을 버무리고 있는데, 느지막히 나타난 동생이 하는 말, 어제 <오로라 공주>를 못봐서 아침에 재방송 보고 오느라 늦었다나.
*직장을 다니느라 바쁜 이웃집 아줌마가 쉬는 날 오전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면 일주일 동안 바뻐서 빼먹은 <오로라 공주>를 몰아서 보는 일이다.

(사진; tv리포트)

그런데 재미있는 건, 세대별로 <오로라 공주>를 시청하는 태도에 차이가 난다. 
친정 어머님처럼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전혀 꺼리낌없이 <오로라 공주> 찬가를 부르신다. 네티즌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 중 하나인,등장인물의 잦은 사라짐에 대해서는 '잔가지를 쳐낸다'는 표현을 쓰시고, 오로라 공주와 시월드의 다툼을 논하실 때는 흥이 나셔서 열변을 토하신다. 어머니 세대의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오로라의 시집살이이다. 
반면 중년의 주부들은 <오로라 공주>를 재미있게 그것도 빠짐없이 보면서도, 어딘가 껄끄러운 자세를 취한다. 마친, 한참 야한 영화를 보다 그 모습을 엄마에게 들킨 아들처럼 면구스러워한다. 그냥 뭐 욕하면서 본다든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마지못해 본다는 식이다. 보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보는 드라마가 그닥 건전하지 않다는 걸 인식하는 모습이다. 
물론 세대를 막론하고 오로라의 또 다른 남자, 설설희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걔중에는 그 남자 보는 맛에 본다는 분조차 계신다. 

<오로라 공주>는 아줌마들의 '게임'이다. 그것도 가장 환타지스러운 rpg게임이다. 드라마 <오로라 공주>는 마치 게임 한 판을 하듯이 매회 승부가 결정된다. 오늘은 오로라의 시월드가 한 판을 따면, 내일은 거기에 오로라가 반격을 하고, 다시 그 다음날이면 숨죽여 있던 오로라의 남편 마마가 목소리를 높인다. 오로라가 궁지에 몰리자, 설희가 나타나 손을 내밀어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부잣집 공주님같던 오로라가 모든 걸 잃고 가난에 빠져있다가, 스타가 되고, 다시 결혼을 하며 시월드의 늪에 빠지는 방식은 rpg게임의 롤을 고스란히 빼다박는다. 자식들이 게임이나 한다고 쯧쯧거리던 그들이 정작 자신이 가장 게임같은 드라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그런 나이든 세대를 한심스러워 한다. 누군가는 엄마 때문에 강제 시청의 고통을 호소하고, 또 누군가는 그 소리를 듣는 거 조차 소음 공해라며 비명을 지른다. 몇 십회의 연장으로 작가가 얻어가는 수십억의 돈에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젊은 세대들은 어떤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벌 집 자제들의 사랑 싸움 드라마에 또한 열을 올리지 않는가 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놀 것이 없는,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중년 이후 세대의 놀이이다. 수능을 앞둔 고3들 중 다수가, league of legend에 빠져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소중한 1년을 날려버린 거에 비하면, 작가에서 수십억을 더 얹어주고, <오로라 공주>라는 게임을 연장하는 건 약과같기도 한다.
엄마는 아들에게 게임만 한다고 욕을 하고, 아들은 엄마가 맨날 막장 드라마만 골라서 본다고 한심해 하고,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문화적 괴리감, 과연 이걸 각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해야 할까?  

최근 게임과 관련하여,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욕하면서 드라마를 즐기는 중년 주부들에 대해서도 그저 '개념이 없다'며 치부할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드라마 중독의 관점에서 치유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게임이 하다보면 점점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스케일이 큰 장르에 빠져드는 것처럼,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주부를 대상으로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쏟아붓는 드라마 들 중에서 당연히 가장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그 무엇을 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는 그저 재미있으면 보는 것인 것이다. 그러기에, <기황후>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게임이 잘 팔린다고 해서, 그 게임을 좋은 게임이라고 하지 않듯이, 시청률을 척도로 드라마를 재단하는 기준 자체를 달리해야 할 것이다. 더더구나 게임이 찾아가 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는 그것을 만들어 제공하는 방송사라는 '공공'의 기관이 있다. 결국 연장 반대 서명이든 무엇이든, 그 공적 구조를 가진 방송국과, 제작진의 양식에 기대어 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오로라 공주>의 연장에, 역사 인식에 기본적으로 함정을 지닌 <기황후>의 방영을 결정한 mbc의 행보가 아쉬울 뿐이다. 
더더구나 결국 연장 결정은 방송국이 함에도 우리는 임성한 작가의 결정에 따를 거예요, 하면 뒤로 물러나 있는 방송국의 태도는 더더욱 비겁하다. 
작년 kbs 주말 드라마로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던 <내 딸 서영이> 같은 드라마는 늙고 젊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세대가 감동을 받으며 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교훈적 내용이 넘쳐났던 드라마였다. 꼭 막장이라야 사람들이 보는 게 아니다. 결국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좋은 드라마라도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를 끌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의 자질과 인식에 따라 세대간 평화를 불러올 수도, 세대간 갈등과 반목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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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11.16 10:49

공교롭게도 라고 해야 할까? 약속이나 한듯이 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까?

하여튼 mbc와 sbs의 저녁 일일 드라마가 5월 20일 동시에 시작되었다. mbc는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칩거에 들어갔던 임성한 작가가 모처럼 작품을 재개한 것으로 소위 '임성한 월드'라고 칭해지는 특유의 '막장식' 색채가 두드러진다. 반면, sbs는 <가문의 영광>의 정지우 작가와 신윤섭 피디가 다시 합을 맞춰 만든 작품으로 화면에서부터 따스함이 넘쳐흐르고,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감동적인 가족애를 지향하고 있다. 빗대어 말하자면 <오로라 공주>가 극사실주의라면, <못난이주의보>는 낭만주의랄까? 그리고 시청자들은 지금까지는 <오로라 공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청률과, <못난이주의보>가 아직 성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오로라 공주, 자신의 이혼을 위해 아버지를 협박하는 아들  사진; 뉴스엔)

 

막장을 보는 이유는?; 오로라 공주

재미있는 사실이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오로라 공주>를 검색했을 때 드라마 소개에 피디가 아예 들어있지 않았다. <오로라 공주> 홈페이지를 클릭하고, 제작진 소개에 들어가서야 피디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흔히 어떤 작품이 들어간다고 하면, 작가가 누구냐? 피디가 누구냐?가 셋트처럼 따라 붙게 마련인데,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는 그게 없다. 오로지 임성한이란 이름으로 필요 충분조건이 다 갖춰지는 듯한 작품, 그게 바로 '임성한 월드'다.

흔히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 따라붙는 수사는 '막장의 대가' 혹은 '욕하면서 보는' 등이다. 그런데 다들 '어이없는'데 재밌단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라 공주>에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빚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설정을 임성한 작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르르 늘어 놓는다. 마치<사랑과 전쟁> 특별판처럼.

계모임이나 동네 찜질방에서 들었을 법한 누구누구네 막가는 이야기들을 가장 번듯한 지위와 부의 계층을 배경으로 포진시켜 놓는다. 그뿐 만이 아니다.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면서나 할 수 있는 대사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마치 '가족'이라서 참고 넘겼던 그 모든 것들을 임성한의 드라마에선 화끈하게 건드려 준다. 속씨원~하게.

그런데 또 웃긴 게, 그렇게 건드려 놓고서는 결론은 '우리 엄마 스타일'이다. 속물이라고 욕했던, 하지만 '본데있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던 우리네 엄마 잔소리가 고스란히 드라마에서 재현되니, 참 익숙하다. 짜증을 내면서도 적응이 되는 묘한 중독성. 언제나 그렇듯, 주구장창 '무쇠솥' 찬양을 하고 있어도, 제일 어린 게 손위 시누이들 데리고 남자는 짐승과 사람의 중간 단계라느니, 그저 잘 먹여주고 잘 해줘야 한다느니, 이런 따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있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임성한의 드라마는 불편하면서도 편하다. 이성적으로는 말도 안된다 욕하면서도, 엄마 잔소리 듣다가 나도 나이 들어보니 엄마 같은 속물이 되어가듯, 그런 편안함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기자 사칭에, 이혼을 위한 아버지 협박에, 법에만 안 결린다 뿐이지 사건사고가 LTE급이다. 인간에 대한 환상도 없고, 환타지도 없는 거 같은데, 거기서 또 홀리고 낚이고 사랑을 한단다. 굳이 요즘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는 모 여가수네 가족을 들 것도 없이 딱 요지경 속 대한민국 가족, 고대로다.

 

 

(못난이주의보   사진; tv리포트)

 

따뜻하지만 진부한 걸; 못난이주의보

<못난이주의보>의 연관 검색어에는 <피아노>란 드라마가 뜬다.

<피아노>는 2001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로 <못난이 주의보>처럼 사회적으로 못난 아버지와 잘난 엄마가 재혼을 하며 빚어지게 된 형제들의 이야기이다. 더구나, <피아노>에서도 못난 아버지의 아들은 의붓동생을 위해 그의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쓰는데, <못난이주의보>의 형 준수(임주환 분) 역시 동생을 위해 그럴 예정이란다. 이처럼, 간호사인 엄마(신애라 분)가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제는 한때 사기꾼이었던 아버지(안내상)를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안고, 그의 아들을 품어주는 이야기는,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신선하지 않다.게다가 재혼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과정 역시 어디선가 보던 그대로이다. 아버지는 생활고에 못이겨 다시 그 예전 사기꾼으로 돌아가려다 오히려 가족을 궁지에 몰아넣고 착한 엄마는 어린 동생을 낳고 역시 저 세상으로 가버린다. 이 스토리는 <피아노> 보다 더 오래 전 6,70년대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스토리이다.

못난이주의보는 화면을 가득차 내리는 벚꽃비처럼 아련하다. 사기꾼인 남편만큼, 새로 생긴 아들을 품어주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의 사랑에,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행복해 무한 애정을 베풀려고하는 어린 준수, 마치 골목에 튀어나온 과속 방지턱에 걸리듯이 드라마를 보다 울컥울컥 눈물이 솟는다. 악다구니같은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순애보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가슴은 먹먹하지만 한편에선 모락모락 현실과의 괴리감 역시 어쩔 수 없다.

분면 <못난이주의보>가 착한 드라마인 것도 안다. 동생을 위해 시험지를 숨긴 형의 마음을 감싸안아주는 엄마의 미소처럼 감동도 있다.그런데, 그 감동을 엮어내는 틀이, 아직 초반이지만 너무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다. 그 따스한 메시지 만으로 이 드라마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기엔, 저쪽 방송국의 스토리가 너무 기상천외하다. 나도 모르게 리모컨에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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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5.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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